기아 타이거즈 대 엘지 트윈스 와일드카드 최종결정전. 9회 초까지 0:0 으로 팽팽한 승부였다기보다 브랫필의 1안타가 전부로 좀처럼 기아 타이거즈에게 타격이 풀리지 않는 경기다. 타격 때문에 답답한 속을 야수들이 끝내주는 수비로 풀어준다. 야수 노릇만 잘 하지 말고 타자 노릇도 좀 하지?

 

꽃범호가 날았다. 한승택이 무거운 포수장비를 몸에 달고 뒤로 뛰어가 넘어지며 공을 잡는다. 주찬이 형아(나보다 어리지만 김주찬은 그냥 형아다)가 앞으로 달려와 누워서 공을 잡는다. 야구를 열심히 하기로 소문난 노수광이 앞으로 미끄러지며 잡아낸 그 공은 소름이 돋았다. 같이 보던 남편이랑 마구 소리를 질렀다. 와, 이 녀석은 정말 잘 될 거야. 노수광이 멋진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에서 김호령이랑 얘기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을 때 남편에게 그랬다. 호랭이한테 수비 조언을 들었나보다.

 

마지막, 엘지 김용의의 끝내기 뜬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끝내기. 바로 그 공을 뒤에서 달려가 모자가 벗겨지면서 잡아내고(남편에게, "역시 수비는 모자가 벗겨져야 제 맛이야, 주찬이 형아도 한승택도 노수광도 내 새끼도 모두 모자가 벗겨졌잖아." 그랬다.) 그걸 홈까지 던진 내 새끼 호랭이. 얼마나 뭉클하던지. 눈물이 가슴에서 마구 샘솟는거야. 내 새끼는 그랬어. 저렇게 멋진 놈이야. 이러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냐고. 야구는 타격보다 수비가 기본이라 생각하는 난 수비 못 하는 선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타격이 좀 모자라도 수비 대장 김호령이 제일 이쁘다. 졌는데 하나도 안 억울한거야. 물론 지크 투입은 썽났지만. 이렇게 멋진 경기를 해낼 줄 어떻게 알았냐고. 혼신을 다한 타이거즈 선수들 욕봤고 고마웠어요. 아, 내년 야구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사진출처: 첨부한 기사에서 끌어다 씀.

http://sports.media.daum.net/sports/column/newsview?newsId=20161012090153777&mccid=353

 

기아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속 시원한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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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1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 !!!!!!!!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해 쓰는 말이 아니라 어제 기아는 약빤 경기였습니다.
예술이었다고 생각하고....


야구가 예술이 될 수 있는 분야는 공격보다는 수비죠. 사실 수비 때문에 경기에 이기거나 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최고임....

samadhi(眞我) 2016-10-12 11:05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본 야구경기 중 최고였어요. 야구중계할 때 우는 여성팬들 이해가 안 갔는데(청승이라 생각했거든요.) 제가 어제 눈물이 주르륵 나더라니까요.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겁니까. 오예

네. 저는 수비에 아주 집착해요.

samadhi(眞我) 2016-10-12 11:06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 곰발님 대문사진. 미쳐.

시이소오 2016-10-12 11:49   좋아요 0 | URL
곰발님, 대문사진 대박 ㅋ ㅋ ㅋ ㅋ ㅋ ㅋ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1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요즘 최순실 해시테그 걸잖아요. 아 비리가 묻히지 않는 마음으로.. 저도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알라디너들도 함께 동참하시기를... 너무 조용함.. 이 어마어마한 비리에 언론이..

samadhi(眞我) 2016-10-12 13:14   좋아요 0 | URL
사람들 끄덕하면 그래서 순실이는? 이게 유행이긴 하더라구요. 저도 그걸로 바꿀까봐요. ㅋㅋ 페이스북 대문사진은 우리가 백남기다로 바꿔놨는데

Conan 2016-10-1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랭이 팬 이시군요~ 전 넥센입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나오는 초창기 팬 시절부터 팀이 바뀔때마다 이어지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늘부터 열심히 집에서 응원하면서 보려구요^^

samadhi(眞我) 2016-10-14 01:20   좋아요 0 | URL
우와 한화팬보다 더 한 분이군요. 타이거즈가 넘어질 때마다 팀을 갈아타려 할까 그럴 때 남편이, 팬심이 변하니? 그랬었죠. 아 이놈의 애증. 그러고는 김시진이 감독이던 시절부터 헝그리 정신으로 꽉 찬 넥센을 타이거즈 다음으로 좋아했지요. 응원하는 팀을 바꾼다면 넥센이야. 라고 말하곤 했어요.
부럽습니다. 다 가진 팀 팬이시라니, 그 동안 마음 고생하신 보람이 있네요.

쿼크 2016-10-17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기아팬이셨군요... 저도 기아팬이에요...반가워요..ㅋㅋ...ㅠㅠ

samadhi(眞我) 2016-10-17 00:33   좋아요 1 | URL
우와우와 동지네요. 내년엔 꼭 한국시리즈 갈 거라 믿어봅니다.

쿼크 2016-10-17 00:34   좋아요 0 | URL
네... 믿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