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어 3
후루야 미노루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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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오카 요시 32살, 야간 마트 경비원으로 매일 저녁에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을 하는 평범한 청년. 

나 32살, 아파트 야간 경비원 매일 아침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에 퇴근을 하는 평범한 청년. 

벌써 2월이 됐다. 2011년의 찬란한 태양을 받으며 1월 아파트 야간 경비원(정식 명칭은 전기 반장이다)으로 취직을 하게 됐다.  

1년 간의 무직 생활을 청산하고 들어간 사무 가구 회사에서 대분투 끝에 인생의 조그만 깨달음을 얻고 이 곳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이 책의 제목 '심해어'는 저 바다 깊은 곳에서 사는 물고기를 뜻한다. 높은 수압과 먹을 것이 척박한 깊은 바다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심해어'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생명을 연장해 간다. 눈은 빛이 아예 없기에 쿨하게 포기해 퇴화 시켜 버리고 거친 수압을 버티기 위해 뼈는 없어서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먹을 것이 부족하기에 한 번 먹으면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위장도 단련한다.  

 근데 웃긴 것은 심해어들은 이런 환경에 익숙해 졌기에 먹을 것도 풍부하고 빛도 들어오는 수면의 위 쪽으로 올라가면 거친 환경에 적응한 몸에 탈이 생겨 결국은 죽고 만다는 것이다. 더 좋은 환경인데도 말이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심해어'일까 고민을 했는데 계속 읽으며 그 해답을 찾았다. 모든 사람들이 잘 때, 그리고 인간 관계도 맺을 수 없는 야간 마트에서 경비원으로 혼자 일하고 있는 토미오카 요시라는 청년의 인생...그것이 곧 심해어의 삶이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그 '심해어의 삶'이 지금의 내 삶이 됐다는 것도 말이다. 토미오카는 거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단련하며 살아왔으나 32살의 인생 큰 벽에 부딪치고 만다. 너무나도 외롭다는 사실에 말이다. 

사실 이 책의 압권은 1권에 있다고 본다. 1권의 첫 장 몇 페이지에 나오는 글은 후루야 미노루가 현대인의 인생에 대해 사색한 사상의 결정이라고 본다. 그 일부를 소개하자면 

   
  모두들 목표를 바라보고 앞으로 똑바로 걸어갔어. 나도 몇 번 앞을 보고 걸어가라는 주의를 들었지. 근데 나는 그게 나한테 하는 얘기가 아닌 줄 알았던거야. 난 32살의 인생을 잠만 자며 보냈어!!!  
   

 안타깝지만...나 역시 100% 공감한다. 나도 잠만 자며 32살의 인생을 보냈다. 완전 푹 잤다. 마치 내 인생이 아닌 것처럼...그러다 보니 인생의 진실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1년 무직 생활을 청산하고 취직이라는 빛의 세계로 나간 나는 사무 가구 회사에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정말 광적인 직장 생활을 했다. 저녁 9시 반이면 막차 버스가 끊기는 산골 공장 속에서 일하다가 막차 시간이 다가오면 까짓꺼 자버리자라는 결심으로 콘테이너 박스에 누워 자기를 여러 번.. 

우리 회사는 사무 가구 회사 쪽에서는 저급 3류 제품으로 분류돼 일하는 사람도 의욕이 없고 영업하는 사람도 의욕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시류를 극복하고 새로운 파동을 만들겠다는 영업 부장과 더불어 학교들에 입찰에 참가해 두 달동안 초등학교 3곳에 총 9천 5백만원어치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문제는 거기서 부터였다. 영업부장은 월급 150만원이외에 영업으로 따내는 계약의 3%를 받기로 약속을 했지만 그것은 사장과의 구두 계약이었고 그 계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가중되는 것은 일과 일의 연속 쓰나미... 

예로 한가지 이야기 한다면 울진으로 책상을 조립하러 가서 새벽 3시에 올라와 다음날 강원도로 올라가 이틀 동안 먹고 자며 옷장과 신발장을 비롯해 170개를 나르고 책상 80개를 조립하는 강행군 그 다음날 초등학교에 신발장 110개를 또 설치...그 일을 영업부장과 나...그리고 5톤 기사 두 분과 했다. (5톤 기사들은 물건을 수송하는 역할만 하지만 3~4만원 더 주면 나르기도 해 주신다) 

일하다가 지친 영업부장이 알아본 우리 회사의 빚은 무려 17억!!! 

빚이 빚을 만드는 구조 속에서 우리가 번 돈 역시 빚을 탕감하는데 쓰이기 바빴다. 영업 부장에게 영업비는 커녕 자기 월급을 쪼개 영업을 해야 하는 현실, 인력비를 아끼기 위해 지방으로 가구 배달도 설치도 가야하는 현실...이런 현실 속에서 좌절하지 않은 영업부장은 실력이 점차 입소문을 타고 퍼져 유명 인터넷 가구 회사로 스카웃을 가게 됐다. 

떠나는 영업부장님은 나에게  

'사장에게 애석하게 생각하지 마라. 돈이란 그런 것이다. 여기는 사기꾼이 많고 일을 시키며 뼈 속이 망가질 때까지 부려먹는 사람들이 많다. 너는 아직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나와 함께 고생한 너를 이곳에 혼자 둘 수는 없다. 게다가 너는 책을 좋아하니 차라리 공부 쪽으로 한 번 나갔으면 한다.' 

라는 진솔한 부탁과 함께 나를 지금의 직장에 취직을 시켜주셨다. 임대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전기 반장으로 2011년 1월 1일부로 출근을 하게 된 것이다. 

'심해어'에서는 주인공이 별똥별을 보고 친구를 소원했는데 만난 친구가 노숙자 였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미인 소설가도 등장을 한다. 그리고 맹목적 사랑에 빠진 경비원 친구들도 만나고 말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어떤 일은 말이 안되고 이해가 안 간다고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내가 겪은 인생의 길에서 볼 때 이해가 안 되고 말이 안되는 일도 많기에...굳이 작가의 이야기 구성이 잘못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다시 바닥만 보고 사는 인생이냐 토미오카처럼 다시 앞을 보고 갈 것이냐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 24시간 동안 밤을 새며 관리실에 죽치고 앉아 썩어 가는 자신을 구경할 것이냐 아니면 그 24시간을 뭐라도 할 수 있는 자신이 되느냐는 중대한 인생의 갈림길... 

사람들은 나를 잡부로 보기에 관리실의 어둠 속에서 홀로 멍하니 있을 적이 많다. 더 유명하고 좋은 직장,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살지 못하는 자신이 되지 못해 저주스럽기 까지는 하지만 그치만 어떻하냐 난 '심해어'인 걸...^^ 

그게 깨달음이다. 난 좋은 환경에서는 숨이 끊길 '심해어'다. 바로 이런 곳에서 살아가게끔 만들어 졌기에 여기서 뭔가를 해 낼 결심이다. 

마지막으로 심해어 3권의 표지는 토미오카의 모습인데 나와 똑같이 생겼다...도플갱어라고 불려도 좋을 듯.. 

추남에다가 아파트 관리실 야간 경비 최악이야!  

그치만 어떻하냐 '심해어'인 걸...^^ 

독서는 잘 되는 곳이다. 야간 경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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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02-2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제 미인 소설가를 만날 차례군요.

루쉰P 2011-02-27 08:03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오랫동안 뜸 했죠. 노이에자이트님. 오늘은 비가 오네요. 잠자면 아주 푹 잘 것 같은 하루에요. 아~또 잠만 자며 보내는 인생을 반복할까봐 두렵네요. 노이에자이트님도 건강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1-02-27 15:18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삽시다.

차좋아 2011-02-2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해어 읽어 보고 싶은데요 ㅎㅎ 루신p님은 만나 보고 싶고요 ㅎㅎㅎ

루쉰P 2011-03-03 12:22   좋아요 0 | URL
흠..심해어를 읽으시고 저를 만나신다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후루야 미노루님 역시 저를 만나면 놀랄거구요. 자신의 상상 속의 인물이 걸어다니니 말이에요. 후후...

양철나무꾼 2011-03-21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루쉰P님.
감은빛님 서재 트랙백해서 왔어요.
저도 심해어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님은 만나보고 싶어지고요~
독서가 잘 된다는 그곳이, 잠도 잘 오나 보죠?^^

글이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나는것이,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갓 지은 고슬한 쌀밥 같아요.
아껴 야금야금 들리겠습니다~

루쉰P 2011-03-22 16:22   좋아요 0 | URL
네 너무 반갑네요 ^^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은 주성치의 영화처럼 좋고 싫고 확실히 갈려지는 군에 속합니다. 만약 마음에 드시게 된다면 확 빠지시고 아니면 확 싫어질 작품입니다. ㅋㅋㅋ 고슬한 쌀밥 같다는 표현 너무 감사드리네요. 독서는 정말 잘 됩니다. 사람들도 그리고 모든 생물도 상대해 주지 않기에 전 '보이지 않는 인간'처럼 있지요. ^^ 잠은 잘 오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아파트 주민을 위한 변전 시설이 항상 돌아가고 있기에 불이 꺼져 있지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푸훗..왠지 닭장에 있는 느낌...만나뵈서 저도 너무 반갑습니다.

감은빛 2011-03-2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심해어의 주인공과 똑같은 상황이라니!
게다가 외모도 비슷하다니 놀라워요!

가구회사의 사연은 참 안타깝네요.
저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온 참이라서 더욱 공감이 갑니다!
그 영업부장님은 그래도 참 좋은 분이시네요.

힘내시고, 루쉰님이 진정 원하는 일을 잘 찾으시길 바랍니다!

루쉰P 2011-03-22 16:24   좋아요 0 | URL
하하하 '심해어'의 장점은 바로 그런 리얼리티! 주변에 눈을 돌리면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에 있는 듯한 사람이 꽤 많습니다. 가구회사의 사연과 비슷한 상황을 겪으셨다고 하니 저도 참 마음이 안타깝네요. 인간에 대한 실망을 거듭하며 살아 오고 있지만 그다지 안 겪었으면 하는 일이 거든요. 감은빛님의 지지 대로 일을 찾겠습니다. 아자!!!

노이에자이트 2011-03-2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페이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부탁!

루쉰P 2011-03-22 23:24   좋아요 0 | URL
넵!! 저도 노이에자이트님의 글을 읽으며 깨알 같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요즘은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을 읽고 있습니다. 후후 전 워낙 리뷰 쓰는 속도가 느려서 완전 죄송합니다. 미인 소설가도 항상 기다리고 있구요. 푸훗
 
대망 18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박재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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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중 좋아하는 작가를 꼽는 다면 그 중 한 명이 단연 요시카와 에이지다. 그의 작품 중 정말 읽고 싶은 것은 '삼국지'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출판될 소식은 전혀 없다. 항상 그러하듯이 왜 내가 좋아하는 외국 작가들은 다 출판계가 선호하지 않는 것인가! 

요시카와 에이지와 만난 것은 지금부터 13년 전이었다. 그 때 당시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닌던 나는 놀다가 지쳐 우리 도시의 도서관을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전전하던 시절이었다. 우리 도시의 도서관은 학교 도서관을 포함해 총 4곳, 한 곳 씩 격파를 하고 다니며(여기서 격파라는 것은 볼 만한 책들은 다 보고 떠난다는 뜻) 정착한 곳이 있었다. 

이 곳은 책이 많기 때문에, 혹은 지적인 분위기가 있기에 정착한 도서관이 아니었다. 거기서 근무를 하는 도서관 누나가 다리를 저시는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고 교복을 입고 들어 가는 나를 이상하게도 쳐 다보지도 않고 매우 친절하게 해 주신 다정한 도서관 사서셨다.  

공고 교복을 입고 도서관을 가는 아이들에 대해 사람들의 시선은 정해져 있는 듯 했다. 첫째, 도서관에 와서 물건을 훔쳐 갈려고 하지는 않을까? 둘째, 그냥 와서 사람들의 공부나 방해하지나 않을까? 하는 시선들 말이다. 

여러 도서관에서는 그런 시선을 온 몸에 받았고 게다가 책이 있냐고 물어 보면 불친절한 답변까지 듣게 된 경험 때문에 도서관에 오면 괜히 잘못하지도 앉았는데 쭈뼛대는 버릇이 생겨 버렸다. 그런데 그게 더 이상해 보인 것이었다. 크흑... 

그러던 중 어느 날 이 도서관에 가서 당연히 눈치 보는 것이 일상 생활인지라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는 책을 보지 못하고 도서관 서가 옆 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서서 책을 쭈뼛대며 책을 보고 있었다. 

한 일주일을 열심히 도서관에 갔는데 (실로 공고생들은 6시 정도 수업이 끝나기에 정말 할 일이 없다. 알바를 하지 않으면 집에 가서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었다.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말이다.) 그 때마다 나를 빤히 쳐다 보는 도서관 사서 누나의 시선을 느끼며 여기서도 쫓겨 나면 더 이상 갈 도서관도 없기에 그냥 바닦만 쳐다 보며 들어가 아무 책이나 서서 읽는 행동을 반복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정신병자 같아 보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날도 인도의 수행자처럼 서서 독서를 한 시간 정도 할 무렵 다리는 아픈데 앉기에는 눈치가 보여 서가 옆 조그만 모퉁이 쭈그려 앉고 독서를 하고 있었다. 너무 열중 했던 그 책은 '은하영웅전설'이었다. 게다가 양 웬리가 죽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기에 몰입도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양 웬리가 암살 당하는 시점을 읽을 때 갑자기 

"얘 넌 왜 거기서 쭈그려서 책 읽고 있니?" 

검은 색 뿔 테 안경에 긴 생머리를 뒤로 묶은 어여쁜 도서관 사서 누나가 정면에 서서 이상한 표정으로 멀뚱 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라는 난감한 기분에 잡혀 여기서도 쫓겨난다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일념에 주저리 주저리 내 생각을 말했다. 

"저는요. 책도 훔칠 생각도 없구요. 그냥 어디 놀러 갈 때도 없고 해서 와서 조용히 책만 읽으려고 하는 거에요. 사람들 방해하고 싶은 생각도 절대 없어요. 전 사람들 가방에도 전혀 관심 없구요. 전 아무리 공고생이라고 해도 남의 것에는 손 안 대는 사람이에요. 게다가 공부는 못 해도 책은 읽을 줄 알아요" 

방언 터지듯이 술술 나오는 내 언변에 나도 놀랐다. 마치 사형장에서 마지막 유언을 해야 하는 사형수 처럼 절박한 마음이 토로하기 시작하는데...내가 태어나 정말 막힘 없이 얘기 했던 것 같다. 내 얘기를 한참 듣던 도서관 사서 누나는 이상한 놈이라 생각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입을 가리고 웃는 것이었다. 나중에 친해진 도서관 사서인 지숙 누나가 다리가 아파 보여 자리도 많은데 앉아서 읽으라고 얘기해 줄려고 갔는데 얼굴을 붉히며 얘기하는 나를 보며 머리가 약간 모자란 아이인 줄 알았다고 웃으며 얘기해 줬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 놔~~ 

지숙 누나가 젊을 때는 그냥 가벼운 책보다는 이런 책이 좋다며 도서관에 구석에 있는 서가에 가서 꺼내준 책이 바로 저 '요시카와 에이지'의 미야모토 무사시 였다. 해적판 이었는지 두툼한 한 권 짜리 였는데 책을 집자 마자 표지에는 칼을 휘두르는 일본 낭인의 그림이 그려 있었다. 

일본 무협 소설은 적성이 아니라 말하는 나에게 지숙 누나가 미야모토 무사시의 한 구절을 얘기 해 주기를 

   
 

 후지산처럼 어디서 봐도 항상 똑같은 모습인 부동의 자신이 돼자. 누군가의 눈에 어떻게 보여질까 하는 초조한 자신이 아닌 후지산처럼 어디서 봐도 항상 똑같은 부동의 자신이 되자.

 
   

 공고생이란 신분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런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에게 지숙 누나가 추천한 이 미야모토 무사시는 얼마나 많은 충격을 주었던가. 

요시카와 에이지는 이 책의 서문에서 나약한 현대인이 많은 요즘 그에 대한 반대로 미야모토 무사시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것을 알려 주고 싶다고 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지숙 누나 역시 장애인으로 살며 그런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나에게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그런 시선에 함몰돼 자신을 잃어 버리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인생의 길은 번뇌의 길이다. 무사시는 검을 통해 인생의 길을 찾아 갔듯이 나 역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인생의 길을 찾아 갈 것이다.라고 예쁜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의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이 누나 은근히 과격하네'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숙 누나는 내가 고3이 되던 시절 이 도서관을 1년 반 정도 다닐 무렵 자신은 이 일을 통해 인생의 길을 찾겠 다고 당당히 말하던 혈기는 어디로 가 버렸는지 미야모토 무사시와 같은 헤어 스타일의 만화가 선생님과 결혼을 해 버리셨다.  

결혼식에 참여한 후로 연락을 주고 받을 길이 없어 10년이 지난 지금도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튼 미야모토 무사시와 같은 신념을 지녔던 지숙 누나는 아마도 여전히 예쁜 얼굴의 주부로 세상과의 싸움에 무패 행진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미야모토 무사시를 읽으면 읽을 수록 지숙 누나만 더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10년 만에 다시 읽는데 말이다. ^^ 무사시보다 더 무사시 같은 지숙 누나가 참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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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마음 2010-12-1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글발은 어느날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라구요. 루쉰님의 숱한 독서 편력이 루쉰님을 삶에 진솔한 작가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재미있네요. 솔직히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삶이 묻어나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하시다가 시간 나실 때마다 그 때의 일을 약간의 인공미를 가미해 소설화한다면 이거 '청소년 소설상'감인걸요. 미야모토 무사시, 일본 무협소설만 아니라면 저도 한 번 덤벼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루쉰P 2010-12-22 14:39   좋아요 0 | URL
하하 정말 정말 너무 과하신 칭찬입니다. 사자님이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덕분이죠. 사자님의 말씀대로 그 때의 일을 소설로 쓰면 좋으려만 리뷰 쓸 때는 잘 써지다가도 막상 소설을 써 보자라고 마음을 먹으면 손이 안 움직여 집니다. ^^ 역시나 소설가는 따로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사자님 덕분에 힘을 내며 리뷰를 씁니다. 요즘 가구일 때문에 출장과 출장을 거듭하며 살아서 댓글도 이제야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자님 ^^

노이에자이트 2011-01-0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권 짜리는 축약본입니다.완역본은 정말 두툼하지요.사사키 고지로와 미야모토 무사시가 대결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루쉰P 2011-01-06 08:41   좋아요 0 | URL
ㅋㅋ 네 축약본이죠. 그 후 다시 번역된 책을 읽었죠. ㅋㅋ

감은빛 2011-03-1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모토 무사시>는 못 읽어봤지만,
<대망>은 밤 잠 안자고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로쓰기로 된 책이어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요시카와 에이지. 이 분은 글을 참 흥미진진하게 잘 쓰시죠.
일본인 특유의 정서를 정말 잘 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루쉰P 2011-03-22 23:27   좋아요 0 | URL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전 <대망>을 읽었습니다. 시바 료타로, 요시카와 에이지, 야마오카 소하치는 제가 참 좋아하는 일본 역사 소설가입니다. ^^ 역사 소설에서는 읽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 소설가들이라 할까요? 후후후
 
생존자 -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삶의 해부
테렌스 데 프레 지음, 차미례 옮김 / 서해문집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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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소련의 강제 노동소 굴락 등 인간이 만들어 논 생지옥을 살아서 돌아 온 사람들을 분석한 책이다.  

난 항상 왜 이런 책에만 관심을 쏟을까란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도대체 어째서 왜? 내가 수용소에 갇혔던가? 아니면 하다 못해 경찰서 유치장이라도 갇혔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난 왜 이런 책들에게 애정을 품고 읽고 또 읽는 것일까? 아무리 고심을 해도 답을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 

19살이란 나이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말도 안 되는 IMF라는 직격탄 덕분에 취업도 되지 않고 미리 노숙자의 인생도 걸었고, 20살, 21살의 시절을 전철을 타고 대학을 간다는 말도 안 되는 시골 청년의 이상을 품고 재수, 삼수를 했었다. 그런 삶 속에서 처절하게 느낀 것은 뭔가에 갇혀서 산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만난 책들이 서경식의 프리모 레비에 대한 책들이었다. 공고라는 하나의 작은 수용소를 벗어나 더 큰 사회라는 수용소로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나에게 생존자들의 문학은 더할 나위 없는 큰 위안을 주는 책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왜 수용소 문학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드디어 알아냈다! 

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과제 그것은 '살아서 증언한다'였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처참한 지옥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힘은 바로 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두 눈 똑똑히 보고 반드시 기억해 그것을 증언해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 그것이 곧 자신들이 살아야 할 삶의 목적이기도 했다. 

그렇다. 살아 남아서 증언하는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의 삶들에 대해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고 혹은 내가 살아 있는 것에 대해 아무도 모를지라도 살아 남는 것이다. 그래서 증언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모든 증언을 거부하는 거침 없는 무리들에 대해 생존자들은 실망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타인에 대한 이해, 타인에 대한 생각 그런 모든 것들을 거부하는 인간들에 대해 그들에게 이해하게 만들고 싶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는 것이 생존자들의 공통점 이었다. 

생존자들의 체험기가 항상 나에게는 힘이 된다. 그 지옥을 어떻게 살아나왔는지에 대해 읽다 보면 지금 공장에서 일하는 것들이 모두 우습게 여겨진다. 그리고 나약하다고 생각된다. 조금만 힘들어도 지치고 삶에 맥이 빠지는 나에게 생존자들은 외치고 있다. 살아 남아라! 하고 말이다. 

수용소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그리고 그들이 왜 살아 남았는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정말 적극적으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보잘 것 없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읽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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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마음 2010-12-1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용소문학이란 말이 낯설게 들립니다. 수용소 문학 중에서 제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입니다. 강제 수용소를 경험한 청소년의 눈에 어른들의 세상은 엄혹하고 끔찍한 것이었지만, 그곳은 또 그가 적응하고 커야하는 성장의 터가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수용소에서의 삶일랑은 잊어버리라는 주변의 권고에 주인공은 당황합니다. 그가 의지 않지 않게 그런 삶이 그에게 와버렸지만, 와버렸던 것이 과연 그냥 가주냐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그냥 멀리 가지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가지 않으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는 잊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잡초가 자라 듯, 유대인 강제 수용소에서 나어린 소년은 적당한 삶의 자세로 살아 남습니다.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제 생을 놓을 정도로 무기력하지도 않게, 끔찍한 그곳에서 찾아지는 너무 작은 기쁨을 크게 느끼면서 그는 버텼습니다. 그리고 그는 살아 남았습니다. 저는 살아남은 그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운명]이란 소설이 보여준 삶은 비록 수용소의 삶이었지만, 그것이 내 삶이 될 수도 있었다는 아주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며 적나라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이 책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루쉰P 2010-12-22 14:32   좋아요 0 | URL
<운명>이라는 소설은 저도 꼭 읽어 봐야 겠네요. 저도 수용소 문학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수용소 삶은 현실의 삶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수용소의 생존을 위협 받는 삶에 비하면 현실은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의 생존이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것은 현실도 만만치 않거든요. 수용소 문학은 저에게 그런 힘을 줍니다. 나약한 제게 강한 회초리와 같은 문학이죠. ^^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회사에서 8백만원 짜리 수금을 위해서 인천시까지 나를 심부름을 시켰다.  화창한 금요일 오후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타고 인천에 도착했다. 무려 3시간의 여정 오후 12시에 출발해 저녁 9시에 회사를 도착했다. 회사에서 받은 경비 3만원 중 택시비라고 거짓말을 하고 이 책을 인천 영풍문고에서 구입을 했다. 대신 택시를 타지 않은 채 1시간은 걷고 말이다. 

'조정래'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으면 마음이 설렌다. 그와는 남다른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26살이란 늦은 나이에 군대를 입대했다. 상병 쯤 됐을 때 독서를 좋아하는 흉흉한 소문이 군대에 퍼져 '독서병'이란 말도 안 되는 역할을 군대에서 맡게 됐다. 군대에서는 군인들의 지식 향상을 위해 1년에 한 번 30만원의 도서 구입비를 지원해 줬다. 나는 군대에 있는 동지들에게 무슨 책을 읽고 싶은지 철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 열정을 배반하듯이 군대에 있는 동지들은 한 권의 책도 말하지 않았다. 아직도 기억나는 명대사는 '책을 줄거면 차라리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사 줘'라는 절규에 찬 동지들의 목소리. 결국 아무런 책도 선택하지 않은 동지들을 대신해 나는 그때 껏 내 돈 들여서 사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을 마음껏 신청했다. 

그 중에는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도 들어 있었다 

'태백산맥' 전 권 세트를 구입해 열심히 3권 째 읽던 중, 대대장은 새롭게 구입된 책을 시찰하겠다며 독서실을 방문했다. 여유 로운 표정으로 잘 정리된 책들을 살펴 보던 대대장은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졌다. 검은 표지에 빨간 색 글자로 멋지게 쓰여 있는 '태백산맥'이란 책을 보자 대대장은 그 책이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람이 쓴 책이라 여겨 지는 듯 대 분노의 폭발을 보여 줬다. 보안 담당 상사를 불러 '어떤 개념 없는 새끼가 이런 빨갱이 서적을 신청했어!'라고 1차 빨갱이 선언을 해 주셨고 '다 가져다 불 태워 버려'라는 진시황도 울고 갈 분서갱유의 2차 선언을 해 주셨다. 마지막의 화룡정점은 '이 책 신청한 새끼 사상 조사하고 영창 보내 버려!'라는 선언 이었다.  '태백산맥'이 국보법에 걸려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보안 부장에게 불려가 사상 조사를 받아야 했었다. 

사상 조사를 받은 후 소문은 소문을 낳아 26살까지 군대를 들어 오지 않은 것은 '지하 학생 운동권 조직의 괴수 였기 때문'이다. 혹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사상에 정통한 공산주의 이론가'이다. 등 마무리는 부모님이 모두 중국분이며 중국 공산당 출신이다라는 출신설까지 나오게 됐다. 

언제 영창을 갈 것인가에 대한 숨 막히는 나날이 계속 되던 중  내 운명을 살려준 일이 발생했다. 불침번을 서던 한 보초병의 실수로 군 부대에 파지를 놓아두던 곳에 불이 난 것이었다. 나는 용산 국방부 소방대 소속으로 국방부 장관을 수호코자 만든 소방대의 소방 상황병이었다. 

불이 난 직후 빠른 손놀림으로 용산 소방서에 지원 요청을 했으나 10평의 파지 창고의 불길은 더욱 커지기는 커녕 출동한 내 후임들의 양동이 물로 꺼지고 말았다. 

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용산 소방서에 있는 소방차 7대가 출동을 해 버렸고 평온한 일요일 오후는 소방차들의 비상벨 소리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소방차들이 도착한 후는 이미 불은 진압됐고(10평짜리 파지 창고가 불이 나면 얼마나 날 것인가!) 고가 사다리차, 소방 본부차 등 멋들어진 소방차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불이 꺼진 파지 창고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근처 결혼식에 참석한 대대장은 화재 소식에 놀라 부랴부랴 부대로 돌아왔고, 멋진 소방차들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 보고 있었다. 

"저렇게 조그만데 불 났는데 소방차 부른 새끼 누구야! 영창 보내버려!" 

졸지에 영창을 두 번 가게 생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때 근엄하게 생기신 용산 소방서 소방서장께서 하시는 말씀 

"아주 훌륭한 소방병을 두셨습니다. 저 파지 창고 옆으로는 국방부 전체에 석유를 넣주는 기름 창고가 있는데 만약 빠르게 조치를 안 했다면 저 기름창고까지 불이 번져 국방부 일대는 난리가 났을 겁니다." 라고 

그 한 마디에 졸지에 영웅이 돼 버린 나는 영창 두 번의 저승사자는 보내 버리고 4박5일이라는 휴가를 받게 되었다. 

'태백산맥'은 아직도 국방부의 도서실에 살아 있을 것이다. 많은 청년 동지들을 깨우치며 말이다. 

원래는 '허수아비춤'에 대한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두서 없는 글이 되버리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면 '허수아비춤'은 상류 사회에 대한 조정래의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다. 어찌 보면 디스토피아적인 소설과 같다고 할까. 

너무 사실과 똑같아서 읽기가 싫어지는 그런 류의 소설이다. 읽다 보면 삼성 비자금 사건이라든가 아니면 현대 그룹의 비리라든가 그런 것들의 내막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냥 우리가 무미건조하게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뉴스를 보지만, 그리고 솔직히 삼성 비자금 사태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때 무언가 반드시 밝혀질 것이란 생각을 나름대로 했지만 결과는 어떠했을까? 이 소설의 강기준, 박태하를 비롯한 무리들의 공작처럼 별 일 없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망각하고 또 망각하며 사는 민중을 비웃으며 말이다. 

조정래는 왜 그런 기업가들의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지 그러고 그들이 어떻게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지에 대핸 현대판 빅 브라더를 상세하게 그리고 실감나게 이 소설에서 쓰고 있다. 그들과 일체가 돼 그들처럼 말하고 그들처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조정래의 힘이 겠지만 말이다. 

도대체 부실 수 없는 이 '빅 브라더'들에 대해 조정래는 시민단체들의 힘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소설이기 보다는 사회 과학 서적처럼 기업가들의 한국 사회 지배력을 깰 무기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힘이라고 하며 해결책 역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약점에 대해 조정래는 또 다시 후반부에 가서 쓰고 있다. 또 그것을 어떻게 파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문학이란 바로 이런 힘이라고 느껴진다. 딱딱하게 쓰자면 '이 현대 사회는 혈연,지연, 학연으로 얽혀 있는 기업가들의 로비로 인하여 하나의 귀족층이 형성 돼 있다. 그것을 파괴 시키기 위해서는 민중들의 힘을 받는 시민단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민단체 역시 저 소름끼치는 집단과 싸우기 위해서는 더욱 더 양심적 단체가 돼야 한다.'라는 이 내용을 소설로 쓰고 있다. 

마치 조지 오웰의 정치와 문학이 하나가 되게끔 만들고 싶은 것 그것이 조정래의 바램은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물론 나는 숨 가쁘게 읽었지만 사색을 잘 하지를 못 했다. 아 어렵다. 소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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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12-0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대대장 님 이야기 정말...압권입니다.

루쉰P 2010-12-06 07:54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원한은 없습니다. 뒤돌아 보면 좋은 추억이 됐다고 할까요? 하지만 전 군인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ㅋㅋㅋ 대대장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저러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푸훗

파고세운닥나무 2010-12-1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군대를 늦게 갔죠. 25살에 갔으니까요.
밤에는 틈나는 대로 책을 보곤 했는데, 한번은 한길사에서 나온 그레이트북스 가운데 리쩌허우의 <중국근대사상사론>을 봤네요. 당직사관이 책을 한 번 보자고 하더군요. 그 책의 속표지가 '새빨간데' 그 사람이 내용을 알리는 없고, 표지가 빨갛다며 '여하튼 빨간 책은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친분이 있던 분이라 꼭 읽고 싶다고 해서 읽었네요. 물론 내용도 '빨갛긴' 했지만요. 리쩌허우가 많이 빨간 사람은 아니지만요.
일화를 들려주시니 옛 생각이 나네요^^

루쉰P 2010-12-22 14:25   좋아요 0 | URL
세상에 그렇게 늦게 가시다니...저와 같은 동지가 또 있으실 줄은 몰랐네요. 전 요즘 가구 일이 너무 바빠져서 출장에 출장을 거듭하다 보니 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왔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반가운 분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중국근대사상사론>을 보고 빨간 책이라니 정말 어이 없어요.

다이조부 2010-12-1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재미있는 리뷰이군요 ~ ㅋ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쓰기 입니다 ㅎㅎ

생활과 책이 밀착이 되서 좋네요. 근데 독서병 이라 부럽네요 ㅋ

제가 군생활하던 곳은 북조선이 저 너머에 보이는 곳인데도 부대안에 이름뿐이지만 도서관
이 있었지요, 거기서 책도 읽고, 영어공부 한다고 깝죽대고, 동료들이랑 시덥지 않은
농담하던게 생각나네요 ㅎㅎㅎ 아무튼 반갑습니다 ㅋ

루쉰P 2010-12-22 14:26   좋아요 0 | URL
하하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쓰기라니 감사합니다. 더 좋아하는 글쓰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군 생활은 정말 좋은 추억, 나쁜 추억이 공존하는 이상한 세계죠. 군대에 있을 때는 지옥이고, 나오면 웃으며 추억하는 푸하하

대지의 마음 2010-12-1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루쉰님의 글은 가독성이 있다니까요. 많이 웃었네요. 루쉰님은 역시 소설 쓰셔야 해요. 그 많은 독서편력과 삶에 대한 진솔함을 버리지 마시고, 뭐 꾸준히 연마를 해보심이 어떨지. 어쨌든, 조정래의 대하소설은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다 보았네요. 제 소설의 스승님격이랄까요. 하지만 어쨋든 마디 굵은 서사에는 미시사에 대한 간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요즘 시민단체 정부에서 돈끊겨서 많이 힘들답니다. 인천연대나 참여연대, 환경연합, 서울에서는 성미산 공동체와 같은 많은 시민단체들이 있습니다. 루쉰님께서도 한군데 발을 담아 보신다면 맘 맞는 분들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고, .... 뭐 이미 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글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루쉰P 2010-12-22 14:29   좋아요 0 | URL
항상 사자님은 너무 칭찬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자님이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니 그걸로 대 만족이죠. ^^ 저는 시민단체는 별로 알지를 못합니다. 후원금만 조금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여전히 행동이 부족한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 사자님의 댓글을 보며 항상 힘을 냅니다. 너무 감사해요.

쉽싸리 2011-04-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정래 선생의 허수아비춤이 그런 내용이군요,
선생의 책은 3부작 이후 <인간연습>이 마지막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한강>에서 선생의 포항제철(박태준)에 대한 언급이 신선했습니다.
시민의 힘, 모으는 방식, 추진하는 방식등, 과제라고 봅니다.

루쉰P 2011-04-21 22:01   좋아요 0 | URL
^^ 책에 대한 정확한 리뷰는 되지 못하고 개인 잡담을 늘어 놓는 리뷰라 도움이 별로 안 되셨을 같아요. 반갑습니다. 쉽싸리님, 노이에자이트님 서재에 <대망> 관련해서 댓글을 다신 것을 봤습니다. 사실 저는 '태백산맥' '허수아비' '인간연습' '황홀한 글쓰기' 빼고는 조정래 선생의 다른 역작인 '한강'이나 '아리랑'은 읽지를 못 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워요.
저도 쉽싸리님 서재에 자주 놀러 갈께요. 못난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쉽싸리 2011-04-21 22:18   좋아요 0 | URL
부끄럽다니요?
그리 말씀하시면 저야말로 노신,위고,도스트예프스키를 거진 읽지 못했고, 특히 일본작가들은 전혀 읽지 못했어요.
그래요, 우린 그 무수한 책들에 비하면 참으로 부끄럽지요? ^^

루쉰P 2011-04-23 00:41   좋아요 0 | URL
하하 ^^ 맞아요. 무수한 책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오늘도 달려 볼려구요. ㅋㅋ 끝까지 다 읽어버리겠어요. 그 책들이요!

프레이야 2013-11-2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얼마전 벌교,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에 가보았던 느낌이 아직 살아있어서
조정래 아저씨,라는 재미난 카테고리 이름을 보고 방문했어요.
소화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들어볼 수 있는 음향시설을 해뒀던데
찰진 전라도 말이 생생하더군요.ㅎㅎ
첫 인사네요. 종종 들려 좋은 글 읽을게요^^

루쉰P 2013-11-28 10:47   좋아요 0 | URL
와우...정말 전 거기 가고 싶은 데..
이 페이지는 써 논 지 오래여서..이렇게 오시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ㅋ
읽어 주심 감사하고 저도 좀 쓰겠습니다.
소화..아 그 이름...
망할 대대장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루카스 2014-10-0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는 비논리가 판을 치는 세상 맞는 것 같습니다.

제 남편도 스물여섯 살에 군대갔다는 공통점을 말씀드릴게요. 전 남편 없는 시댁에 들어가서 백일된 아기를 키웠지요.(눈물 없인 얘기할 수 없는 시절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눈물 없이 말씀드려요.ㅋ)

루쉰P 2014-10-07 13:32   좋아요 0 | URL
군대 있을 때는 이 곳 만큼 부조리한 곳이 없다 생각했는 데 제대해서 사회에서 살아가며 세월호 사건을 거치며 느끼는 것은 사회 자체가 커다란 군대와 같고 부조리와 비논리의 공기로 가득차 있다고 많이 느껴요.

세상에...남편 없이 100일 된 아이를 키우셨다니 대단하십니다. ㅎㅎㅎ 근데 인간은 참 웃겨서 그 때는 죽을 듯이 괴로워도 나중에 가면 슬퍼도 눈물이 안 나요. ㅎ
하지만 아직도 남편 분은 그 때 일을 떠 올리시면 울 것 같을 것 같아요 ㅋ
 
레 미제라블 1 펭귄클래식 91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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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는 너무나 위대하고 훌륭한 작가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장발장'이란 소설을 어린 시절 안 읽어 본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 '장발장'의 소설이 가슴이 팍 와 닿는 감동은 없었다. 축약본으로 읽어서 그런지 아동용으로 만든 1권 짜리 라서 그런지말이다. 

'빵을 훔쳤다고 무기 징역을 때려 무서운 프랑스 같으니'라고 느낀 것이 어린 시절 읽은 위고에 대한 감상이었다. 

하지만 20대가 넘어 위고에 대해 알게 되고 그의 소설 '레 미제라블' 완역본을 읽으며 이렇게 그 감동에 흠뻑 빠지게 됐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아이용으로 만들어진 서적은 아이들에게 과연 도움이 될 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왠만한 내용은 다 거세를 해 버려 도대체 감흥이 안 오니 말이다. 

위고의 걸작 중 '93년'은 시중에는 절판 돼 있을 뿐더러 더 웃긴 사실은 1993년에 이 소설이 우리 나라에서 출판이 됐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전에는 출판본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1993년 이후 위고의 소설 '93년'은 출판이 되지도 않고 그 누구도 다시 번역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1984년에는 조지 오웰의 '1984'년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니 난 우리나라의 출판 문화는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93년'은 1793년의 줄임으로 이 해는 프랑스 혁명의 혼돈기였다. 이 해에 루이 16세는 처형을 당했고, 나폴레옹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방데의 반란'으로 출세 가도를 달리게 된다.(물론 잠시 투옥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위고의 인생에서 나폴레옹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자신에게 가장 위대했던 두 사람은 아버지와 나폴레옹이었기 때문이다. 

정치도 뛰어들었고 문학에서도 한 획을 그었던 위고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 바로 이 '93년'이다.  

1793년 방데의 반란을 중심으로 그린 이 소설은 매력 있는 등장 인물들이 존재한다. 

왕당파로서 방데의 반란의 핵심이 되는 후작과 그를 쓰러 뜨리기 위해 싸우고 있는 혁명군의 청년 지도자! 

그 둘이 맞붙는 싸움에서 결국 청년 지도자는 반란군 왕당파의 후작을 잡을 기회를 포착했지만 불길 속에서 어린아이와 어머니를 구출하는 후작을 잡지 못하고 놓아 주고 만다.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프랑스 혁명 정부에 의해 사형을 받게 된다. 그 사형 집행의 장본인은  프랑스 파리의 혁명 정부에서 파견된 청년 지도자의 스승인 신부인 것이다! 

수학적이고 논리적으로 혁명을 만들어 가려는 이 신부는 독수리처럼 활기 차게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혁명을 꿈꾸는 청년 지도자를 결국 사형 시키고 만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과연 인간이 빠진 혁명이 혁명이란 말인가? 라는 위고의 혁명관에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소설이었다. 

나도 우연 찮게 헌책방에서 일하다 주운 책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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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0-11-1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궁금해지는걸요~ 93년이란 소설이 있었구나...
헌책방에서 보물 많이 건지셨나봐요?^^

루쉰P 2010-11-15 11:28   좋아요 0 | URL
네 정말 많이 건졌습니다. ㅋㅋㅋ 위고의 소설 중 3대 걸작이라 손꼽는 '93년'은 아무래도 세계문학전집 팀에서 놓치고 있는 듯 합니다. 나올 만도 한데 나오지가 않더라구요. 기대는 하고 있지만 빨리 좀 출판됐으면 하는 책입니다. 위고의 평전도 볼 만한 것이 없어서 참 고민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1-18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3>년은 60년대의 정음사 번역본으로 읽었어요.<레미제라블> 살 때 함께 구입했죠.10년이 지났군요.<사형수 최후의 날>과 함께 실려 있었죠.아...그리고 <93>년이 아니라 <브르타뉴의 세 아이들>이란 제목으로도 몇 년 전 나왔어요.제목이 이래서 <93년>과 동일한 작품인줄 모르게 되었지요.

루쉰P 2010-11-19 07:21   좋아요 0 | URL
오 그랬군요. 역시나 노이에자이트님은 모르는 것이 없으세요.^^ 정음사 번역본으로 나왔었군요. '브르타뉴의 세 아이들'은 93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제목으로 잡기에는 우리 출판사들이 센스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이름을 한국 출판사들은 막 짓는 경향이 있어서 같은 책이라고 해도 못 찾는 적이 맞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