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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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의 새벽은 아주 조용하다. 저 멀리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 문 밖을 나가면 눈 앞을 막고 있는 뿌연 안개, 오로지 고요함, 숨소리 하나 안 나는 그 고요함뿐이다. 그 속에 있으면 과거의 내가 보이고, 그가 나에게 말을 한다. 고요함 속에 있으면 말이다.

 

고요함 속에 눈을 감는다. 그러면 난 다시 그곳에 가 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고요한 교실,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소리,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 들만이 멀리서 들려온다. 눈을 떠서 주위를 둘러본다. 내 양 옆에 윗도리는 공고를 상징하는 회색 마이를 입고, 검정색 교복 바지를 입은 그들이 앉아있다. 여전히 과거 속에서도 이들은 서로 소리지르고 눈을 뒤집어 까며 침을 튀기며 말하고 있다.

그게 핵심이 아니라고! 병신아!”

왼쪽에서

넌 눈이 어디로 박혔냐, 이건 완전 진짜라고 이 덜 떨어진 새끼야!”

오른쪽에서

서로 쌍 욕을 퍼붓는 이들, 고요함과 함께 이들의 소리가 같이 묘하게 어울린다.

우리는 수업이 끝난 공고의 빈 교실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내가 책상을 두 개를 붙인 채 가운데 앉아 있고, 왼쪽에는 전자과 칠뜩이가, 오른쪽에는 화공과의 에로 본좌가 지금 대화를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전자과 칠뜩이로부터 시작됐다. 갑자기 뜬금없이 자신은 이제부터 문학의 인생을 살겠다며 교실에 들어오자 마자 선언을 하더니 이게 바로 문학이라며 책상 위에 멋있게 던진 책,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공장을 다니며 기판에 납땜이나 하는 인생 벗어 나려면 문학이 아니라 자격증이라고 핀잔을 주던 화공과 에론 본좌는 그가 던진 책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정작 자기는 집에서 야동이나 모으고 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칠뜩이가 여기 ...부분도 있어 란 말에 혹해 이 책의 펼친 것이 전쟁의 서막이었다.

끝내주는부분을 본 에로 본좌는 하루키에게 홀딱 반해 버렸다. 몇 번을 다시 읽고, 그 부분만 찾아 읽던 그는 이것은 문학이 아니라 야설(야한 소설의 줄임말)의 지존이며, 이것이야 말로 내가 찾던 신의 야설이라며 급 흥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자기가 보여준 문학의 정점에 있는 책이 졸지에 신의 야설로 둔갑하는 사태에 칠뜩이는 너무 놀라 흥분해 말도 더듬거리며 그에게 대들기 시작한 것이 이 모든 논쟁의 출발이었다.

야이, .. .. 병신아! 이건 그 따위 수준 낮은 저질 문학이 아니라고! 제대로 읽어!”

침까지 흘리며 말하는 칠뜩이.

이건 문학이 아니야! 이건 진짜야! 완전 꼴려!”

이미 눈은 빗나가 있는 에로 본좌.

두 사람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칠뜩이는 나를 쳐다보고 이렇게 물었다.

루쉰P, 누가 맞냐?”

지겨운 대화에 창 밖을 보고 있던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문제는 마르크스야.”

둘은 동시에 나에게

, 이 등신아!”

난 그 때 IMF라는 초유의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건 뭔 일인가? 하고 넋 빠져 있었다. 98년 말 우리가 학교의 정책이란 것에 의해 3학년 2학기 때는 무조건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한 취업을 해야 만 했고, 취업을 받아 줄 회사는 없었고, 공장도 없었다. 학교에서는 나가라 하는데 받아 줄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학교에 있는 것은 수업 일수 때문에 용납되지 않았다.

무조건 나가라. 일을 하라. 자리가 없는데 어디 가서든 일을 하라. 근데 받아 줄 회사는 없다. 그런 기묘한 세계의 한 복판에 나는그리고 우리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시간이나 때우러 다니던 헌책방에서 가와카미 하지메의 빈곤론의 책을 접하고 또 음침하게 앉아 있던 젊은 지식인 형에게 감화를 받은 나는 마르크스가 이런 문제의 해결점이자 출발점이며, 결국 무지가 우리를 이렇게 지옥 속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우연찮게 얻은 마르크스에 대한 지식의 쪼가리로 계급이란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것은 다 자본가들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해 분노로 난 휩싸여 있었다. 뭘 해도 마르크스야! 자본가들! 그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내 불행의 원흉은 그들이야! 마르크스가 말한 대로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친구들에 의해 결국 난 등신이 됐고, 책상은 엎어지고, 칠뜩이와 에로 본좌는 서로 멱살을 잡고 뒹굴고, 어디로 날라가 버렸는지 상실의 시대는 없어져 버렸다.

하루키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기묘한 세계의 중심에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초 절정 미인 아이리시스님의 선물이자, 내 기묘한 세계의 중심이 되는 인물의 잡문집.

돌이켜 보면 그 때의 에로 본좌와 칠뜩이의 치열한 논쟁, 그리고 나의 논쟁, 그것은 서로 의미 없는 논쟁이자 그 무엇도 의미를 찾기 힘든 대화였다. 그런 대화들을 하며 우리는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상대방의 입장 따위 들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서로 각자의 생각만 중요할 뿐, 칠뜩이는 칠뜩이 마음대로, 에로 본좌는 본좌 마음대로, 난 내 마음대로, 그런데 지금도 사람들은 항상 그렇다. 맞냐 틀리냐, 이쪽이냐, 저쪽이냐 등등.

난 그런 속에서 항상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하루키 잡문집에서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유라고 할까? 다 읽으면 솜 같은 부드러움, 어떤 것으로 찔러도 푹 들어갈 것 같은, 아주 부드러움 그런 것이 느껴진다. 이 쪽이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또 저쪽이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 읽으면 그냥 그의 이야기가 그가 섬세하게 만들어낸 세계가 펼쳐질 뿐이다. 무리하게 들어오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 넉넉함. 그것이 하루키 잡문집을 다 읽은 나의 전체적인 감상이다.

설날 복주머니를 열어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 하루키의 바램이다. 이런 문장은 어떨까?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느냐 하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거야 뭐 어쩔 도리가 없겠죠.

하루키는 이런 태도다. 지금의 내 리뷰 역시 이러하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느냐 하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거야 뭐 어쩔 도리가 없겠죠.

화공과 에로 본좌, 그는 어떠한 사람인가. 이미 그는 고등학교 입학 시절부터 남다른 아우라를 풍겼다. 185 정도 되는 멀대 같이 큰 키, 그러나 몸에는 군살을 비롯해 살 하나 없는 몸매, 아 저 친구와 비슷하구나 하고 생각 든 물체는 가끔씩 길에서 마주치는 가게 앞에 전시된 사람 모양의 풍선이 있지 않는가, 밑에서 바람을 불어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막대기 같은 사람 풍선, 딱 그 물체가 사람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듯한 친구였다.

그런 큰 키를 가지고 교실 뒤에 짝도 없이 앉아 수업 중에 혼자서 교과서를 보고 킬킬거리고 웃거나 하는 독특한 녀석이었다. 분명 그 책은 교과서인데,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라서 뭔가 설명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고나 할까?

암튼 제발 나에게 말 안 시켜줬으면 하는 친구 베스트 5위 안에서도 상위권 안에 드는 친구였다. 도대체 이 녀석과 어떻게 친해 진 것일까? 한적한 미개발 P시에 사는 이 녀석은 그래도 전철이 지나다니는 내가 사는 O시의 공고에 합격 해 매일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다. 우리 반에는 P시에서 학교를 오는 아이들을 가리켜 P파 라고 지칭했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같이 학교를 등교하기에 붙여진 의미 없는 호칭이었다. P파에서 유독 그는 다른 버스를 타고 오거나 하며 그들과 어울리지를 않았다. 게다가 P파의 아이들을 학교에서 봐도 피해 다니기 일쑤였다.

후에 들은 얘기로는 중학교 시절부터 P파의 거북이라고 불리는 녀석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하필 고등학교도 그와 같이 다니게 됐다는 소식과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은 사실 거북이를 피하려고 이 학교를 지원했는데 거기에 거북이도 붙었다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 바로 화공과 에로 본좌였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 어디 한, 둘 이겠는가, 나 역시 공고를 합격한 후 부모님들은 오토바이를 몰고 교복을 입고 담배를 물고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O시의 내가 다니는 이 공고의 학생들이라고 굳건히 믿고 계셨기에 나를 위해서 중3 겨울 방학 때 집 근처 합기도 도장을 찾아가 직접 운동 신청해 주셨다. 합기도 도장을 끌려 가며 원래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부모님들은 수학이나 영어학원에 신청해 줘서 공부를 시키는데 우리 부모님들은 왜 나를 도장으로 데려가나 하면서 의아해 했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부모님과 관장님의 친절한 가르침을 사사 받아 난 정의를 위해서 무력을 사용하고자 하는 의욕에 불 타 있었다. 또한 관장님은 고도의 심리전에 능통하신 분으로 나를 위해서 싸우지 않고 적을 제압하는 법에 대해 강의도 해 주셨다. 일단 입학과 동시에 가방에는 책 말고 쌍절곤을 가지고 다니라 하셨고, 학교 쉬는 시간에 책을 꺼 내는 척 하며 쌍절곤을 자연스럽게 떨어 뜨리라고 했다. 거기다가 하나 더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자신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퍼 트리라고 하셨다. 하나 하나 잊어버릴까 봐 소중하게 수첩에 적은 나는 그렇게 실천을 했고, 더욱 가관 이었던 것은 너무 성급하게 운동한다고 퍼트리고 싶은 마음에 이런 식의 대화를 거의 이어갔다.

반갑다. 나 누구라고 해.”

라고 새로 만난 친구가 인사를 하면

, 난 신터미널 근처 OO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어.”

라고 말이다.

, 뒤 다 잘라먹고 이렇게 말이다.

암튼 관장님이 가르쳐 준 방법은 효력이 있어, 나를 둘러싼 아이들에게 50%는 운동을 하고 있으니 건들지 말자라는 파와 50%는 운동을 하고 있으니 한 번 건드려서 싸워 봐야지 라는 파가 양분돼 있었다.

화공과 에로 본좌, 나는 이렇게 서로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채 우리는 서로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화창한 오후, 체육시간이었다.

화공과도 전기과도 체육수업을 위해 모여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주일에 한 번은 수업하기 싫은 체육 선생은 비품실에서 공 몇 개를 꺼내 던져주며 공이나 차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개들이 공 보면 달려가서 물고 오듯이 별 생각도 없이 공을 가지고 운동장으로 달려 가는 아이들 사이에서 난 그럴 줄 알고 준비한 책 한 권을 들고 조용히 운동장 근처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 두 페이지 읽었을까. 내가 앉아 있는 곳 그리 얼마 떨어지지 않은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키득거리는 소리, 하지마 하지마 하는 소리. 독서의 몰입을 방해하는 이 상스러운 것들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그곳을 보니 아이들이 무리지어 있었고 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화공과의 에로 본좌의 머리가 그 아이들을 사이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뭔 일인가 싶어. 읽던 책을 덮고 그 광경을 구경하러 갔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벤치를 중심으로 반원으로 서 있었고, 거북이는 테니스 공을 들고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화공과 에로 본좌는 벤치 뒤에 서 있었고 말이다. 거북이가 에로 본좌에게 공을 던지면 그는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하지마, 하지마하는 소리를 내며 공을 피하고, 그 피한 공을 찾아가 주워서 거북이에게 다시 주었다. 그러면 거북이는 다시 에로 본좌에게 낄낄대며 던지는 것 이었다. 옆에서는 아이들도 같이 웃고 있고 말이다.

원래 난 정의를 위해 나서는 체질이 아니다. 게다가 돌이켜 보면 그런 일들에 있어서는 멀리 돌아가거나 모른 척하기 일쑤다. 하지만 난 보고 말았다. ‘하지마라고 말하며 기묘하게 얼굴을 일그러 트리며 웃는 에로 본좌의 입술을 말이다. 그의 표정은 웃는 듯 했지만 입술은 일그러져 있었다.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워서 말이다.

, 니들 그만해!”

아이들의 시선, 거북이의 시선 모두 나에게 쏟아졌다. 게다가 화공과 에로 본좌의 그 기묘한 시선.

왜 사람을 괴롭혀, 그게 재밌냐?”

나의 거침 없는 발언, 속으로 짱 멋있어, 마치 영화의 주인공 같아라며 감탄하는 내 마음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초 긴장 상태의 마음으로 난 여러 갈래 찢겨져 있었다.

“뭐, 이 새끼야, 한판 붙어 보자는 거야.”

테니스 공을 손에 움켜쥔 거북이 눈을 부라리며 말한다.

내가 워낙 운동한다고 떠 들었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 했던 아이들 중 몇 몇은 갑자기 그 무리에서 뛰쳐나가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아이들까지 모두 불러 금세 나와 거북이 주위에는 화공과와 전기과의 아이들로 꽉 차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에 어찌 그리 많은 인원이 모이냐 라며 속으로 혀를 찼었다. 게다가 화공과는 여자 아이들도 있었고, 그 속에는 내 초등학교 동창도 둘이나 있었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고, 물러설 자리도 없음을 느낀 나는 한 판 붙자라고 소리를 치며 주먹을 관장님이 가르쳐 주신 데로 꽉 말아쥐었다. 근데 거북이 녀석이 벤치 위로 성큼 올라가는 것이었다. 마치 조지 오웰이 코끼리를 언제 쏠 것이냐고 기대하던 인도의 민중들처럼 아이들은 나를 바라 보고 있었고 난 1%의 협상의 여지만 있다면 거북이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그것이 관장님의 마지막 비술 일촌 피하기였기에 그에게 다가 갔다.

,”라고 말하며 다가 가던 나는 갑자기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앞이 갑자기 껌껌해 지고 눈을 뜨니 내가 방금 있던 운동장 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고, 대신 내 눈 앞에 새우라고 불리는 친구가 앞에 서 있었다.

루쉰P, 날 따라와!”

순진하게 웃으며 내 앞을 뛰어가는 새우에게

! 수업 끝났어? 내 싸움은 어떻게 된 거야!”

라고 소리치며 그를 쫓아가는데

루쉰P! 루쉰P!”

하는 고함 소리와 갑자기 볼이 너무나도 아팠다.

또 다시 눈이 떠졌다. 내 눈 앞에는 내 멱살을 잡고 볼을 세차게 때리고 있는 반장 녀석과 옆에 양동이에 물을 받아서 나에게 뿌리고 있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만 때려, 이 자식들아..”

, 힘 없는 나의 목소리.

, 정신차렸어. 정신차렸어.”

옆에서 나를 지켜 본 친구들의 증언은 이러했다. 내가 뭐라고 소리치며 벤치로 다가갈 때 거북이는 벤치에서 나를 향해 발로 내 머리를 걷어 찼고 난 그 한 방에 엎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어 설려고 하는 순간 거북이가 다시 내 머리를 발로 찼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기절을 했고, 지켜 보던 아이들과 거북이 역시 P파와 더불어 수업 종이 끝나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절한 나를 양호실에 데려가면 싸웠다는 것이 들통나기에 20분 동안 누워 있던 나를 향해 에로 본좌는 수업도 들어가지 않고 양동이에 물을 떠와 끼얹고 반장은 내 볼을 정신차리라고 세차게 때렸다는 것이다. 20분 동안 말이다. 쉬지도 않고

옷은 흠뻑 젖어 있고, 볼은 탱탱 불고, 머리가 깨질 듯한 나에게 친구들은 이건 정말 야비한 수법이었다. 어떻게 누워 있는 사람의 머리를 찰 수 있는 냐 라며 다시 붙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아이들의 부축을 받고 결국 나는 양호실을 갔고, 관자놀이가 퉁퉁 부어 있다는 양호 선생님의 지적과 어디서 다쳤냐는 말씀에 교실에 들어가다가 문에 끼었다라는 반장의 어이 없는 변명과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 주는 미소가 아름다운 양호 선생님을 보며, 내가 미쳤거나, 아니면 이 사람들이 미쳤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생각을 하며 양호 침대에 누워서 아픈 관자놀이에 냉 찜질을 하며 사태를 파악했다.

단 한 마디로 그 때까지 노력한 고도의 심리전술이 모두 무산으로 될 위기에 봉착한 것 이었다. 더욱이 공고는 싸움 실력이 들통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곳이다. 난 아픈 와중에도 화공과의 에로 본좌를 불렀다. 에로 본좌는 그야말로 존경에 가까운 눈빛으로 나를 만나러 왔고, 그에게 나는 귓속말로 속닥거렸다.

에로 본좌는 그의 교실로 가서 나의 말대로 움직여 주었다. 다음 날 아침 머리에 반창고를 붙인 채 아직도 퉁퉁 부은 관자놀이를 붙잡고 가던 중 화공과, 전기과의 P파가 오는 것이 보였다. 난 어제 에로 본좌와 얘기한 데로 그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갔다.

야규 무네노리의 신 카케류의 비법으로 그들이 생각한 자세가 아니라 새로운 자세를 몇 번 바꾸면 그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내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관장님의 말씀대로 피할 줄 알았던 내가 그들에게 다가 가자 그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 미묘한 마음의 움직임을 느끼며 나는 말했다.

, 얘들이 어제 내가 너랑 싸웠다는데. 하하하!”

거북이에게 건넨 이 한 마디.

거북이의 표정과 P파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얼어 붙었다. 아무 대꾸도 못 하는 그들을 뒤에 남겨 놓은 채 관자놀이를 부여 잡고 웃으며 가는 나의 모습, 신 카케류 야규 무네노리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어제 에로 본좌와 나눈 얘기는 미친 척하자는 것이었다. 에로 본좌에게는 내가 아무 기억을 못 한다고 교실에 가서 얘기하라고 했고 그 주역인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어떻게든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이후 에로 본좌는 나와 붙어 다녔고, 거북이와 P파의 괴롭힘 역시 멈추었다. 우리는 그렇게 미친 그룹을 형성한 것이었다.

이 그룹이 바로 바보파였다. 우리는 그렇게 기묘하게 만났다. 칠뜩이도 뒤통수에 500원 짜리 땜빵 있었는데 단순히 뒤통수에 있는 땜빵 때문에 칠뜩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얘들의 놀림의 피해 우리 그룹에 들어 온 이후 거기로 갈 줄 알았어라는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놀림은 멈추었다. 난 항상 뭔가 한 방이 있다는 기대를 받으며 여전히 운동을 하고 다녀라고 아이들에게 얘기를 하고 다녔고 말이다.

그렇게 여러 과의 아웃사이더들의 모임이 바로 우리의 모임이었다. 저능아라고 표현하기 힘든 어떤 선을 넘은 집단의 대표격으로 우리는 아이들에게 칭송을 받으며 우리 그룹은 형성 돼 갔다.

여름에는 운동장 풀 밭에 앉아 내 권유로 문학 책을 들고 같이 독서를 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아이들의 상쾌한 비웃음 소리와 몇 안 되지만 여신 대우를 받는 소수의 여자 학생들의 손가락질 속에서 우리 그룹은 무럭 무럭 성장해 갔다. 참고로 공고에서는 다른 학교와 미팅도 많이 하는데 우리 그룹은 단 한 명도 초대 받지 못 했다는 사실에서 그 유명세를 증명할 수 있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하루키 잡문집은 나에게 그들의 추억을 떠 올리게 하고 그들에 대해 말하게 한다. 그리고 끊임 없는 이야기의 형태로 쓰게 한다. 재미가 있든 없든 말이다. 독서를 자주 하지만 하루키의 잡문집 경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내 뿜게 한다. 그게 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하루키가 잡문집에서 말하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이 나도 말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소설을 쓰는 한 가지 큰 목적은 이야기라는 하나의 생물을 독자와 공유하고, 그 공유성을 지렛대 삼아 마음과 마음 사이에 개별적인 터널을 뚫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누구든, 나이가 몇이든, 어디에 있든, 그런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쓴 그 이야기를 당신이 자기 이야기로 확실하게 끌어안아주느냐 마느냐, 단지 그것뿐입니다.

하루키의 저 문장에서 이야기를 내 리뷰로 바꾼다면 나 역시 그러하다. 리뷰라는 이 형식의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풀고 내 마음의 터널을 내 서재에 온 당신의 마음의 터널에 뚫고 싶은 것이다. 근데 이왕 터널 뚫는 거라면 내 터널이나 더 뚫어야겠다.

11월 말 핸드폰 번호를 새롭게 바꿔 버렸다. 난 모든 것에서 도망쳤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성형외과의 내 여자 동창이 난 처음에는 예전과 똑 같은 과격함으로 나를 대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만나면서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내 과거 속의 과격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그런 여성은 없어져 있었다.

말투도 조신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돌려서 말하는 그런 여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몇 번 만나면서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달라진 점이 나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렇게 열성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직장 얘기, 아니면 관심사 그런 것들을 얘기할 뿐, 난 거기에 맞장구를 치거나 내 얘기를 하거나 그러면서 말이다. 나는 쉬는 날에는 내가 억지를 써서 근처에 갈 일이 있으니 태우러 간다고 하거나 다른 핑계를 대고 직장 근처에서 몇 십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태우고 와서 집 앞에 내려주거나 하는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그녀가 나에게 딱히 시간을 내서 어디를 놀러 간 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내가 그렇게 다가가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판단했고, 그냥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혼자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차에 태워서 직장에서 연수를 간다고 할 때는 선물 상자에 연수 갈 동안 먹을 과자나 그런 것들을 싸주고 편지도 써 주고, 몇 번 그런 일을 반복했었다. 그럴 때마다 부담스럽게 이런 것은 왜 주냐며 그녀는 말을 했지만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기에 난 이럴 때 남자가 강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억지로 우기면서 선물을 쥐어주며 그녀를 집에 내려주고 가곤 했었다.

사람들에게는 연애한다고 말을 했지만, 연애는 아니라 그냥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다. 같이 대화하면 난 그것이 너무나 좋고, 그냥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웃기도 잘 웃어 주었고, 나랑 공감을 많이 해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깊이 있게 대화는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남성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대화 속에서 넌지시 비추었고, 난 그 사람이 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마음 속에서 점점 커져 갔다. 그런데 말이다. 그녀가 원하는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과 나는 너무나도 천지차이였다. 비슷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 괴리감, 그것은 내 마음 속을 점점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태도에 대해서도 점점 의심이 쌓여져 갔다. 도대체 이런 식으로 나를 만나는 것은 무엇일까? 몇 번의 밥을 먹고 몇 번의 대화를 나누고 이런 것들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그녀는 나를 무슨 의미로 만나고 있는 것일까? 만나면 그런 의심은 없어지고 그냥 나를 보며 웃는 그녀가 너무 좋았고, 그런 의심을 가지는 내가 부끄러웠다.

혼자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근데 그런 의심은 나를 더 파 먹는 것이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난 대체 몇 번이고 웃으며 만나고 대화하고 그런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지? 이렇게 해서 자꾸 다가가는 것일까? 얼마만큼 다가왔다는 것이지?

난 그녀와 내 깊은 곳까지 다 털어 놓고 대화를 했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가 없는 것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차 안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집에 들어 가지도 않은 채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리고 힘 내라고도 하고 말이다. 얘기를 하면 속이 편했다.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없어도 대화를 하면 그것이 좋았다. 그녀의 숨소리가, 그녀의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방긋 웃는 그 미소가 말이다.

결국 나는 그런 것들에 대해 참지를 못했다. 애매모호함에 대한 내 태도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날은 내가 용기를 내서 시간을 좀 달라고 사정을 했다. 집 근처의 커피숍에서 우리는 둘이 앉아서 또 대화를 했다. 소재가 무엇이었을까? 그냥 세상사였다. 어떤 주제도 없고 그 어떤 것도 없는 그런 이야기들 근데 너무 재미 있었다. 서로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하며 말이다.

대화가 마칠 무렵, 난 목구멍에서 걸려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끄집어 내서 정말 용기 있게 얘기를 했다. 좋아한다고 말이다. 정말 좋아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녀의 표정이 당혹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주 당황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그래서 어떻게 하자며 나에게 되려 질문을 했다. 난 거기서 말문이 막혔다. 뭐라 얘기를 해야 하지? 넌 내가 어떠냐? 라고 말을 해야 할까?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랑 이렇게 만나고 있는 거냐? 근데 그 말들이 목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아무리 꺼 내려고 해도 나오지가 않았다. 난 어이 없게도 이런 말을 해 버렸다.

그러니까, 너를 좋아한다는 이 감정이 너와 내 사이를 망쳐 놓을 것 같아. 지금 우리가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는 이 사이를 말이야. 그래서 접어 버리기로 했어. 너를 좋아한다는 그 감정 말이야. 그게 좋을 것 같아. 너와 나를 위해서.”

그녀의 안심하는 표정을 보며 내가 마무리를 잘 했구나 란 안도감과 내 안의 그 어떤 것이 무너져 버리는 것을 느꼈다. 아주 철저하게 무너져 버리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에게 당부를 했다.

내가 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니까 그런 착각을 할 수도 있어. 나도 그런 태도를 좀 고쳐야겠어. 그리고 너가 나한테 그런 말 했다고 우리 관계가 이상해 지는 것은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고, 지금처럼 지내자 알았지?”

나는 당연하지 걱정하지 말라고 난 그냥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내 맘이 편해서 그런 거야 이제 말을 했으니 그런 생각 없이 널 정말 친구로 친하게 지낼 수 있겠어 그게 나한테도 더 좋은 것 같아 라고 말하며 무너지는 내 한 쪽의 그 어딘가에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아주 웃으며 크게 말했다.

그렇게 그녀를 태워 보내고 난 또 며칠 동안 그녀랑 카톡을 하고 또 서로 신변에 대한 대화를 했다. 웃으며 말이다. 그러다 빼빼로 데이가 지난 후 난 더 이상 나에게 참을 수 없었다. 역겹다는 생각도 들고, 지겹다는 생각도 했다. 내 자신에 대해서 말이다. 그녀에게 오는 카톡을 보며 기다리고 있는 자신,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 누구에도 알리지 않고 11월 말에 핸드폰 번호를 아예 다른 번호로 바꿔 버렸다. 핸드폰 연결 안내 서비스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냥 다 끊어 버렸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그녀에게 연락이 올 방법이 나에겐 없다. 그리고 나 역시 연락할 방법이 없다. 전화번호는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눈이 쏟아 지던 날 저녁에 차를 몰고 가는 데 길가 버스 정류장에서 남자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 주는 여자의 모습을 지나치며 보았다. 근데 그 모습을 보고 지나치는 순간, 가슴에서 억누르지 못할 그 어떤 것이 폭발해 버려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왔다. 계속해서 마치 바보처럼 눈물이 계속 나왔다. 주변 도로에 차를 주차하고 운전대를 잡고 그냥 엉엉 울어 버렸다. 왜 그 커플을 보고 내가 눈물이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눈물이 나왔다. 미친 듯이 말이다.

그 와중에 아이리시스님의 하루키의 잡문집이 왔다. 난 거기서 그 구절을 발견했다.

아무 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자. 바람을 생각하자.

거기에 대해 하루키는 보충 설명을 해 준다.

나는 뭔가 고통스럽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늘 그 구절을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자. 바람을 생각하자라고, 그래서 눈을 감고 마음의 문을 닫고 바람만 생각했다.

하루키의 잡문집은 나에게 지금 최고의 책이다. 그의 책을 보고 주문한 레이먼드 카버, 레이먼드 챈들러, 잭 런던 그리고 재즈 음악들이 내 옆에 막 쌓여 있다. 난 지금 아무 것도 아닌 것만 생각한다. 잡문집만 생각한다.

하루키 잡문집 나에겐 하루키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고 읽어도 후회하지 않는 책이다. 그 모든 것들이 그의 잡문집을 읽으며 살아 났다. 그리고 쓰고 싶었다. 의미가 있든, 없든 말이다.

크리스마스 때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내게 에로 본좌가 놀러왔다. 그리고 하루키의 잡문집을 보았다.

이번에는 어떤 부분이 끝내주냐?”

난 화도 안 났다. 크리스마스에 홀로 있을 나를 위해 온 녀석이다. 고마울 뿐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자. 바람을 생각하자.

난 씩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모두 끝...”

그는 웃으며 잡문집을 들었고, 크리스마스가 끝나는 다음 날 아침까지 모두 읽고 나에게

이 녀석은 진짜야..”라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하루키는 진짜지. 그것이 이 잡문집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

고맙습니다. 아이리시스님 ^^

아무 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자. 바람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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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2-3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아, 어떻게 잡문집의 리뷰가 한 편의 소설 같을 수가 있습니까!
이건... 반칙이군요 ㅎㅎㅎ
안그래도 신간평가단 도서가 걸려서 어쩔수 없이 읽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저는 아직 잡문집으로 하루키를 만날 준비가 안 되어있단 말입니다 ㅠ
그런데 루쉰님의 리뷰를 읽으니 아무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면 되겠군요 ㅋㅋ
한 번 이 책으로 하루키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팍팍듭니다!

어쨌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루쉰P 2012-01-01 16:34   좋아요 0 | URL
아^^ 소이진님 반갑습니다~ 여러 서재에서 얼굴을 뵈었는데 제 서재까지 와 주시다니 ㅋ 게다가 한편의 소설 같다는 칭찬까지 해 주시니 왠지 처음 만나지만 예전부터 알았던 사이 같은 이 느낌 ㅋㅋㅋ 칭찬 해 주셨기 때문에 그런게 아니에요 ^^ 이건 제 소울의 울림이에요 푸하하 신간평가단의 리뷰는아무 것도 아닌 것만 생각하고 바람을 생각하세요 ^^ 자기답게 쓰는게 제일 좋은 리뷰 일테니 말이죠 ㅋㅋ

2012-01-01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1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1-0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시대에 좀 야한 내용이 있기는 있죠...가와카미 하지메의 책은 일제시대 우리나라 지식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야규 무네요시가 아니라 야규 무네노리입니다.예전에 대망 시리즈에서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소설 주인공 이름이죠.아마 야나기 무네요시(일본의 한국예술 전문가)와 혼동하신 것 같아요.

언제 읽어도 재밌는 글 새해에도 부탁합니다.

루쉰P 2012-01-01 19:44   좋아요 0 | URL
오우!! 역시 노자님의 고증 능력 덕에 제 리뷰가 디테일을 더 해 가는군요 ㅋ 야규 무네노리 였군요 ㅋㅋㅋ 암튼 노자님이 읽어 즐거운 글이라 해 주시니 새해가 다 뿌듯하군요 ^^ 노자님도 흑룡의 해 난세의 영웅이 되시라고 제가 기를 팍팍 쏴 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ㅋ

2012-01-02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2-01-0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우선 12월의 데드라인 안에 이 글을 올리신 것부터 축하드리고 싶어요. 하마터면 1월로 넘어갈 뻔했잖아요. ㅋㅋ

한 달에 한 편이지만, 그러나 꽤 긴 글을 쓰시느라 힘드셨겠어요. 저도 글 써 봐서 알지만 짧은 것 몇 개보다 긴 글 한 편이 더 어려운 법이죠.

재밌게 잘 봤어요. 님의 학창시절의 경험 속에 우리 삶의 많은 것이 녹아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사는 게 우리 인생이라는 생각도요.

친구를 위해, 또는 정의를 위해 몸 다치신 일은 속상한 일이지만 그 일로 인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면 좋은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이렇게 자랑스러운 일 하나쯤은 간직하고 살아야죠. ㅋ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사실은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아닐까 해요. 생각하기 따라선 심각한 일도 얼마든지 아무 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아, 저도 댓글이 길어질 것 같은 위기?를 느끼며 이쯤 해 두겠습니다. 긴 댓글(긴 감상)을 쓰게 만드는 이 글에 대해 박수를 보내요. 짝짝짝!!!!!!!!! ㅋㅋ

루쉰P 2012-01-06 11:27   좋아요 0 | URL
저도 스스로를 자축하고 있습니다. ㅋ 1월로 넘어갈 뻔 했어 -.- ㅋ 힘들다뇨 별 말씀을~리뷰인지 뭔지 알지 모를 한풀이를 하는 듯 해. 읽는 분들에게 곤욕을 줘서 항상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는 완전 자신을 사랑합니다. 기절한 이후 폭력의 무서움에 대해 뼈 속 깊이 느꼈으니 말이죠. ㅋㅋ 항상 그렇죠.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인데 속 상해 하고 우울해 하고 그런 일의 반복 너무 너무 싫어요. ㅋ

댓글이 길어지는 위기는 전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제가 2011 댓글부분에서 이름을 많이 올렸어요. ㅋㅋ

박수 쳐주셔서 완전 감사, 페크님. 많이 찾아 뵙지 못 해도 항상 글은 봅니다. 올 해는 댓글도 많이 남길꺼에용. ㅋ

2012-01-03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2-01-06 11:28   좋아요 0 | URL
감사하다뇨 기억해서 그런 말씀을~ 전 한번 오는 분은 놓치지 않습니다. 나름 날카로운 집중력이라고 할까요. ㅋㅋ
길고 재미나다니 완전 감사할 따름이에요. 따뜻함과 추움은 인생의 고난과 행복처럼 저에게 양면으로 항상 붙어 있습니다. 하나만 있고 하나가 없다는 것은 인생이 아닌 것 같아요. ㅋ
감기는 완벽 방어 중이에요. ㅋ

감은빛 2012-01-03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꼬박꼬박 1달에 1편은 올리시는 군요.
역시나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고 소설을 한편 쓰셨구요.
초절정미인이신 아이리시스님으로 부터 선물도 받다니! 부러워요! ^^

저는 뭔가에 홀리면 그냥 푹 빠져버리구요.
뭔가에 부딪힐라치면 그냥 격하게 한번 부딪쳐봅니다.
그냥 적당히 피해갈 수도 있었을텐데,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8할은 사춘기 이후 군대를 다녀올때까지의 방황기간이었다구요.


왜 이런 쓸데없는 말을 주저리 늘어놓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다 괜찮다고, 이런일도 또 저런일도 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힘내세요!

루쉰P 2012-01-06 11:30   좋아요 0 | URL
미인에게 인기 많은 나름 잘 나가는 서재인입니다. ㅋㅋㅋ 한 달에 한 편 그것은 저에게 대한 약속이에요. ^^ 많이 쓰지도 못하는 체질이구요. ㅋ 맨날 소설써서 그게 영 불만이죠. -.-

그렇죠 ^^ 저 괜찮은거죠? 감은빛님이 괜찮다면 전 괜찮은걸꺼에요. 하하하 씁쓸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그건 저의 본모습이 아니에요. 저의 뜨거움으로 모두 녹여 버릴거에요.

2012-01-05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6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1-0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에게는 하루키가 구원이었군요. 카버도 데리고 오고 챈들러도, 잭 런던도 재즈도 모두 다요. 다행이에요. 그리고 역시 그동안 또 영화를 찍고 계셨어..( '')
그리고 초절정미인이라고 하지 마요. 오글오글.
감은빛님에게도 선물드릴 날이 있을 거예요.(진심)
자주 놀러가는데 댓글 잘 못 남기겠는 유일한(?) 서재인 걸요.

휴대폰 번호를 바꾸실 정도의 확실히 열정이라, 그 미련이, 언젠가 더 큰 무언가로 자라나 앞으로 나아가게 되실 거라 믿어요.
추운데 건강 챙기시구요!

좋은 리뷰 써주셔서 고마워요. 정말로요.

루쉰P 2012-01-06 11:52   좋아요 0 | URL
구원입니다. 아이리시스님이 구원이죠. ^^ 전 항상 독립 영화를 찍는 것이 꿈입니다. ㅋㅋㅋ 초절정미인 그것은 서재라는 인터넷 공간에서 쓸 수 있는 하나의 이미지법이죠. 한번 초절정미인으로 알려지면 모두 초절정미인으로 압니다. 고도의 심리전술이죠. 풉!!

휴대폰 번호를 바꾼다는 것은 과거를 끊고 새롭게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뒤를 돌아 보지 않겠다라는 스스로의 각오이기도 하구요. 뭐랄까? 쓰다 보면 마음에 응어리가 글로 나가 퍼져 버리는 것을 느껴요. 일종의 의식 같다고나 할까요? 쓰고 나서는 그 여자 분에 대한 생각도 그리고 여운도 그리 크지 않게 여져집니다.
연애는 어려워요. 전 자폭해 버린 거에요. 메가톤 급으로 ^^

반드시 자라나고 말겠습니다! 이대로 패한다면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좋은 리뷰라니 별 말씀을요 ^^ 아이리시스님의 다정함이 그리고 따뜻함이 저에게 전달돼 와 쓰게 한 것일뿐. 저야말로 고마워요. 정말로요. ㅋ

2012-01-2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읽었습니다.
지금 조용히 계셔서 어찌 지내시나 궁금하군요. 루쉰님을 비웃는 '그'에게 지지 마세요. 아니, '그'따위는 신경도 쓰지 마세요.
살아가는 일은 정말 아픔이 많지만, 내가 정신을 잃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보며 그럴 때도 있었지, 하는 날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1월이 끝나가니, 또 글이 한 편은 올라오겠죠? 건필, 건승!

p.s. 지금 저는 송경동씨 책을 읽고 있어요. 루쉰님은 소설을 써 보심이 어떨까요? 이 글도 역시나, 문사의 재능이 넘칩니다.

루쉰P 2012-02-13 17:11   좋아요 0 | URL
아! 섬님 지독한 괴로움의 터널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신 줄도 모르고 말이죠. 섬님 말씀대로 웃으며 지난 날을 아무렇지 않게 볼 날이 오겠죠. 사람은 참 허약한 것 같습니다. 이따위 일에 나자빠져 있으니 말이에요. 근데 1월은 아무 것도 쓰지도 못하고 숨을 못 쉬겠더군요.푸하하 괴로울 때야 말로 진정한 저를 보는 것 같아요! 걱정마시고 다시 자판에 손을 올려 저를 찢어 버리려고 합니다. 음..너무 절박한가요? ^^ 암튼 저는 여전히 광적인 눈빛을 발산하며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돌아옵니당 ㅋㅋㅋ

대지의 마음 2012-04-1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께 그런 일이 있었군요. 바쁜 일상 때문에 루쉰님의 삶을 들여다보지 못한게 후회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루쉰님 안의 열정은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그러니 용기 내시죠. 이만한 감동 쉽지 않습니다

루쉰P 2012-05-02 08:12   좋아요 0 | URL
사자님이 오셨군요. 후후 자세한 건 방명록에 ㅋㅋ
 
만델라스 웨이 - 넬슨 만델라의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개의 길
리처드 스텐절 지음, 박영록 옮김, 넬슨 만델라 서문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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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둑해진 저녁이 밤 10시가 되면 관리사무소는 문을 잠근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다. 24시간 근무 체제이기에 새벽에도 어느 때라도 문을 두드리면 나가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멈추거나 소란이 있으면 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문을 잠근다는 상징적인 행동이 휴식의 시작을 알리는 표시가 된다.
그 시간이 되면 난 사무실의 불을 모두 끄고, 책상에 앉아 인터넷으로 구입한 조그만 스텐드에 불을 킨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도 오지 않는 이곳에서 조용히 불을 키고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긴다.
근데 말이다. 일주일 전이었다. 노트북에 따닥따닥 소리를 내며 서평을 쓰고 지우고 속에 갑자기 잠근 관리사무소의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오는 것이다. 마치 자기 집처럼 아주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그는 책상 앞에 있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이 시간에 누가 관리사무소를, 게다가 잠근 문을 어떻게 풀고란 생각에 어이가 없어서 노트북 키보드에 손을 올린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 책상 앞까지 온 그는 나에게 말했다.

“루쉰p, 잊지 말아요. 첫 번째 법칙.”

그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스탠드 불빛으로 비추는 그는 주황색 꽃이 들어간 알로아 하와이 티셔츠를 입고,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은 채 미소 짓고 서 있었다.

‘첫 번째 법칙? 첫 번째 법칙이라니 이 사람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다급한 나는 지레 짐작으로 외쳤다.

“저기요, 당신 누구죠? 혹시 당신 만델라에요? 흑백 통합의 상징 만델라냐구요?”

고요한 사무실에 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질문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은채 그는 나에게서 서서히 멀어졌다. 양 손으로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며 어깨를 들썩이며 깡총 걸음으로 관리사무소 문을 향해 등을 돌린 채 걸어갔다.

문을 앞에 둔 그는 나를 획 돌아보며 양 손을 번쩍 들며

“우문투 응긍문투 응가반투!”

라고 크게 외쳤다.

그러면서 그가 문을 열자 갑자기 너무나 환한 햇살이 어두운 관리사무소를 비추었다. 난 눈이 부신 밖을 향해 나아가는 그에게 말했다.

“대답해 줘요. 당신이 그가 맞는지! 만델라!”

“으어어!”

내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꿈속에서 외친 ‘만델라’가 현실에서는 ‘으어어’로 들렸다. 스탠드를 킨 채 잠들어 있었다. 내 눈 앞에는 켜진 채 깜박이는 노트북 모니터와 오로지 티셔츠에 흘린 침 자국만 나의 잠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가 만델라였나?’

눈부신 햇살이 비추던 밖은 여전히 어둡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자, 훅하고 찬 공기가 확 느껴졌다. 경비 초소까지 걸어가 보았다. 불 꺼진 그 안에는 소파에 누워 열심히 주무시는 경비 반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경비 반장님 얼굴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도대체 무슨 황홀한 꿈이기에 저리 침을 흘리시며 아빠 미소를 짓고 계실까?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첫 번째 법칙?'

녹색 표지의 만델라스웨이의 책을 폈다.

만델라의 첫 번째 법칙, 두려움이 없다고 해서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만델라는 용기를 선택의 방식으로 본다. 두려움 없다는 것은 바보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용기라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만델라의 용기에 대한 해설이다.

그런가? 난 두려워하는 것일까? 난 매번 서평을 쓸 때마다 두렵다. 루쉰 선생은 ‘무덤’이라는 책의 서문에 자신의 책이 서점에 수북이 쌓여 있는 책 무덤 속으로 들어간다고 하셨다. 나 역시 내가 쓰는 이 서평이 수 많은 서평의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인 아닌가? 도대체 두려움에 떨며 내가 왜 이걸 쓰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용기가 선택의 방식이라면 써야 한다는 것일까? 만델라는 말한다. 용기가 있어서 용기 있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용기는 선택일 뿐 두렵다면 용감한 척이라도 한다. 그러면 용기가 있어 보이고 또 용기도 생긴다. 그런 것이다.

두렵다. 쓰는 것이 두렵다. 그래도 써서 올려라. 용기 있는 척이라도 하며 써서 올려라.

그럼 다시 시작한다. 만델라스웨이의 서평을.
 
어느 화창한 겨울의 오후, 난 헌 책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날 나는 본 매장에서 전집 창고로 이동 중 이었다. 폐지총각이라는 닉네임을 얻고 할머니들의 환호를 받으며 나아가는 나의 모습은 참으로 간지 났다. 

 손수레는 책이 가득 실려 있고, 헝클어진 머리, 밀지 않은 턱수염, 양 쪽 무릎이 구멍이 난 청바지. 무엇하나 폐지총각으로써 부족함이 없었다. 퍼펙트하다고 할까? 
 

 본 매장에서 전집 창고에 가기까지는 차도 들어오지 못 하는 달동네 주택가 골목길을 빠져 나가야 했다. 손수레를 드리프트하며 주택가의 사람 하나 지나갈 만한 길을 요령껏 빠져 나가던 중 저 멀리 골목길의 끝 쪽에 여학생 두 명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교복을 입은 이 여학생 두 명은 청순한 긴 생머리에 치마를 한껏 치켜 올려 있었고, 날씨가추운지라 위에는 따뜻한 오리털 잠바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 청순한 여학생들이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입에 다가 자꾸 무언가를 가지고 가는 것이 나에게 보였다. 그녀들의 입 끝에서 보이는 그 희미한 불빛, 그것은 나 역시 자주 만나는 삶의 희망, 담배 불 이었다.
  

얼굴에 걸맞지 않게 담배를 피며 침을 뱉고 짝 다리를 짚고 서 있는 그 여학생들을 보며 뭐랄까 애잔함이 그리고 안타까움이 마음 속 깊이 몰려왔다. 아마 남학생이었다면 폐가 썩어죽던 난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면 할수록 나는 학생들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었다.
 

 ‘담배 피지 말라고 했다가 ’아저씨가 뭔 데 간섭이에요.‘ 라고 받아 친다면 뭐라 해야 할까? 너희들을 사랑한다고 할까? 아니야, 너무 변태적이야. 인생은 기니 담배도 길다.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결국 그 학생들 앞까지 온 나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내 목소리에 놀란 여학생들은 황급하게 꺾여 있던 골목길의 안쪽을 냅다 도망을 쳤다. 나 역시 학생들을 쫓아서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간 순간. 아뿔싸! 오로지 아뿔싸!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골목길의 끝나는 지점에는 조금은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그곳에 20~30명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쭈그려 앉은 채, 어떤 아이는 서서 아주 다양한 자세로 한 군데 모여 있었다. 담배 연기가 그 골목길을 가득 채워 마치 스모그와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다. 마치 스파르타란 영화에서 협곡을 등지고 서 있는 스파르타 장수와 그를 잡아 먹을려고 했던 페르시아 군대와의 만남 같다고 할까?
 

다행히 여학생들이 주로 많았고, 남학생들은 5명 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눈빛, 그 고독 속에 피어나는 담배 연기 사이를 꿰뚫는 증오의 눈길을 한 몸에 받으며 손수레에 헌 책을 가득 실은 채 넝마와 같은 옷을 입고 난 스파르타 장군처럼 칼 대신 손수레를 잡은 채 그곳에 서 있었다.
내가 그 골목으로 달려들고 그 아이들을 본 순간, 그 짧은 순간에 머리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죽는구나, 여기서 죽는구나, 30살의 짧은 인생 그래도 아름다웠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데, 여기서 마무리가 되는 것인가? 내일 신문에는 ’OO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폐지 모으던 젊은 청년 변사체로 발견‘ 이런 기사가 실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가락은 날 피해 도망간 여학생들을 가르키고 서 있던 순간. 그 정적을 깼던 것은 그 여학생들이었다.

‘야, 뒤에 사람들 오나봐! 튀어!’

그것은 마치 마법에 걸린 석고상 조각들의 주문을 깨는 말처럼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아이들이 아주 재빠르게 후다닥 뛰기 시작했고, 그 연기 속을 가로 질러 나가는 아이들의 무리를 바라보면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추측하기로는 내가 온 길은 사람 하나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기에 내 뒤로 다른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이 아이들이 생각한 것 같다. 아이들은 몇 십초 만에 사라졌지만 그 때부터 들리는 내 심장의 소리는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두려운 게 없다고 해서 용기가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에는 총 15개의 넬슨 만델라의 삶의 법칙이 나온다. 그 중 첫 번째 법칙이 바로 저 문장이다.

만델라는 용기에 대해 자신의 정의를 내리고 또 이 책의 저자는 왜 만델라가 그런 정의를 내리게 됐는지 만델라의 인생을 통해 그 정의를 해석해 준다. 비행기를 타면서 두려움에 떨던 만델라가 사람들 앞에서 의연하게 행동한 것, 감옥에서 압박을 당하는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던 모습 등.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만델라가 왜 용기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를 이해한다.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그 마음, 그것은 어른이기에 너희들은 담배가 안 된다는 그런 논리의 마음도 아니었다. 안타까웠다. 그냥 말이다. 그들의 청춘이 안타깝고 속상하기에 그렇게 간 것이다. 그것이 용기였을까? 아니면 두려움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었을까? 그 구분은 할 수 없지만 다만 만델라 첫 번째 법칙의 마지막 부분에서 난 조금은 이해를 했다.

일상적인 삶에서도 용기는 얼마든지 낼 수 있다고 말이다. 만델라는 자신의 부인이 자기보다 더 용기가 있다고 했다. 그 차별의 체제에서 자기 대신 아이들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위대해 졌기에 작은 용기가 과대평가가 되는 경우가 있고, 평범한 삶을 살기에 큰 용기가 과소평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적어도 두려움이 있기에 용기를 낼 수 있다는 아니 용감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만델라의 첫 번째 법칙은 나에게도 의미가 무척이나 깊다.

그리고 그 뒤로 계속해서 만델라의 법칙이 이어진다. 신중하게 생각할 것, 다른 사람의 장점만을 볼 것, 앞에서 이끈다는 것 등등 15개 법칙에 모두 들어맞는 이야기를 쓰다 보면 아마 이 서재에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을거란 생각에 당당하게 이야기를 줄인다. 난 외로운 건 싫으니까.
 

만델라가 나에게 꿈 속에서 말해 준 말은 아프리카 속담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사람이 된다.' 

관리사무소의 만델라 루쉰P는 말한다. 

'내 서재는 다른 사람의 서재를 통해 서재가 된다.' 

그 어디에도 풀 수 없는 얘기를 이 곳에서 풀며 혼자서 웃고 있을 때 그 외로움은 참으로 고독하다. 하지만 내 이 어둠에 같이 웃어주는 서재지기들을 통해 두려워도 쓰게 되고 또 같이 웃는다. 

만델라의 저 말처럼 난 그대 덕분에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기다려 주셔서. 또 완전 쓰다만 서평 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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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11-1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 알라딘 서재 첫번째 수칙~
댓글을 남기지 않는다고 하여, 방문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잘 지내시죠~?^^

2011-11-16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1-11-1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p님의 꿈속까지 침투하는 만델라ㅋ 양이 차야 질도 변한다는 말이 생각나는건 첫번째 법칙과 바로 어울리지는 않지만, 행동으로 하다보면 본뜻을 더 충실하게 할 수 있다고 제맘대로 해석해도 될까요?

루쉰P 2011-11-17 17:00   좋아요 0 | URL
음 원래 해석은 자기 맘대로 하는거에요. ㅋㅋㅋ 답이 어디에 있겠습니다. 꿈에 까지 나오다니 만델라에 대한 압박이 꽤 심했나봐요. ㅋㅋ
하지만 여기에는 이중코드가 있죠. 과연 그가 만델라 였는가? 그것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어요. 그는 자신이 만델라라고 하지 않았거든요. 나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pjy님을 위한 추리코드입니다. ㅋㅋㅋ

감은빛 2011-11-1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오랫만이예요! ^^
이 완전 긴 서평이 쓰다만 글이란 말이죠??!!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루쉰P 2011-11-17 17:01   좋아요 0 | URL
아우..제가 더 죄송하죠. 항상 서재에 놀러 가보지도 못하고 말이니 말이에요. 이거 정말 쓰다만 서평인데 존경스럽다고 하시니 너무 당황스러울 뿐 ㅋㅋㅋ
요즘 하시는 일은 어떠신지? 감은빛님의 일이 항상 궁금하기는 해요. ^^

factum 2011-11-1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루신p님의 서평을 일년째 꽁짜로(?) 보고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던 서평이 드디어 ~~. 게다가 왠지 2부로 이어질듯한 내용으로(???) 더욱 퍼펙트하달까요? ㅋ 2부던 다른 서평이던 어서 올려주세요~~

루쉰P 2011-11-17 22:45   좋아요 0 | URL
아니 일년째 공짜로 보시다니 ㅋㅋ 아무리 봐도 추천인 중 한 명이라고는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아 다른 서평이라 ^^ 공짜로 보시다가 갑자기 압박을 ㅋㅋㅋ 와 주셔서 감사해요. ㅋㅋ

하늘바람 2011-11-1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책 빌려보아야겠네요. 만델라에 대해 써야할게 좀 있어서. 어제 굿바이 만델라 영화를 보다가(다 못 보았지만) 참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루쉰님 날씨가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루쉰P 2011-11-17 17:04   좋아요 0 | URL
넵 안 그래도 정말 감기 조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만델라 자서전이 좀 굵어서 읽기에 버겁다고 한다면 그 전에 읽을만한 책으로는 괜찮다고 봐요. 저도 자서전은 사 놨는데 떨려서 아직 못 피고 있어요. 완전 두껍거든요. 이리 찾아와 주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1-11-1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완전 쓰다만 서평 잘 읽었어요.
어째서 루쉰님의 쓰다만 서평이 제 다 쓴 서평보다 나은걸까요? ^^

잘 계시죠? 동네 아이들과 아줌마들의 마음 헤아리면서~ 넘 뜸하시네요.

루쉰P 2011-11-17 17:05   좋아요 0 | URL
아 마고님 반갑습니다. ^^ 쓰다만 서평이 더 나으시다니 뭐랄까 제 서재에 오시는 분들의 취향을 알 것 같아요. 다 들 쓰다만 것을 상당히 좋아하시는 듯 합니다. ㅋㅋ

전 너무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동네 아이들과 아줌마들 친해지기는 쉬우나 아직은 어색한 사이 ㅋㅋ

2011-11-17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7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9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9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1-11-1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드뎌 올라왔군요. 긴~~루쉰님만의 리뷰가!
이게 쓰다만 리뷰입니까?!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항상 이런 장문의 리뷰를 남길 수 있는지, 정말 존경스러운 루쉰님이십니다^^

마지막 부분이 정말 좋군요~
이제 또 다른 한 편의 리뷰를 기다리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겠죠? 아후~ 아쉬워라..

루쉰P 2011-11-17 17:08   좋아요 0 | URL
역시나 전 짧다고 생각해도 긴 리뷰군요. -.- 아 역시 리뷰 길이는 조정이 힘드네요. ㅋㅋㅋ
너무 칭찬해 주셔서 어찌해야 할지...ㅋㅋㅋ
음...칭찬도 해 주시니 힘들어도 빠르게 리뷰 한 편 써야 하지 않을까란 다짐을 하네요. ㅋㅋㅋ

아이리시스 2011-11-17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썼으면 원고를 보내든가 해야죠. 홍보를 하든가.ㅋㅋㅋ 이렇게 뒤늦게 찾아오게 하면 안되죠. 마감도 한참 넘기고, 큭큭. 잘 읽었어요. 역시 좋아요. 꿈을 이렇게 원론적으로다가.. 루쉰과 만델라의 만남. 여전히 잘 지내시는 거죠?

"두려운 게 없다고 해서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요, 완전히 다른 문제죠. 네. 우리 두려워해야할 것은 몸 낮춰 두려워하되, 용기있게 살아요, 루쉰님. 그리고 자주 좀 오세요!^^

루쉰P 2011-11-17 22:49   좋아요 0 | URL
역시나 혼날 줄 알았어요. ㅋㅋㅋ 좋으시다니 다행입니당~~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이 나왔더라구요. 전 그걸 보며 아이리시스님의 서평을 곧 보겠구나란 혼자만의 예언을 했습니다. 하하하

네 여전히 너무 잘 지내고 있기에 탈이죠. 무서울 정도에요. 평범한 일상의 자신이 말이죠. ㅋㅋ

몸 낮춰 두려워하고 용기 있게 살자, 완전 공감되는 거 아세요. ㅋㅋㅋ

자주 못 가서 정말 죄송해요. ^^ 아 정말 난 못 됐어...

아이리시스 2011-11-19 01:39   좋아요 0 | URL
루쉰님, 잡문집 한 권 보내줄까요? 주소 적어봐봐요.
예전에 보내실 때 울 엄마께서 확 뜯어버려가지고..
거기 주소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서..( '')
아직 안샀죠? 안샀죠?

근데 좀 슬퍼요. 잡문집도 리뷰를 해야 하는 건가..
아.. 루쉰님이 보내주신 하루키는 고이 모셔뒀어요. 그러고보니.

2011-11-19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1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매! 이 서재는 왜 이리 인기가 많은 건지...썼다 하면 댓글이 주룩주룩...왠지 세련된 단편소설 같은 글의 짜임새 때문일까요?

루쉰P 2011-11-19 14:00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과찬을..세련된 단편소설이라니 댓글 보고 너무 부끄러 이러면 안되는데 삭제 눌를 뻔 했어요. ㅋㅋㅋ
인기가 많다고 하시니 저도 더 놀람, 노자님 서재 만큼은 아니죠. ㅋㅋㅋ
전 찾아와 주시는 분들 덕분에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음..세련된 단편소설이라고 하시니 의욕 솟아서 진짜 세련된 단편소설처럼 쓸꺼에요. 전 칭찬에 약한 남자에용~~

노이에자이트 2011-11-19 15:07   좋아요 0 | URL
오홍~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루쉰P 2011-11-19 19:59   좋아요 0 | URL
기대를 반드시 충족시키겠습니다. 웁스! 노자님!

2011-11-19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9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9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9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1-2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리뷰를 안 쓰게 되는 이유가 재미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예요. 책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재미를 넣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요. 모든 글은 읽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재미가 느껴져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루쉰님의 글을 보니 재미가 있군요. 그 다음에 이어지는 얘기는 뭘까, 하고 궁금하고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 저도 이런 기법을 배워야겠어요.

추천이 많아서 안 누를까 하다가ㅋㅋ 그 기법 때문에 할 수 없이? 누르고 갑니다. 호호...

루쉰P 2011-11-21 22:47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제 이야기가 재미있으시다니 그런 과찬을 너무 감사해서 이를 어째야 할 지..

기법이라고 까지 하시니 제가 너무 부끄럽네요. 전 pek0501님의 글도 너무 좋은걸요. ^^ 저도 그렇게 쓰고 싶다는 마음을 많이 먹지만 자꾸 산으로 가는 글 때문에 곤욕을 치룹니다.

꽃마다 모양도 틀리고 향기도 틀리듯이 각자의 글 향은 틀리지 않을까요? 그래서 삶도 다채롭구요. 모두 다 재미를 쫓는 글이라면 얼마나 진짜 재미 없겠어요. 전 pek0501님의 글도 너무나 그리고 충분히 넘칠 정도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저 이래뵈도 글 보는 눈 만큼은 고급이에요. ㅋㅋㅋ

2011-11-25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11-29 15:1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 이거 오늘도 아파트 보온재 작업을 비 맞으며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잠시 쉬는 중입니다. ㅋㅋ
아이리시스님 서재에도 썼지만 선물 주신 잡문집은 제7회 리뷰대회에 출전할 겁니다!! ㅋㅋㅋ 근데 어떻게 올려야 되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ㅋ

아이리시스 2011-12-02 16:56   좋아요 0 | URL
그냥 리뷰에 올려놓으면 자동응모되는 것 아닙니까! 그럴겁니다, 아마도. 한창 리뷰대회 폭풍응모로 삶의 즐거움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으하하. 근데 알라딘은 뭐 항상 뒷전이라는.. 잡문집도 대상인가요, 그럼 저도 기간에 맞춰! 써지면 써서 루쉰님이랑 경쟁해야지, 바로 탈락하겠네, 히히히.

루쉰P 2011-12-03 22:48   좋아요 0 | URL
오호라, 그렇군요. ㅋㅋㅋ
이런 아이리시스님이 경쟁 상대라니..이거 원...쓰기 싫어지네요. -.-
사실 한참 리뷰 쓰고 있었어요. 보이진 않지만 공부에 지친 아이리시스님이 모니터의 제 글을 보고 빙그레 웃을 만한 그런 리뷰를 말이죠. ㅋㅋㅋ
근데 경쟁이라니 아이, 싫어. 싫어.
하지만 사 주신 책으로 리뷰를 쓰지 않는 것은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관리사무소의 스탠드 불빛 아래서 하루키의 잡문집을 열독 중입니다.
하루키 재밌어요. ㅋㅋㅋ

2011-12-2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읽었습니다. 정말 재미있고, 좋네요. 글이요. 만델라의 첫번째 원칙만으로도 이렇게 길고 재밌고 좋은 글이 나오는군요. 저도 할 수 없이 추천을 눌렀어요.ㅎㅎ
/ 그 여고생들에게 루쉰p님의 안타까움이 전달될 무슨 좋은 방법은 없었을런지.. 안타깝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진정한 호의가 깨끗이 원 모습 그대로 전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개미`의 페로몬처럼?! / 그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는 루쉰p님의 모습은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 같습니다.^^

루쉰P 2011-12-21 11:17   좋아요 0 | URL
재미있고 좋으시다니 음 오늘 내린 눈처럼 황홀하네요. ㅋㅋ 전 왜이리 쓸 것이 많은지 쓰다 지쳐 책 소개를 하지 못하는 못난 리뷰어 입니다. 하하^^;
여고생들에게 제 진심을 전하기에는 제가 여고생을 너무 사랑하기에 변태로 취급 받을까봐 다가가지를 못하는 점도 있습니다. 크흑!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진짜 책 샀는데 읽어야죠!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면요. 흐흐

2011-12-24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12-26 17:05   좋아요 0 | URL
아 예수의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기는 아이리시스님 ㅋ 감동 먹고 있네요. 미천한 제 서재에 들려 이런 사랑의 메세지를 ㅋㅋ 전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매며 인생을 구원할 장도를 찾는 중이에여 ㅋㅋㅋ 뭔가 희미한 빛을 보았다고 할까요. 하루키의 잡문집 리뷰는 곧 선 보입니다. 2011년 마지막 선물로요 ㅋㅋㅋ
 
만델라스 웨이 - 넬슨 만델라의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개의 길
리처드 스텐절 지음, 박영록 옮김, 넬슨 만델라 서문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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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님께 약속을 지키지 못 해 죄송하는 말씀을 드리며 

현재 만델라스웨이에 대한 치열한 사색을 하고 있습니다. 

폭풍 집필을 하고 있으니 안심하시옵고, 앞으로 이틀 간 그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완전 죄송해요. T.T 원래 달 말에 쓸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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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1-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어요. 얼른 폭풍 집필 마감할 날을 기대할게요.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11-0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주님,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1-11-0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이틀간이나 폭풍집필.
이번에도 엄청 긴 리뷰 하나 나오겠구만요.... 홍홍,

하늘바람 2011-11-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풍 집필 엄청 부러워하고 있네요

자하(紫霞) 2011-11-08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서 와봤더니...
폭풍집필중이시군요!^^

pjy 2011-11-1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 기대되는군요^^
 
액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얘들아! 안돼! 거기는 올라가면 위험해!" 


"서서 타면 자빠져, 앉아서 타야지!" 
 

추석 날은 근무였다. 난 아침부터 출근해 사무실 앞에 있는 놀이터에 대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치고 있었다. 

 
3살부터 11살까지 온갖 나이들의 아이들이 놀이터에 방출돼 있었다. 잠옷을 입은 아이, 한복을 입은 아이, 가지각색의 옷을 입고 한껏 복장을 뽐내며 있는 이 곳은 패션 일번지 추석의 놀이터! 
 

 "우헤헤" "꺄하하하" "아하하하!"  


30여명의 아이들이 정신을 놓은 채 침을 흘리며 해맑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 옆에서 나는 미끄럼틀 지붕을 올라가거나 시소를 서서 타는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파란색 티셔츠인 근무복을 입고 수염을 기른 채 안절부절 서 있는 나를 보면 아이들은 더 신나나 보다. 아무리 소리쳐도 여전히 미끄럼틀 지붕에 올라가고 있고, 시소는 서서 타며,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서로 나눠 먹으며 쓰레기는 바닥에 버린 채 나에게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있다. 
 

난 유령인가? 아이들의 혼잡한 함성 소리와 함께 나의 머리도 혼잡해 졌다. 조금이나마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조용하고 서늘한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으면 또 아이들이 밀고 들어 온다. 
 

"아저씨, 물 주세요!" 
 

‘얘들아, 여기는 물 먹는 곳이 아니란다. 여기는 너희들의 부모님의 안전을 지키는 최전방 요새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초롱초롱한 눈꼽 낀 아이들의 눈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정수기에 일렬로 세우고 물을 따라 주게 된다. 
 

그런데 한, 두 명이 아니다. 일렬로 줄을 세워 먹일 정도로 밀려 들어온다. 여긴 관리사무소인가? 유아 방인가? 난 어린이 집 선생님인가? 난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 한 모금씩 먹은 아이들은 꼭 이렇게 한 마디씩 남기고 간다. 
 

"아저씨는 여기서 뭐해요?" 
 

그리곤 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저희들끼리 얘기하며 달려 나가 버린다. 
 

‘질문을 했으면 내 대답을 좀 들어줘.’ 난 마음 속으로 외친다. 그리고 남아 있은 아이들에게는 내 존재감을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해 이 곳이 어떤 곳인지 난 무얼 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나 녀석들은 물만 먹고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쪼르르 달려 나가 버린다. '뭐야?'라는 눈빛을 한 채 말이다. 
 

그래도 이 적막한 곳에 아이들이라도 물을 먹고 가니 '훈훈하다, 따뜻하다' 라고 홀로 위안을 삼지만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짜증지대로다'라고 훅하고 올라 온다. 
 

내 안의 그는 나에게 말한다. 
 

‘이게 뭐하고 있는 짓인가? 32살에 먹은 내가 10여살 먹은 아이들에게 내 존재감을 심어주기 위해 설명을 해야 하나? 도대체 뭐 하고 있는 짓이야!’ 
 

내 안의 또 다른 그도 말한다. 
 

'이게 인생이야. 왜 넌 그런 현실을 거부하지. 이런 친절은 당연히 베풀어야 해. 넌 오늘 하루 저 아이들의 부모가 되는 것이다!’ 
 

책상 옆에 붙어 있는 큰 전신 거울을 앞에 두고 이리 저리 움직이며 주저리 주저리 말을 하며 모노 드라마를 찍고 있는 나 자신, 어느 새 거울 앞에서 어느 포즈를 하며 말을 해야 멋진 가를 연구하고 있는 나 자신. 자랑스럽다. 자랑스러워. 
 

그리고 오전 11시가 조금 넘으니 그 많던 아이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마치 전염병이 휩쓸고 가듯이 말이다. 분명 밥 먹으러 갔겠지. 완벽한 시간 관리다. 녀석들 훈련 받았어. 프로야. 
 

조금 조용해 지니 이번에는 경비 반장님과 경비 아저씨들이 오셨다. 경비실에는 정수기가 없어 항상 빈 페트병을 들고 아저씨들은 하루 한 번 사무실을 방문 하신다. 잦은 관리사무소 출입은 루쉰P 반장의 개인적 자유를 침해한다며 경비 반장님은 아저씨들에게 지시를 해 굳이 하루에 한 번만 오신다. 추석 때 근무의 짜증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분노를 폭풍처럼 쏟아냈다. 
 

"다 미쳐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말이죠. 왜 추석 날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지 그것도 짜증나요.” 
 

난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페트병에 뜨거운 물, 찬 물을 번갈아 담으시던 반장님은 씨익 웃으시며 
 

"힘들지, 힘들어, 근데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아침에 눈을 떠서 어딘가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를걸. 루쉰P반장." 
 

모자는 삐뚤게 쓰신 채 페트병에 물을 채우며 말씀하시는 경비 반장님, 그리고 경비 반장님의 말씀에 ‘역시 반장답다’는 듯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있는 경비 아저씨들.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이 분들은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토끼 같은 귀여운 손주들도 있을 것이고 장성한 자식들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을 뒤로 놓은 채 일하시는 이 분들, 여기가 내가 모르는 무언가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곳인가? 
 

"루쉰P 반장, 놀아본 적 있어?" 
 

경비 반장님 다음 순번의 물 뜨시는 경비 아저씨를 지켜보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저도 1년간 논 적이 있어요. 예전에요." 
 

"그래, 그때를 기억해. 사람은 누구나 환경이 조금 나아지면 예전 일은 까맣게 잊게 마련이니까."
경비 반장님은 저런 애매모호한 말을 남기시고 아저씨들을 대동하신 채 물이 찰랑찰랑 거리는 병을 들고 관리사무소를 나가셨다. 
 

‘그때를 기억하라.’ 그래, 난 기억하고 있다. 아주 절절하게 직장 없이 방황하던 그 시절을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난 백수였다. 책방을 그만두고 1년여 시간 동안 직장도 없이 그 어떤 돈벌이도 없이 난 집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은 내 일기장에 고스란히 적혀있다. 
 

난 매일 일기를 쓴다. 향후 100년 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내 인생에 대한 일기를 19살 적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쓰고 있다. 400페이지 노트로 무려 8권이나 되는 분량인데 심심할 때는 뒤적거리며 읽기도 한다. 
 

백수 시절 일기를 조금 발췌해 본다면 이런 기록이 남겨져 있다. 
 

2009년 9월 15일
‘죄와 벌’을 읽고 있다. 돈 많은 노파가 있는데 그녀는 돈을 모아만 놓은 채 그녀가 죽으면 그 돈은 영원히 같이 묻혀져 버릴 것이다. 가난한 대학생인 나는 그녀를 살해한 후 그 돈을 전도가 유망한 청년에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주는 것이다. 대신 난 그 돈을 한 푼도 나를 위해 쓰지 않기로 결심을 하는 것이다. 얼마나 굉장한 이론인가. 가진 자, 못 가진 자의 세상. 담배가 없어 꽁초를 모아 A4용지에 말아 피다가 연기가 너무 심하게 나서 어머니에게 맞아 줄을 뻔했다. 꽁초는 사전 종이로 말아 펴야 한다.

2009년 10월 24일
요즘 어머니 심부름으로 길을 나서면 바닥만 쳐다 보고 걷게 된다. 혹시나 돈이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묘한 기대감 때문이다. 묘한 기대감이 인간을 망치고 있다. 
 

2010년 1월 11일
며칠 전 폴 오스터 전집을 팔았다. 겨우 7만원. 세트로 모은 것인데 말이다. 슬라보이 지젝의 여태껏 모은 저작도 모두 팔았다. 13만원 받았다. 다 팔고 있다. 책들을. 피 땀 흘려 모은 책들인데 말이다. 
 

2010년 3월 16일
이력서를 아무리 넣어도 답장이 없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컴퓨터가 망가졌나? 아니면 내 취직을 가로막는 어떤 집단이 있는 것일까? 
 

일기를 이렇게 열심히 읽으며 그가 계속 떠 올랐다. 나와 같은 기억을 가진 자, 그러나 승리한 자.
버크 데보레, 그는 나보다 30여 살이 많다. 50살의 중년 가장으로 마저리란 아내와 함께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살고 있다. 중산층의 삶을 꿈꾸며 살던 그의 직업은 제지 공장의 중간 관리직이었다. 그가 말한 바에 따르면 산업의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축과 밀레니엄이 다가오는 시대 상황이 자신을 해고 시켰다고 한다. 
 

내 일기를 보면 무직 상태에 대한 원인을 나는 이렇게 파악하고 있었다. 중 3때 공고로 진로를 정해준 담임, 기자로 훈련을 시켜주겠다고 하고 나를 배신한 잡지사 사장, 같이 크나큰 책방을 만들어 보자는 헌책방 사장, 모두 나의 젊음과 꿈을 이용했을 뿐 그 누구도 나를 진정 생각한 사람이 없다고 그들을 저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버크 데보레는 달랐다. 
 

그가 파악한 사회는 이러하다. 
 

아무도 우리를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 아무도 우리에게 빚을 지지 않았다는 것. 일자리와 봉급과 중산층의 멋진 삶은 권리가 아닌,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전리품입니다.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내가 그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야’ 
 

그의 표현에 따르면 나 같은 인간은 ‘세상이 자신에게 봉급을 빚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버크 데보레 가족은 나보다 더 현명했다. 마저리는 데보레가 해직 통보를 받자 마자 케이블 TV를 끊었고, 식탁 메뉴를 돈이 더 적게 드는 것으로 바꾸고, 보던 잡지도 끊고, 마트에서도 천천히 구경하며 쇼핑하지 않고 살 것만 샀다. 
 

그에 비해 무직인 그 때의 나는 헌책방에서 받은 퇴직금 150여 만원을 받아 그 돈으로 한 달 동안 다른 일자리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사실 놀러 다니고 있었다. 
 

버크 데보레가 말하길 
 

해고된 직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처지를 그저 예기치 못했던 휴가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즉시 다른 회사에 취직이 될 거라고 믿는다. 
 

웁스, 완전 나를 파악했다. 난 내가 그렇게 1년여 시간 동안 쉬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력서만 넣으면 나를 뽑아갈 곳이 너무나도 많을 것이라 정신이 유체이탈 돼 있던 것이다. 

 
해고 자체가 거의 모든 산업에서 너무 광범위하게, 그리고 일률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채용하는 회사의 수가 해고하는 회사의 수를 압도할 수 밖에 없다. 실직자는 매일 수천 명씩 늘어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만 간다. (중략) 회사들 사람을 뽑아 자신들의 조건에 맞게끔 교육시키기 보다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을 원한다. 이미 다른 곳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사람. 적은 보수와 혜택에도 맡겨진 일에 의욕을 불태울 사람. 

한강 변에도 가 봤고, 고속터미널 도서관에도 가 봤다. 나와 같은 동지 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가끔씩 마주치는 노인석에 앉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이 분들은 대 부분 홀로 앉아 계신다. 차창 밖을 바라 보시거나 그냥 멍하니 앞을 보고 계신다. 그리고 하염없이 전철에 몸을 맡긴 채 있다. 정부에서 제공해 주는 무료 전철표를 받아 그냥 한 없이 자신을 인생을 전철과 함께 태워 보내고 있었다. 
 

나라고 이 분들과 틀렸을까? 절대 아니다. 돈이 다 떨어지고 차비 밖에 안 남았을 때 난 인천까지도 가 봤다. 물론 나의 정신적 동지 할아버지 한, 두 분도 함께 계셨고 말이다. 
 

그에 비하면 버크 데보레는 얼마나 현명한가? 그는 ‘공식은 냉혹하고 실재적이고 무자비하다.’며 돈은 바닥났고, 자신과 가족들에게는 시간이 없다고 결심을 내렸다. 어떻게 해서든 취직을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자신은 무엇이든 솔선해서 처리하는 스타일도 아니며 획기적인 무언가를 발명할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제지 공장을 차릴 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일자리가 필요할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치만 자신과 같은 사람은 넘쳐나고 일자리는 너무 적으며, 모두가 나만큼의 경력과 의욕과 능력을 지닌 이들이라고 상황을 잘 파악했다. 
 

근데 나는 무슨 배짱인지 어떻게 되든 잘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돈이 다 떨어져 10평 밖에 안 되는 방에 쳐 박혀 있어도 누군가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게다가 핸드폰이 끊겨서 연락도 안 되는 지경에 빠져도 무언가 어떤 것이 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버크 데보레의 말처럼 필요한 것은 일자리였다. 우리 어머니가 병원을 갈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내가 전철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타고 갈 수 있는 일자리, 가족들 생일에 케잌 이라도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일자리, 담배 피고 싶을 때 한 갑만이라도 사서 필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그 일자리 말이다. 
 

내 주머니에 100원 한 푼 없을 때의 절망감이란 글로도 쉽게 표현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돈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를 잘 알기에 미친 듯이 투기를 하고 돈을 벌려고 눈에 불을 키고 살아간다. 노신 선생이 말하지 않았는가 돈이 내 주머니에 들어와 불룩해져 무게를 느끼면 생명의 무게처럼 느껴진다고 말이다. 
 

내 적은 기업가들이다. 내 적은 주주들이다. 요즘에는 전부 공기업이다. 그리고 주주들은 투자 수익에만 관심이 있다. 제품이나 전문 기술이나 회사의 명성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주주들의 관심이 오로지 투자 수익에만 묶여 있으니 회사에 별 애착이 없는 임원들만 신이 날 수밖에. 그런 이유로 작업 현장은 점점 더 척박해져 가는 것이고, 그들은 회사나 스태프나 제품이나 고객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다. 사회의 선을 추구하는 것 역시 애초부터 그들의 목표가 아니었다. 주주들의 투자 수익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이다. 민주주의 밑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목적으로만 리더들을 지지하는 것 말이다. 그런 이유로 항상 흑자를 내고, 주주들에게 두둑한 배당액을 보장하는 유량기업들이 한 푼의 이윤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해, 그래서 임원들의 백만 달러, 천만 달러, 이천만 달러짜리 보상 패키지를 보장하기 위해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한다. 이 바닥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적이 누구인지, 하지만 적을 안다고 해결된 건 없다. 당장 주주 천 명을 죽인다고 내가 뭘 얻을 수 있겠는가?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이천 명의 쓸 만한 직원을 해고한 임원 일곱 명을 죽인다 한들 내가 뭘 얻어낼 수 있겠나? 내게 득 될 건 아무것도 없다. CEO와 그들을 그 자리에 앉힌 주주들이야말로 내 진정한 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이 사회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문제일 뿐 내가 개인적으로 챙겨야 할 일이 아니다. 
 

이 서늘할 정도의 날카로움, 이것이 버크 데보레다. 그는 이런 생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나보다 한 단계 더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괴로웠던 것도 이런 문제였다. 돈이 없는 것은 내 현실이었는데 난 내 적을 알고 싶었다. 나를 이 지경까지 몰아세운 그 존재들 말이다. 
 

코카콜라 하나를 먹고 싶어도 말을 하지 못하고, 담배를 피고 싶으면 어머니 심부름을 하고 받은 잔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서 담배를 사는 이런 현실을 뒤로 한 채, 난 내 적이나 찾고 있었던 것이다. 득 될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난 버크 데보레에게는 없는 것이 있었다. 무직의 생활을 연속해서 이어 갔던 나에게는 사람들이 있었다. 폐인처럼 있던 나에게 슬며시 방문을 열고 아무 말 없이 2만원이든 만원이든 두고 갔던 누나, 욕을 하시면서도 밥 챙겨 주시던 어머니. 
 

어느 날은 아버지가 불러 나갔는데 별 말 없이 삼겹살 집에서 나를 앉혀 놓고 고기를 구우셨다. 그리고 나에게도 소주를 따라주고 자신도 드시고 그렇게 둘이 아무 말 없이 고기를 먹었다. 아버지는 다 먹고, ‘배 부르냐’ 한 마디만 하셨고, 난 아버지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버크 데보레의 아버지는 그에게 권총을 남겨 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게 빼앗은 총을 말이다. 그 총으로 버크 데보레는 자신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찾기 위한 작업을 착수한다. 그 작업이란 자신이 들어갈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과 그리고 자신보다 조금 뛰어난 이력을 지닌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다른 지원자가 몰리기 전에 착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여기서부터 나와 데보레는 길이 갈렸다. 물론 데보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상황을 난 잘 알기 때문이다.

데보레는 자신의 아버지는 죽여 할 적이 명확한 시대에 살았다고 자신처럼 누굴 죽여 할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 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난 내 아버지에게 평생 페인트 미장이 일만 하는 것에 대해 한탄했었다. 다른 일을 좀 해보지 왜 그런 일만 하는 것일까? 도전 의식이 없다고 말이다. 근데 30살이 돼서 무직이 된 처지에 나를 곰곰이 들여다 보니 남자가 나이를 먹고 직업을 바꾼 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별 볼 일 없다 할 지라도 평생을 해 온 직업이면 그 속에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고, 삶이 묻어 있는 법이다. 그리고 냉정한 공식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바꾸고 살아 가기란 어렵구나란 것을 난 그 때 알았다. 아버지도 고생하는구나.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도 같이 알고 말이다.

냉소주의적이고 자신만의 삶을 위해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 버크 데보레와 난 여러 가지로 다르다. 집에만 쳐 박혀 있는 나를 위해 1톤 차에 태워 물건 나르는 일도 시켜 준 선배도 있고, 일부러 만나자고 해서 밥도 사 주던 친구도 있었다. 그들은 살고 있었다. 적들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1년을 버텼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버크 데보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은 시간이었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게 살지를 못한다. 나를 살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비 반장님의 기억하라는 말이 소용돌이쳐서 나를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감동! 왠지 나를 찾아온 석가나 예수의 재림 같다고 느껴지며 그 전보다 더 공손하게 경비 반장님을 대했다. 
 

근데 그저께 화단에 오줌을 싸는 건장한 어른에게 육두문자를 쓰시며 욕하는 모습을 보며 석가나 예수의 재림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난 결론적으로 버크 데보레의 사상이 참으로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거부할 수도 없음을 말이다. 하지만 모두들 버크 데보레처럼 생각한다면 살기 무서울 것이다. 이 사람의 삶 속에는 무직자의 삶이 아주 처절하게 그려져 있다. 나 역시 그런 부분에서는 공감하고 말이다. 하지만 삶은 다채롭고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지니고 있다. 
 

괴로워도 즐거워도 살아가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 해도 말이다. 아이들이 나를 무시해도 말이다. 
 

그저께는 새벽 2시에 눈이 빨간 술에 취한 광인 주민께서 관리사무소를 두들기며 나를 깨웠다. 일어난 나에게 ‘너 잤지, 잠 잤지’라며 (원래 관리사무소는 잠을 자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시간을 같은 소리를 반복했는데 버크 데보레의 권총을 좀 빌렸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로. 

 
막상 버크 데보레와 나의 간격은 좁은 듯하다. 그러나 난 그 길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좁다고 한 들 그 틈은 있을 테니 말이다. 인간의 길로 가는 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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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30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2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10-0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처음 문장을 보는 순간 루쉰님의 모습을 보면서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홀든이 연상되었어요 ^^;; 게다가 홀든이 사회에 적을 두고 반항했다면
버크 데보레는 기업가에 대해 적대적이었군요.

루쉰P 2011-10-02 11:18   좋아요 0 | URL
ㅋㅋ 홀든 정도의 사람이 되다니 부끄럽네요. ^^ 저 <호밀밭의 파수꾼> 구입 했어요. 읽을려구요. 시루스님의 리뷰보고 감동을 받아 샀습니다. 음 생각해 보니 민음사에서 시루스님께 인센티브 좀 줘야 할 듯. ㅋㅋ
버크 데보레는 기업가와 사람들에 대해 적대적 이었던 것이죠. 그의 중심은 일자리로 표현되는 돈이니 말이에요. 인간이 만들어낸 화폐가 결국엔 인간을 종으로 부리는 그런 삶 속으로 빠져든 것 같아요. 근데 저 역시 거기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 지 고민입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10-0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이 사는 아파트엔 희한한 인간말종들도 있습니다.나이든 경비원에게도 막 대하는 이들이 있는데 젊은 경비원에게는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뚜렷한 정답이 없습니다.아파트에서 겪은 체험을 글로 쓰면 풍속사의 좋은 자료가 될 겁니다.꽤 오래 전에 아파트 경비원 체험담이 논픽션 공모에 당선된 적도 있었죠.

루쉰P 2011-10-02 11:20   좋아요 0 | URL
풍속사의 좋은 자료라...구미가 당기는데요. ㅋㅋ 논픽션 공모에 당첨됐다니 저도 가능성이 있는 것일가요! 왠지 이 화창한 일요일 근무를 서며 노자님의 댓글을 보며 그 어디선가 밀려오는 희망이 보이네요. 헤헤
희한한 인간말종들 ㅋㅋ 우리는 JS라 불러요. 진상이라는 뜻이죠. 헤헤 근데 입장 바꾸면 저도 어디선가 진상 짓을 하고 있다고 느껴요. 인간이란 공통점이 많으니까요. ^^

아이리시스 2011-10-03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루쉰님도 조만간 논픽션에 도전하시는 거예요?^-^

어느 공동체나 그렇지만 아파트에서 한번씩 다툼나면 반드시 경비원아저씨를 둘러싼 일이죠. 시시비비야 어쨌든 세상에 실수없는 사람 있나요, 생활공간에서 뭐그리 옳고그름 따질 일이 있다고, 물론 큰 손해나 잘못이라면 마땅하지만요. 싸움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못을 잘못됐다고 하는 이는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무작정 JS짓은 꼴불견이죠. 그래도 루쉰님은 대부분 쿨하게 잘 밟고 가시니까 맘이 놓여요. 그런데 <액스>는 별 세 개네요?

루쉰P 2011-10-05 15:30   좋아요 0 | URL
하하 논픽션이라 그러면 너무 좋겠어요. ㅋㅋ 하지만 그러기에는 실력이 너무나도 부족해 시간 좀 걸릴 것 같네요. ^^

어찌보면 주민들을 판단하는 것도 저의 시각이겠죠. 제 입장에서는 귀찮고 힘드니까 주민들에 대해 적대시 하고 왜 저러나 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이번 리뷰를 쓰면서 느끼는 것인데 직장 생활은 참으로 힘들지만 여기서 돈 벌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그리고 내가 책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베풀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기에 고맙다라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
백수를 떠 올리니 진짜 끔직하더라구요. 하하하

<액수>는 별 세 개인데 내용은 참 좋다고 보여져요. 그리고 버크 데보레가 왜 그렇게 해야 만 하는지에 대해 논리가 상당히 치밀합니다. 전 참 좋은 책이라 여기지만 그 사상의 무서움 때문에 별 세 개에요. 전 좀 주관적 별 달기를 합니다. 푸하하하!!

2011-10-03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10-05 15:34   좋아요 0 | URL
하하하 야무님의 마음에 들었다니 완전 좋아용~~ 몸을 베베 꼬는 중, 혹시 남자 분이시라면 토하지는 마세요. ㅋㅋㅋ 아픈 기억들이 당시에는 아픈데 뒤돌아 보면 그 상처가 굳어 있기에 그 때 왜그리 아팠던가 다시 곰곰히 생각하게 됩니다. ^^ 인생에 있어서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인 것을 어느 샌가 알겠더라구요. 아픔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인생이다라구요. 그렇다면 이 아픔, 무지하게 아파주면서 가겠다는 것이 제 인생관이에요. ㅋ
그치만 너무 아프면 돌아버릴 지경이죠. -.-

페크pek0501 2011-10-0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좀 기네, 하면서 읽다보면 어느 새 다 읽게 되는 건, 루쉰님의 글입니다.ㅋ 주인공과 자신의 삶을 병행시켜 쓰신 글, 잘 읽었어요. 마음이 좀 짠합니다. 저의 지난 젊은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사실,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 좋은 일이 생기길 기다리면서 산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우리에겐 글쓰기라는 취미가 있으니 그 기다림이 남들보단 덜 지루할 것이라는 말씀을 전합니다. 파이팅!!!!!!!!!!을 외치며...

루쉰P 2011-10-05 15:36   좋아요 0 | URL
저도 쓰면서 좀 기네 하면서 쓰다보면 다 쓰게 됩니다. ㅋㅋㅋ 소설을 읽으며 제 삶과 겹쳐지는 것은 어느 소설이나 부분 부분 있다고 보여요. pek0501님의 격려에 항상 감사드려요. 전 저만 아프다고 하는 엄상쟁이에요. 다른 사람들도 다 아픈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들구요. ^^ 젊은 시절이 떠 오르셨다고 하니 궁금해지네요. ㅋㅋㅋ

전 글쓰기라는 취미가 있어 사는 것 같습니다. 글 쓰면서 복수하는 것 같아요. 하하하 쪼잔해...

2011-10-0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글을 맛깔나게 잘 쓰십니다. 그리고 세상살이의 만만찮음을 팍팍 느끼게 돼요. 뭔가 소설같기도 하구요. 루쉰님은 작가가 되심이 어떨지요.
그나저나 엑스의 주인공은 대단하군요. 저렇게 냉철한 사고의 결과가, 가장 황당한 실천으로 귀결되는 것이라니요.

루쉰P 2011-10-05 15:39   좋아요 0 | URL
맛깔나다니 감사할 뿐이에요. 작가라...전 너무 미흡해 그 정도의 사람은 되지가 못할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독자가 제 인생에 있어서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맛깔나는 글 쓰는 것은 섬님이 저보다 한 수 위이신 것 같은데요. ^^

액스의 주인공은 '죄와 벌'의 주인공의 현대 모습인 것 같더라구요. 아!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그의 논리에 허점을 찾지를 못 하겠어요. 작가의 힘이겠죠. 완전 공포에 쩔면서 읽었어요. 하하하

자하(紫霞) 2011-10-11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쓰는 글마다 당선작이 되는군요.
축하드려요~^^

2011-10-12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10-11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언제 올라왔던가요?
한동안 바빠서 못들어왔던 시기에 올라온 글이었나봐요.
중간까지 읽다가 말고 일단 댓글부터 달아봅니다.

요 위에 베리베리님 말씀처럼 쓰는 글마다 당선이 되시는 군요!
부러워요! 루쉰님! ^^

루쉰P 2011-10-12 17:55   좋아요 0 | URL
앗! 감은빛님 너무 반갑습니다. 제가 한 달 한 편 리뷰 주의를 사수하고 있습니다. 잠깐 정신 팔면 쓰지도 못하고 한 달이 가더라구요. 개인적으로 하는 공부와 함께 틈틈히 읽는 책에 대한 리뷰이기에 쓰고 또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한 달에 한 편이 저에게 딱 맞더라구요. ㅋㅋ

제 글이 워낙 길어 항상 중간 밖에 못 읽으셔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정말 짧은 리뷰 한 번 도전해 볼려구요. ㅋㅋ

쓰는 글마다 당선이라니 완전 부끄러워 환장할 지경입니다. ^^;;

꼬마요정 2011-10-1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쓰시는 글마다 당선작이라니.. 역시 알라딘은 글 보는 눈이 탁월합니다.^*^

이 글을 읽고 저도 감히 같은 걸 느껴봅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울지 마, 팔레스타인'을 보면서도 느낍니다. 먹고 자는 문제가 국가나 민족, 이념보다 더 크다는 거..

루쉰P 2011-11-01 17:2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번에는 당선이 안 되겠는데요. 아무 것도 쓰지를 못 했거든요. ^^ 죄송해서 어쩌죠. 헤헤 읽어 주시는 꼬마요정님의 눈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항상 부끄러운 글이라 여기고 있어요.

먹고 사는 문제,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빈곤선이라 불리는 것, 인간선이라 불리는 경제적 선. 그것이 어찌보면 인간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선이라 보거든요. ^^

pjy 2011-10-2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과 일상이 아주 절묘하게 마주하는군요~ 멋진 글솜씨의 루쉰p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루쉰P 2011-11-01 17:23   좋아요 0 | URL
하하 절묘하게 마주한다고 하시니 이거 더욱더 마주하기 위해 기를 써야 겠군요. 요즘은 만델라를 읽고 있는데 어떻게 제 삶과 밀접하게 만들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멋진 글솜씨라고 하시다니 제가 더 놀랐어요. 하하하 로설의 매니아에게 로설 하나 쓰지 못하는 부족한 저라는 생각에 작아질 뿐입니다. ㅋㅋㅋ
 
거짓자유서 루쉰문고 14
루쉰 지음, 이보경 옮김 / 그린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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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너무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서재에 안 들어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여전히 들어 오고 있습니다. 몰래요. 태생이 변태인지라 그런지 훔쳐 보고 나가곤 합니다. 진짜 변태인 것 같습니다.

들어 오면 절 궁금해 하는 그대의 글에 뭐라고 한 마디 쓰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쉽게 자판을 두드리지를 못 했습니다. 7월은 저에게 무척이나 버거운 달 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위도 비도 무엇 하나 저를 쉽게 냅두지를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날 때 우리 동네도 산사태가 났습니다. 친구의 집도 잠겨 버렸구요.

그 친구의 가족들이 몇 십년 동안 살았던 집이 진흙 속에 쳐 박혀 있을 때 전 아무 것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습니다. 친구와 대화 했던 방에도, 그와 라면을 끓여 먹던 거실에도 진흙, 그리고 물이 어디서 왔는지 가득차 있더군요. 나름대로 도와 준다고 했지만 친구 마음의 상처까지는 도와주지를 못 했습니다.

친구는 저에게 그러더군요.

'이번 기회에 싹 다 바꾸는 거지 뭐! 내 방 벽지는 마음에 안 들었거든'

난 마음에 들었어 그 벽지가 지금은 진흙이 삼켜 버렸지만 난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땡볕에 흙 묻은 가구들, 책들을 털고 있는 그 녀석에게는 말하지 못 했습니다. 같이 웃으며 너는 정신이나 쓸려 버렸어야 하는데 라며 나름 무서운 농담도 했습니다.

다케우치 요시미는 '루쉰'이라는 저서에서 그의 철학 중 핵심은 '생명은 살아가야 한다'라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살아야 합니다. 어쨌든 무슨 이유가 됐든지 말이지요.

친구의 집 마무리 했을 때 저에게는 루쉰 선생의 '거짓자유서'가 배달 됐습니다. 전 책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지요. 책은 친구가 보내 준 것입니다. 고맙다고 말이지요. 자기가 돈이 없어 비싼 책은 사주지 못하니 이거라도 일단은 만족하라고 말이지요.

    
  어느 날 한 학생이 루쉰 선생에게 책을 구입하러 왔다. 학생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루쉰 선생의 손바닥에 놓았다. 그 돈에는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자신의 책에 영향을 받은 청년이 앞으로 어떤 인생을 걸을 것인가. 루쉰 선생은 '그 체온이 내 마음에 낙인을 찍었다.'라고 썼다.
   
    


친구가 나에게 사 준 책 역시 제 마음에 낙인을 찍었습니다. 돈이 얼마건 말입니다. 

왜? 괴로운 일은 돈이 없고 권력이 없는 사람만 겪는 것일까요? 항상 두고 두고 곱씹으며 생각을 하지만 참으로 괴로운 고민입니다.

전 '거짓 자유서'를 펼쳤습니다. 자유라면 자유지 왜 거짓을 붙였을까요? 루쉰 선생은 참으로 풍자를 좋아합니다. 

이 책이 쓰여진 시기는 1933년 입니다. 루쉰 선생의 날카로운 잡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글이 짧다고 해서 쉬운 내용이 아닙니다. 책도 얇고 가지고 다니기 편하니 한 번 읽어나 봐야 겠다라고 고르시면 큰일납니다.

제가 루쉰 선생의 잡문을 볼 때 즐겨 참고 하는 책이 있습니다. <루쉰 잡문 예술의 세계>란 책입니다. 그 책에는 루쉰 선생의 잡문에 대해 이런 글을 써 놓았습니다.

    
  루쉰의 잡문은 시사적인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어 당시의 시대배경을 알지 못하면 독해가 쉽지 않은 만큼 안내서가 필요하다.  
    


'거짓 자유서'는 딱 저 평에 맞는 책입니다. 이 책이 쓰여 졌을 때는 1927년 상해로 루쉰 선생이 피신을 온 이후 딱 6년이 지난 시기입니다. 국민당 정권은 공산당을 전멸시키기 위해 '청당운동(당을 깨끗이 만든다 즉 공산주의자를 색출해 죽인다)'을 벌인지 6년 째 였습니다. 더욱이 국민당은 장제스를 중심으로 한 군사전제주의 정권을 창출해 남경에 정부를 두고 테러를 거듭해 사람들을 마구 잡이로 죽이는 와중 이었습니다.

언론은 이런 국민당의 앞잡이가 돼 민중을 위한 글이 아닌 국민당의 입이 돼 민중을 기만하고 속이고 있었죠. 게다가 출판 검열도 엄격하게 강화돼 출판되는 책들은 과감하게 정지를 시키거나 만약에 나오는 책은 아주 치밀한 검열을 실시 했습니다.

 치밀한 검열이라는 것은 출판되기 전에 국민당 소속의 검열관들이 책 내용을 보고 삭제해야 될 문장을 교묘하게 지우고 출판을 해 버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민당의 장제스는 아주 못된 놈이다.'란 문장이 있다면 검열을 거치면 '국민당은 이다'고 출판이 되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속에서 루쉰 선생은 1932년부터 1936년까지 무려 80여개의 필명을 사용하며 게릴라 전법을 쓰며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하 루쉰 선생은 참으로 자유롭지 않으셨죠? 아, 참 근데 제가 그 얘기를 빼 먹은 것 같습니다. 제가 왜이리 루쉰 선생을 좋아하는지 그 이유 말입니다. 이거 또 얘기가 길어질 듯 합니다. 참으실 수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매번 죄송한 마음만 간직한 채 글을 또 길게 쓸 작정입니다.

 제가 그 얘기는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20대 중반 시절이었습니다. 전 사법 시험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아!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글을 이제 쭉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사법 시험을 패스할 만한 실력도 없었고, 그리고 공부를 했지만 1차는 커녕 그 어떤 결과도 얻지를 못 했습니다. 정말 저 문장 그대로 '사법 시험을 공부한' 적이 있는 것입니다.

 대학을 중퇴한 실력의 제 인생의 앞 길을 생각할 때 전 무엇인가 로또와 같은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한 번에 신세를 역전할 수 있는 그런 출세의 길 말입니다. 그런 저에게 있어 사법 시험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 시험만 합격하며 그동안의 찌질한 인생은 안녕, 그야 말로 럭셔리한 인생의 길로 접어 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의? 인권? 그런 것 따위는 제 뇌에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개인의 출세, 신세 역전, 그것만이 제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더 무서운 것도 고백을 해야 겠습니다. 그 때 '거짓 자유서'를 선물 했던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해 직장은 다닌지 4년 정도가 됐었습니다.

친구는 오토바이 공장에서 클락션을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알바를 하다가 가끔 놀러 가곤 했는데 그 친구는 베트남 노동자들과 음침한 공장의 구석에서 클락션을 손으로 누르고 있는 모습을 항상 보곤 했습니다.

음침한 그 곳에서 '빵' '빵'하고 울리는 소리와 함께 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친구를 보며 저는 속으로 내심 '난 사법 시험을 공부하고 있어, 이 시험만 합격하며 저런 삶을 살지는 않을꺼야'라는 생각을 하는 그런 놈이었습니다.

참 무섭지 않습니까? 후에 '아Q정전'이란 루쉰 선생의 소설을 읽고 나서 제 정신병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 아Q와 같은 정신승리법을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Q는 자신의 성도 모르고, 힘도 없습니다. 단지 자존심만 강합니다. 그래서 자주 싸움을 합니다. 그리고 집니다. 그러나 자신을 때린 상대가 자리를 뜨면 '아들한테 당한거나 마찬가지다'라며 자신을 위로하며 비참한 우월감에 빠집니다. 그리곤 항상 승리하는 기분을 느낍니다.

일본 문학가가 분석했듯이 이것은 승리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하고 패배에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놈보다는 낫다'고 큰 소리 치며 자신을 속이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한문으로 빼곡히 적힌 민법 책을 옆에 끼고 거리를 걸어 다니며 지나 가는 대학생들을 곁눈질하며 

'난 이런 공부를 하고 있어 그러니 네 놈들처럼 좋은 대학이나 다녀서 고만 고만한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는 나아' 라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제가 어땠는지 아십니까? 한문으로 적힌 민법 책을 책상에 피고 아무리 봐도 하루에 2페이지나 나가면 잘 나갈까 그러지도 못하고 한문 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어제 읽은 한문도 기억을 못 해 다시 찾아 보는 그런 '정신승리법'의 대가 였습니다. 이런 제가 자신의 모든 환경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발버둥치며 성실하게 살고 있는 그 친구를 보며 너보다는 낫다며 우쭐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기만적인 삶 전 그 속에 허우적 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것이 겨울이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 그 때 또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도시에 위치한 편의점 오전 알바에 자리를 얻어 전 열심히 민법 책을 옆에 낀 채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제 가슴 속에는 계속 계속 어떤 구멍이 커져 갔습니다.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이라고 할까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고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은 저 멀리 있는데 하늘에 있는데 전 현실이라고 하는 땅바닦에서 한 발자국도 못 띄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의 간격처럼 전 그 간격에서 오는 고통을 시간이 갈 수록 처절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편의점 알바도 그러다 보니 대충 대충 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건도 진열도 그렇게 주의를 들어도 던힐 담배 자리에 레종을 꼽아 놓고, 새우깡 자리에 오징어 땅콩을 넣어 놓는 등, 온건한 정신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뭔가에 홀린 듯한 그런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던 곳은 본사 직영으로 운영을 하는 곳이라 점장이라 불리는 분이 같이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호리호리한 몸매, 은테 안경을 쓴 점장님은 면접 볼 때도 그렇지만 일을 할 때보 별 반 말이 없고 조용한 분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실수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씨익 웃으며 자신이 대신 손을 봐주고 해주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좋으신지 나를 보면 항상 씨익 웃곤 하셨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한 달 쯤 지났을까 점장님은 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루쉰P, 민법 책 들고 다니면 무겁지 않아요?"

 '네, 무겁습니다.내가 이걸 왜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걸려 그 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나이를 먹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데 사시라도 공부한다고 얘기하지 않으면 나를 도대체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남의 평판이나 따지는 비루한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제 꿈을 들고 다니는데 무거울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라는 삼류 청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 저 멘트를 나는 날려 버렸습니다.  아무 말 없이 씨익 웃고 마시는 점장님은 그 이후로 그런 질문은 저에게 하지를 않았습니다.

눈이 몹시나 내리던 어느 겨울 밤, 야간 알바가 몸이 아파 빵꾸를 내서 내가 대리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야간 알바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점장님도 퇴근하지 못하고 오후에 퇴근한 제가 올 때까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눈도 많이 와서 차도 가기가 힘드니 오늘은 저랑 그냥 편의점에 있어야 겠다고 점장님은 말을 하고 저랑 둘이 카운터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습니다. 손님도 없고 조용한 그 곳에서 음악만 조용히 나올 뿐, 우리는 침묵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니 배 고프다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호빵이 너무 오래 돌리면 눅눅해 지니 우리가 먹어 치우자며 점장님은 저에게 권유를 했습니다. 조금은 눅눅해진 호빵을 먹으며 우리는 야채냐, 아니면 단팥이 고객들의 선택을 많이 받느냐란 유치한 주제를 가지고 서로 대화를 하게 됐습니다. 

손님들은 오지 않고, 눈은 내리고, 호빵은 점점 먹어 치워지고 그 속에서 점장님과 저의 대화만 하염 없이 쌓여져 갔습니다. 뭐랄까, 자기 자랑도 없고 권위주의적이지도 않던 점장님에게 제가 호감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전 호빵의 껍데기가 쌓임과 동시에 제 고민을 하나 씩 얘기하게 됐습니다. 기만적인 삶에 대해,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대해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제 얘기를 듣던 점장님은 제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루쉰 선생의 이 문장을 저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중국 잔치에는 취하라는 요리가 있지요. 새우가 팔팔 뛰고 싱싱할수록 먹는 사람은 유쾌해지며 흡족해 합니다. 저는 이 요리를 거들고 있는 셈입니다. 착실하고, 그리고 불행한 청년의 두뇌를 명석하게 하고 그 감각을 예민하게 함으로써 만일 재난을 당했을 때의 고통을 배가 시키며, 동시에 청년을 미워하는 패거리를 위하여 배가된 고통을 바라보며 오싹오싹한 쾌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 유항씨에 답하여  

  
 
차라리 모르면 그만이지만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바라 볼 수 있게 된 저는 취하 요리의 새우처럼 감각이 예민해져 고통이 배가된 것 같다고 말을 해주면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이 죽을 것도 모르는 새우가 돼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글이나 읽어 내 고통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 느끼는 그런 새우가 돼 버린 것입니다. 나의 답답한 미래에 대해 그리고 앞 길에 대해 조금이나마 글을 읽었기에 현실을 알아 버리고 거기서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그것들이 나를 맛있게 잡아 삼키려는 이 사회에 오싹오싹한 쾌감을 안겨주는 그런 새우가 된 것입니다.

허나 점장님은 거꾸로 생각하면 그런 고통을 알기에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더 생길 수 있다고 하며 저에게 또 이런 글을 들려 주었습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고향
   
솔직히 격려보다는 이거 뭐 어쩌란 말이냐란 생각이 더 컸습니다. 처음에는 취하요리의 새우와 같아 졌다고 하다니 다음에는 희망은 땅 위의 길과 같다고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점장님은 자신 역시 사시를 공부했다고 저에게 말을 해 주었습니다. 지방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저와 같은 생각으로 사시를 공부했지만 몇 년의 공부 속에서 자신이 얻은 것은 루쉰 선생이었다며 웃어 제끼는 모습을 보며 나보다 더 정신줄을 놓은 것이 아닐까란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장님의 얘기인 즉슨 자신이 사시 공부가 안 돼 답답할 적에 루쉰 선생의 책을 접하고 읽다 보니 주객이 전도가 돼 루쉰 선생의 책에 재미를 붙여 거기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들어 온 이 직장은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신은 여기서 돈을 벌어 일본을 가겠다는 꿈도 저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이 품은 꿈을 실현하고 싶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 날의 대화를 통해 저도 루쉰 선생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고, 루쉰 선생의 서적을 어디서 부터 접할 지 그리고 이 잡문들은 무슨 뜻을 말하고 있는지 점장님과 대화를 하게 됐습니다. 

루쉰 선생의 글 중 
    
어리석고 약한 국민은 체격이 아무리 건장하고 튼튼하다 하더라도 또 아무리 장수한다고 할지라도 결국엔 하잘 것 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관객 밖에 될 수 없지 않는가,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런 일은 불행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정신을 뜯어 고치는 일이다. 그리고 정신을 뜯어 고치는데 유용한 것은, 당시 나의 생각으로는 당연히 문예였다. 그래서 문예 운동을 제창하고자 마음 먹었다. - 외침 서문 중에서   
    
전 이 글을 보고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 줄 모릅니다. 다케우치 요시미는 이 글은 루쉰의 본심이 아닐 것이다라고 했지만 나는 이것이 진심이라고 믿습니다.

사상은 사물을 보는 방법을 바꾸고, 행동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문예야 말로 해 볼 만한 일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알바를 그만두며 점장님께 제 큰 포부를 말씀드렸고, 곧 자신도 일본으로 떠 난다며 자신을 후지노 선생처럼 기억해 달라는 뻔뻔한 부탁까지 점장님은 하셨습니다.

후지노 선생은 루쉰 선생이 일본 유학생 시절, 의사가 되기 위해 가르침을 받았던 선생님이셨는데 다른 나라 학생이라 전혀 차별하지 않고 루쉰 선생을 위해 손수 그의 노트를 가져가 고쳐도 주시는 등, 마음을 많이 써 주신 분입니다. 

뒤에 루쉰 선생은 후지노 선생을 위한 잡문을 썼는데 그 구절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킵니다. 

언제나 밤에 피로가 몰려와 조금 쉬자는 생각이 들 때, 얼굴을 들고 불빛에 비친, 약간 그을리고 야윈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 금방이라도 강한 어조로 말을 걸 듯해, 나는 돌연 양심에 눈뜨고 용기가 넘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 살며시 담배에 불을 붙여 '정인군자(루쉰 선생의 논적들)'무리가 증오 대상으로 삼는 문장을 계속 쓴다.
   
 뻔뻔한 점장님께 그리하마 라고 약속을 한 후, 점장님은 제가 35살이 됐을 때 일본으로 꼭 놀러 오라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그 때가 되면 저를 마음껏 일본 구경을 시켜줄 수 있는 사람으로 돼 있을 것이란 호언장담도 하셨습니다. 

도쿄 신주쿠에 계신 점장님은 그곳에서도 편의점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간간히 오는 편지를 통해 잘 살고 계신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루쉰 선생을 알게 된 계기입니다. 또 글이 길어졌습니다. 면목이 없을 뿐입니다. 항상 이런 글이니 이해를 부탁드린다는 것도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 하겠습니다.

'자유'에 '거짓'이라는 글이 붙은 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루쉰 선생이 이 글을 쓰던 시대는 이미 자유로운 이야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부여한 자유란 허구적인 것에 불과하기에 그것을 풍자하고자 '거짓 자유서'라는 이름으로 잡문을 낸 것입니다.

이 속에는 주로 국민당의 실책에 대해서 시사적 평론을 하고 있습니다. 만주국을 세우고 중국을 침략해 들어 오는 일본군에게 무저항주의를 설파하며 계속적으로 후퇴하는 국민당 정부를 매섭게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풍자를 해서 말 입니다.

아, 더 써야 하는데 여기서 일단 마무리를 져야 할 듯 싶습니다. 감기약을 먹고 있는데 시야가 자꾸 흐려져, 글을 못 쓰는 것도 있고, 아직도 이 책에 대한 독서가 부족해 더 쓰지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말입니다.

어쨌든 항상 건강하게 지내시고, 전 정말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못 뵈러 가는 것에 대해 절대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새벽 4시네요. 아! 루쉰 선생의 이런 구절이 떠 오릅니다.

광명은 반드시 찾아온다. 마치 새벽녘을 가로막을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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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8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8-2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잘 지냈죠? 보고 싶었어요. ^^ 멋져요. 친구분도, 루쉰님도.

루쉰P 2011-09-01 11:19   좋아요 0 | URL
'보고 싶었어요'라는 문장에 왈칵하는 이 마음! 안심하세요. 울지는 않았어요. 근데 마치 옆에서 말씀하시는 듯한 진정성이 느껴져요.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저도 아이리시스님 보고 싶었어요.
항상 개인의 고뇌에 휘둘리면 아무 것도 못하고 점점 제 내면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 습성입니다. 고독한 동굴로 숨고 싶은 그런 상태라 할까요?
하아~ 그런 제 자신 따위 벗어던지겠다고 오늘도 각오해요. ㅋㅋ

꼬마요정 2011-08-2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다 읽게 만드는 글입니다. 잘 지내고 계셨군요~^*^

루쉰p님도 여름을 번다하게 보내셨나 봅니다. 저도 그렇답니다. 뭔가 바쁘기도 하지만 뭔가 비어있는 것같은 날들을 보냈지요~ 서늘한 바람이 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루쉰P 2011-09-01 11:21   좋아요 0 | URL
안타깝게도 감기 제대로 걸렸어요. ㅋㅋ 사실 제 글을 다 읽어주시면 전 절친으로 모십니다. 풉!
잘 지내고 있어요. 꼬마요정님도 절에 봉사 활동 다녀오신 뒤로 많이 피곤하셨던 것 같아요. 하하! 서재에 가끔 몰래 들어가 봤거든요. '뭔가 바쁘기는 하는데 비어있는 것 같은 날'이라 참 좋은 문장이에요. 완전 제 얘기에요!!!
암튼 감사드리며 저 역시 채우는 날로 만들려고 뭔가 하고 있습니다. 풉!

2011-08-29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8-30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닉네임답게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 루쉰과 관련된 내용이네요. ^^
이번에 나온 그린비 전집을 읽어보고 싶네요. 특히 에세이요.
리영희 선생이 즐겨 읽고 인용할 정도이니까요. 글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 깊어요. ^^

루쉰P 2011-09-01 11:28   좋아요 0 | URL
루쉰 선생의 핵심은 잡문 즉 에세이죠. 조지 오웰과 루쉰의 공통점은 에세이가 참으로 끝내 준다는 것입니다. 적극 추천해 드려요. 가뜩이나 개강이 돼서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와 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리영희 교수님 외에 다른 사람들은 즐겨 읽지를 않는 것 같아요. 리영희 교수님 생전에나 루쉰 선생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거렸지만 87년 민주화 항쟁 때 투쟁의 아이콘 루쉰 선생으로만 활용하던 사람들이 그 후에는 싹 잊어버리 더군요. ^^
그린비 전집은 그 전에 출판된 여강 출판사에 비해 번역이 괜찮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떤 글은 '노신 선집'의 글이 번역이 더 잘 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암튼 그린비 전집은 무거워 들고 다니기 힘드니 포켓 본으로 나온 것으로 보세요. 가격도 저렴하고 가지고 다니기도 편합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8-3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당의 사상탄압은 대단했지요.그래서 당시 중국에 있던 서양지식인들이 국민당에 실망했고요.결국 일본과는 유화적이면서도 국내 반대파 때려잡는 것에만 신경쓰다가 인민들의 저항은 점점 커지고 서안사변이 나면서 다시 국공합작이 됩니다만...노신은 그전에 타계하고...여기 오신 분들이 국민당에 대해 써놓은 루쉰P님의 정성을 생각해서 정독했으면 좋겠어요.

루쉰P 2011-09-01 11:30   좋아요 0 | URL
역시나 국민당에 대해 얘기하시는 노자님! 사상탄압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 국민당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합니다. 검열에 있어서는 정말 창조적인 기술을 보여줬거든요. ^^
노자님의 추천에 힘 입어 국민당이란 권력의 괴물에 대해 더 분석해 볼려고 합니다. 지금도 그런 권력의 괴물은 존재 하니까요!

노이에자이트 2011-09-01 17:46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을 소개하면서 분석할 예정이신지요?

루쉰P 2011-09-03 01:18   좋아요 0 | URL
아, 사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를 못 해서요. 다만 요즘 정치 상황과 루쉰 선생과 대적한 국민당의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서 그걸 토대로 한 번 분석해 볼려고 연구 중입니다.
역시나 칼 같이 지르는 노자님의 질문에는 급 당황해요. ^^

노이에자이트 2011-09-03 21:24   좋아요 0 | URL
오...기대 기대...

2011-08-31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3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2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3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1-09-0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는 약을 먹던 안 먹던 일주일이면 낫는게 정상입니다만,
저질체력의 소유자들은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도 잘 안 낫긴 하더군요.
생강차 흡입 추천드립니다~^^

루쉰P 2011-09-03 01:18   좋아요 0 | URL
생강차 사 주세요. ㅋㅋㅋ

감은빛 2011-09-09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좀 늦게 읽었네요.
역시 루쉰님 다운 멋진 글입니다!
안그대로 루쉰님 덕에 그린비에서 나온 루쉰문고를 째려보면서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당장은 집에도 쌓여있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보관함에 쌓아두고 있습니다.

국민당과 장제석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루쉰님의 다음 글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

루쉰P 2011-09-09 07:21   좋아요 0 | URL
아! 감은빛님! 너무나 안부가 궁금했었어요. ㅋ 잘 지내고 계셨죠. 제가 서재에 오랜만에 들어오고는 감은빛님의 안부를 묻네요. 하하하 이 뻔뻔함이란~
그린비에서 나온 루쉰 문고는 사도 후회하지 않을 괜찮은 면이 많습니다. 물론 루쉰 선생의 책은 천천히 그리고 파헤치며 읽어야 하는 맛이 있어서 요즘처럼 책도 나오는 속도가 빠르고 읽는 속도도 빠른 시대에 조금은 힘겨운 맛이 있죠.
그래도 언젠가 읽으신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국민당과 장제스 그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과 민중 통제 기술은 지금의 이명박 정부의 행태와 매우 비슷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분석을 한 번 해볼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이제 비가 오네요. ^^ 정말 정말 감기 조심하세요. ㅋㅋ

페크pek0501 2011-09-10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많아서 저까지 보탤 필요 없다 싶었는데, 그래도 추석명절을 잘 보내시라는 인사를 하고 싶어서 들렀어요.

루쉰님의 긴 리뷰는 질보다 양이 아니라, 양보다 질인 것 같군요. 8월에 한 편만 올리고도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

추석 잘 보내시길...

루쉰P 2011-09-11 01:40   좋아요 0 | URL
하하 ^^ 댓글이 많아서 보탤 필요가 없다는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시다니 제가 죄송하네요. pek0501님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루쉰 선생이 좋아 저를 찾아주셨는데 말이죠. 너무나 추석을 잘 보낼 듯 합니다. 근무라서 말이지요. ㅋ

인기라뇨. 너무 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오니 반가워 하시는 여러분들 덕분이죠. 양보다 질이라..그렇게 봐주신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사실 전 많이 올리고 싶은데 실력도 부족하고 독서력도 부족해 이렇게 조금씩 숨쉬는 지경으로 올리는 편입니다. ^^

추석을 보내며 독서나 더 해볼려고 합니다. 리뷰도 좀 더 올리구요. 너무 감사해요. 추석 진짜 잘 보내세요. ^^

2011-09-10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1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1-09-13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 시,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접속합니다. 지금은 오후 3시 43분이구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고 계세요?
물론 미국엔 추석이 없죠^^;어젠 아내랑 명절 기념으로 명절 음식인 '잡채' 해 먹었습니다. '신혼의 단꿈'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건 참 좋아요. 수업도 하나 같이 들어가구요.
하지만 이곳이 신혼여행지는 물론 아니구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적인 곳은 아니죠. 말설고, 글설은, 해서 마음도 낯선 저희 부부에겐 전쟁터죠. 왜 푸념조인지......
Luxun 선생은 이대학에도 연구자가 몇 있습니다. 영어로 선생의 글을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오죠. 언젠가 그런 기회를 가져보시길 기원합니다.
관심과 격려 늘 고맙습니다. [규범성의 원천]은 아내가 전공 과목에서 참고 자료로 쓰더군요. 아내가 번역 잘했다고 말한답니다^^

루쉰P 2011-09-13 12:41   좋아요 0 | URL
아!! 파고세운닥나무님 너무나 반갑습니다. 세상에 컬럼비아 시에 계시다니 놀랍네요. 게다가 이렇게 접속까지 하시다니 제 생애에 미쿡에 계신 분은 한 명도 알지 못했는데 파고세운닥나무님을 통해 한 분 알았네요. ㅋㅋ
흠 루쉰 선생 스펠링이 Luxun이군요. 여태 이름을 잘못 표기했네요. 음하하하! 하기사 결혼은 낭만이 아니죠. 결혼할 때 축하한다라고 하지만 그 본질은 서로 둘이 힘을 합쳐 이 세상을 돌파해서 살아가야 하기에 그러기에 축하한다는 뜻이 있는 것 같아요. 결혼부터가 부부 둘의 힘으로 세파를 헤쳐나가야 하니까요. 그래도 전쟁터에 있다 해도 믿을 수 있는 부인이 옆에 있으니 그 얼마나 환희에 찹니까! ㅋㅋ
전 루쉰 선생을 일어로 읽기 위해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ㅋㅋ
<규범성의 원천>은 저도 사놓기만 하고 읽지를 못하고 있네요. 번역 잘 했다고 하시니 정말 정말 읽어야 할 듯 합니다.
밥도 문화도 힘든 그곳에서 고생하시는 것 만큼의 결과를 가지고 오셨으면 합니다. ^^

2011-09-26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30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