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utobiography of Malcolm X (Hardcover)
X, Malcolm / Ballantine Books / 199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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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몹시나 내리던 6월 말 새벽에 나는 어두운 사무실을 나와서 숨을 몰아 쉬었다. 모두 잠들고 있는 고요한 이 시간, 오로지 들리는 소리는 우산을 때리는 비 소리와 저 멀리 들리는 차 소리 뿐. 그리고 내 주위는 안개로 자욱하게 싸여 있다. 아파트 단지 뒤에 있는 개천 때문이다. 
 
홀로 서서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이 곳에서 눈을 돌려 주위를 보니, 화단에 있는 꽃들과 단지 너머 울타리에 자리 잡고 있는 벚꽃 나무가 보였다. 이미 벚꽃은 져버린지 한참이고 벚꽃이 피던 그 자리에는 초록색의 싱싱한 잎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문득 어떤 구절이  떠 올랐다.

'벚꽃이란 밝고 아름다운 꽃도 거칠고 칙칙한 나무에서 핀다.'

벚꽃은 어찌하여 저리도 거칠고 투박한 나무에서 피는 것일까? 이해하기도 어렵고 신비하다. 나무의 어디에 저리 아름다운 벚꽃이 숨어 있는 것일까? 나무처럼 거칠고 투박한 나도 벚꽃 같은 아니면 그 보다 더 예쁜 꽃을 간직하고 있고 그것을 꽃 피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콤X는 자신의 인생에 자기 만의 꽃을 피운 사람이다. 39살에 암살을 당했지만 흑인에게 자신은 누구인가를 끊임 없이 자각시켰고, 할렘을 비롯한 미국의 빈곤 사회를 지탱하는 흑인들에게 투쟁심을 불러 일으켜 자신들은 바닥이 아니라 당당한 아프리카의 후예이자 역사와 뿌리를 가진 인간이다란 사실을 죽을 때까지 외쳤다.

그는 자신을 격렬하게 불태워 육체적, 정신적 노예인 자신의 동지들인 흑인들을 비추었다. 이 검은 불꽃인 말콤X의 빛이 너무 강렬했기에 미국의 기득권층은 그에게 '미국에서 제일 성난 검둥이' ' 무서운 검둥이'라고 비난을 하고 두려워 했다.

내가 존경하는 루쉰 선생 역시 말콤X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 잡문이라는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중국의 민중을 암흑으로 빠뜨리고 자신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는 어용 문인들과 평생을 격렬하게 싸우셨다. 그리고 민중을 학대하는 국민당의 수고 많은 검열과 감시 속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글을 쓰며 반항하셨다.

역시나 일류급 인물들은 공통되는 점이 참으로 많다. 

비 오는 새벽 벚꽃 나무를 보며 잠긴 생각이 이렇게 끝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루쉰 반장, 뭐 해?'

뒤를 돌아보니 염려에 섞인 듯한 표정의 경비 반장님이 서 계셨다. 폐지 수집소에서 급하게 들고 오신 듯한 살이 부러져 휘청 거리는 우산으로 몸을 반만 가리신 채, 흰 색 메리야스에 진한 검정색 정장 바지를 입으셨는데, 너무 급하게 나오셨는지 바지 자크는 잠그지도 않으신 채 열려 있으시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이 새벽에 홀로 나와 서 있는 내가 걱정이 돼 달려 나오신 것이다. 

요즘 투신 자살한 사람 때문에 마음이 쓰여 밤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근무를 하시는 경비 반장님, 옴진리교를 비롯한 나의 그간의 독서 편력 때문에 근심이 많으신 우리 경비 반장님, 이 달의 리뷰에 당선돼 알사탕 4천개를 받았다고 하자 '이빨 썩겄다'하며 아빠 미소를 지어주시던 우리 경비 반장님. 

그래, 정상적인 아주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드리고 경비 반장님께 걱정을 끼치지 말자. 나는 태연하게 아주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화단에 꽃을 보고 있었어요. 비를 맞고 있는 이 꽃들 참 아름답죠.'

입가에 미소까지 띄우고 말이다.

내 말을 들으신 경비 반장님은 머뭇거리시며 말했다.

'어...그거 말이지. 꽃이 아니라 잡초인데, 잡초...'

음...잡초라고, 잡초란 말인가? 이 꽃들이 모두...전부...당황하면 안 된다. 그러면 경비 반장님이 더 놀라신다. 침착하게 아주 침착하게 말을 하자.

'아! 잡초였군여. 음..잡초였어. 하하하 잡초였구나!'

제길! 목소리를 너무 하이톤으로 잡았다. 나는 웃으며 눈은 경비 반장님의 표정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경비 반장님과 눈까지 마주쳤다. 고요한 새벽 내 낭랑한 웃음소리는 경비 반장님과 눈을 마주친 채 하이톤으로 아파트를 가득 매웠다. 더욱이 안개까지 자욱이 낀 이 곳에 내 웃음소리는 울림까지 더 해져 귀신 곡성과 같이 돼 버렸다.

경비 반장님의 표정은 더욱 얼어 붙으셨고, 난 더 발랄하게 웃었고, 우리는 몇 초인지 몇 분인지 모를 시간을 그렇게 서 있었다. 안개가 낀 비가 내리는 새벽에 말이다.

어찌 어찌하여 경비 반장님을 초소로 돌려 보내고, 나는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란 약속을 하고(근데 이 약속을 왜 해야 하는지?) 사무실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반이다. 내 시계는 스텐 줄에, 시간을 가리켜 주는 시계판은 검정색에, 시계 바늘은 하얀색으로 돼 있다.

말콤X 말하기를 자신의 재산은 오로지 시계와 안경 그리고 서류 가방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계에 대해 이런 말을 덧붙였다.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시계를 차고 있지 않은 사람을 보면 제일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 관념이 없거든요. 우리가 행동할 때 시간에 대한 올바른 존중심과 가치관념이 있는가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됩니다.

이런 말콤X에 비해 나는 시간에 꽤나 관대하다. 

6월 말 부터 시작된 시간의 관대함으로 인한 패배감이 온 몸을 휘젓고 있었다. 

경제학원론을 읽고 있다가 침을 흘리며 책상에 앉아 있는 자신, 티에는 침 흘린 흔적이 흥건하고 말이다. 인터넷의 쓸데 없는 뉴스를 보다가( G컵 화성인녀 출현! 이라는 기사에 현혹돼 미친듯이 그녀의 신변을 조사하기도 했다. -.-) 잠깐 꺼진 모니터에 비춰지는 충혈된 눈의 자신.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마음 먹은 대로 쉬지도 않고 공부 또 공부를 하고 싶은데 TV리모컨으로 어느 새 손이가 '미스 리플리'의 이다해를 보며 응원하고 있는 자신! 화류계 출신이면 어떤가 제발 그녀가 박유천과도 결혼하고 승리하기를! 바닥 인생도 승리하는 것을 보여줘! 라며 숨 죽이며 이다해를 보고 있는 자신!

그러다가 흘러가 버리는 시간들 속에서 멍하니 있는 나를 발견할 때 그 패배감! 다른 것이 힘든 것이 아니었다. 내가 힘든 것이었다. 내 자신이 말이다.

그런 속에서 집어 든 책이 '말콤X 자서전'이다. 

카프카는 말한다. 

우리가 읽은 책이, 우리들이 머리에 주먹으로 일격을 가해서 각성 시켜주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책을 읽겠는가? 한 권의 책, 그것은 우리 내면의 얼어 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하네.  

자서전 문학을 나는 몹시나 좋아한다. 그렇지만 아무 자서전이나 좋아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나만의 독특한 기준이 있다. 난 사람이란 동전의 양면과 같이 뛰어난 점이 있으면 못난 점이 있고, 또한 인간이 완벽하게 선하거나, 완벽하게 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위대한 인물이라고 그를 박제화 시켜 성인군자로 치장하는 평전류는 비위가 상해 읽지를 못하고, 분명 배울 바가 많은 인물인 데 너무 위대하다고 그의 단점만을 부각시켜 깍아 내리는 평전류도 못마땅해 한다.

이렇게 입맛이 까다로우니 마음에 확 차는 자서전이나 평전은 무척이나 찾기가 힘들다. 그런 나를 감동시킨 자서전은 몇 안 되지만 그 중 최고봉은 '말콤x'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그 느낌과 감동이 <달라> 내가 뭔가에 정신이 나가 버렸거나 혹은 스스로 생각할 때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고 느낄 때 그 방황을 깨주는 도끼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내가 읽고 있는 '말콤X 자서전'은 창비에서 1978년 출판된 책인데 1993년 다시 재판된 것이다. 김종철, 이종욱, 정연주라는 동아일보 해직 기자들이 1977년 경 생계를 위해 다닌 '종각번역실'이란 곳에서 번역한 것이다. 게다가 말콤X의 육성을 기록한 사람은 <뿌리>라는 저작을 쓴 알렉스 헤일리다.  

이 책을 난 어떻게 구하게 됐을까? 

22살 대학 생활을 1년 마치고 복제품이나 양산하는 공장과 같은 대학 생활에 질린 나는 휴학을 했다.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찾기 전에는 군대를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결심은 결심이고 생활은 생활이기에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 동네의 비디오 방에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풀타임 킬러 알바생으로 들어갔다.

비디오 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에는 카운터가 있고 그곳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방들이 짝 펼쳐져 ㄷ자 모양으로 배치가 돼 있다. 한 쪽마다 10개의 방들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카운터에만 형광등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뿐 그 양 옆의 방들 쪽으로는 아주 어두워 사람이 걸어다닐 수만 있는 조그만 불빛 밖에는 없었다.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는 내가 앉아 있는 곳에만 불이 비춰져 있어 무슨 상품 진열대에 올라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라는 결심은 알바 일주일이 되자마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나는 손님들의 시중을 들기 위해 정신 없이 바빴다. 그렇게 바쁘던 어느 하루 저녁 때 쯤 대학생 커플인 듯한 남녀가 들어왔다. 나에게 감동이 있고 재밌는 전쟁 영화를 틀어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대충 외워둔 지식으로 올리버 스톤 감독의 명작 '플래툰'을 주저 없이 권했다.

커플들은 승낙을 하고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영화를 튼지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커플이 있는 방 옆의 손님이 나가 그 방을 치우기 위해 지나치던 중, 남자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와 여자의 야릇한 신음소리가 그 커플의 방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아뿔사 내가 영화를 잘못 틀었구나란 생각에 얼른 카운터로 달려가 대학생 커플이 들어간 방의 영화를 모니터로 보았다.

모니터에 나오는 장면은 헬기가 폭격을 하고 병사들이 사정 없이 총을 쏘는 과격한 전투신이었다. 다시 그 커플들이 있는 방 앞으로 가 보았지만 여전히 신음소리가 들렸고, 다시 모니터로 오면 전투신이 한참이었다.

난 비디오 방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가 않아 이 곳이 젊은 열정의 커플들에게 영화 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 나는 이해했다. 왜 비디오 방의 조명이 어두운지, 방 안의 소파는 왜 눕듯이 제작이 돼 있는지, 또 방들의 창문은 내부에서 포스터로 덕지 덕지 붙여놔 안이 안 보이게 해 놓았는지 말이다.

비디오 방 사장님은 알바를 시작한 나에게

'비디오 방의 생명은 은폐야, 은폐. 밖에서 안 보이게 포스터로 꽉 꽉 붙여놔야 돼. 알았지?'

라고 하며 오전에 손님이 오기 전에 각 방을 순찰하며 경건한 몸가짐과 마음으로 방에 손상된 포스터는 없는지를 꼼꼼이 체크하시고 퇴근하셨다.

또 한 가지, 사장님은 나에게 손님들이 질문을 하면 웃으며 되도록이면 대꾸를 하지 말고,  '명작이죠'란 대사만 하라고 하셨다.

커플이 있는 방의 영화가 끝나고 대학생 커플들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른채 카운터를 지나가며 나에게 '좋은 영화인데요. 감동했어요' 라고 말했다.

난 사장님의 직감에 감탄을 하며 오로지 배운대로 '명. 작. 이. 죠' 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명작이죠란 대사를 작렬하며 나는 손님들에게 오로지 상쾌한 미소만 날렸다. 

백인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쇼만 해주면 뭐든지 산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구두 닦는 헝겊으로 팍팍 소리를 내는 것과 똑같은 원리였다.  


나중에 말콤X 자서전을 읽으며 그가 구두닦이, 기차 간식 판매원, 웨이터 등 직업을 전전하며 백인들의 유치한 심리를 파악한 저 위의 구절을 읽으며 손님을 대하는 나의 심리 역시 그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비디오 방에 오는 그런 열정의 대학생 커플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진심으로 말이다. 그런 소리가 들리면 욕정을 거부하기 위해 깨달음의 경계를 향해 나아가는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여자의 나체가 썩어 뼈로 변하고 재가 되는 상상도 하였으며, 그 육욕의 방을 지나쳐 청소를 하러 갈 때는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휘번덕 거리며 뛰어가거나 했다.
 
하지만 그런 수행도 하루, 이틀 나는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소리를 소리로 잡는 전략을 개발, 나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욕정을 이겨내기 위해 보기 시작한 영화는 한, 두 편 씩 보다가 실력이 늘어 나중에는 하루 최고 7편의 영화를 보는 기록도 갱신하였다. 또 영화를 점차 많이 보다 보니 외국 영화의 경우 3배속으로 빨리 돌려서 자막만 보며 스토리를 파악하는 비디오 방 종결자가 됐다.
 
얼만큼의 영화를 보게 되었을까? 어느 날은  'X'라는 표지의 영화가 손에 걸렸다. 표지를 보며 속으로는 조금은 변태적이며 야하지 않을까란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영화는 이번에 미국 의회도서관이 선정한 '영구보존작품'인 스파이크 리 감독의 '말콤X'!!!
 
보는 내내 흑인민권운동가는 마틴 루터 킹이라는 상식만 가지고 있던 나에게 '말콤X'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말콤X'만 가지고는 나에게 너무나 정보가 부족했다.
 
지성의 창고, 책무덤인 우리 동네의 헌책방으로 나는 퇴근 후 발길을 옮겼다. 상가 건물의 지하에 있는 이 책방의 사장은 40대 정도의 아저씨로 항상 왼쪽 귀에 솜을 넣고 계셨다. 염증이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될 뿐, 전축에 레코드 판을 걸고 교향곡을 항상 틀으며 자신만의 독서에 빠져 계셨기에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정리도 안 되고 무리지어 있는 책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책이 있냐고 물으면
 
'한 번 찾아봐, 있을 수도 있어'
 
란 희망적인 멘트만 날릴 뿐 찾아 줄 생각도 안 하고 오로지 혼자 독서에 매달리셨다.
 
그 실날 같은 멘트에 온 희망을 걸고 뒤지고 뒤지고 또 뒤지고  몇 시간이고 뒤진 끝에 구석 책장의 맨 끝에 찾기도 힘들게 가로로 눕혀 있는 이 책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란!! 
 
     
독서할 수 있는 능력은 나의 내부에 있던 잠재적인 열망, 즉 정신적으로 살아있는 인간이 되려는 열망을 일깨워 주었다. - 말콤X   
    

다른 그 누구의 자서전보다 내 자신에 가까운 그의 인생을 읽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자서전의 머리말을 쓴 뉴욕 타임즈의 기자 M.S 핸들러는 그의 인상에 대해 이렇게 기록한다.  

아내는 말콤이 떠난 뒤에 조용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뭐랄까요, 검은 표범과 차를 마시는 기분이었어요.'
나는 그 표현에 움찔 놀랐다. 검은 표범은 동물계의 귀족이다. 그 짐승은 아름답다. 그리고 위험하다. 한 인간으로서, 말콤 엑스는 타고난 귀족과 같은 육체적 거동과 내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방황하던 내 인생에 쳐 들어온 말콤X는 검은 표범 그 자체였다. 깊은 어둠 속에서 눈이 불꽃처럼 빛나며 나를 주시하고 내 안을 파헤쳐 주었다.

말콤X의 아버지는 마커스 가비란 흑인 민족주의자를 따르는 열성적인 신자이자 침례교 목사였다. 가비는 훅인종 순수성의 가치를 치켜들고, 흑인 대중은 선조의 고국인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었다. 이것은 후에 말콤X가 이슬람교를 믿으며 흑인 민족주의자로 간 것이 아버지의 이런 발자취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백인극우자에 의해 아버지는 살해당했고,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경제고 파탄으로 정신병에 걸려 말콤X를 비롯한 형제들은 나뉘어 키워지게 된다.

말콤X의 어머니가 가난 속에서도 오로지 남은 것은 자존심이었기에, 정부에서 나누어 주는 구호 물자도 거부하고 싸워가다 미쳐가는 과정을 보며 우리 부모님이 가난 속에서 자존심이 깨질 때 얼마나 괴로워 하셨는지를 공감했다.

우리 아버지는 일용직 근로자로, 페인트 미장이다. 빌라나 조그만 상가 외벽에 페인트 칠을 해 주고 버는 돈으로 나를 키우셨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한테 돈을 조금 얻을 일이 있어 일 하는 곳으로 찾아 간 적이 있는 데 빌라 옥상 옆 계단에 쭈그려 앉아서 볶음밥을 드시는 모습을 보고 차마 돈 얘기를 하지 못하고 돌아 온 기억이 있다.

말콤X의 어머니가 경제적 고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존심이 상처 받어 미쳐 가버린 것처럼 나의 아버지는 IMF시절 페인트 미장이 일이 끊겨 미친듯이 괴로워 하셨다. 트럭 운전사로 일용직 인력도 하시며 기를 쓰고 버티던 아버지가 결국에는 돈이 끊겨 집에 전기도 끊겼을 때 나는 철이 없어 아버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었다.

아버지의 자존심을 짓밟는 말이 었기에 울면서 아버지는 내 등을 때리셨다. 지금도 말콤X의 부모님 부분을 읽을 때는 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결국 보다 못한 어머니는 식당 일을 나가시기 시작했고, 일을 구하지도 못하시고 집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가 멍한 눈으로 그리고 미안한 눈으로 어머니의 일 가는 모습을 배웅했던 그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내가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당신의 자존심과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콤x의 저 글처럼 나 역시 나중에 깨달았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 후 말콤X의 엄청난 방황이 시작된다. 그 방황의 시점이 되는 사건은 이러하다.
 
그는 어머니와 헤어진 후 백인 가족에게 보호 입양이 된다. 그 가족들 속에서 학교를 다니며 그는 반장도 하게 되고, 공부에 있어서도 훌륭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좋아했던 역사 공부를 가르치던 선생이 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말콤X) 그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 중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의 한 사람이고 학교에서도 가장 우수한 축에 들었지만, 그의 눈에 비친 나의 장래는 거의 모든 백인들이 흑인을 보는 태도와 마찬가지로 '네 처지에서' 장래를 찾아라는 것이었다.    

변호사가 돼 보겠다는 말콤X에게 역사 선생은 웃으며 네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손재주가 좋으니 목수나 되라고 말한 것이었다. 말콤X 보다 공부도 못하는 백인 학생들에게는 더 좋은 목표를 가지라고 격려를 하고는 그에게 만은 '네 처지에서' 어울릴 일이나 찾아 보라고 한 것이다! 

 고3 때 수능 시험을 보겠다는 결기 어린 내 대답에 수능 원서를 줘야 했던 내 담임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수능 시험을 보고 성적을 보면 자살할 수도 있으니 원서 줄 수가 없는 걸

아주 화사하게 웃으며 말이다. 

말콤X는 그 역사 선생이 자신에게 목수가 되라고 했던 것은 악의가 없었고, 호의에서 나온 말이지만 다만 그것이 미국 백인으로서의 그의 본성이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나 역시 그 담임이 악의가 없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담임은 역사 선생처럼 '네 처지에서' 어울릴 일을 찾아서 공장을 나가든 기술을 배우러 어디 회사로 취직하라고 나에게 권유했던 것이다. 다만 그것이 한국 교사로서의 그의 본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는 나라는 인간은 나 자신이 원하는 인물이 될 정도로 똑똑한 인간은 못 되는 모양이었다. 내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속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말콤X는 그 이후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위에 쓴 것처럼 학교를 그만 둔 그는 구두닦이로, 소다수 판매원으로, 기차 샌드위치 판매원으로...

결국 그는 뉴욕의 할렘에 거처를 정하고 술집 웨이터로 일을 시작해 대마초도 팔고, 사창가에서도 살며 노름과 마약에 쩔어 살아가기 시작했다. 허슬러라는 사기꾼의 인생을 살아 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 역시 술 집 웨이터, 편의점 직원, 아파트 공사 현장 잡부 등 알바와 알바 그렇게 끊임 없이 일을 하며 알바하다가 천국 갈 것 같은 알바천국의 인생을 보냈다. 그렇게 번 돈으로 PC방가서 게임이나 하는 등, 대학 휴학 후의 인생은 말콤X 보다는 격이 낮은 내 인생의 사기꾼(허슬러)같은 삶을 살았다. 
 

이 시절 내내 나는 정말로 죽어 있었다. 정신적으로 죽은 상태였다. 다만 그런 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결국 자신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백인 여자 자매와 짜고 흑인 둘을 합쳐 조를 편성해 도둑질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범죄를 눈치 챈 경찰들에 의해 체포되고 만다.

그는 도둑질보다도 흑인이 백인 여자와 놀아났다는 사실에 격분한 사회에 의해 10년 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이 된다.

교도서에 수감된 말콤X가 획기적인 인간 변혁을 하는 부분들...책에서 제10장 사탄, 제11장 구원, 제12장 구원자인데 이 부분이 내가 비디오 방의 알바를 할 때나 비 오는 새벽 무력감에 젖어 지쳐 있는 지금의 이 때나 대 감동을 하며 온 정신을 떨치고 일어나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잠깐 숨을 돌려 딴 소리를 하자면 이 리뷰는 무력감에 빠진 6월 말부터 차근 차근 쓰여져 지금까지 쓰고 있다. 그 동안에 말콤X가 감옥에서 겪었던 대 사상의 변화처럼 나 역시 굉장한 사상의 변화가 일어났다.

7월 초에는 그러니까 7월 3일 비가 오던 일요일 날 나는 근무가 아니고 쉬는 날 이었는데도 대신 근무를 서 달라는 요청을 받아 근무를 이틀 연속하고 있었다.

마포 걸래가 냄새가 나니 치워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별 생각 없이 말콤X에 대한 이어질 리뷰에 대해 구상을 하며 지하실로 마대를 깃발처럼 높이 든 채 들고 가다가 유리등을 깨 버렸다.

이 등은 우리 사무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산이 확실한 유리등이다. 등의 밑부분을 정확히 가격해 깨 먹어 버렸기에 밑에 만 구멍이 휭하니 나서 아주 날카롭게 유리등이 붙어 있었다. 이걸 보면 사무실 사람들도 주민들도 나를 죽일려고 할 것이 확실하기에 들고 있던 마대로 유리등의 남은 부분을 깨다가 그 파편이 정확히 내 얼굴로 떨어졌다.

무슨 생각으로 내가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멍청한 내 행동 때문에 날카로운 유리 파편은 코와 입술 사이의 인중을 베고 지나갔다.

피가 나기 시작하더니 무슨 손이고 얼굴이고 피범벅이 되자, 난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 됐다.

손으로 피가 나는 인중을 움켜잡고 피 귀신이 된 채 경비 반장님께로 뛰어 갔다. 쏟아지는 비 덕분에 지하실에서 경비 반장님이 계신 초소까지 가는 100m 정도의 거리 동안 나의 옷, 얼굴은 모두 피로 빨갛게 물들었고, 지나가던 주민들은 기겁을 하고 놀라고, 난 인중을 움켜쥐고 뛰고, 놀이터에서 우산을 들고 나와 뛰어 놀던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고 평온하고 조용한 일요일 오후를 난 오직 이 한 몸으로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일요일 오후 시원하게 수박을 드시며 휴식을 취한 던 경비 반장님은 먹던 수박을 입으로 줄줄 흘리시며 너무 놀라서 '피! 피!'라고만 외치시며 눈을 희번덕 거리시다가 유일하게 차량을 가지신 경비 2초소에 도움을 요청해 나를 싣고 병원으로 달리셨다.

일반 병원에서 간단하게 지혈을 한 후 얼굴에 흉터가 남을 수 있으니 자신들은 꼬맬 수 없다고 성형외과를 가라는 얘기에 나를 또 싣고 이동!

결국 O시의 유일하게 문을 연 성형외과를 찾아냈다. 거기서 무사히 봉합 수술을 마쳤는데 무려 13바늘을 꼬맸다. 코와 입술 사이의 인중에 가로로 줄을 쭉 긋는다면 내 상처는 완벽한 가로가 아니라 조금 비스듬하게 찢어졌다.

완전 얼굴에 제대로 스크래치를 한 셈이다. 내 덕분에 쉬고 계시던 소장님, 과장님 모두 모두 사무실로 오셨고, 난 조퇴 처리를 받아 집으로 오게 됐다. 3일 휴가도 덤으로 받고 말이다.

그 때 읽고 있던 부분이 말콤X의 감옥 부분이었다.

이틀 뒤 소독을 하기 위해 다시 찾은 성형외과에 가서 내 이름을 대고 접수를 시킨 후 손님들을 위한 소파에 잠시 앉아 있자 이층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별 신경도 안 쓰고 상처 부위에 붙인 반창고가 콧구멍의 반을 덮을 정도로 두툼해 오늘은 제발 거즈 좀 조금 덜 쓰고 반창고를 붙여달라고 말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층에서 내려 온 사람은 여성이었는데 분홍색 반팔 셔츠, 분홍색 긴 바지를 입고 머리카락이 등 중앙까지 올 정도의 길이 였는데 포니테일 스타일로 깔끔하게 묶여 있었다.

뒤에서 보니 몸매도 호리 호리해 얼굴도 꽤나 이쁘겠구나 상상을 하던 중, 그 여자 간호사가 뒤를 돌아 나를 보는데 그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비디오 방 다닐 시절 제일 좋아했던 외국 여 배우는 얘슐리 쥬드였다. <키스 더 걸>에 나온 그녀에게 홀딱 반 해 <더블 크라임>도 그렇고 얼마나 돌려 봤는지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 였으니 말이다.

근데 이 간호사 얘슐리 쥬드와 무척이나 흡사했다. 근데 웃긴 건 이 여 간호사의 첫 대사였다.

'루쉰P! 너, 나 기억안나?'

이런 예의를 밥 말아 먹었나, 왜 반말인가. 그리고 누구인가 내 인생에 얘슐리 쥬드 닮은 여성을 알았던 기억은 없다.

누구신지 죄송하다고 머뭇거리는 나에게 그녀가 말한 한 마디의 단어는 그녀가 누구인지를 순식간에 생각나게 만들었다.

'곰돌이 팬티! 나야!'

곰돌이 팬티...잊지 못한다. 이 단어...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즐거웠던 그 어느 날, 나는 선생님이 쓰고 계시는 칠판을 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칠판에 조조와 손권 그리고 한 명의 이름은 쓰지 않으신 채 삼국지에 유명한 이 사람의 이름을 맞춰보라고 하셨다. 의외로 책을 읽지 않은 반에 있었던 것인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근데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이미 1년 전에 나를 훌륭한 인물로 키우고 싶었던 작은 외삼촌에 의해 삼국지 강의를 듣고 책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외삼촌은 그 때 당시 운동권 과격파 학생이었고, 데모를 하다가 상처도 많이 입고 다니시던 멋쟁이셨다. 물론 지금은 배 나온 중년이지만 말이다. 나에게 삼국지 강의와 책을 읽게 하신 후 백골 부대로 원해서 갔는지 끌려서 갔는지 군 입대를 하셨는데 작은 외삼촌이 입대하는 날, 관우가 죽어 너무 열 받아 삼국지 책을 집어 던졌던 그런 마음으로 서럽게 울었다.

그런 단련을 받은 나는 답을 알기에 속으로 '유비인데, 유비야!' 그러고 있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손을 들지 못하고 있었을 때 선생님께서는 맞추는 사람에게는 한 달 청소 당번을 빼주겠다는 빅딜을 제안하셨고,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손을 들고 유비라고 맞췄다.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잔머리는 빨랐다.

알면서도 손을 늦게 들었으니 청소 당번은 무효라고 선생님은 하셨고, 맨날 웃기는 얘기만 하고 떠들던 내가 답을 맞춘 것에 감탄을 하던 아이들은 선생님께 야유를 했다. 결국 오호대장군을 맞추면 청소 당번 면제의 공약을 지키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난 다시 그 답을 맞췄다.

그 후로 아이들에게는 삼국지의 전문가라는 칭호를 얻으며 난 꽤나 인기가 올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삼국지를 읽은 아이들도 서서히 생겨났고 누가 제일 멋지냐는 유치한 토론에서 난 '상산의 조자룡이 최고이다'란 지론을 펼쳤고 반발하는 아이들을 무마시키고자 나름 생각한 유치한 논리로 아이들을 설득시켰다. 그리고 넘치는 자신감에 '상산의 조자룡'과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까지 떠 벌렸다.

나의 논리에 진 녀석들은 어떻게든 나를 이기고자 며칠 뒤 너가 상산의 조자룡 임을 증명할 일을 가져왔다며 제안한 일은 바로 어떤 여자아이의 치마를 들추는 아이스께끼였다. 지금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이스께끼와 조자룡의 용맹의 증명과의 연관성이 전혀 없는데 왜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 여자아이는 같은 반 친구로서 소문이 자자한 친구였다. 키도 남학생들에 비해 머리 하나는 컸고, 더욱이 두각을 보이는 분야는 싸움이었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싸움을 하면 이 여자아이는 주먹을 꽉 말아지고 제대로 원, 투 펀치를 날렸다.

여자아이는 흔히 머리를 잡거나, 아니면 울거나 해서 싸움을 못하는 종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녀석 만큼은 주먹을 쥐고 제대로 싸우는 파이터 였다.

아이스께끼는 반 여자아이들은 모두 당했지만 오로지 이 녀석만은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알고 보니 이 녀석의 아버님은 우슈(쿵후) 도장 관장님으로 그 도장의 이름은 백호관! 게다가 위로 오빠가 둘이라 파이터로서 자질은 무한히 갖춘 셈이었다.

친구들의 제안을 받은 나는 이대로 물러서면 조자룡의 용맹을 증명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흡사 장판교에서 아두를 구하고 조조의 대군을 돌파하는 그런 심정으로 약속을 했다.

약속한 쉬는 시간 자기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 녀석의 뒤로 접근을 했다. 아이스께끼를 당하는 역사가 없던 이 녀석은 거의 치마를 입고 다녔다. 무릎까지 오는 노란색 치마 그렇게 세월이 지났어도  그 치마의 색깔은 잊지를 못한다.

난 아주 과감하게 그 치마로 위로 한껏 올리며 아이들이 부탁한 명대사!

'나는 상산의 조자룡이다!'

를 크게 외치자 마자 뒤를 돌아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달리지도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내 뒤를 낚아 챘고 뒤를 돌아본 나는 아이스께끼를 당한 그 녀석이 얼굴이 시뻘건 진 채 씩씩 거리며 나를 붙잡았암을 눈치챘다. 마치 관운장 같은 대추빛 얼굴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 어떻게 당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 녀석이 내 머리는 왼쪽으로 치고 다리는 걸어 오른쪽으로 치는 기술로 한 번에 복도 바닥에 고꾸라 졌고, 완전 넉다운 돼 바닥에서 그 녀석의 발길질과 주먹으로 순식간에 묵사발이 됐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인생에서 그렇게 심한 게 맞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얻어 터지면서도 상산의 조자룡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아이들을 향해 외쳤던 내 대사!

'소연이(가명)는 곰돌이 팬티다!'

소연이(지금부터 아이스께끼를 당한 이 친구의 이름으로 대신함)는 내가 아이스께끼를 했을 때 하얀색 팬티에 엉덩이 쪽에 곰돌이가 그려진 팬티를 입고 있었다.

가뜩이나 이성을 상실한 소연이는 내 외침에 완전 돌아버려!

'이 자식! 죽여 버릴꺼야~~!!'

라고 괴성을 지르며 나를 더욱 때렸다. 이 엄청난 사태에 달려 온 선생님들이 아니었으면 난 아마 거기서 죽었을 것이다. 선생님이 소연이의 광분을 말리지를 못 해 억지로 들고 가셨을 때까지 난 바닥에서 몸을 웅크린 채 일어나지를 못 했다.

눈은 멍 들어서 밤탱이가 됐고, 옷은 다 찢어져 반 거지가 돼 있었다.

결국 우리는 격리된 채, 부모님까지 오시게 됐고, 부모님들과 합석해 선생님 앞에서 취조를 받게 됐다. 나를 때릴 때 그 격렬한 것과는 반대로 선생님과 부모님들 앞에서 소연이는 꺼이 꺼이 구슬프게 여성처럼 울었고, 난 눈은 멍들고, 코에는 휴지를 박은 채 윗 옷을 찢어져 타잔처럼 한 쪽 소매에만 손을 넣은 채 그러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파악한 부모님은 정중한 사과를 하였고, 집에 끌려간 난 또 맞았다.

그 이후 소연이는 나를 보면 괴롭히기로 작정하고 별의 별 심부름을 다 시켰다. 난 등교 시간 보다 더 일찍 소연이의 집 앞에 가서 얘가 나오면 소연이의 신발 주머니, 책가방을 들고 뒤를 졸졸 쫓아 다녔고, 학교 끝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운 정도 쌓인다고 나랑 친해진 소연이는 재미없는 농담을 나에게 던지며 웃으라고 강요도 했다. 그렇게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난 소연이의 심부름을 했다.

6학년 졸업식 날 소연이를 안 봐도 된다는 생각에 어찌나 기쁘던지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후 중학교 3학년 정도가 됐을 때 소연이가 나를 찾는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전화도 피하고 학교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는 소연이의 얘기를 전해 들은 나는 담을 넘어 도망칠 정도로 이 녀석과의 만남을 극구 피하고 도망다녔었다.

근데 말이다. 성형외과에 간호사로 소연이가 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얘슐리 쥬드를 닮은 채로 말이다. 여성은 시간이 지나면 못 알아 본다는 사실이 정말 맞다.

소독을 하고 소연이에게 반 강제적으로 연락처를 주고, 며칠 뒤 불려 나가 밥을 먹고 차도 마시고 15년 간의 지난 시간에 대해 수고 많은 얘기를 했다.

물론 말콤X에 대한 얘기도 해 주고 말이다.

근데 의외로 이 녀석 많이 바뀌었다. 말콤X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서

"세상이 어두우면 스스로 태양이 돼서 비추는거지, 말콤X처럼 말이야."

아버님은 도장을 그만두시고 부동산을 하시고, 오빠들도 모두 자기 사업들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소연이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간호학과로 졸업해 지금 이 곳이 3번째 직장이라고 한다. 여전히 운동은 하고 있고 말이다. -.-

난 나에 대해서도 다 말해 줬다.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것도 말이다. 변변치 않은 자신에 대해서도 말이다.

근데 다 듣고 나서 소연이는 내가 보여준 말콤X란 책에서 나온 이 구절을 나보고 읽어보라고 했다.  

말콤, 내가 너에게서 좋아하는 게 한 가지 있다. 너는 형편없는 애지만 넌 그걸 숨기려 들지 않아, 넌 위선자가 아니야. 

말콤X에 대한 소개를 잘 해 볼려고 했는데 마무리가 소연이를 소개하는 것으로 됐다. 

근데 문제는 이 녀석 내가 쉬는 날마다 불러낸 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 간 기분이다.  

무력감이나 공부의 패배감 따위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보낸지 오래고 소연이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 지가 얼굴의 상처보다 더 큰 고민이다. -.-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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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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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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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건 분노해야 될 문제이지 않을까요?" 

비좁아터진 책들 사이로 고개를 쭉 빼고 그는 내게 말했다. 지금처럼 아주 더운 봄도 여름도 아닌 듯한 그 어느 날 오후에 말이다. 

그와 나는 아침 9시까지 출근 해 상쾌하게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커피 믹스 한 잔을 종이컵에 타서 아침밥이라 생각하며 섭취하고 니코틴 파워(담배)를 충전한다. 그러면 우리에게 어제부터 주문된 수 십 장의 주문장들이 배달이 된다. 그럼 우리는 주문장을 한 번 쓱 훑어본다. 찾기 어려운 책은 없는지 아니면 찾기 쉬운 책만 주문이 됐는지 말이다. 

신간 서적의 경우 입력한 지가 며칠되지 않기에 찾기가 수월하지만 좀 시간이 지난 책은 위치는 표시가 돼 있지만 찾는 시간은 1시간도 그리고 3시간도 걸릴 수가 있다. 

왜 그럴까? 이 서점은 본 매장은 지하에 있고, 1층에는 또 어린이 책과 만화 매장이 있다. 그리고 책만 쌓아놓는 저장 창고 주차장(상가 건물의 지하 주차장을 임대)이 있다. 또 10여분 떨어진 거리에는 고전 문학과 고서들이 있는 빌라 지하의 거대한 창고가 존재한다. 고전 문학이 있는 창고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해 200평 정도의 크기를 자랑한다. 주차장 창고도 거기에 2분의 1의 수준이고 말이다. 

근데 모든 매장과 창고의 공통점이 있다. 일단 책장이 서로 빼곡하고 서 있다. 그 높이는 178cm의 키를 자랑하는 내가 손을 쭉 피면 그 책장 맨 위의 꼽힌 책을 집을 수는 정도다. 책장에 책은 세로로 꼽혀 있지만 그 앞 선반에는 또 가로로 책이 쌓인다. 내 허리 위부터의 책들은 그렇게 세로와 가로로 아주 빽빽하게 꼽혀 있다. 허리 아래로는 세로와 가로로 쌓인 책 앞에 밑바닦부터 차곡차곡 내 허리까지 책들이 가로로 책 탑이 돼 서있다. 그렇게 80평 정도의 매장은 세로로 쭉 책장과 책탑이 서 있다. 그러다 보니 책장과 책장 사이의 간격은 사람이 옆으로 서서 거의 지나갈 수 있으며 몸무게 90kg을 넘는 사람은 지나가기 조차 버겁다. 실례로 판타지 작가 형(판타지작가 형90kg, 루쉰P 74kg)은 지나가다가 끼인 적도 있다. 게다가 책과 눈 사이의 거리가 30cm정도이기에 책 제목을 보다가 눈은 사시가 되고 현기증이 나는 사태도 속출한다. 

주문 들어 온 책이 운이 없어 책 탑을 드러낸 뒤에 가로로 쌓인 책을 파헤치고 또 그 안에 세로로 꼽혀 있는 책이라고 한다면 그 날 한, 두시간은 모두 투자해야만 한다. 왜냐면 앉아서 책을 찾을 수 있는 자리가 없기에 일단 먼저 내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책 탑을 옆으로 옮겨 자리를 확보하고 그 후에는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책을 향해 책 탑을 제거하고 또 그 안에 가로, 세로의 책들을 뒤집어 가며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옮기는 책의 무게들은 낱권으로 읽을 때는 느낄 수 없는 무게이지만 10권 정도만 돼도 그 무게는 택배 알바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는 아령 소포 무게와 같은 존재감을 준다.  

이렇듯 모든 매장과 창고에는 저런 통일된 형식으로 책이 진열 돼 있다. 서점에는 손님들의 주문을 접수 상담하고 모든 사무적 일을 하는 메인 1명과, 하루 할당량 7백부 입력이라는 환상의 목표를 내세워 사장에 물어 뜯이며 일을 하는  입력팀 2명, 그리고 책을 찾고 정리하는 수색팀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메인도 입력팀도 경력이 4년차가 된 사람도 월급은 140여만원, 수색팀도 갓 들어 온 신입도 1년이 넘은 사람도 120만원에서 4대 보험을 뺀 108만원, 월급 인상 따위는 없다. 점심값도 자기 월급에서 사먹고, 교통비도 물론이고 말이다. 직장에서 제공되는 것은 언제나 진열돼 있는 커피 믹스! 

아침부터 책을 옮기고 찾고 하다보면 먼지로 뒤덮히고 입고 있던 바지는 금방 너덜너덜 해진다. 예전 글에도 썼지만 서울 강북에 위치한 이 곳은 재개발구역인 달동네라 빌라들은 비좁게 서 있고, 낮은 슬레이트 집들도 서로 눈높이를 맞춘 채 밀집돼 있다. 

내가 맡은 창고는 고전 문학과 고서 위주인지라 책 주문이 들어오면 본매장에서 여기까지 수레를 끌고 와 책을 찾은 후 다시 수레에 실어 10분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찢어진 바지를 입고 동네 골목길을 지나칠 때면 사람이 그리워 나와 계시는 할머님들을 만나게 된다. 

그냥 지나칠려 해도 사람의 정이 그리워 앉아 있는 할머님들을 보면 예전에 모시고 살았던 할머니가 생각나 인사를 조금씩 드렸다. 근처에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할머니들은 넝마에 가까운 옷을 입고, 낡아빠진 수레에 책을 옮기는 나를 폐지를 수집해 살아가는 희망찬 젊은이로 오해들을 하셨다. 

주문이 많아 책을 한 수레 싣고 지나가면 젊은 사람이 능력도 좋다며 칭찬도 해 주시고, 언젠간 고물상을 차려 결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찬 장미빛 미래도 제시해 주고 하셨다. 서점에서 일한다고 얘기를 해도 할머님들은 웃으시며 젊은 사람이 도둑질해서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폐지 수집이 뭐가 어떠냐며 부끄러워 하지 말라며 자신의 일에 당당해 지라고 충고도 해 주셨다. 

우리 할머니도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못 알아드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할머님들은 다들 공통적으로 그러신가 보다 하는 생각에 서점에 근무한다는 설명은 포기를 하고 속으로 나의 인생은 저 안드로메다 은하계로 빠져, 폐지 총각으로 저 분들의 인생 황혼기에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 드리는구나란 생각도 했다. 

나에게 분노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던 그는 나와 같은 저런 일들을 했다. 나보다 2살 어린 후배로 대학 졸업 후 노동 운동을 하며 인권 사랑방도 다니는 등 사회 참여에 정열을 불태우는 친구였다. 그에게 적은 월급으로 9시부터 저녁 7시까지의 노동과 토요일도 똑같이 출근하는 것, 그리고 일요일도 남자 직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나오는 것 등에 대해서 노동자로서 분노하고 있었다.  

여기 직원들은 공통점이 책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순박하고 자기 욕심들이 너무 없었다. 월급을 얼마를 주던 일을 얼마를 시키던 그냥 시키는대로 주는 대로 만족을 했었다. 

그런 것에 대해 저 동생은 의문을 제기한 것이었다. 사실 팀장님과 함께 서점의 이익에 대해 분석을 해 본적이 있는데 월 천만원 정도의 순이익은 남기는 구조였다. 하지만 사장은 거기에 대해서 경기가 어렵다. 우리 같이 더 노력하자. 많이 벌면 내가 혼자 먹겠느냐 같이 나눌 것이다. 지금은 하지만 상황이 아니다는 등의 이야기를 매일 매일 했다. 

서점의 매출과 이익에 대해서는 사장 혼자 정보를 독점하고 절대 직원들과는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 동생의 불만은 그것이었다. 다들 모든 젊음을 바쳐 일하고 있는데 보수야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서점을 우리 것이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거기에 대해 사장도 인정을 하고 서로 파트너의 입장에서 같이 해 나가야 하지 않느냐, 왜 우리를 톱니바퀴처럼 그냥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릴려고 하는 도구로 보는가라는 것에 대한 분노!

이런 의견에 대해 사장은 항상 경제가 어렵다는 말과 직원들이 전문성이 없다. 더 정열을 바쳐 야근도 더 하며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만 피력할 뿐이었다. 팀장에게는 입력팀이 입력을 실수한다는 등의 험담과 책을 찾는 것이 서툴다는 등의 말만 하염없이 매일 했다. 

한 번은 포장을 담당하는 내 실수로 주문한 책들이 서로 다른 주소로 간 적이 있다. 이틀 연속으로 말이다. 그 실수가 밝혀진 후 사장은 자신이 밤에 곰곰히 사색을 했다며 그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이 서점을 망하게 만들려고 하는 내 음모라는 것이었다. 이건 지어낸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나에게 얘기했다. 모든 직원들 앞에서 말이다. 정말 현실은 소설보다 스펙터클하다.

그러나 팀장님은 너무나 착한 분이어서 저 동생의 그런 불만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해 줬다. 그리고 사장을 일단 믿자 우리가 더욱 한 번 더 노력해 보자라고 격려를 해 주었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합쳐 더욱 더 일을 했고, 어떤 날은 정리를 하다가 새벽 4시에 간 적도 있고, 고객들에 대한 친절에 더욱 목숨을 바쳐 일을 했다. 결국 우리가 계산했을 때 순이익이 2천만원 정도 넘는 적도 있었지만 사장의 태도도 절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매출과 이익의 정보는 독점한 채 직원의 전문성 문제와 실수만 지적할 뿐이었다. 

동생은 그런 것에 대해 우리가 노조라도 만들어야 발언의 권리가 생기지 않겠냐라고 나에게 끊임없이 건의했고, 팀장님은 사장의 입장의 대변해서 나에게 동생을 진정시켜 달라는 부탁을 많이 했다. 난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공감했다. 사장을 믿고 싶은 팀장님의 마음과 우리가 도구냐고 외치는 동생의 마음말이다. 

중간에 샌드위치로 낀 나는 번뇌에 번뇌를 거듭했다. 어떻게 해야지 저 두사람의 마음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 내가 될 것인가, 결국 그 번뇌에 대한 해답으로 동생에게는 노조를 만들어 파업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우리가 사보타주(태업)을 통해 사장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라고 말을 하고 팀장님에게는 동생을 진정시킬 시간을 달라고 했다. 

동생이 파업이 아닌 사보타주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란 질문에 그것은 일은 하지만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고도의 노동 파업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천적 전략으로 아침에 오면 커피 먹는 시간을 최대한 늘린다. 자주 화장실을 간다. 10분이면 찾을 책을 1시간만에 걸리게 찾자. 사장을 보면 인사를 하지 않는다 등의 나름 고민한 해답을 제시하자. 갸우뚱하는 표정으로 그것이 효과가 있냐라고 나에게 의심 어린 눈초리를 보냈지만 직원들 대부분이 노조를 만드는 것에 대해 회피하는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렇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나의 결의를 보여주자 의견에 선선히 따라 주었다. 

결국 우리의 행동은 의심 많은 사장은 주시하고 있었고,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직원들을 불러 창고에서 사직서를 쓰도록 강요를 했다. 그 이유는 자신을 무시하는 직원들과 같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창고에 불려가서 사장의 뻔뻔한 얘기를 들은 나는 격분한 나머지 사장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대들었고, 화를 참지 못하고 때려친다고 하고 나와 버렸다. 

내가 어이없게 화를 내고 뛰쳐 나온 후 남아 있는 직원들은 조리 있게 자신들의 입장을 용기 있게 얘기를 했고, 사장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나와서 당당하게 집으로 가려고 했던 나는 이대로 직장을 그만둬 버리면 몸이 아프신 어머님에게 드릴 돈도 없어지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대책이 없었다며 자책을 하며 서점 앞에서 마지막이니 팀장님과 직원들에게는 인사라도 하고 가야겠다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쿨하지 못 했던 것이다.

창고에서 나온 팀장님은 애기가 잘 됐으니 내가 화를 낸 일은 사장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 일을 하자고 권유를 했고, 이대로 일을 그만두면 큰일이다라고 사시나무 떨듯이 있던 나는 내 손을 잡고 끌고 가는 팀장님의 팔을 뿌리치지 못한채 사장 앞에 가서 버릇없이 굴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잘 됐다며 서로 웃으며 며칠 일을 했지만, 속으로 의심이 가시지를 않았다. 왜 사장은 갑자기 사직서를 얘기를 했으며 도대체 그런 사태를 왜 일으킨 것일까 하는 것 말이다. 

나름대로 전에 이 서점에서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조사도 하고, 여러 가지로 정보를 취합한 결과 초창기 이 서점의 창업해서 5년간 같이 일했던 멤버들이 그 당시 팀장을 중심으로 이 정도 성장을 했으니 우리에게도 분배를 해야 겠지 않겠냐 라는 요구에 사장은 불응하고 서점을 두 달간 폐쇄 시키고 이 사람들을 모두 내쫓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들어와 일하던 직원들 역시 2년간 같이 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지자 또 다시 내쫓고 사람을 다시 뽑아 버렸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팀원들은 3번째 순서였던 것이다.   

게다가 꽤 유명한 서점이라 여러 잡지에서 사장을 인터뷰도 해 갔는데 자신이 사람을 믿고 서점을 성장시키면 그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해 다시 무너지고 무너지고를 했다며 인터뷰 도중에 울기까지 했다는 글도 조사 결과에서 나왔다. 

나는 그동안의 결과를 종합해 이 사장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직원들은 도구처럼 쓰고 버리는구나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무엇을 한 들 소용은 없다. 이 사장은 가망성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나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얘기를 했고, 노동운동을 하는 후배에게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 사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는 포기한다고 말을 했다. 아쉬워 하는 동생을 뒤로 한 채 나는 비겁하게 그 곳을 떠났다. 

'분노하라'는 책을 읽으며 줄곧 위에 길게 쓴 저 일들이 머리에 떠나지를 않았다.  

스테판 에셀은 1945년 프랑스가 독일 정부에 의해 해방이 되던 때 레지스탕스가 내논 개혁안들이 지금은 무너지고 있다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자유 프랑스를 건설하기 위해 내걸었던 레지스탕스의 가치를 잊지말고 지금의 청년들이 분노해 달라고 부탁한다. 

책자는 아주 적은 분량이다. 그런데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그 외침, 적극적 참여를 하라는 그 외침이 결국은 나에게 적극적 참여를 원했던 서점 동생의 외침과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무관심과 냉소로 자신의 상황을 회피하지 말아라 그것은 적들에게 더 도움이 될 뿐이다라는 에셀의 외침은 읽는 내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서점도 그렇고 사회에 나오면서 부딪치는 모든 불합리함들에 대해 분노에 의한 적극적 참여보다는 도망가기에 바쁜 비겁한 인생이 내 인생이었다. 분노라고 해 봤자, 그들이 안 보는데서 욕하는 것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 했다. 

난 두려웠던 것이다. 그 후배와 함께 투쟁하는 것이 말이다. 

이 작은 책자를 구입한 날부터 10번도 더 읽은 것 같다. 계속해서 말이다. 어찌보면 에셀이 말하는 것들은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보편적이고 말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울컥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분노하는 것에 대해 당장 해결해 버렸으면 하는 열망이 항상 크다. 저런 사장들도 싹 쓸어 버렸으면 하는 마음도 크고 말이다. 그런데 사회는 그런 것들에 대해 법도 그렇고 모두 없는 자의 편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냉소에 빠찌고 무관심에 빠지게 된다. 도망치고 말이다. 

에셀은 분노의 마음을 품은 채 정당의 적극적 참여와 NGO 단체에 대한 적극적 참여도 권유한다. 그리고 더욱 큰 것은 비폭력 투쟁으로 자신을 정복하고 남을 위해 책임질 줄 아는 인생을 살기를 원한다. 

루쉰 선생은 "혁명가만이 혁명 문학을 쓸 수 있다"고 하셨다. 

스테판 에셀이라는 투쟁하는 사람이 썼기에 이 글들이 나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짐작을 해 본다. 

복잡한 이 사회에 에셀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바라보기를 바란다. 

젊은 청춘들이 '반값등록금' 투쟁을 위해 매일 거리로 나가는 것을 인터넷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그냥 앉아 있는 것이다. 부끄럽게 말이다. 

루쉰 선생은  "비겁자의 분노는 지푸라기나 태울 뿐이다."고 하셨다. 비겁한 자의 분노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난 비겁하고 부끄러운 사람이다. 이 책은 그런 나를 계속해서 몰아 세운다. 그리고 거울처럼 나를 마주보게 한다.  

"악에 대한 증오는 신성한 증오다"고 루쉰 선생은 말한다. 

에셀의 분노 역시 신성한 분노이지 않는가! 

난 나를 극복하고 싶다. 그리고 비겁함을 뛰쳐 나가고 싶다. 리뷰를 쓰는 것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 더운 날 내 생명이 부끄러움으로 한 없이 덥다. 

6월 초 그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서점은 이번 해 초에 그만두었고 자신은 경기도 지방 도시로 내려가 공장에 취직해 노조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말이다. 6월 말에 얼굴을 보기로 했다. 

만나면 부끄럽지만 이 책을 꼭 손에 쥐어주고 미안하다고 말할 것이다. 미안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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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2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2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6-22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의 페이퍼를 읽고난 이후
옛날 책을 주문하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가지게 될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마 알라딘에도 그렇게 아래쪽 어딘가 숨겨져 있을라나요?

음, 그리고 이 다음 이야기는 조금 조심스러운데,
사회는 변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 주장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리를 쟁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잘 해내기 위하여 문제 해결을 어떻게 매끄럽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가장 마지막 부분,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또는 효과적으로 문제 해결이 가장 어렵다고 느낍니다.

분노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항의나 불평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 또는 변화는 일종의 타협과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은 순수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과연 순수 이상만 바라보는 경우 제대로 된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참...

마녀고양이 2011-06-22 15:40   좋아요 0 | URL
그러나 루쉰님의 페이퍼는 참 좋습니다.
박하 향기가 나요~ 음, 178 cm에 90 kg이세요? ^^

루쉰P 2011-06-22 16:52   좋아요 0 | URL
모든 일에는 그런 아래쪽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일은 어둠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

타협과 정치력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젊은 사람들은 신뢰합니다. 청년들에게는 거짓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마고님과 양철댁님은 청년이세요. ㅋ (청년은 나이가 아니라 향상하고자 하는 자의 명칭이니까요!)
어렵기에 포기하지 않고 가려고 합니다. 헤헤 저도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보려구요.

박하 향기라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전 178cn에 74kg이에요. 90kg은 판타지 작가 형이에요. 풉!!

자하(紫霞) 2011-06-22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프랑스가면 우파쪽 사람들과 말이 잘 통한다고 하던데 <분노하라>읽어보면 이젠 그런 것 같지도 않더라구요. 영등포 교보문고에 베스트셀러로 꽂혀있는 걸 봤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희망이 있어.'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뵙겠어요~~루쉰P님!^^

루쉰P 2011-06-22 20:24   좋아요 0 | URL
네 반갑습니다. ^^ 영풍문고에 베스트셀러로 꽂힌다는 사람들이 많이들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겠군요.
사실은 이 책은 잘 팔리지 않는 것이 분노할 것이 없는 좋은 사회를 뜻하는 것일텐데..많이 속상해요. T.T

노이에자이트 2011-06-22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자매 이야긴데...아마 '베토벤 바이러스'에도 장근석이 나오고 '미남이시네요'에도 장근석이 나오니 이 두 드라마 작가인 홍자매가 같은 자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텐데 실은 다른 사람들이에요.'미남이시네요'의 홍자매가 '최고의 사랑'의 홍자매이고 이 사람들은 홍성원 딸들이 아닙니다.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알립니다.

루쉰P 2011-06-22 21:56   좋아요 0 | URL
뜨아...그렇군요. ㅋㅋ

2011-06-23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할 일은 도처에 있고, 분노하지 않음을 자책하는 소시민들도 도처에 있고, 부끄러움을 키워 언젠가 행동으로 만들 젊은이들도 도처에 있지요. 지금.
여튼 타인의 절망을 자기 이익의 동력으로 삼는 파렴치한 사람들은 왜 이리도 많은 걸까요. 그들이 이 세계와 이 사람들을 조금씩 죽이고 있지요. 말 그대로의 '죽음'을 낳는 사람들.
가만 있음으로 해서 그들의 일부가 되어버리고 마는 우리도 있고요. 그래도 되도록 자책은 안 하렵니다. 이건 나에게도 이 세상에게도 희망을 남겨놓으려고 애쓰는 거예요.

루쉰P 2011-06-24 10:46   좋아요 0 | URL
죽음을 낳는 사람들이란 말 마음에 담습니다. 저 역시 일부가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할려구요!!
그리고 삶이란 것은 결국 반의 희망, 반의 절망과 함께 간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극의 절망, 극의 희망은 없다고 생각해요. 섬님의 글이 마음에 확 와닿네요. ^^

아이리시스 2011-06-23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 님은 문체가 소설 같아요. 있었던 일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분노하라] 괜찮은가 봐요. 더 분노할 것 같아서 못 읽겠는데. 당분간 책살 여유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참으려구요. 이제 분노에서 나아가 해결을 위한 행동에 대해 의논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저같은 소시민이 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루쉰P 2011-06-24 10:49   좋아요 0 | URL
소설 같다는 극찬을...얼굴이 붉어졌어요. 사실 제가 인생을 버티는 핵심을 아이리시스님은 파악을 하셨군요. 비극적인 일들을 희극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 그것이 제가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웃긴 것은 당시에는 너무 괴로웠는데 돌아보면 블랙유머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 아이리시스님이 하실 일은 반드시 있어요. 소시민으로 만들어진 세계인데요. 저도 그렇구요. ㅋ

감은빛 2011-06-2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장 참 뭐같은 인간이군요!
그런 일터에 오래 있어봐야 좋은 꼴 못보죠.
일찍 그만두신게 백번 잘 한 일입니다.
그런 소규모 일터에서 노조를 조직한다거나,
사장에 대항해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받기는 쉽지 않죠.

루쉰님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할머니들께 사랑받는 폐지 총각, 루쉰님, 너무 귀여운데요! ^^

루쉰P 2011-06-24 10: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격려해 주셔서요. 근데 너무 부끄러워요. 도망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죠. 어차피 그만두는 거였다면 극렬하게 싸움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나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때는 그곳이 너무 지겨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거든요. 귀염다고 하시니 또 얼굴이 발그레..^^

쉽싸리 2011-06-2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식으로 서점을 운영해서는 오래가지 못 할 겁니다.
근데 천만원 이상 순익이 나는 구조가 대단합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원가가 싸기때문이겠죠? 저도 헌책방에 가끔 가는편인데요. 가보면 얼토당토않은 책을 돈 받고 파는 경우가 있더라구요.(비매품 같은것)그런 책들은 당연히 거져 얻었으니 다만 얼마라도 받고 팔면 전체가 순익이겠죠.
분노받아 마땅한 인간들이 있는 세상이죠. 그런 인간들이 좀 줄어야 할텐데요...

루쉰P 2011-06-24 10:54   좋아요 0 | URL
무엇보다 책의 속성에 있겠죠. 사실 책은 나올 때 당시가 아니면 구하기가 쉽지가 않으니까요. 게다가 가격은 반 값 아니면 거의 3분의 1 가격까지 싸니 싸게 많이 판다는 개념이죠. ^^ 또 인터넷의 발달이 그런 장사의 폭을 더욱 넓혔구요. 책을 좋아하고 찾는 사람은 많더라구요. 아주 다양하게 말이죠.

헌책방에서는 사장이 책을 몰라야 고객에게 도움이 됩니다. 무식하게 값을 많이 받는 사장도 있지만요. ㅋ


전 이런 생각을 해요 그 사장보다 제가 오래 살테니 언젠가는 제가 그 나이가 되겠죠. 그럼 저렇게는 안 살거에요. ^^ 반드시요!! 네버!!

Mephistopheles 2011-06-2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언하기에는 뭐하지만...그 사장의 하수인은 그 팀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악덕고용주보다 그 고용주의 하수인들이에요.

루쉰P 2011-06-24 10:56   좋아요 0 | URL
의견에 공감을 하구요. 고용주의 하수인이 더 무섭죠. 그리고 무관심한 직원들도 무섭구요. 근데 저 팀장님은 시각에 따라 하수인이라 볼 수도 있지만 직접 겪은 제가 느낄 때는 사장의 말도 안되는 의견에 따라주는 선량한 분이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연락하고 잘 지내거든요. 팀장님도 책방을 그만두고 나오셨어요. 그렇게 잘 했는데 말이죠. -.- 씁쓸하죠.

노이에자이트 2011-06-2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 매장에 대한 묘사, 직원들과 사장과의 관계, 동네 할머니들 이야기 등이 발자크나 졸라의 사실주의 수법에 버금갑니다.

루쉰P 2011-06-24 10:58   좋아요 0 | URL
정말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노이에자이트님의 말씀에 저는 정말 몸 둘바를 모르겠어요. 어찌 제가 발자크나 졸라의 사실주의 수법에 근접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오로지 노자님의 넓은 문학적 경애로 저를 격려해 주신 거라 믿어요. ^^
노자님의 격려를 받으면 뭐랄까, 문단에 나가 심사평을 받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신인작가로써 말이죠. 노자님은 권위 있는 문학가구요. 그런 상상이 자꾸만 돼요. 아이 좋아라..저 비 오는 날 아침부터 노자님 덕분에 입이 귀에 걸렸어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6-24 17:08   좋아요 0 | URL
글을 써보면 사람에 대한 묘사는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는데, 공간 내의 사물배치 등을 묘사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권위있는 문학가라고 해주시니 저 역시 입이 찢어지게 기분이 좋습니다.

루쉰P 2011-06-27 09:25   좋아요 0 | URL
하기사 정말 그래요. 공간 사물 배치는 머리 속에는 떠오르는데 글로 표현할려고 하면 어디를 기준으로 묘사를 해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 어렵더라구요. ^^

노이에자이트님을 기분 좋게 해 드렸다니 뭔가 해냈다는 이 느낌!!

쉽싸리 2011-06-27 13:21   좋아요 0 | URL
특히 아래 묘사는 압권입니다.
그 서점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흡사 제몸이 끼인것 같은 느낌이에요.
(비록 90kg에 10여 kg 못 미치지만요)

"그 높이는 178cm의 키를 자랑하는 내가 손을 쭉 피면 그 책장 맨 위의 꼽힌 책을 집을 수는 정도다. 책장에 책은 세로로 꼽혀 있지만 그 앞 선반에는 또 가로로 책이 쌓인다. 내 허리 위부터의 책들은 그렇게 세로와 가로로 아주 빽빽하게 꼽혀 있다. 허리 아래로는 세로와 가로로 쌓인 책 앞에 밑바닦부터 차곡차곡 내 허리까지 책들이 가로로 책 탑이 돼 서있다. 그렇게 80평 정도의 매장은 세로로 쭉 책장과 책탑이 서 있다. 그러다 보니 책장과 책장 사이의 간격은 사람이 옆으로 서서 거의 지나갈 수 있으며 몸무게 90kg을 넘는 사람은 지나가기 조차 버겁다. 실례로 판타지 작가 형(판타지작가 형90kg, 루쉰P 74kg)은 지나가다가 끼인 적도 있다. 게다가 책과 눈 사이의 거리가 30cm정도이기에 책 제목을 보다가 눈은 사시가 되고 현기증이 나는 사태도 속출한다."

루쉰P 2011-06-27 14:17   좋아요 0 | URL
푸핫!! 쉽싸리님의 인용이 더 압권입니다. 아..태어나서 이런 칭찬까지 받다니 앞으로 리뷰에 공간묘사를 집중적으로 신경써서 아주 신경써서 해야 될 것 같은 각오가 막 생깁니다. 이 지구의 모든 것들을 묘사하고 싶다는 의욕이 완전 솟아요!! 다 묘사해 버릴꺼야!! (-.-)
사실 너무 큰 칭찬에 이성을 잃어 버릴 것 같습니다.

후애(厚愛) 2011-06-28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6월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루쉰P 2011-06-28 07:50   좋아요 0 | URL
오잉! 이 새벽에 글을 남기시다니 아! 미쿡이셨죠. ㅋㅋㅋ 네 6월 알차게 보내려구요. 며칠 남지 않았지만요. 후애님도 건강 챙기시면서 즐겁게 보내세요. 우리 서로 화이팅!!

꼬마요정 2011-07-0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읽고 갑니다. 노동자가 자신이 일한만큼 대가를 받는 세상이 얼른 와야할텐데요..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인심 잃은 사장은 언젠가 사람에게 상처받는 날이 오겠지요..

그나저나 저 같은 사람은 그런 곳에서 일 못하겠어요.. 키가 160이 안 되니 말이죠..흠..

루쉰P 2011-07-06 11:56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이 들렸다 가셨네요. ^^ 노동자가 자신이 일한만큼의 댓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요즘 집중적 공부를 하고 있습닏. -.- 경제학원론을 하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읽고 있는 요즘, 그 노동의 가치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죠. 더불어 말콤x의 자서전도 읽고 있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
인심 잃은 사장은 결국 평생을 같이 갈 직원을 만나지는 못할 거라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언젠가 죽거든요. 어찌 보면 불쌍하죠. 가끔식은 자신의 정체를 교묘히 포장하고 손님들에게는 마치 성인군자처럼 책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떠 올리면 참 열 받더군요. -.-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가장 외로운 사람일 것이다란 생각을 해요.

ㅋㅋ 키가 작아도 돼요. 사다리가 있거든요. 푸훕! 암튼 더운 여름 몸 잘 챙기세요. 전 더위 먹어서 정신도 몸도 좀 이상한 듯 합니다. 헤헤헤

페크pek0501 2011-07-1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신을 좋아해서 들르게 되었습니다. 그의 소설 <고향>을 좋아해서 몇 번이나 반복해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노신에 대한 글 많이 읽으러 올 것 같군요. 조지오웰도...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루쉰P 2011-07-12 22:58   좋아요 0 | URL
노신 선생을 좋아하신다니 너무나 반갑네요. ^^ 전 좀 얼치기 노신 독자입니다. 자주 읽기는 하지만 깊이가지는 파악하지 못하는 그런 독자죠. ㅋ <고향>을 좋아하시다니 우리나라에서는 노신 선생의 <광인일기>가 맨 처음 번역되고 일본에서는 <고향>이 맨 처음 번역됐다고 하더라구요. ^^
<고향>의 압권은 그 마지막 말미에 있는 희망에 대한 문장이겠죠. 저 역시 굉장히 좋아합니다. 좀 더 도움이 되실 수 있는 노신 선생에 대한 글 많이 올리도록 할께요. 너무 반갑습니다.


뭐 제대로 쓴 것도 없는데 당선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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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1일 새벽 2시경 의문의 남자가 우리 아파트 16층에서 투신 자살을 했다.

난 다행히 그 날 근무가 아니었다.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전 날 근무조 분들은 나에게 그 소식을 알려왔다. 새벽에 아파트 보도 블럭 위에 있는 피를 치우고, 경찰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게다가 죽은 사람의 시체를 봐야 했다고 말이다. 그 분들의 충혈된 눈을 보며 비참했던 상황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관리 사무소의 지시로 경찰들에게 그 남자가 투신 자살을 하기 위해 우리 아파트 입구에 들어 온 모습과 엘레베이터에 탄 모습이 찍힌 cctv를 USB에 저장을 해야 했다.

난 경비 초소에서 영상에 저장된 남자를 봤다. 40대 중반 정도, 스포츠 머리, 아래 위 색상이 똑같은 츄리닝 차림,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 입구에 들어 올 때도 엘레베이터를 탈 때도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서성거림도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서고 내렸다.

그 영상이 녹화된 시각은 밤 12시 반 그가 투신 자살하기 전 1시간 반이나 미리 죽을 장소에 와 있었던 것이다. 영상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그 아파트로 올라가 봤다. 16층의 복도 창문을 열고 그 남자는 뛰어 내렸다. 그가 뛴 장소에는 여러 개의 같은 담배 꽁초가 뒹굴고 있었고, 창문 문턱에는 그의 발자국인 듯 어지럽게 신발 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는 도대체 1시간 반 동안 이곳에 서서 담배를 피며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이 동네의 모든 정보는 한 손에 쥐고 계시는 경비 반장님의 조사에 따르면 그는 이 아파트 주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금산에서 이 곳으로 올라와 공장의 조그만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뛰어 내린 아파트 옆 동에는 그가 다니는 공장의 공장장이 살고 있고 말이다.

그렇게 그는 뛰어 내린 보도 블럭 위에 자신의 핏자국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2011년 5월 30일 오전에 관리사무소의 지시로 사무실 옆 창고를 말끔하게 치워났다. 오전부터 힘든 일을 한 탓이어서 그런지 피곤에 쩔어 점심을 먹고 내가 치운 창고에 앉아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소장님, 과장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급히 달려나가 보니 직원들은 소방용 에어 메트를 들고 달리고 있었고, 소장님은 소리를 치며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아파트 6층 베란단 난간에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뛰어 내릴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람이 불어서 인지 그 아주머니의 긴 머리카락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때문일까, 밑에 펼쳐지는 소방용 에어 메트 때문일까. 그 아주머니 갑자기 난간에서 자기 집 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누가 신고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119 구급대, 경찰들이 출동 했고, 소장님의 지시로 나는 이 분들을 데리고 그 집으로 올라갔다. 문 앞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119 구급대원들은 자동 반사적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이용해 현관 문을 뜯어내 버렸다. 그리고 안으로 번개 같이 들어갔다. 하지만 거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방문이 꽉 닫힌 작은 방을 향해 모두의 시선이 쏠렸고, 구급 대원들은 바로 그 문 역시 부수고 들어갔다.

부수고 들어 간 방에는 목을 멘 그 아주머니가 있었다. 밑에서 잡고 위에서 목을 멘 줄을 번개 같이 잘라 버렸다. 난 그 후덕지근한 날씨에 그리고 사람이 앞에서 목을 메고 있다는 사실에 완전 얼어 붙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서 있기만 했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젊은 아주머니는 집에서 흔히 들 입는 원피스 차림의 츄리닝이었는 데 목에 아주 빨갛게 목 멘 자국이 확연하게 나 있었다.

<통곡>은 저런 와중에 읽은 책이다. 사실 <통곡>의 섬뜩함을 느끼며 저런 일들을 접하며 여러 가지로 생각이 복잡했다. 더욱이 그러고서 읽은 책이 <약속된 장소에서>라서 더 더욱 그랬고 말이다. 투신 자살한 사람도, 자살을 시도한 아주머니도 <통곡>의 '그'도 <약속된 장소에서>의 옴진리교 신자들도 분명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서로가 연관돼 있는 것일까? 연결은 돼 있다고 직감적으로 느끼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지를 못하고 혼자서 계속 리뷰를 썼다 지우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통곡>에 대한 내 추억이 떠 올라 리뷰를 한 편 써 버렸다.

<통곡>에서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고뇌에 짓눌려, 가슴에 구멍이 난 채 더운 여름 방황을 하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다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소녀를 통해 신흥종교에 들어가고 거기서 자신의 믿음을 그 종교의 이야기로 대체해 버린다.

하루키가 <약속된 장소에서> 지적한 부분도 바로 저런 부분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시대적 특성일 때 아사하라 쇼코라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지닌 자가 나타나 그런 사회 시스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흡수해 버렸다. 그리고 흡수된 사람들은 고뇌를 극복하고자 자신의 믿음을 쇼코가 만들어 낸 이야기에 '절대귀의'를 해 버렸다.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이 과연 어디까지 주체적으로 최종 책임을 지느냐 하는 점이죠.(중략) 그들은(옴진리교 신자들) 결국 그것을 구루나 교의에 떠넘겨버리는 겁니다. - <약속된 장소에서> 294쪽

투신 자살한 사람도 자살을 시도한 아주머니도 나도 어찌보면 이야기는 틀릴 지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내뿜고 있는 이름모를 어두운 이야기에 끌려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나름대로 추측하자면,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죽으면 인생은 리셋 된다. 아무런 고통도 없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나도 잡지사 기자 시절 내 발로 일궈낸 360개의 거래처를 뺏기고 4류 기자라는 칭호만 얻은 채 사장에게 내쫓김 당할 때 그 감당 할 수 없는 분노에 한강 변에 가서 서 있었던 것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혼을 뺏겼던 것은 아닐까?  

또 나는 헌책방 시절 노조를 만든다고 사직서를 쓰고 일을 그만두라고 강요했던 사장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분노에 또 저 죽음의 이야기에 혼을 뺏겼던 것은 아닐까?

또 나는 헌책방을 나온 후 취직하려고 기를 썼지만 넣는 이력서마다 퇴짜를 맞고 1년 동안 백수로 지내며 한 마리의 덜 떨어진 짐승처럼 집에 처박혀 스스로를 저주하고 있을 적에 난 저 죽음의 이야기에 혼을 마구 마구 뺏겼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전에도 또 그 후에도 항상 내 옆에서 나에게 조근 조근 이야기를 하던 저 죽음의 이야기 속에서 난 자유로웠을까?

하루키는 말한다. 그런 죽음의 이야기의 구조성에 대해

우리는 본능적으로 (중략)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한 겹 바깥에는, 혹은 한 겹 안쪽에는 또 하나의 다른 상자가 있을 거라고 잠재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이해가 우리 세계에 형체를 부여하고 깊이를 주는 것입니다. (중략) 그런데 옴진리교 사람들은 입으로는 '다른 세계'를 희구하지만, 실제 그들의 세계의 성립 방식은 기묘하게 단일하고 평면적입니다. 어느 부분에서 전개가 멈춰버렸어요. 상자 하나의 분량밖에 세계를 바라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약속된 장소에서> 295쪽

자살이라는 하나의 단편적이고 기묘한 상자 하나의 분량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바라본다. 물론 투신 자살한 사람의 그럴 수 밖에 없던 고민과 자살을 시도한 아주머니의 그 처절한 고통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또 그럴 수도 없고 말이다.

다만 우리는 그리고 나는 그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마치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는 듯이 저 기묘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버려 있는 것은 아닐지 하고 추측을 해 본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가진 것을 버리는 동시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고통도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신용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갈등이라는 게 사라져 버리니까요. - 298쪽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옴진리교라는 이해할 수 없는 컬트 종교에 대한 인터뷰 집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결국 옴진리교가 발생된 뿌리,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도 결국은 죽음이라고 하는 인간의 거대한 주제와 밀접해 있다.

사람들은 욕망이란 것이 다 채워지지 못할 때 그리고 고난이라는 것이 자신의 인생을 짓누를 때 자살이라는 죽음이 그것에 대한 해답인 것처럼 행동을 한다. 이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신이 그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하고 가야하는데 그것이 인생인데, 그러지 않고 죽음의 이야기 모든 것을 절대귀의하고 자신의 믿음을 그곳에 바쳐 버린다.

그럼 그런 죽음의 이야기에서 회복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야오 : 작은 상자에 들어가서 자꾸 생각에만 잠기려고 할 때,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인간관계입니다. 아버지나 어머니죠. 감정입니다. 그것이 작동하면 왠만해선 그런 조그만 상자에 들어 가지 않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질 테니까요.
하루키 : 균형감각이 작동한다는 뜻이군요. - 313쪽 

자살 시도를 한 아주머니는 며칠 뒤 관리사무소로 편지를 한 장 보내왔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너무 어려워져.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이다. (이 집은 한 달 임대료 15만원이 3백만원이나 밀려 있었고, 가스비도 백만원이나 밀려 있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남은 것은 이 집 뿐이다. 그 집 만큼은 지키고 싶다고 편지지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서 썼다.

소장님은 그 편지를 읽으신 후 그 아주머니를 찾아가 대화를 하셨고, 소방대원이 열쇠고리들을 다 뜯어내 문이 완전 찌그러져 문을 잠그지도 못하고 민망하게 집 안에 있는 아주머니를 위해 현관 문을 공짜로 달아주셨다. (아파트 현관문은 70~80만원 정도 한다.)

나는 같이 일하는 전기 주임님과 함께 그 집에 올라가 열쇠를 달아 주라는 관리 사무소의 지시를 받았다. 우리가 열쇠를 달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계단에 앉아 힘 없이 있는 아주머니를 보며 괜히 우리는 아주머니에게 기분 좋은 이야기도 해 드리고 많이 웃어도 드렸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머니의 자살 시도는 전혀 모른다는 듯이, 열쇠를 고쳐드리고 말이다. 그런 우리에게 베시시 하고 힘 없이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를 보며 뭐랄까...마음이 정말 먹먹했다. 그래도 웃는 모습은 예쁘셨다.

그렇다! 지랄 맞고, 이해가 안 가도 웃으며 균형감각을 불 태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약속된 장소에서>는 결국 내가 이해하고 싶은 대로 거칠게 읽어 버렸다. 다만 그 안에 있는 심도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깊이 있게 탐구할 작정이다.

하루키는 경고한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위험성을 내포한 컬트 종교 사이에 가로놓인 한 장의 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얇을 지도 모른다. - 333쪽.

방심하지 말자. 절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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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0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자고(실은 잠 못 들고) 깨어있었던 보람이 있네요.
이렇게 연달아 님의 글을 보게 될 줄이야~~~^^

아웅~ㅠ.ㅠ
뭔가 댓글을 달았었는데...날라가 버렸어요.
전 모니터 끌어안고 연애는 그만 하고 자러갈래요.
굿 나잇~

루쉰P 2011-06-09 02:16   좋아요 0 | URL
하하 양철댁님 언제 들어와 계셨나요. ^^ 이 글을 수정 또 수정하고 있는 와중에 댓글을 남겨 주셨나봐요.

세상에 날아간 그 아까운 댓글...보고 싶어요~~

벌써 두 시에요. 얼른 푹 주무셔요. 너무 감사해요. ^^

쉽싸리 2011-06-0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난한 5월 이었군요.

살아가면서 단편적 사고, 오해와 오독, 갈등, 가지기만,위선 등에 쉽게 빠지죠. 그것을 해결하기위한 지름길로 주로 엉뚱한 종교를 선택하는 난센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경비실에서 악을 탐구하고 수양, 학습하는 루신P님 이야말로 절묘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것 같아요. 속세의 한 가운데서 어떤 깨달음을 연마하는 것! 김성동 선생의 <만다라>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번화한 시장통으로 걸어들어가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겹쳐집니다.



루쉰P 2011-06-10 11:43   좋아요 0 | URL
다사다난한 5월이었죠. ^^ 종교는 그 세월과 역사가 오래됐는데 그와 더불어 그릇된 종교도 즐비하게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쉽싸리님의 말씀처럼 인생에서의 문제점, 힘듦의 부분들을 어떻게 인간이 돌파를 할 수 있는가? 그것에 종교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종교의 하인이 되는 인간'이 아닌 '인간을 위해 얼만큼 봉사할 수 있는 종교'인지도 중요한 것 같구요. 인간이 자기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종교의 이야기에 빠진다면 그것은 안 믿는 것보다 더 악독하다고 생각해요.
균형감각이 있다기 보다는 계속 가질려고 노력 중입니다. 제가 균형감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루키는 진단해 줬어요. ㅋ 쉽싸리님 대화 많이 시켜주세요. ㅋ

대지의 마음 2011-06-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지요. 삶을 사는 일이 매 순간이 달라지고, 매순간 감정도 다르게 달리죠. 현실을 넘어서는 뭔가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다보면 현실감각이 사라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게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종교가 자리하게 되는 장소가 그 어름 아닐까요. 현실과 죽음의 경계 어디. 현실에서 죽음을 경험하게 해주는 게 종교가 아닐까요. 정신 차리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는 일이 쉽지 않을 때 저 쪽을 생각하게 되죠. 뭔가 쉬운 길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죠. 하지만 현실이라고 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삶의 외줄 타기를 견디지 못하는 정신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돈이라는 놈에게 사로잡힌 삶은 좀체 곁을 주지 않죠. 저는 자살을 결심하기 까지 머리 속에 떠올렸을 수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대지의 마음 2011-06-0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앉아서 하는 생각은 자꾸만 구석으로 사람을 몹니다. 그것은 과대망상도 무엇도 아닌 무기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자살을 가장 많이 생각하던 20살 초반 제 자신의 자존감은 바닥을 기고 있었습니다. 당신 남편을 만났고, 연애를 했던 시절이었는데, 그 때 저는 얼마나 열등감에 시달렸는지 모릅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부딪히게 되는 서로의 바닥이 상대방의 열등감을 건드리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의 열등감이 격렬하게 부딪히게 될 때 생각은 극단을 달리게 됩니다. 그런게 사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는 거죠. 그것이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세상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떤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지요. 그럼에도 움직이고 찾으려고 하면 보여주죠 삶이란 얻고자 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그렇게 얻은 것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대지의 마음 2011-06-0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길어져 버렸네요. 또 일을 해야해서 이만 총총할게요. 오랜만에 시원하게 비가 내립니다. 더워지는데 지하의 텁텁한 공기에 폐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군요. 혹 담배 피우신다면 자제 하시길....

루쉰P 2011-06-10 11:5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 항상 사자님의 글에서 힘을 얻어요. 녹녹치 않은 현실이 괴롭다고 눈을 돌려 그곳을 피하려할 때 그 현실을 도피한 값을 종교든 무기력이든 어디선가는 반드시 받게 돼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20대 때 계속된 좌절과 무너지는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몹시 무서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냥 없어지면 쉽지 않을까하고 말이죠. 근데 곰곰히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사라진다는 것은 착각일 뿐, 죽는다고 모든 것들이 다 해결되고 깨끗해 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느끼고 또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20대 때 감수성 예민할 때는 느끼지 못 했던 것들을 30대에 들어서서 소소한 것에서 많이 느끼기도 하구요. 그리고 현실에서 격투를 하면 할 수록 제가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아버지도 변변치 않은 직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고생하셨구나. 어머니도 그 없는 돈에 나를 위해서 쓰기 위해서 대 고투를 하셨구나. 하는 그런 마음이요. ^^
부모님의 주름을 보며 제 마음도 짠 해지는 것을 많이 느껴요. 그러다 보니 비루한 현실이라도 더 싸워야 겠다는 그래서 부모님들께 은혜를 갚고 싶다는 그런 각오를 많이 합니다.
며칠 전에는 중랑천에서 걷는 운동을 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조깅화 프로스펙스 W를 사드렸는데 주변 아주머니들로부터 중랑천 패셔니스타로 칭찬 받았다고 즐거워 하시는 어머니를 뵈면서 이런 것이 사는 즐거움 이지 않나 하고 많이 느껴요. ㅋ
지하에서 담배 피는 거 어떻게 아셨나요? 역시 사자님은 날카로운 눈매는 대단하십니다. 저 오늘부터 나가서 핍니다. 반드시요. ㅋ

후애(厚愛) 2011-06-0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서 오해 풀어드리려고 왔는데 어떻게 풀어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댓글만 남기고 갑니다^^;;

루쉰P 2011-06-10 11:57   좋아요 0 | URL
ㅋㅋ 오해는 이미 풀렸죠. 미쿡에서 옆지기들과 즐겁게 지내셔야 돼요. 아유 부러워요...^^

꼬마요정 2011-06-0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넋을 잃고 보다가 정신 차리고 댓글 남깁니다. 견딜 수 있을만큼의, 살아갈 수 있을만큼의 고통만 찾아온다면 좋겠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또 정신 차리고 버티면 살아지는 거고, 웃는 날도 오겠지요.

루쉰P 2011-06-10 11:59   좋아요 0 | URL
저도요!! 버틸 수 있을 만큼만 온다면 너무나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은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요. 근데 내가 못 버티겠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이겨내면 다음 번에 그보다 낮은 고통은 웃으며 넘길 수도 있고, 내성이 생겨서 또 더 큰 고통이 와도 이를 악물고 또 버틸 수 있는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 괜히 제 리뷰가 꼬마요정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걱정되네요. 우리 웃으며 살아요!! 전 오래 살거거든요. 벽에 똥칠할 때까지요. 풉!!

감은빛 2011-06-1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짧은 기간에 두 차례나 그런 일을 겪으셨으니, 충격이 컸겠어요.
저는 10대였을 때, 가장 많은 자살충동을 느꼈어요.
20대 이후에는 아무리 힘드어도 자살을 생각해보지는 못했어요.
죽음으로서 현실을 회피하는 거, 가장 쉬운 방법이잖아요.
오히려 열심히 그 힘든 현실을 헤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가 2권짜리 책인가봐요.
일단 찜해놓고 있겠습니다.

루쉰P 2011-06-10 14:26   좋아요 0 | URL
네 ^^ 너무 심한 충격이었죠..사실 자살한 사람들이 많다고 뉴스는 많이 봤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라서..저도 그래요! 절대 회피하지 않을려고 합니다! 기를 쓰고 살아 볼려구요. ^^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는 옴진리교 피해자 측 인터뷰 집이구요. <약속된 장소에서>는 옴진리교 신자들에 대한 인터뷰 집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좀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6-1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겪은 일을 아사하라 쇼코 이야기와 절묘하게 배합하여 쓴 글이 절묘하네요.자살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하고 짐작해봅니다.

루쉰P 2011-06-10 22:08   좋아요 0 | URL
절묘하다고 해주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네, 저도 그 부분이 정말 안타깝더라구요. 왜 죽음이라는 것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정말 속상했어요..

후애(厚愛) 2011-06-1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주말 되세요~ ^^

루쉰P 2011-06-12 09:42   좋아요 0 | URL
대박 즐겁게 일요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ㅋㅋㅋ

후애(厚愛) 2011-06-12 10:19   좋아요 0 | URL
일요일도 근무를 하시다니... 좀 쉬시지.. 부지런하십니다^^

아이리시스 2011-06-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가는 서재마다 P님이 계셔서 피할래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덕분에 대박 즐겁게 서재질을 하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이 글에는 좀 안 어울리지만..ㅠㅠ

루쉰P 2011-06-12 18:12   좋아요 0 | URL
아하하 ^^ 이런 오늘 하루 종일 근무를 하다보니 서재를 다니며 기웃거리고 있거든요. 반갑습니다. 아이리시스님 ^^ 제가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니 어쩐지 눈도 좀 뻐근하고 그렇더라구요. 헤헤 그래도 여러 서재를 다니며 배우는 것이 많아서요. 저도 다른 분들 서재에서 몇 번 뵌 것 같아요. ㅋ
잘 오셨어요. 헤헤

산사춘 2011-06-1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줄 보고 전 소설 얘기인줄 알았어요.
소설보다 더 센 현실을 직면하면 여직 당황하네요.
저 따위가 감히 할 말이 없을만큼 먹먹합니다.

루쉰P 2011-06-14 08:43   좋아요 0 | URL
복잡하고 말이 안 되는 치열한 현실을 순간 순간 찍어내서 글로 만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저 따위시라뇨. 저랑은 틀린 현실이겠지만 그 속에서 또 고투하고 싸우시는 산사춘님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오셔서 반가워요. ^^

마녀고양이 2011-06-1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종이 한장 이라는 문구에 공감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선택하기는 어렵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태도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합니다. 아마
빅터 프랭클의 작품을 읽으셨으니 아시겠지만 말이죠.
좋은 글이네요, 뒤늦게나마 읽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갑니다~

루쉰P 2011-06-14 21:42   좋아요 0 | URL
역시 마고님의 한 줄이 제 마음을 후비네요. 그쵸, 상황은 선택하기 힘들어도 태도는 선택할 자유는 있는 것이죠. 빅터 프랭클을 읽어 봤다고는 하지만 마고님의 수준은 아니에요.
시험을 치루고 몸을 가누기 힘드실텐데 여기까지 들려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 몸 좀 추수리세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6-15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자로 [규범성의 원천](크리스틴 코스가드 저, 강현정 책임 번역)이 출간됩니다! 지금 제손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네요^^
지난주 토요일에 결혼하고 1박 2일간의 조촐한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컬럼비아에 들어가기 전에 애틀란타에서 3일을 보내는데 그시간을 신혼여행으로 삼으려구요.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책출간을 보고 미국에 가게 되네요.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

루쉰P 2011-06-15 19:47   좋아요 0 | URL
지금 스마트 폰으로 봤습니다 ^^ 그 책 구입 들어갑니다 ㅋ 결혼식 때 참여를 못했으니 부주로 생각해 주세요 이따 더 댓글 남길께요 ㅋ 정말 완전 축하드려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1-06-15 20:39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보낸 책이 지금은 제 손에 있답니다^^ 곧 판매도 되겠네요~

루쉰P 2011-06-16 11:38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되지를 않는군요. ㅋ 언제 쯤 판매가 될지 기대가 되네요. 애틀란타에서 신혼여행이라 파고세운닥나무님이나 와이프 되시는 분이나 정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실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결혼을 하고 싶네요. ^^
아무튼 미국에서도 마음 먹으신데로 공부도 잘 하시고 또 자주 알라딘에 오셔서 글도 많이 남겨주세요. 독서류파가 맞는 분을 어렵사리 만났는데 저 멀리 미쿡으로 가신다고 하니 좀 서운함 마음이 있네요. ^^
저도 한국에서 <규범성의 원천>을 보며 저의 규범성을 좀 찾아봐야 겠어요.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헤헤

파고세운닥나무 2011-06-17 18:18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지금 검색이 되네요^^ 학술서라고 5% 할인밖에 안되네요~
구입하신 금액이 저희들에게 오면 좋겠지만, 그렇질 않다네요. 워낙 그쪽 시장이 어려워서 그저 출판사로만 가나봐요. 이번에 번역 마치고 아내는 돈한푼 못 받았네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전공자인 아내 말로는 윤리학 쪽에선 상당히 중요한 책이라고 합니다. 읽어보시면 저희들의 노력이 느껴지실지도 모르겠구요^^

루쉰P 2011-06-18 02:19   좋아요 0 | URL
지금 댓글을 확인하고 알라딘에 상품 구입 신청을 했습니다. 흠...출판사에서 번역료를 한 푼도 주지 않는다. -.- 영 불편한 진실이네요. 하여간에 우리나라는 번역자에 대해 너무 처우가 개판이에요.
윤리학에 대해서 항상 관심은 많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며 한 번 사색을 해봐야 겠어요. ㅋ 하여튼 너무 감사합니다. 책 나오는 거까지 이렇게 자세히 가르쳐주시고요. 열심히 읽고 파고세운닥나무님의 노력을 뼈속 깊이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정말 기대되용 ㅋ

하늘바람 2011-06-18 10:34   좋아요 0 | URL
번역을 했는데 번역비를 못받다니요 그런 경우는 없을 것같아요. 에효
결혼 축하드립니다

하늘바람 2011-06-1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만 나와도 가슴떨리는 일을

이럴땐 멀쩡한 사람도 마음이 흔들립니다
밝고 즐거운 책을 읽으셨으면 해요

루쉰P 2011-06-22 14:04   좋아요 0 | URL
네 ^^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하네요. 밝고 즐거운 책은 저도 항상 읽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근데 제 안의 어둠이 밝고 즐거운 것도 칙칙하게 만들어 버리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ㅋ
걱정해 주시는 만큼 절대 밝고 성실하게 살께요! 안심하세요. ㅋ

루카스 2014-10-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는 인간`에 대한 글을 읽고 여기까지 들어왔네요.^^ 처음 댓글을 남겨 봅니다. 제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하고 묘한 느낌의 글이었어요.

루쉰P 2014-10-07 13:30   좋아요 0 | URL
묘하다니 참 좋은 표현이네요 ㅎ 하기사 저의 인생도 묘하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원래 흑인 문학을 참 좋아합니다. 마틴 루터 킹 선생님도 무척이나 좋아해요. 의외로 흑인 문학이 많이 번역이 안 되어 있어서 읽을 게 몇 개 안 되는 데 `보이지 않는 인간`은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흑인 문학이라 읽게 되었어요.
낮은 주파수 란 표현도 무척 좋아구요.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ㅎ
 
통곡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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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쿠이 도쿠로의 <통곡>의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혔다고 한다면 양철댁님의 책 선택 능력의 기막힌 반전에는 숨이 막혔다고 할까? 양철댁님의 책 선택 능력이 혀를 내 둘르며 읽었다. 

<통곡>은 내가 읽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약속된 장소에서>의 내용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이 소설은 분명 그 소재는 일본을 뒤 흔들었던 유아연쇄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안에 있는 핵심은 신흥종교에 대한 문제로 걸고 넘어진다. 그리고 이 책은 1993년에 완성이 됐다.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 책은 1998년 4월에 연재를 시작 10월에 마무리가 됐다. 마치 서로가 짝을 맞추듯이 누쿠이 도쿠로가 쓴 대로 신흥종교의 특징에 대해 <약속된 장소에서>의 옴진리교 신자들은 그 사실성을 증명한다. 

그 기막힌 맞춤들을 보며 양철댁님의 책에 대한 선택 포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양철댁님과 더불어 나에게 사회파 추리 소설 입문을 도운 스승이 한 명 있다. 그 분과의 만남은 2009년 여름 무렵이었다. 나는 그 때 당시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던 잡지사 기자로 1년 동안 일을 하던 중 잡지사가 폐간이 됐고, 거기다가 내가 생각한 기자의 일과는 틀리게 그 이면에 감춰진 비열한 실상에 대해 실망하고 있었던 때였다. 잡지사가 망함과 더불어 온 몸을 움직이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라는 잡지사들을 마다 하고 들어간 곳이 바로 헌책방이었다. 

책을 좋아하기에 헌책방도 괜찮다 싶었고 또 이곳은 규모가 커서 인터넷 헌책방 업계에서는 1, 2위를 다퉜기에 이력서를 내고 덜컥 합격을 해버리고 말았다. 10명 정도의 직원과 함께 일하는 이곳에서 나는 그 분과 만나게 됐다. 

내가 입사한 후 일주일 뒤 입사 면접을 보고 합격해 첫 출근한 그 분을 만나게 됐다. 처음 인상은 모자를 쓰고 머리는 길게 길러 뒤로 묶은 김태원 스타일에 뚱뚱한 몸매를 커버하기 위해 입은 지나치게 큰 사이즈의 티와 바지, 그리고 몸에 등껍질 처럼 쫙 붙어 있는 가방, 마치 닌자 거북이와 같다고 할까? 다만 안경 뒤에 숨겨진 선량한 눈빛을 보며 이 분은 인생의 탈락자거나 은둔형 외톨이 둘 중 하나로 짐작을 했다.

그 분도 나도 서로 독특한 외모에 끌렸는지 금방 친해졌고, 또 섬뜩할 정도의 헌책방 노동 강도 덕분에 우리는 전우애도 금방 쌓이게 됐다.

이 헌책방의 사장은 하루에 두 세번씩 고물상에 가서 책을 가져왔다. 한 번에 갈 때마다 5백여권씩을 가져오는 데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씩 가져 올 때 마다 종류별로 분류를 하고 각기 창고로 그 책들을 나르고 하는 일만 해도 진이 다 빠졌다. 더욱이 이 책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팔려고 택배로 들어오는 책 양도 몇 백권씩 되다 보니 그 책들도 다 분류, 정리 또 뒤돌아 서서 정리! 정말 정리란 무엇인가 그 극한의 끝을 봐야 했다.  

예로 우리가 주차장 창고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은 어떤 건물의 주차장을 빌린 곳이었다. 그 곳에 책을 쌓고 쌓고 또 쌓다보니 나중에는 거짓말이 아니라 천정까지 책을 쌓아 올리게 되는 기적적인 모습까지 연출을 했다. 

암튼 이런 노동 속에서 120여만원을 받으며 일을 하는 30살인 나와 이 분은 책 쌓다가 피곤하면 서로 책 이야기를 하며 그 피곤함을 달래곤 했다.

이 분은 나보다 1살 많으신 형이었다. 원래 경상남도 k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그런데 20살이 됐을 때 목사였던 아버지가 신학대를 가지 않으면 대학 등록금을 내주지 않게 다는 얘기에 자신은 무신론자라며 크게 반발하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여러 알바를 전전하며 이곳 직장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끔찍히도 기독교를 싫어하던 이 형은 자신의 꿈은 판타지 작가라며 서울로 상경해 그 때까지 11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무한한 창조의 글쓰기를 나날이 거듭하고 있었다. 이쪽 계통의 작가들은 판타지 소설이 올려지는 유명 사이트에 자신의 글을 올리면 조회수를 보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며 그렇게 돼서 출판해서 작가로서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것이 아니면 간혹가다 있는 문학상에 도전하는 것도 작가로서 입신양명하는 길 중 하나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새 없이 일을 하고 이 형은 자취하는 곳 근처의 24시간 커피숍에 가서 가장 싼 커피를 한 잔 사서 노트북으로 하염없이 글을 써 내려갔다. 그 생활은 11년 간 해 온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반쯤 벗겨진 앞 머리와 뚱뚱한 몸매, 그리고 31살이란 나이를 가진 이 형은 판타지 작가로 출판사에서 선택해 주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차라리 좀 더 나은 직장이라도 잡아서 생활하는 것이 더 현실성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래서 지금의 삶은 너무 판타지 적이야 라고 노상 이 형을 잡아 놓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이 형은 씩 웃으며  

"인생은 고통이라 불리는 환상과 희망이라 불리는 환상의 연속이야."  

라며 뜻도 의미도 파악할 수 없는 말을 하며 혼자 껄껄대며 호탕하게 웃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설득하고 그 형은 껄껄대고 웃고 하며 하루 하루 생활을 보내던 중 난 어느 날 꿈을 꾸게 됐다. 

푸르른 자그마한 녹색 동산 정상에 그 형이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내가 그 동산에 올라가서 형을 부르자 그는 뒤돌아 보며 나에게 

"루쉰P, 나 합격했어. 이제 나 작가의 길로 갈 수 있어. 이제 이 헌책방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돼"  

"형, 정말이야. 너무 너무 축하해" 나는 그 형의 성공 소식에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성공해서 가는 이 형에게 무언가 선물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 손에 무언가가 쥐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형, 내가 해줄 것은 없고 성공한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야." 

"그래, 정말 고맙다." 형은 감격에 떨며 내가 주는 선물을 소중하게 받았다. 

근데 내가 준 선물은 그 옛날 세상을 제패했던 전설의 게임기 패밀리였다. 

속으로 '뭐지? 왜 이런 선물을?' 하며 생각하던 중 꿈에서 깼다. 

꿈에서 깨어 출근한 날 난 형에게 가자 마자 패밀리 게임기를 선물로 줬다는 말만 쏙 뺀 채 형이 작가로 합격하는 꿈을 꿨다고 하자 이 형은 크게 놀랐다. 자신이 나에게 말은 하지 않았는데 한 유명 출판사에서 판타지 작가를 뽑는 문학상을 내걸었는데 한 달 동안 준비를 해서 작품을 출품을 했고 그 발표날이 내가 꿈 얘기를 한 바로 그 날 저녁이었던 것이다. 

꿈을 얘기한 나도 크게 놀랐고, 내 꿈을 들은 그 형은 더욱 놀라워 했다. 이것은 신의 계시이지 않게냐라며 무신론자 입장 따위는 벗어던지고 눈을 뒤집어 까며 얘기하는 형을 보며 형의 합격은 이제 된 것이며 그 덕은 다 내 예지몽 덕분이다라며 난 나의 직감을 자랑하며 그러니 점심을 고기를 사라는 논리적 구조로 그 형을 압박했다. 

결국 완전 기분 업된 형은 나에게 돼지갈비를 사 주었고 우리는 점심에 무리하게 고기를 먹으며 상금은 어떻게 써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 이 직장을 그만두고 나가야 할 지, 나갈 때는 어떻게 말하고 나가야 폼도 나고 멋있을지를 한참을 토론했다. 

그렇게 신나게 기분을 내고 숨을 죽이며 인터넷 발표를 기다리던 저녁, 발표된 문학상 합격자 명단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수 십번을 보아도 그 형의 이름은 없었다. 형은 모니터를 안고 그야말로 <통곡>을 해 버렸다. 

왜 저러냐는 직장 동료들의 말에 오늘 좀 기분이 우울한 것 같다며 대충 둘러대고 저 형이 정신 차리면 무슨 일을 당할 지 몰라 황급한 마음으로 나는 집으로 대피를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형은 말 수가 줄어 들었고 더욱더 틈만 나면 책을 읽고 노트북에 무언가를 꼼꼼히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항상 '대마교사전'이라든가 '판타지무기열전' 같은 책만 읽던 형이 그런 책이 아니라 다른 책들을 읽는 것이 눈에 띄었다. 

궁금한 것은 못 참고 지나가는 지랄 같은 성격 탓에 형에게 무슨 책을 읽냐고 넌지시 물어보자 아주 순박하고 선량한 미소로 웃으며 

"너를 어떻게 죽여야 완전 범죄로 죽일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읽고 있어." 

섬뜩한 대답만 하고 껄껄 웃으며 다시 책을 읽는 형을 보며 뭐랄까 뒤통수가 차가워지는 느낌에 그 형이 읽는 책들의 제목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도 그 형 몰래 구입해 읽기를 시작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화차', '이유', 마쓰모토 세이초 '점과 선', 모리무라 세이치 '인간의 증명' 등 그 형과 나는 서로 질세라 이 책들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그 내용은 사회파 추리 소설로서 완벽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트릭이 존재하는 그런 류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형의 진심을 아는 나로서는 읽으면서도 섬뜩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였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되돌리는 힘을 가졌다고 할까? 그렇게 나를 죽이기 위해 섬뜩한 포스를 내뿜던 형도 다시 쏟아지는 노동 속에서 내가 없으면 그 형도 힘들고, 이 형이 없으면 내가 힘들어 지다는 원리를 깨우치고 우리는 예전 관계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서로 사회파 추리 소설에 대한 지식이 쌓여 졌기에 또 그 쪽 분야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를 싹 틔우며 노동의 힘듦을 이겨내 갔다. 

형은 나에게 사회파 추리 소설과 판타지를 결합한 대 작품을 써 보겠다는 결의를 했고, 나 역시 내가 한 짓이 있기에 무조건 찬성을 하며 형은 반드시 작가의 혼을 지녔기에 그런 혼이 담긴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 극찬에 극찬을 거듭했다.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은 그 주제가 몹시나 무겁다. 유아연쇄살인사건, 경찰 내부의 승진에 대한 불합리성, 신흥 종교에 위험성 등 탄탄한 소재를 그물망처럼 만들어 읽는 독자를 푹 빠져들게 한다. 미야베 미유키 외에 다른 사회파 추리 작가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나에게 양철댁님이 좋은 선물을 해 주셨다. 

어찌보면 소설의 리뷰를 써야 하는데 깊이 있게 쓰지는 못했다. 왠지 건드리면 그 안에 있는 내용들에 대해 스포일러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읽어 보면 후회하지 않을 추리 소설임에는 확실하다. 

그 형은 나와 동시에 헌책방을 그만두고 결국 두 세달 뒤에 정말 문학상에 합격해 지금은 1권당 100만원의 계약으로 책을 출판하고 있다. 이제는 1권당 130여 만원을 받는 전업 작가로 업 그레이드를 했다는 소식도 며칠 전에 들었다. 새로운 판타지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나와 대화했던 사회파 추리 소설의 기법을 이용한 판타지 책이 유용하다며 나를 극찬해 주고 있다. 

박카스와 포카리스웨트를 섞은 음료가 자신의 창조의 샘을 자극하는 음료라고 하며 사용 비법을 말하는 형을 보며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은 우울하게 끝나지만 이 형의 <통곡>은 웃으며 가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암튼 누쿠이 도쿠로 <통곡> 간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양철댁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머님 병간호 잘 하시고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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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6-05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참 좋습니다^^
6월의 첫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루쉰P 2011-06-05 05:24   좋아요 0 | URL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일찍와서 글을 보시다니요. ^^ 후애님도 6월의 첫 주말 대박나세요!!

왠지 고등학생은 아니신데...새벽 5시에 일어나시다니...뭔가 정말 대단하심...

후애(厚愛) 2011-06-05 05:38   좋아요 0 | URL
새벽 5시에 일어난 궁금증을 답글에 남겨 놓았습니다. ㅎㅎ
이곳은 오후 1시 37분입니다.^^
더 궁금하시지요? ㅋㅋ

루쉰P 2011-06-06 08:41   좋아요 0 | URL
댓글보고 빵 터졌어요. ㅋㅋ 우와 미쿡에서 사시면 좋으시겠어요. 지금은 주무시고 계실 확률이 크겠는데요. ^^

하늘바람 2011-06-0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결국 그 형님이 해내셨군요
스포일러를 걱정하셔서 리뷰를 자세히 안 올리셨지만 넘 보고 싶은데요.

루쉰P 2011-06-06 08:42   좋아요 0 | URL
네 인간의 집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새삼스럽게 느낀 사건이었죠.

스포일러가 이 책은 너무나 걱정되는 책이에요. 조금만 힌트가 있어도 이 소설의 재미가 반감되거든요. 간만에 정말 재미난 책 읽었어요. ^^

반딧불이 2011-06-0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한편의 사회파 추리소설 같은데요. 루쉰P님이 형에게 '한 짓'보다 형이 루쉰p님의 꿈 속에 나타나 한 짓에 대해 따지십쇼!

루쉰P 2011-06-06 08:44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이세요. 사회파 추리소설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고 몸소 느끼고 있어요. ㅋ

ㅋㅋㅋ 그 형은 인생과 사상이 철판이라 제가 아무리 따져도 껄껄대며 흘려버려요. 그치만 반딧불이님 말씀처럼 다음에 만나면 한 번 더 따져서 돼지갈비라도 한 번 더 먹어야 겠어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6-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을 비롯한 장르소설은 조금만 게으름 피워서 허술한 구석이 있으면 전체 이야기가 모두 엉성해지죠.그만큼 힘든데 모르는 사람들은 손쉽게 쓰는 것으로 여기더라구요.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대중문학이라 해서 폄하하는 분위기도 있고...외국에선 이 분야에서 이름을 얻으면 부와 명성을 누리는데...멀리 갈 것도 없이 일본만 해도 그 명성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루쉰P 2011-06-06 08: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우리나라는 문학에 계급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책을 보면 리뷰를 쓰며 평가를 하지만 사실 리뷰를 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책을 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 게다가 이 형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도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개발과 매일 매일의 노력이 축적이 되더라구요.^^ 전 노이에자이트님의 이런 평등의식이 너무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6-06 16:23   좋아요 0 | URL
이놈의 인기는 어딜 가나 식을 줄 모르네요...으흐흐...

루쉰P 2011-06-06 16:29   좋아요 0 | URL
제가 완전 팬이거 아시죠..으흐흐..

쉽싸리 2011-06-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P님의 위트와 유머의 글쓰기에 시쳇말로 빵 터집니다.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죠. 물론 재주가 뒤따라야 겠지만요. 그래도 어느 순간까지는 쭉 계속 밀고 나아가는 끈기도 필요할테이고요, 설혹 재주가 조금 모자른다해도 자신이 좋아한다! 이것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루쉰P 2011-06-06 16:06   좋아요 0 | URL
ㅋㅋ 쉽싸리님을 빵 터지게 만들었다니 뭔가 해냈다는 느낌 ^^

저 형은 정말 집념의 싸나이죠. 전 뭐랄까 나약한 근성이 많이 있어서 저렇게까지 하지는 못 할 것 같아요. 정말 존경하는 형님입니다. 쉽싸리님 말씀처럼 지속과 거듭하는 것이 승리의 길이에요. 정말 정말 뼈 져리게 느낍니다!

꼬마요정 2011-06-06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실 책에 대한 궁금증도 궁금증이지만 님과 그 형님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했다고나 할까요.. ㅋㅋ 특히 완전범죄를 꿈꾸며 추리소설을 읽던 그 형님의 순진한 미소가 그려져서 섬짓했어요~~~ 다행히 행복한 마무리라서 루쉰P님의 글을 계속 볼 수 있으니 좋습니다.^^

루쉰P 2011-06-06 16:36   좋아요 0 | URL
하기사 저도 그 때 죽지 않았기에 이처럼 살아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 하고 있어요. 안 그래도 리뷰 쓰다가 문득 의문이 들어 그 형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그 때 날 죽일 생각이었냐고 묻자. 정말 죽일 생각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더군요. -.-
꼬마요정님 놀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cyrus 2011-06-06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님분이 성공하셨다니 해피엔딩의 글이네요. 루쉰님과 글과 노자님의 댓글을 보면서
일본 추리소설은 매니아가 있을 정도로 열광적으로 읽는 반면에 한국 추리소설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추리문학의 현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루쉰P 2011-06-06 20:09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에요. 왜 그런지 이유를 잘 알 수가 없는데 일본 추리 소설에는 매니아 층이 엄청나게 형성돼 있는 반면에 한국 추리 소설 쪽에는 작가도 별로 없고 그다지 독자들이 찾이 않는다고 성공한 그 형님께서 말씀해 주시더군요. 사실 저도 일본 추리 문학에는 여러 작품 손을 댄 적이 있지만 한국 추리 작가 쪽에는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뭐랄까? 한국에서 장르 문학에 대한 차별의식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독자들도 분명 가지고 있지만, 현업 작가들 역시 지니고 있다고 봐요. 그런 것은 별로 좋지 않은데 말이죠...^^

대지의 마음 2011-06-0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재밌네요. 일할 시간이 아니면 길게 댓글 달텐데 시간에 쫓기게 되니, 여름에 접어듭니다. 건강 조심하셔요.

2011-06-07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6-0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들을 보니 루쉰P님 팬들도 많네요.

루쉰P 2011-06-08 00:08   좋아요 0 | URL
그래도 노이에자이트님은 못 따라가요. 크흑!! ^^

노이에자이트 2011-06-08 16:12   좋아요 0 | URL
티아라 중 작년에 새로 들어온 사람을 아시는지요?

루쉰P 2011-06-08 17:38   좋아요 0 | URL
아뿔사!! 허를 찔렸어요. 모르는데요. T.T 전 나나만 좋아해서요. 노이에자이트님 대박 푸핫!!

노이에자이트 2011-06-08 17:43   좋아요 0 | URL
어머나!나나는 애프터스쿨에 있는데...유이가 있는...아니...그럼 애프터스쿨을 여태 티아라로 착각했다는 말인가요? 티아라 팬들이 테러를 준비하고 있을 듯... 이제 큰일났네요...

루쉰P 2011-06-08 18:32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의 글에 놀라 검색해 봤더니...정말 애프터스쿨이더군요. 이건 도대체 뭔지 (-.-);;; 흠..이제 입장을 바꿔 아이유라고 해야 겠군요.

전 아이유가 좋아요. ㅋㅋ 티아라 팬들은 저를 주목하지 않을 겁니다. 전 그림자와 같은 인간이거든요. 기억나시죠? 보이지 않는 인간. ㅋ

근데 노이에자이트님 도대체 저보다 더 빠삭하시다니 점점 더 정체가 궁금해져요. 외계인은 아니신거 확실하죠? 왠지 저에게 풍기는 노이에자이트님의 이미지는 메트릭스의 모피어스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6-08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사흘이나 늦게 발견했네요.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에요.

아웅~
저 퇴근해야 하는데...모니터 끌어 안고 연애하고 싶어져요.

루쉰P 2011-06-08 18: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양철댁님의 댓글에 제가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라는 거 아시죠. 마고님이나 양철댁님은 마치 자매 분들처럼 한 분이 뜸하시면 한 분도 뜸하셔요. ㅋㅋ

퇴근은 하셔야 합니다. 모니터 끌어 안고 연애하시면 자기장만 쐬어요. ㅋ

정말 좋은 책 너무 너무 감사해요. 이제 나머지 책에도 도전을 ㅋㅋ

에디 2011-06-0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이 책 볼꺼에요. 꼭 볼 꺼에요.

저도 계속 해피엔딩이어야 하는데 하고 스크롤 내렸어요.


헌책방 하니 생각나는게...작년쯤에 이사할때 한 200권정도를 헌책방에 처분했거든요. 책을 가지러 오신분이 뭐랄까 고이윤기선생이 생각나는 강단있어 보이고, 육체노동자 스타일의 할아버지였는데 무려 사장님이셨어요. 책을 왜 파냐고 하시길래 이사가는데 너무 많아서 판다. 책 보니까 컴퓨터일 하시나 보네. 네 맞아요. 우리도 인터넷 홈페이지 같은게 있는데 IT라는게 돈 먹는 기계라고, 끊임 없이 돈을 써야한다고... 그렇다고 안 할수도 없고.. 같은 순진한(?) 말씀을하셨던 기억이나요.


루쉰P 2011-06-08 23:31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 책을 처분한 기억은 저도 너무나도 많죠. 울어버릴 뻔 했어요. 책이 너무 아까워서...
헌책방은 항상 괴짜 같은 사장님이 많아요. ㅋ

에디님도 계속 해피엔딩이실 거에요. 그렇게 믿으면 그렇게 되니까요!! 홧팅!!

노이에자이트 2011-06-08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걸그룹 하나를 정해서 주요 히트곡을 감상한 뒤에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세요.으앙...대체 애프터스쿨과 티아라를 혼동하다니...완전히 개성이 다른 사람들인데...애프터스쿨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덩치 큰 걸그룹...티아라는 좀 강아지나 수달같은 귀여움이 특징...

루쉰P 2011-06-08 23:30   좋아요 0 | URL
정말 배웁니다. 크게 배웁니다....지존이세요. 노이에자이트님...

뭐랄까? 다시 한 번 눈이 크게 트였다고 할까요. 정말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부끄럽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6-09 16:10   좋아요 0 | URL
티아라에서 지연과 화영이 여고생인데 정말 귀여워요.화영이 작년 가을에 새로 들어왔는데 광주 출신이에요.

루쉰P 2011-06-10 11:37   좋아요 0 | URL
왠지 노이에자이트님의 댓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여자 아이돌 매니지먼트 상무님은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의문이 드네요. -.- 정말 연예계 산업에 종사하시는 것은 아니신가요?

광주 출신의 아이돌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구하라양도 광주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ㅋ 전 개인적인 취향상 덩치 큰 걸그룹이 좋더라구요. 흐흐흐

감은빛 2011-06-1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0대 시절 한때 소설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자취방에 쳐박혀서 열심히 글을 써대던 시절이 있었어요. 노트에 손으로 개발새발 쓴 글을 나중에 학교 컴퓨터실에서 타자를 쳐서 활동하던 문학동호회 게시판에 올려놓고, 반응을 기대하곤 했죠. 물론 글이 별로 였기 때문에, 대부분 별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일찌감치 그 꿈을 잠시 접어두고 운동가의 길로 접어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판타지 소설가가 되신 그 분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리고 이 글을 쓴 루쉰님도 대단하시구요!

참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루쉰 뒤에 붙은 P는 무슨 뜻인가요?

루쉰P 2011-06-10 14:22   좋아요 0 | URL
역시 감은빛님이 글을 잘 쓰시던 이유가 있군요. ^^ 저도 20대도 그렇고 지금도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항상 많이 해요. 근데 종이를 보면 뭐랄까 저를 집어 삼켜버릴려고 하는 그 백지에 머리가 멍해져서...그냥 멍 때리다가 포기를 하기 일쑤에요. ㅋ
저도 리뷰를 쓸 때 노트에 글을 쓰고 컴퓨터로 자판을 써서 서재에 올려요. 그냥 컴퓨터로 쓸 적과 노트에 쓰고 나서 올릴 적을 비교해 보면 노트에 쓰는 것은 더 논리적이고 정갈하다고 할까요 그런 글이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웃긴 건 글 속에 있는 유머를 삼입할 때는 컴퓨터로 쓸 때 팍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 개인적으로 종이에 샤프가 사각거리며 써지는 그 마찰이라고 할까요. 촉감이 좋아서 노트에 글을 쓰는 편이에요.

근데 운동가의 길을 걸으시면서 20대 때 단련하셨던 그 소설가의 실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생생한 운동가로서의 삶이 소설로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려구요. 분명히 예언컨데 대작을 쓰실 겁니다. 헤헤

루쉰 뒤에 붙은 P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제 성의 이니셜이고 하구요. 루쉰 선생의 책을 맨 처음 접할 때 사실 그 난해함에 익숙치가 않아서 루쉰 선생의 잡문집 '무덤' 뒷 편에 '루쉰 선생 읽다가 피 봤다'라고 써 놨거든요. 근데 알라딘 서재에 필명을 적을 때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피 봤다'에서 'P'를 땄습니다. ㅋㅋㅋ
굉장히 고민을 한 이중적 의미의 이름인데 사실 별 의미가 없어서 누가 물어보시면 민망할 때가 많아요. 헤헤헤

노이에자이트 2011-06-1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거쳐온 직업 중 연예계 분야는 없네요...작가든 사상가든 연예인이든 철저히 그들의 생애를 연구하는 편이라 아는 거죠. 소녀시대를 연구할 때도 김구나 이승만 연구하듯 합니다.

미스 에이의 수지,원더걸스 유빈도 광주출신이고 문근영 누나도 광주출신이죠.

덩치 큰 걸그룹이라면 역시 LPG가 선두이며 신인들로는 나인뮤지스가 있지요.

루쉰P 2011-06-10 16:51   좋아요 0 | URL
흠...역시 크나큰 것을 배웁니다. 루쉰 선생은 '소사가 대사다'라고 하셨죠. 소녀시대를 연구할 때도 김구나 이승만을 연구하듯이 한다. 사자가 먹이를 잡으려 할 때는 아무리 작은 짐승이라도 전력을 다하듯이, 어떤 것이든 글을 쓴다는 사람은 그런 초고밀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이신 거죠.
전 확실히 그런 면에 있어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LPG나 나인뮤직스는 일명 성인돌이라 불려서 좀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전 섹시미와 청순함이 결합돼 애프터스쿨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

호~광주 출신들이 정말 많군요!!!

노이에자이트 2011-06-1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젠 티아라는 어쩔 건가요? 티아라도 귀여운데...

나인뮤지스는 요정 뮤즈가 아홉명이라 해서 나인뮤지스랍니다.발음이 그렇게 된다네요.

아마 단일도시로 아이돌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남자아이돌도 많이 배출했죠.유노윤호,승리,이현 등등...

루쉰P 2011-06-10 22:09   좋아요 0 | URL
흠..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고 판단했어요. 기나긴 노이에자이트님과의 대화 속에서 제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애프터스쿨이구나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아이유도 포기할 거에요. 크흑!!

아, 그렇군요. 굉장하네요. 전 그래서 광주가 좋아요. 저도 광주에서 태어났으면 아이돌로 서울로 올라왔을까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6-11 15:22   좋아요 0 | URL
티아라와 아이유를 포기하면...음 안타깝군요.

루쉰P님의 사진을 안 봤으니 아이돌 스타가 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뭐라고 단정하기가 좀...그렇습니다.

루쉰P 2011-06-12 09:43   좋아요 0 | URL
역시 냉정하셔요. 전 그런 면이 너무 좋아요. 노이에자이트님 쿨가이!!

pjy 2011-06-1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당연히 흥미진진 기대되고요~ 그 형님 제발 성공해야된다고 조마조마 빌면서 읽어내려갔습니다^^; 성공 못하시면 정말 테러를 실행하실것 같았거든요ㅋㅋ;

루쉰P 2011-06-14 20:40   좋아요 0 | URL
의외로 이 형에 대한 지지 댓글들이 올라오네요. 제가 너무 밉상이었나. ㅋㅋㅋ 하기사 순수한 열정으로 도전하는 형을 속여 고기를 뜯어 먹은 제가 좀 밉상이기는 했죠.
노력을 한 만큼 댓가를 받는다는 것이 인생에서 제일 즐거운 일 인 것 같아요.
휴~ 만약 그 형이 성공 안 했다면 전 테러 당했겠네요. ㅋㅋㅋ

자하(紫霞) 2011-06-24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해 뭔가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노이...님과의 댓글을 보다가 잊어버렸어요.
애프터스쿨, 티아라, 아이유와 나인뮤지스가 머릿 속에서 뱅뱅~~
나인 뮤지스는 누구지?하며~^^;

루쉰P 2011-06-24 22:10   좋아요 0 | URL
하하 뜻하지 않게 뜨거운 논쟁이 촉발된 리뷰가 돼 버렸어요. 하지만 전 여기서 현대 여성 아이돌에 대한 제3의 눈을 뜨게 됐습니다. -.-
 
부활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3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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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생에게도 봄은 역시 봄이었다. 공고를 졸업해 전철타고 대학을 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간직한 채 시작한 재수는 전 수능 점수보다 10점이 오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을 만들며 대 실패로 끝났다. 그래도 나는 반드시 대학을 가야한다는 종교적 광신에 가까운 마음으로 삼수를 시작을 결심하고 학원을 들어가기 전에 왜 내가 재수에 실패를 했는지 곰곰히 분석을 했다. 

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삼수 생활의 교리를 만들어 냈다. 

첫째, 학원에 가서는 아무하고도 대화를 하지 않으며, 밥도 혼자 먹으며 고독의 벗으로 공부에 매진한다.  

둘째, 사람들과의 대화를 단절하기 위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 가까이 사귀면 좋을 것 없는 날라리의 이미지를 풍긴다. 

셋째, 부모님의 죽음, 천재지변, 자신의 죽음 이 세 가지 절대 조건 없이는 학원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난 이 교리를 가슴에 품은 채 삼수 생활을 시작했다.  

노원에 위치한 삼수 학원은 아침 9시에 시작해 오후 2시까지는 전 과목을 월부터 토요일까지 일정에 맞쳐 수업을 했고 밤 10시까지는 개인 자율학습의 시간을 주었다. 학원은 총 세 분류로 나누어 반을 구성했다. 작년 수능 점수에 맞추어 저급반, 중간반, 우수반이었다.   

저급반은 학생 본인도 의욕이 없고, 부모님이 보내니 그냥 시간 때우러 학원을 오는 학생이 대부분 이었고, 더욱이 학원 역시 그들에게는 돈만 받으면 되기에 수업을 듣던, 공부를 하던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수반의 학생들로 그들이 어느 대학을 가냐에 따라 학원의 평판을 높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그들에게만 모든 정성을 다 쏟았다. 

나는 당연히 저급반에 소속이 됐다. 수업 시간에도 떠들고 자율 학습 시간에는 더 떠드는 학생들 속에서 나는 교리 대로 그 누구와도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혼자서만 밥을 먹는 생활을 지속했다. 

그 휴유증은 몇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타났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처럼 사람들이 있는 데도 혼자 밥 먹고 사소한 문장, 단어 하나도 말하지 않던 나는 서로 인사를 하며 웃는 학생들을 보며 

'나도 인사하고 싶어! 나도 너희들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싶어 죽겠다고!!' 

마음 속으로 수 백번을 외치기도 하고,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 준다면 그에게 내 영혼을 팔겠다는 결심까지 했었다. 

하지만 교리의 영향은 너무나 강력해 그 누구도 내 옆에 앉지도 않았고 말도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다. 고독의 벗은 이미 넘어서서 고독의 스승이 될 정도까지 이르자, 나는 연습장에 다가  

'루쉰p 안녕?' '응, 반가워' '오늘 날씨 참 좋지' '공부하기엔 너무나 안까운 날이야' 

쓰면서 내가 나에게 묻고 답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돌아버릴 것이라는 위기감과 스스로 만든 교리를 실천하지도 못 하는 나약한 자신을 질책하며 차라리 사람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면 대화하고 싶은 욕망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학원은 13층 건물에 3, 4, 5층을 쓰고 있었다. 3층에는 접수처와 교무실, 저급반이 있었고, 4층은 중간반, 5층은 150평 가량의 대 교실과 우수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곳, 저 곳을 염탐하던 나는 150평의 교실은 대규모 수업이 있는 날이 아니고는 학생들에게 자율학습 공간으로 개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교실에서 공부를 하기에 이 곳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난 수업이 끝나면 이 곳으로 옮겨 공부를 시작했다. 밤 10시까지 이 곳에는 우수반 학생만 몇 명이 공부만 하고 있을 뿐, 연습장에 샤프가 쓰이는 사각사각 소리가 들릴 정도로 숨 막힐 듯한 고요햠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망은 주체를 할 수 없었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나랑은 출신이 틀린 사람들이었기에 그 욕망은 조금은 절제를 할 수 있었다. 

난 이 교실의 칠판이 있는 맨 앞으로 가서 왼쪽 구석 창가와 붙어 있는 책상에 거주지를 정하고 공부를 했다. 올라 와서 공부한 지 2주가 된 무렵, 항상 교실에 들어서면 문 바로 옆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있는 여학생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예쁘장한 얼굴에 머리를 틀어 올린 채 앉아 있던 그녀는 내가 들어오면 흘끔흘끔 쳐다 보는 것이 나에게는 느껴졌다. 사람이 들어오니 신경이 쓰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나는 지나 쳤었다. 

어느 햇살 가득한 토요일 오후, 어김 없이 올라와 공부를 시작할려고 했던 나는 워낙 날이 좋았던 탓인지 그 여학생을 빼고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괜히 신경이 쓰이는 기분을 교리로 누르고 내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가 누군가 쳐다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뒤를 흘끔 돌아 보니 나를 쳐다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책상으로 숙이는 여햑생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이상해 보이나? 아니면 나랑 둘이 있어서 무서워서 저러나 하는 생각에 교실을 나와 화장실의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 보았다. 

떡지고 헝클어진 머리,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웃는 어떤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를 입고 턱수염을 깎지도 않은 어떤 구도자가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완전 이상해! 정말 이상해! 그 학생이 나를 백반번 오해해도 충분하겠어' 

교리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흉물스러운 모습은 보여 줄 수 없다는 생각에 긴 머리도 단정하게 묶고,  세수도 하고, 편의점에서 면도기를 사와 면도도 한 후 나는 교실로 다시 들어갔다. 여전히 그 여학생은 책상 앞에 코를 박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또 다시 힐끔 거리며 나를 쳐다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단정하게 했으니 그리 크게 공포감은 안 가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내 자리에 와서 앉았다. 

딴 짓을 하다 와서 그런지 공부를 되지가 않았고, 그러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심코 시선을 던졌다. 커플티를 입고 신나게 팔짱끼고 웃고 있는 커플들, 다정스럽게 깔깔 거리며 웃는 여고생들, 그 모습들은 나 완전 행복해라고 자랑질 하는 모습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커플티 입은 커플, 너희들의 사랑이 영원할 것 같나!'라고 커플을 저주하고,  

'흥! 너희들도 지금은 웃지만 좀 있으면 이 지옥문으로 들어와야 할꺼야, 어린 아가씨들 흐흐흐' 라고 여고생들을 저주하고,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저주에 저주를 거듭하다가 나는 깜빡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아주 달콤한 향기가 코를 확 찌르는 느낌에 잠이 깼다. 내 책상 위에는 향기의 주인공인 껍질이 까진 채 놓여 있는 오렌지와 예쁜 글씨체의 쪽지가 같이 놓여 있었다. 

'너무 피곤해 보여요. 오렌지 먹고 힘 내세요.'  

사람이 너무 그리운 나머지 오렌지를 내가 싸오고 쪽지도 내가 쓴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까지 들었지만 아무리 봐도 여자 글씨체였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며 공부를 하고 있는 여학생만 보였다.  

내 안에서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외치는 자아와 사람을 피해 올라 온 너가 그깟 작은 친절에 감동해 교리를 깰 것이냐라는 자아가 서로 치열한 싸움을 했다. 하지만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고, 그것도 예쁜 여성이라니 난 이 기회를 저 버리면 삼수도 망쳐 버릴거야라는 생각이 나를 집어 삼켜 버렸다. 

상당히 어색하고 얼은 표정으로 그 여학생에게 다가가 

'저...감사합니다.' 

'아니에요. 혼자 먹기는 좀 많아서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눈은 가늘지만 반달로 예쁘게 감겨지고, 하얀 피부의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게다가 날렵한 몸매에 비해 풍만한 가슴이 매우 아름다운 조화를 보이고 있었다. 조용한 교실에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말들을 한 구절, 한 구절 음미를 하며 듣고 답하며 인간과 대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온 몸을 떨며 느꼈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교실에 올라 오면 둘이 있을 때가 많아 공부를 하다 지치면 서로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역시나 예상대로 우수반의 엘리트로 우리 학원내 10위 안에 드는 수능 성적의 보유자 였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흥미를 느낀 것은 이나중 탁구부에 이자와와 비슷한 외모를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가끔 이런 외모도 쓸모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도 나처럼 이나중 탁구부 매니아 였고, 만화는 물론 문학을 무척 좋아했다. 그녀의 집은 엘리트 집안으로 아버지도 의사, 오빠도 의사였다. 자신은 문학가나 만화가를 꿈꾸는데 집에서 반대가 워낙 심해 갈등을 하고 있으며, 집에 압박을 못 이겨 의사가 되기 위해 연세대를 가야 해서 일부러 또 삼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대학을 골라 갈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리고 그런 집안 배경이 있는 것도 부러웠고 말이다. 나는 공고생이며 공부의 무뢰한, 바닦에 가까운 가난한 집에 대해 털어 놓자 그녀는 내게 말했다.

톨스토이가 말한 것이라고 하며, 

"넌 내가 이런 환경에 있는 것을 당연히 부러워 할꺼야.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부족한 것만 채워지면 행복한 줄 알거든. 근데 그러지가 않아 부족한 것을 채워도 또 채워야 할 구멍이 생기고 또 생겨 끊임없이 말이야. 참 웃긴 일이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좀 어둡다고 느꼈지만 난 그 말에 100% 공감을 하지는 못 했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공부만 하는 것도 힘 드니까 같이 문학 책을 읽어 보고 시간이 날 때 얘기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권유를 했다. 그리고 나선 하는 말이 

"넌 신비한 사팔뜨기 눈을 가진 까츄샤 같아." 

뭔 소리야? 난 시력 1.5를 자랑하는 매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게다가 신비한 사팔뜨기는 또 뭐야? 라고 윽박지르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듯해 참았다.

그런 그녀가 권유한 것이 바로 톨스토이의 <부활>이었다. 나는 전철로 집에서 학원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20분 이었다. 난 그 시간을 이용해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까츄샤에 대해 이해를 했다. 

'망할! 사팔뜨기 눈을 가진 창녀가 나라니 도대체 뭔 소리야? 게다가 나는 풍만한 가슴도 가지지 않았다고!' 

어찌됐는 그녀와의 문학 토론은 시작이 됐다. 그녀는 알고 보니 톨스토이주의자라고 할 만큼 톨스토이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 책을 10년 간에 걸쳐 집필했데, 원래는 '꼬니의 수기'란 제목으로 자신의 친구에게 들은 내용을 가지고 쓰다가 집필 중단했는데 다시 쓰게 된 계기는 러시아의 두호보르 교인들의 이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마무리를 했다고 해. 그는 49세 느낀 죽음에 대한 문제로 그 속에 빠져들고 문학도 예술을 위한 문학에서 도덕을 위한 문학으로 탈바꿈을 했어. 그런 그의 후반기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야"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듣고 이 책의 배경과 그리고 그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들으며 나 역시 톨스토이에 점차 점차 빠져 들었다. 

귀족적인 타락한 생활에 빠지던 네흘류도프는 자신의 친척 집에 살던 까츄샤를 유혹해 임신을 시킨 후 돈만 쥐어주고 버리게 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법정에서 자신 때문에 타락해 결국은 창녀가 되었고, 살인범의 누명을 쓰게 된 까츄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영혼의 충격을 받아 그것을 속죄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는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를 따라가며 만나게 되는 감옥이라고 하는 사회의 위선, 그리고 인생의 진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부유층 사람들의 허식, 죄가 아닌 죄로 감옥에 갇혀 있는 민중들, 그리고 혁명에 대한 불길을 태우며 살아가는 혁명가들을 만나며 네흘류도프는 점차 각성해 가기 시작한다.

퍼즐처럼 잘 짜여진 톨스토이의 소설은 나로 하여금 삼수라는 상황, 괴로운 집 사정을 잊게 만들 정도의 몰입감을 주었다. 더욱이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 톨스토이의 <부활>은 삼수의 시름을 잊게 만드는 강한 힘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특히 어른들은 자기 자신은 물론 상대까지 서로 속이고 괴롭히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신성하고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저마다 머리를 쥐어짜는 일이었다. - 부활 상 11, 12페이지  
   

 "너는 대학을 왜 가니?"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어, 전철 타고 대학가고 싶어서..." 나는 대답하고도 엄청 민망했다. 

"그래...나도 대학을 왜 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일 중에 하나가 학벌이고 학력이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말이야. 근데 대학을 안 가겠다고 버티면 난 우리 집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말아. 마치 <부활>의 저 문장처럼 말이야." 

   
 

 자신을 신뢰하면 항상 사람들의 질책을 받지만 타인을 신뢰하면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 부활 상 78페이지

 
   

 이 문장을 읽고 그녀는 말했다. 

" 톨스토이가 쓴 것처럼, 자신을 신뢰하기 보다 타인을 맹종하게 된 까닭은 자신을 신뢰하며 사는 것은 너무 힘들기 때문이야. 좋은 대학을 가겠다고 발악하며 꿈도 포기한 채 공부를 하는 내 모습을 보면 가족들은 기뻐하기만 해.  내가 대학이 아닌 문학가나 만화가가 된다고 하면 우리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어. 근데 나 가족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을 꼭 가야 해." 

그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왜 대학을 가려는지를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 했다. 집에서는 모두 엘리트들 인데 자신만 공부를 못하는 미운 오리새끼 같아 항상 집에서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고 1 때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녀보다 공부를 잘 하고 활력적인 친구였다. 친구들을 사귀다 보면 그 중에 이 친구만큼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 있는 데 그 친구가 바로 그런 사람 이었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그녀도 공부에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었고, 친구는 그녀가 홀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시험 때는 밤을 새며 그녀를 가르쳐 주기도 했었다. 그녀는 그 친구를 평하기를  

   
 

 타인의 사상을 소화해서 그것을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을 지닌 덕분에 - 부활 하 607쪽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시험 점수를 금방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한 적이 없었다. 고 3의 겨울 방학 때 조르고 졸라서 놀라간 친구의 집은 슬레이트로 지은 판자집이었다. 친구는 부끄러워 하며 집에 초대한 친구는 그녀가 처음 이었다고 말해 주었다.  

고 3 수능을 마치고 친구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 갔지만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의대를 보내려고 하는 부모님들에 의해 다시 재수를 하게 됐고 친구와는 연락이 뜸해 지게 됐다. 재수 생활을 하며 칙칙한 생활을 보내던 어느 여름 날 저녁 전철에서 그 친구와 마주치게 됐고, 친구는 그녀에게 연락 좀 하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친구와 헤어진 후 4주 정도 지난 어느 날 그 친구의 어머니로 부터 연락이 왔다. 친구가 죽었다는 전화였다. 그녀는 너무나 큰 충격에 휩싸였고, 친구의 시체가 있는 병원에 부랴 부랴 달려 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교통사고나 그런 사고로 숨진 것이 아니라 집에서 목을 메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죽었는지는 아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친구의 시체를 염하는 모습을 보며 

어째서 그/그녀는 괴로워 했을까? 무엇 때문에 살았던 것일까? 이제는 그것을 깨달았을까? - 부활 하 665페이지

 라는 생각과 슬픔 속에서 울고만 있었다. 더욱이 벽제 화장터에서 친구의 시체를 화장하는데 화장터 옆에는 살아 생전 그 친구가 소유한 물건들을 소각하는 곳도 있었다. 그곳에 친구 어머니를 부축해 갔는데 20년의 인생을 살아온 그 친구의 흔적은 겨우 비닐 봉지로 세 봉지와 수 십권의 책들 뿐이었다. 비닐 봉지가 소각로로 불태워 질 때마다 어머니는 오열을 했고, 불 태워지기 위해 던져지는 책들 속에서 도서관 대여라는  도장이 찍힌 책은 소각로 아저씨가 가져가라 해서 그녀가 챙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톨스토이의 <부활>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 책들을 도서관에 반납하지는 못 했다. 후에 친구의 죽음에서 조금 벗어나 톨스토이의 <부활>을 보던 그녀는 맨 뒷 장에 친구가 살아 생전에 쓴 소감 같은 글을 발견했다.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톨스토이는 말한다. 하지만 그는 매년 90억의 재산을 버는 인간이었다. 나는 그러지 못하다. 항상 쫓겨야 한다. 공부에 돈에 그리고 가난에, 난 노보드보로프 같은 인간이다. 나에겐 죽음 이외에는 아무런 답도 없다." 

이 소감을 언제 썼는지는 모르지만 오로지 그녀에게 떠오르는 것은 전철에서 씁쓸하게 연락 좀 자주 해 달라고 했던 그 친구의 표정이었다. 그 때 내가 친구와 더 대화를 했다면 그 친구의 어둠을 내가 해소 줄 수 있었다면 이란 자책감과 대학 따위를 가기 위해 친구의 고민 따위는 생각도 안 한 자신의 모습에 경멸스러웠다.

창피하고 비열한 일이야, 비열하고 창피한 일이야 - 부활 상 165페이지

 네흘류도프가 읆조린 저 구절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친구의 죽음을 추적하기 위해서라도 <부활>을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읽었다고 한다. 그리곤 조금이나마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신념이란, 동물의 세계나 식물의 세계에서 거름이 되고 곡식이 되고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며 애벌레는 나방이 되고 도토리는 떡갈나무가 되듯 어느 것도 소멸되지 않고 끊임없이 어떤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하는 것처럼 사람도 소멸되지 않고 다만 변형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는 항상 활달하고 명랑한 태도로 죽음을 직시했고, 죽음으로 이끄는 고통을 잘 극복해 왔다. - 부활 하 598페이지

 그녀에게 있어서 친구의 죽음은 <영혼의 정화>를 불러 왔다. 

   
  그가 <영혼의 정화>라고 일컫는 현상은 오랜 시간을 흐르다가 갑자기 찾오는 것으로, 내면 생활의 지체 또는 정체를 인식하고 영혼 속에 쌓여 그 정체의 원인이 된 모든 찌꺼기를 단숨에 깨끗이 씻어 내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다. - 부활 상 160 페이지  
   

 그녀는 울먹이며 여기까지 말하고 나에게  

"난 말이야 오래 오래 살거야. 그리고 반드시 의대를 가서 정신과 의사를 할거야. 그리고 나중에 죽어서 그 친구를 만나면 이렇게 말해 줄거야! 너가 포기한 그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리고 난 왜 죽지 않았는지 그 의미를 찾아서 당당하게 그 녀석한테 말하고 따귀를 한 대 후려갈겨 줄거야 못난 년이라고 말이야..." 

비가 내리는 조용한 교실에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또 불꽃이 튀기는 그녀의 눈을 보며 난 왜 무엇 때문에 대학을 가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얼마나 의미 없이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말이다. 그리고 타인이 만들어준 대학이라는 허상을 위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것은 누구든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훌륭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떤 입장에 놓이든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인생관을 반드시 갖기 마련이다. - 부활 상 234페이지

 
   

 나 역시 까쭈샤가 창녀라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된 것과 똑같은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인생관이나 선악관의 왜곡 현상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그런 왜곡된 관념을 가진 집단이 수적으로 많고 또 우리 자신 역시 그런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 부활 상 235페이지

 
   

 그래, 그렇다 저 말대로다. 그녀가 나에게 까쮸샤라고 했던 것처럼 난 행동했던 것이다. 그녀의 고백을 듣고 <부활>을 읽으며 나는 점점 내 정체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문학 토론과 더불어 내가 공부를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 수능 공부도 도와줬다. 

수학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중학교 과정 자습서를 구해와 일일이 나에게 풀어주고 설명도 해주고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너도 공부하기 바쁠텐데 나한테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면 어떻하냐고 묻는 나에게 그녀는 자신도 자신의 공부에만 신경 쓰고 내 일은 신경쓰지 않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고 하며  그럴때 마다

   
 

 바로 지금 자신의 영혼 속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순간 자기 내면의 삶은 최소한의 힘만으로 어느 쪽으로든 기울 수 있는 저울대 위에 놓여 있다고 느꼈다. - 부활 상 232페이지

 
   

 이 문장을 말해주며 그녀는 네흘류도프가 시베리아까지 까쮸샤를 따라 갔듯이 나 역시 똑같다고 하며 싱긋 웃어 주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부활>도 수능 공부도 계속적인 진척을 해 나갔다. 

<부활>안에는 단순한 네흘류도프와 까쮸샤의 사랑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묵직한 물음과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모든 규칙들 그리고 시설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수능이 코 앞에 다가 오는 시점과 더불어 <부활> 토론회도 거의 끝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부활>에서 이 구절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사람들이  <이름은 뭡니까?>라고 묻곤 하지. 나한테 이름이 있는 줄 아는 모양이야. 하지만 나는 어떤 이름도 없소. 나는 모두 다 거부했으니까. 그래서 이름도, 거처도, 조국도 없는 것이오. 나는 다만 나 자신일 뿐이오. 이름이 뭐냐고? 인간이오. (중략) <황제 페하를 인정하느냐>고? 황제를 내가 왜 인정해야 하지? 그는 그 자신의 황제이고, 나는 나 자신의 황제인데. - 부활 하 636페이지

 
   

 "너는 너 자신의 황제일 분이야. 절대 잊지마" 그녀는 다짐을 하라는 듯 눈을 찡끗하며 웃어 주었다. 

결국 수능에서 난 그녀 덕분에 150점이 오르는 성적을 거두며 성공을 했고, 그녀 역시 수능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 점수를 얻었다. 대학 합격 소식을 서로 가지고 만난 날 우리는 술을 실컷 먹고 그녀는 나에게 자신은 정신과 의사돼 인간의 암흑을 파헤쳐 보겠다고 결의를 했고 나는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황제는 나다라고 살거라고 얘기했다. 

전철에 오르기 위해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그녀는 술취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넌 참 신기해. 남자들은 여태껏 나한테 좋다고 치근덕 거렸거든. 근데 넌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내가 매력이 없니?" 

"아니, 난 정말 너 엄청 좋아해. 근데 넌 네흘류도프고 난 까쮸샤 잖아. 난 말이야. 시몬손을 만날 계획이거든."  

내 얘기에 그녀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리고 시몬손은 반드시 여성으로 만나라고 조언도 해 주고 말이다. 

그녀는 내가 얘기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충분히 이해를 했다. 그 날 전철을 타고 손을 흔들며 신나게 웃으며 헤어진 그녀에게 그 이후로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나에게 연락을 해 오지는 않았다. 

그 후로도 나는 내 자신을 잃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좌절도 많이 했지만 틈이 날 때마다 그리고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 때마 <부활>을 읽으며 그녀를 떠 올린다. 그러면 그녀는 조용한 교실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나에게 해 준 말이 귓가를 맴돈다.

"행복은 고난에 지지 않는 거야, 모든 것이 이루어 진 것이 아니고 말이야."  

그리고 싱끗 웃는 그녀의 표정과 더불어 생각나고 말이다.  

아파트 경비실에도 봄은 역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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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5-1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때마다...를 언급하셨군요.
추억을 들추고 싶은 걸 보니...그곳도, 그리고 이곳도 봄은 역시 봄인가 봅니다.
아주 긴 글인데 너무 재밌어서 숨도 고르지 못하고 읽었어요~^^

감은빛 2011-05-12 01:44   좋아요 0 | URL
앗! 내가 첫 댓글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댓글쓰다가 잠시 딴생각을 하다보니,
양철님께 선수를 뺐겼네요.

아깐 마녀고양이님 서재에서, 그리고 제 서재에서,
이번엔 루쉰님 서재에서 자꾸만 양철님을 만나네요.
왜 지금 장기하의 '우리 지금 만나~' 이 노래가 생각나는 걸까요? ^^

루쉰P 2011-05-13 13:11   좋아요 0 | URL
쓰다보면 추억이 나오고 또 나오고 흠...절제를 못 하는 추억의 아지랑이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완전 길어졌어요. 읽어 주시는 것만 해도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ㅋㅋ

재미있으시다니 감사한데요. 헤헤헤

감은빛 2011-05-1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추천! 첫 댓글!
루쉰님의 훌륭한 글에 첫 자취를 남깁니다!
(이거 무지 기분 좋은데요! ^^)

루쉰님의 풋풋한 사랑이야기, 너무 재밌어요!

그래요 봄은 역시 봄입니다.

루쉰P 2011-05-13 13:13   좋아요 0 | URL
누군가에게 댓글로 기분 좋게 만들다니 뿌듯하네요. 오늘의 선행은 다 한 듯해요.

풋풋한 사랑이야기라니 너무 부끄럽네요. 삼수라는 탈옥기죠. ㅋㅋ

이상하게 <부활>에서 저 구절이 참 좋더라구요. '봄은 역시 봄이다.' 헤헤

pjy 2011-05-1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P님의 기억에 모독이 될지도 모르지만, 너무 문학적으로 그녀와 공감하셨군요^^;
제 기억속에서 참 비슷했던 그녀는, 책한장 들춰보지 않던~ 정신세계가 절대 통할수 없는 그럼 남자가 자꾸 찍어대니 무튼 연애하고 급 속도위반 결혼하더군요 ㅋㅋㅋ

루쉰P 2011-05-13 13:15   좋아요 0 | URL
모독이라뇨 ^^ 근데 여성과 남성의 사이 보다는 스승과 제자와 같은 사이였죠. 뭐랄까 근접할 수 없는 숭고함이라고 할까요. ㅋㅋ 문학적으로 공감보다는 문학적 감화였죠. 다시는 못 만날 최고의 문학 스승이었어요.

하하 정신세계가 절대 통할 수 없는 남성과 결혼했다는 분, 대단한데요. 저도 지금 나이면 그렇게 찍어댈 수 있었을 텐데 저 때는 어려서 그런지 용기가 잘 안 나더라구요. ^^

차좋아 2011-05-1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원? 우리동네네요 ㅋㅋㅋㅋ 상계동 살거든요^^ 루신님 고교 때는 월계동 살았으니 그리 멀지는 않고... 우리는 같은 지역사회에서 청춘을 보냈군요 ㅋㅋ

루쉰P 2011-05-13 13:17   좋아요 0 | URL
오잉, 상계동에 사시다니 참고로 저 학원은 없어졌더라구요. 백화점 앞에 사거리 쪽에 위치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저 월계동에 안 사는데. 어쩌죠. 죄송해서 다만 힌트는 노원에서 제가 고교 때부터 쭉 살아 온 이 동네를 올려면 7호선과 1호선을 타야 옵니다. 헤헤 궁금하시죠? 아마 궁금하실거에요. 푸훗.

차좋아 2011-05-13 18:10   좋아요 0 | URL
그 힌트 가지고는 못 알아 맞추겠어요 ㅎㅎ
루신님이 월계동 살거란 말이 아니라 제가 루신님 학생시절 월계동 살았다는 말이었어요 ㅎㅎㅎ

루쉰P 2011-05-14 23:14   좋아요 0 | URL
이거 차좋아님의 끈질기 집념에 제가 항복했어요. ^^ 전 85년도 부터 의정부에 거주해 지금껏 열심히 살고 있어요.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의정부에 위치한 유명한 공고구요. ㅋㅋ
아~~집념의 싸나이 차좋아님...

차좋아 2011-05-16 15:50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냥 모른다고 한 건데 집념으로 느끼셨군요 ㅋㅋㅋㅋ
'혹시 나랑 같은 학교 나온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은 있었어요. 저는 인덕공고 나왔거든요.ㅎㅎ
저는 학원은 안 다녔지만 루신님이 다닌 그 학원, 저도 알아요. 노원에서 제일 유명했던 단과 학원 맞죠? 이름이 생각 안나네요^^;;
역시 연예담은 재밌어요^^ 다음에 또 이야기 해 주세요~

루쉰P 2011-05-19 20:48   좋아요 0 | URL
역시 차좋아님은 예리하셔. 그 학원까지 아시다니..앞으로는 완벽한 신비주의를 위해 모두 이니셜 처리를 할 생각이에요. ㅋㅋㅋ 그래야 더 스릴있죠. 전 글의 심층을 분석하는 버릇이 있어서 모른다는 것을 집념으로 느끼는 센스를 작렬 했네요. 완전 부끄러워용!!

마녀고양이 2011-05-1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놀러왔다가 다시 논문을 보는군요.
지금은 새벽 1시 40분. 아무래도 이 페이퍼를 열심히 읽으면 두시가 넘겠죠?
내일 다시 읽으러 오겠습니다. 루쉰님. 즐거운 주말되시구요.....

마녀고양이 2011-05-14 10:42   좋아요 0 | URL
루쉰님, 아니 삼수를 해서 150점이나 올린 후에 들어간 대학을
보기 좋게 때려치우신건가요? 저런, 전산 전공이셨죠? 나랑 같은 계열이네.

하기사 어느 대학 나오고 남들 인정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나의 행복은 아니니까요.. 그 시절에 <부활>을 읽으셨다니
의미심장한걸요. 나비가 되기 위한 몸짓처럼.

그렇군요, 그분과는 이후 다시는 연락하지 않으시는군요.
루쉰님은 과연 카츄샤인건가요? 오래 전 경직된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인 느낌이 드는.... 아줌마의 잔소리랄까요~ ^^

그래도 요즘 아파트 아주머니들과 해피하게 지내신다니, 그것만으로도 좋네요.

루쉰P 2011-05-14 23:12   좋아요 0 | URL
하하하 명지전문대 컴퓨터학과를 들어갔었죠. 근데 지금은 과 이름도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400점 만점에서 맨 처음 수능 150점, 그 다음 재수 후 160여점. 삼수 295.8점 ㅋㅋㅋ 점수가 잊혀지지 않아요. 워낙 고생해서 받아서 그런지. 마고님이 농협에 대해 쓰신 글 봤어요. 저도 제가 컴퓨터를 상당히 잘 할 줄 알고 지원했는데 주위에서도 해킹을 주로 하고, 야동 사이트를 줄줄 외울 것 같은 악의 프로그래머의 이미지가 풍긴다고 적극 추천해 줬거든요. 근데 그만 1년만 마치고 자퇴를 해버렸죠. 같은 계열이라서 서로 통하나 봐요 ㅋㅋ

그 시절에 읽은 <부활>과 지금 읽는 <부활>과 또 느끼는게 틀려요. ^^ 지금은 나비가 아니라 나방이 되버린 현재이지만 말이죠. 헤헤

저 역시 나름 진보적이다고 착각하며 사는데 20대 때는 저 친구와의 차이가 너무 극심하다고 스스로 느꼈기에 먼저 발을 뺀거죠. 근데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은 그 때 들이댔다고 한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 좀 비관적인 듯. ㅋ 아줌마의 잔소리는 저에게 필요해요. 많이 해주세용!!! 관심 받고 싶어용!!

아주머니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저 역시 아주머니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요즘 마트가도 진열된 우유 중에서 맨 뒷 줄에 있는 거 사요. 그게 제일 신선하다고 308동 302호 지현이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셨어요. ㅋㅋ

후애(厚愛) 2011-05-14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놀러왔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루쉰P 2011-05-14 23:15   좋아요 0 | URL
완전 행복한 주말 보내고 있어요. 그냥 뒹굴 뒹굴 ㅋㅋ 내일은 또 일나가고 월요일부터는 3일간 예비군 훈련을 갑니다. 헤헤
자주 놀러와 주세요. 사람이 그리워요. 전 외로움 쟁이!!

노이에자이트 2011-05-1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라마 소재로 참 좋겠어요.부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재수생 연인...여자는 신세경. 남자는 음...정용화 정도? 니쿤은 우리말을 못하는 게 흠인데...정 안되면 제가 분장 좀 심하게 해서 맡는 수밖에요.

루쉰P 2011-05-19 22:53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빵 터졌어요. 드라마 소재로 보신다니 뭔가 의욕이 솟는데용! 근데 신세경과 정용화 확 느낌이 오는데요. 하지만 노이에자이트님이 분장을 하신다고 하면 말릴 겁니다. -.- 진지하게 말릴 거에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0 18:35   좋아요 0 | URL
아니...왜요? 이거 명예훼손입니다! 내 외모가 국제적으로 통하는데!

루쉰P 2011-05-20 18: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알겠습니다 국제적 외모라고 하시니 인정할께요 ^^ 저도 자랑하자면 아랍권에서 통하는 외모라고 칭찬 받은 적이 있어요

2011-05-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으니, 컵 하나를 들고 온 방을 훑으며 이야기를 하나 지어낸 절름발이가 생각나네요. (유주얼 서스펙트..) 이런 일이 진짜 있었다는 겁니까요?!! 꼭 지어낸 것만 같다고 느끼는 저는 너무 밋밋하게 수십 해를 살아온 것 같군요. 엄청 집중해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루쉰P 2011-05-20 05: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섬님 너무 반갑습니다. ^^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과 대화를 하고 친해질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고 할까요? ^^ 그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저에게 저렇게 좋은 일은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오지 않았어요. 만약 저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놓치지 않을거라 수 십번도 다짐했지만요. 부끄러운 것은 그 친구와 약속한 제가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는 사실이죠.
저도 솔직히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 만큼 제 인생에 있어서 엄청난 찬스였죠. ^^ 지금 생각하면요. 그치만 너무나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추억이긴 해요. 너무나도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하하 2011-05-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이 '삼수' 여서 서슴없이 마우스를 클릭하고나선 정말 숨쉴틈도 없을정도로 정신없이 읽어내려 갔어요. 저두 과거 재수의 경험이 있는지라....
소설같지만 사실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두 꼭 톨스토이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글 넘넘 감사해요. 저의 과거가 다시 생각나네요...

루쉰P 2011-05-21 09:25   좋아요 0 | URL
인생이 소설 같고 소설이 인생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 반갑습니다! 놀러 와 주셔서 이렇게 긴 리뷰를 보고 놀라진 않으셨는지 걱정되네요 ^^ 부활은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그러시면 그녀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실거에요? 물론 안 읽으셔도 아실 순 있겠지만요 ^^ 앞으로 자주 뵈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랍권에서 통하는 외모라...그러면 서양에서도 통하겠는데요.서양 사람은 동북아보다 아랍에 더 미남미녀가 많다고 생각하니까요.내가 봐도 아랍인이 눈이 더 크고 윤곽이 뚜렷하더라구요.아랍민족은 아니지만 이란인들도 외모가 좋은 편이죠.

루쉰P 2011-05-21 18:05   좋아요 0 | URL
이 비오는 음울한 오후에 노이에자이트님의 글을 읽다가 왠지 모르게 서서 거울을 봤어요. 제 얼굴을 곰곰히 뜯어보면 짙은 눈썹에 매부리코 그리고 날카로운 턱 선...흠 근데 한국형 미남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추남이라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아랍형 미남이라고 얘기하고 다녀야 겠어요. 자신감이 솟네요. 역시 노이에자이트님 덕분에 제 본 얼굴을 찾았어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5-21 20:38   좋아요 0 | URL
오! 축하축하합니다.저는 아랍인보다 이란인이 더 좋습니다만...

루쉰P 2011-05-22 09:05   좋아요 0 | URL
아...그럼 이란형 미남으로 바꿀께요. 아랍형 미남은 많이 들었는데 이란형 미남은 새롭네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5-22 15:25   좋아요 0 | URL
한번 사진으로 아랍형과 이란형을 견주어 보세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5-3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곧 책이 나옵니다. 지도교수님이 저를 책임번역자의 남편이라 번역후기에 적어 주셨네요^^

출간되면 말씀 드릴게요!

루쉰P 2011-05-31 10:49   좋아요 0 | URL
ㅎㅎ 너무 기대되는데요. 꼭 알려주세요. ^^ 비 오는 날 좋은 소식 주셨네요. ㅋㅋ

쉽싸리 2011-06-0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활을 읽은지 하도 오래되었고, 기억도 또한 젬병이라 검색을 해서 대강의 줄거리(결말)를 파악했어요. 시몬손이라는 정치범을 따라가는 카츄샤의 선택은 도통 모르고 있었어요.
엄청난 스케일의 얘기입니다. 스토리의 짜임새가 대단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예요!!

루쉰P 2011-06-02 09:57   좋아요 0 | URL
'부활'은 그 얘기의 스토리가 정말 엄청나죠. ^^ 비평가들은 톨스토이가 네흘류도프에게 무리한 사상을 주입한 주인공이라고 말들이 많았지만, 그의 소설을 읽으며 당연히 있을 법한 인간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시몬손을 선택하는 카츄샤의 선택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뭐랄까 가슴이 저며지는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저 역시 그 때 그런 마음이었구요.
쉽싸리님이 눈치를 채시다니 대단하신데요. 제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에요. ^^

꼬마요정 2011-06-0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라서 추천 백만개라도 누르고 싶은데 아쉽게도 한 번만 되네요..^^;; 루쉰P님을 왜 이제서야 알게된 걸까요..ㅜㅜ 아아..이러면 저는 점점 리뷰 쓰기 힘들어진답니다. 요즘은 글 잘 쓰는 사람들 너무 많아요.. 전 점점 리뷰 쓰는 게 두려워진다는..크흑

루쉰P 2011-06-06 16:32   좋아요 0 | URL
ㅋㅋ 너무 과찬이세요. 전 리뷰가 아니라 그냥 책에 대한 추억만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리뷰를 쓰는 분들의 글을 볼 때 저도 두려워지고 부끄러워져요. 리뷰란 것이 잘 쓰냐 못 쓰냐의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에서 자신이 보는 것을 쓰는 것이기에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한 책을 놓고 만 개의 시선이 읽어서 만 개의 평가가 나오는 것이 리뷰이지 않나 싶어요. 어떤 틀도 규정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꼬마요정님의 리뷰도 분명 꼬마요정님 만의 향기를 뿜으며 나온다고 생각해요. 기대하고 있을거에요. ^^

제가 존경하는 루쉰 선생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 시대는 이가 굉장히 많았는데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이를 완전 격퇴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 팔더래요. 주인공은 너무나 좋아서 그 비법이 쓴 종이를 돈을 주고사서 집에 와서 꼬깃 꼬깃 접힌 비법을 딱 펼쳤는데 거기에는
'열심히 잡아라' 고 써 있었다고 쓰셨어요. 허무 개그가 아니라 전 리뷰의 비법도 거기에 있다고 봐요. 열심히 쓴다 자기 식대로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전 그래서 제 멋대로 쓰죠. 푸훕!!

산사춘 2011-06-1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활보다 루쉰P님 리뷰가 더 감동적입니다. 짝짝짝!
알라딘은 이래서 좋아요!

루쉰P 2011-06-14 08:44   좋아요 0 | URL
아이 부끄러워요. ^^ 그래도 톨스토이가 더 훌륭하죠. 아잉 완전 부끄러워라. ㅋ

아이리시스 2011-06-1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저도 [부활]을 읽어야겠군요. 이해가 다 안되는 걸 보면..^^
어린 나이에 이렇게 예쁜 추억이라.. 지금 그녀는 의사가 되었을까요? 너무 감동적이예요. 두 분 우정이..^^

거기다 이건 추억에 대한 한 편의 논문입니까, 소설입니까?^_____________^

루쉰P 2011-06-14 20:39   좋아요 0 | URL
<부활>은 꼭 추천드리는 명작입니다. ^^

의사가 됐다고 확신하고 그녀도 어디선가 제가 무얼 하는지 궁금해 할 것 같아요. 그러기에 더 삶에 대해 투철하게 도전할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만약에 인생의 한 번 쯤 마주치게 된다면 부끄러운 모습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요. ^^

왠지 추억에 대한 논문이 돼 버렸어요. ㅋ

2011-06-27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6-27 09:3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가 사실 리뷰를 눈 튀어게 끔 써 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맘 잡고 있어야 하는 그런 사태를 속출하고 합니다. 너무나 좋은 칭찬 감사드려요. 제가 다 부끄럽네요. ^^

비가 오는 태풍의 월요일입니다. 정말 활기차게 시작할께요! 화이팅!!

쥬빌리 2011-11-2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컨데 역사란 승자들이 벌이는 오르가즘 파티일 뿐입니다. 어짜피 인간도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 보존 의지에 사로잡힌 노예나 다름없잖습니까. 이건 완전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된 사실인데요. 이제 갖잖은 위선자 노릇은 그만두고 사창가를 법적으로 용인하는 선진국들의 현명한 용단을 당장 우리나라에 도입해야할지도요. 뭐 어짜피 법적으로 용인 안해도 돈 주고 성파는 산업은 우리나라에서 날로 번창하고 있으니까요. 어짜피 좋은게 좋은거니까. 뭐 몇십억씩 하는 미사일을 도시에 날리고 과부와 아이들을 죽이는게 공적으로 허용되왔으니까 모든게 허용되겠죠?

저는 유복한 부모님을 만나 아무 고생도 안하고 편하게 공부나 하며 책이나 읽고 있으며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는 드립이나 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제 대학을 가야겠죠? 전 부활을 3번 읽었습니다. 저가 수능 공부하다가 가장 절망적일 때 부활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리처드 도킨슨의 눈먼 시계공(이 책의 내용을 결론 내리자면 추호의 의심도 없이, 목적론적이며 관념론적인 도덕과 영원, 신,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의 자기 보존 의지의 맹목적으로 종속된다. 즉 번식이 진리다.)을 읽었습니다. 죄와벌을 읽었고 부활을 그렇게 또 2번 읽었습니다.

또 수능을 보고 다시 부활을 3번째 읽습니다. 하루종일 가게를 보면서 읽습니다. 한장 한장 읽는게 너무 힘이 듭니다. 이제껏 읽어왔던 책에 비하면 톨스토이의 부활은 매우 진부한 책으로, 매우 뻔한 진행대로 흘러갑니다. 네흘류도프는 완전히 이건 무슨 인간이 아니라 도덕적 사고회로를 집어넣은 로봇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려운 책도 아니고 편하게 읽히는 ㅡ하지만 진중한 문학적 무게가 느껴지는ㅡ 품격있는 고전입니다. 근데 읽는게 너무 힘이듭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너무 힘이 들어서 기도하지 않고는 도저히 읽을수도 없습니다. 참을수 없는 내적 절망이 밀려와서 그리스도와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생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웬걸, 그녀를 생각하니 내가 더 추악한 놈처럼 느껴저 더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네요.

그래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봅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기수다운 소설이군요. 처음부터 니체의 영원회귀 드립으로 시작하고 세계에 모든 것이 허용되어있다고 냉소합니다. 솔직히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쉽게 읽힙니다. 별로 부담감이 없습니다. 왜냐면 결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수백번 섹스하는 것은 전혀 비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미학으로 아름답게 서술되어야 하며, 그곳에선 무조건 따뜻함이 느껴져야 합니다.

솔직히 고상한척 하는 놈들은 나이트에서 몸을 부비며 원나잇 스탠드의 짜릿한 맛을 좀 알아야합니다. 솔직히 갖잖은 위선자보다 정직한게 낫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은 속이지 않습니다. 비꼬는게 아니라 정말 그래요. 저같은 놈이 병신이죠. 현재 제 주변에는 원나잇 스탠드를 하거나, 아니면 사창가에서 몸을 푸는 녀석들이 있는데 전 그 녀석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웃으면서 건강에 안좋다고만 합니다. 도무지 학교에서도, 어른들도 그것이 나쁘다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들에게 그것이 틀렸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틀렸다는 말을 경멸할 것이고, 그들은 전적으로 무죄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주위에서 굶어죽든말든 스펙 쌓고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취업하는게 진정한 인간의 도리이지만, 전 갖잖은 위선자가 이제 되려고 합니다. 전 그녀처럼 긍정할수가 없습니다. 그 어여쁜 톨스토이안처럼 긍정할수가 없습니다. 원체 비열한 놈이기 때문입니다. 도저히 제 고상한 자아를 위해서 꾸며대는게 너무 구역질나, 지금 제 덧글도 너무 구역질나 미치겠습니다. 물론 더 미치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진정 공감해줄 친구가 없다는거지요. 제겐 너무 과분한 친구들이 있긴하지만.

전 전 제안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금 진정한 변화를 목도하고 있습니다만 지금만큼 제가 추악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입니다. 이 허망하고 한번뿐인 인생 오직 아름다움과 너무나 고통받는 이들의 작은 미소를 보며 살겠다고 결심하지만 어짜피 저는 비열한 놈이고 이제 현실과 타협하게 될겁니다. 제 양심은 한달에 2만원에 불과하거든요. 그것도 타성에 젖어 계좌이체하고 있군요. 뭐 저는 편의점 알바 하다가 밤에 강도 들어서 칼에 맞으면 바로 죽을 놈입니다. 고2때도 죽을뻔했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니 이건 단지 확률의 문제입니다.

톨스토이는 주님께 돌아온후 진짜 평생 미치도록 고뇌했습니다. 그가 괜히 펜을 꺽은게 아니지요. 톨스토이는 절대로 그녀처럼 긍정할수 없었습니다. 그의 고뇌와 고통을 비록 활자지만 저에게 너무 절절하게 다가와서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아아 그는 너무 불행했어요. 단지 정직해지기로 결심했는데 말이죠! 주님 앞에서! 그는 정말 정욕이 왕성한 남자였어요. 안나와 신혼 생활때도 다른 농민 여자랑 정사를 벌였을정도니까요. 게다가 러시아 최고의 귀족이고 이천헥타르의 넘는 토지를 가진 대지주였으니까요. 정점에 이른 문학적 재능까지 생각한다면 이거 뭐 사기캐가 없군요. 명예도 얻었겠다, 여자랑 하고 싶으면 그냥 할수도 있었겠다, 그냥 즐기면서 살지 왜 그는 주님께 돌아왔을까요? 여하튼 그가 진정한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고자, 정말 진정한 사랑을 하고자 결단했을때 아내는 그를 경멸했고 작은 새같은 한 딸을 제외하고는 가족 사이에서 완전 왕따가 되었습니다. 아 그는 너무너무 고독했던 겁니다!

그는 다만 좀 정직해지고 싶었습니다. 복음서에서 유일하게 예수님의 부름을 거부한 그 부자청년이 되기 싫었던거죠. 하지만 정직한 기독교인이였으며 현실적이었던 안나는 그의 위선을 경멸했습니다. 끝내 그는 고독하게 죽었죠.(사실 톨스토이의 마지막이 너무 미화되곤 하는데 말그대로 그건 그냥 동화적 신화에 가깝습니다.) 그는 현재 지금 너무 신화화되서 그의 인간적인 결점과 고통들이 가려져있습니다.

오랫동안 죽어있었던 제 지성과 양심,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이 마침내 부활하여 저 자신을 미치도록 괴롭히고 그 모든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쾌락만이 진리라고 하는 그 거부할수 없는 담론들이 절 괴롭힙니다. 저도 그녀처럼 긍정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처럼 톨스토이의 부활을 경전으로 삼고 삶을 긍정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톨스토이처럼 모든 걸 부정하고야 맙니다. 사회에서 왕따가 되고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할텐데 말이죠! 사실 톨스토이는 별다른 말 안했어요. 그냥 정직해지기로 결심했고 그리스도의 말씀이 실현 가능하다고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죠.

5일전에 마침내 부활을 다 읽었습니다. 어쨋든 제 미칠듯한 정욕과 무한에 가까운 이기주의에도 불구하고 저는 놀랍게도 자살하지 않고 아주 너무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도 잘하는 편이고 친절하게 대하는게 몸에 배어있지만, 그럴수록 제가 너무나 추악한 놈이라는 걸 느낍니다. 어쨋든 삶이란 너무 가볍긴 하지만 소중하니까요. 저도 이제 어른이되야한다는 걸 느낍니다. 이런 정신나간 글 써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루쉰님은 정말 소중한 인연 만나셨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 주위에는 책 읽는 사람이 저 혼자인데 말입니다. 정말 님은 귀중한 인연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신 겁니다. 진실한 톨스토이안은, 아무도 심판하지 않기에 이해받지 못하며, 아무도 경멸하지않는 그리스도인은 그냥 백취치급 받을수밖에 없죠. 도스토예프스키가 백치란 책을 괜히 쓴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루쉰P 2011-11-29 15:14   좋아요 0 | URL
이렇게 긴 댓글은 처음이라서 첫 문장보고 제 리뷰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욱하는 마음에 쓰셨나란 착각을 했습니다. ^^;;
게다가 또 이렇게 진지한 댓글은 처음이라서 저도 답변을 하는데 참으로 많이 망설여 지더군요. 쥬빌리님은 기독교 신자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을 믿고 그 가르침대로 살고 싶어하는 마음과 육적 쾌락이 현실이기에 그 마음과 그 사이에서 이중성에 대해 괴로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 뭐랄까 이 긴 댓글에서 <부활>의 네흘류도프가 쓰지 않았나란 착각이 들었습니다. 제 눈에는 쥬빌리님이 네흘류도프처럼 비쳐진다고 할까요?
외람된 말 일지만 저는 상대방보다 나이가 많다고 훈계조로 얘기하는 것은 가장 경멸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쥬빌리님의 지금의 그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까요? 쥬빌리님 입장에서는 제가 뭔 소리를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드실 수 도 있으실 겁니다. ^^ 저 역시 쥬빌리님처럼 기독교는 아니었으나 내 안의 이중성에 대해 20대 초반에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내가 읽은 책으로 살고 싶은 마음인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너무나 육욕적이고 더럽다고 할까요? 나보다 돈이 많은 자들에게 굽신거려야 하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에 맞다고 맞장구를 쳐야 하고 하는 이 현실에 대한 더러움과 괴리감 때문에 지독하게 괴로울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안 괴롭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다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저주한다면 난 거기에 대해 내가 싸울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들 속에서 미력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 일은 무엇일까? 물론 돈도 벌어야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이런 이상한 괴리감 느끼는 사회 속에서 내가 무언가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는 지금은 비록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사람들에게 핀잔이나 듣는 허드렛 일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 무언가의 일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
쥬빌리님의 그 추악한 놈이라고 느끼는 그 마음은 참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정말 추악한 놈이 되버리니까요 ^^
저 역시 추악한 놈이기에 게다가 육욕적인 것도 참으로 좋아합니다. 쥬빌리님의 말씀에 많은 긍정을 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패배할 수는 없다고 하루 하루 다짐을 합니다. 어찌됐는 말이죠. ^^
지금 이 서재에 쓰는 리뷰들도 그런 것의 일환입니다. 뭔가 스스로를 해독하고자 하는 글들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일 겁니다.
아무쪼록 어느 대학이든 들어가셔서 그곳에서 자신의 추악한 면을 더욱 더 봐 가시면서 자신이 추악한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전 그 마음만 있어도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쥬빌리 님의 댓글을 통해 저 역시 진지하게 제 자신의 추악함을 많이 돌아 보게 됐습니다. 긴 댓글 감사합니다.
저 역시 정신나간 답글 이었습니다. ^^

죽염먹는고흐 2014-09-3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알라딘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책리뷰는 처음 읽어봅니다. 너무 잘 봤습니다.

루쉰P 2014-10-07 13:28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 이렇게 와 주셔서 재밌다고 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20대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고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울컥 하면서 힘이 나곤 합니다. ㅎㅎㅎ
사람의 각자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전 운이 좋았던 셈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