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노이에자이트님의 "이윤기의 조카딸이 본적을 옮긴 사연"
일본에 사는 재일 한국인 사회에서도 본국의 출신 지역에 관한 차별(차별적인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내 개인적인 주관으로썬 이 10년에 많이 완화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대학 시절까지만 하여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왔습니다.
재일교포의 출신 지역이란 우리나라의 지리적 조건과 1945년 이전의 나라의 사정때문에, 경상남도출신 혹은 그 자손이 가장 많고 이하 경상북도, 제주도, 전라남도, 전라북도출신자로 대별할 수있습니다.
저의 할아버님께서도 1930년대에 경상남도 의련군에서 일본에 건너 오셨습니다. 할머님은 부산 출신이었습니다.
10년전까지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재일교포속의 출신지역 차별 문제가 표면화하는 것은 결혼 문제가 가장 상징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상도 출신자(그 자손을 포함)들은 자기 아들딸을 제주도, 전라도 출신 자녀와 결혼시키는 것을 매우 싫어하였습니다.
적어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나의 선배(제주도 출신 3세, 오사카 거주)가 대학시절의 애인이었던 여성(경상도 출신 3세, 도쿄 거주)과 결혼하려고 하였습니다. 물론 그 애인인 여성도 동의하였지요.
그러나 여성쪽의 가정의 반대가 너무 강해서 단념하였다고 합니다. 여성쪽 아버님이 선배의 출신이 제주도라는 것을 싫어하였다고 합니다.
나의 선배는 같은 취주악부였고 애인인 여성은 관현악부에 소속하여 서로 악기는 달라도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이었고 후배를 잘 보살펴준 인정미 넘친 분들이었습니다.
나의 친구인 최모는 제주도 출신 2세였지만 그의 아내는 경상도 출신 3세였습니다.
그들이 결혼한 몇년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 여성이 아직 어린 시기에 친아버님이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신지역을 따질 수 있는 신세가 아니었다"는 말을 다른 사람한테서 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재일교포 사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적어도 10년전까지는. 현재는 잘 모릅니다). 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고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재일교포 자녀들이 자신의 결혼 상대로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일본인입니다.
일본 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직장에 취직하고 흔히 친하게 사귀는 친구가 일본인이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잖습니까.
그러나 자녀들의 "민족성을 지키기 위해서" 결혼 상대는 한국인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민족심이 강한 분들일수록 출신 지역에 구애받고 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다는 걸 넘어서서 거의 블랙 죠크(Black Joke)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실은 나의 아버지도 그런 "출신 지역 편견주의자"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총각이었을 때, 맞선 상대는 거의 경상도 출신 자녀들이었고 몇번은 아버지의 친구분의 소개로 전라도 출신, 제주도 출신 자녀도 만났던데, 그럴 때는 아버지가 "대충 이야기를 맞추고 나중에 거절하여라.",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물론 나는 그런 아버지의 생각에 항의하였습니다. 민족심을 가진 한국인 여성을 소개하여 주신 것만으로 고마운 일인데 그 외에 바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문제는 서로의 뜻이 맞느냐 어떠냐 뿐이지요.
얼마 후 아버지도 "출신 지역 편견주의"는 포기하셨습니다. 그런 조건을 내세우다간 아들의 색시감을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고 의기감을 느끼신 모양입니다.
결국 나의 아내로 된 사람은 경상북도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서로의 뜻이 맞은 것(어느 면은 "타협")이지 결코 출신 지역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나의 아들은 아직 만 10살이고 딸은 아직 만 7살입니다.
결혼문제가 우리 가정에 일어나는 것은 아직 먼 앞날의 이야기이지요.
그러나 현재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건 나도 "편견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아들,딸의 결혼 상대로 일본인을 받아 드릴 수 있겠는가, 한국인이 아니면 안된다고 말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출신 지역 편견주의"라고 말해야 하는지 어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