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조지 오웰 - 자유, 자연, 반권력의 정신
박홍규 지음 / 이학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지 오웰의 책들 특히나 '동물농장'은 문학을 사용한 정치적 권력을 묘사한 것에서 너무나 큰 깨달음을 얻은 책이다. 

정치의 복잡성 그리고 권력의 마성에 대해 동물로 누가 저렇게 비유를 해 책을 쓸 수 있을까? 

조지 오웰의 평전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984' '동물농장'은 그 번역본이 수십 종인 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쓴 작가에 대한 평전은 거의 없다는 것이 말이 될까? 

루쉰 선생도 마찬가지이다. 루쉰 선생의 평전은 너무 많아 다 챙겨 보다가는 기절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루쉰 평전을 출판한 책의 80% 정도를 봤다고 평가를 했다. 결국은 자신이 새롭게 루쉰 선생을 봤다고 하지만 그 내용이나 여러 면에서는 루쉰 선생의 평전도 내용들이 거의 비슷 비슷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루쉰 선생의 전집이다. 근데 소설도 '아큐정전'만이 끊임 없이 번역될 뿐 진정 루쉰 선생의 사상이 온건하게 다 소개된 책은 아직도 출판되지 않고 있다. 

조지 오웰 역시 올 해 들어 '워건부두 가는 길' '나는 왜 쓰는가'이 두 권의 책이 그의 잡문 실력을 음미하게 끔 나왔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도대체 언제쯤 이 두 작가의 모든 저술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정말 답 없는 출판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좋아 2010-10-2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서전을 쓰지 않았으니 전세계 어디에도 오웰의 자서전은 없을껄여 ㅋㅋㅋ
지금 출판되는 평전은 위의 언급하신 <조지오웰> 하나지요. 예전에 번역본으로 평전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구하기 힘드실거에요. (저는 가지고 있지요 하하하)
성훈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 박홍규씨의 평전은 거의 거기서 나온 얘기더라고요. 박홍규씨가 책에서 한 말대로라면 잘못된 내용이 많다고도 하지만 일단은 정보의 양이 압도적이니 조지오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보물 같은 책이지요.
오웰의 소설은 우리나라에 다 소개되어있구요.
오웰의 글이 신문이나 매체 기고글이 많아서 구성하기 나름인지라 웬만한 대표글은 번역이 된 셈입니다.
영국에서 다양한 책이 출판되고있기는 합니다만,(알아봤지요^^) 중첩되는 책들이 태반이에요.
<코끼리를 쏘다>라는 산문집 하나일고 목말랐던 저도 요즘 나온 위건부두 가는 길, 나는 왜 쓰는가? 때문에 즐거운 나날들입니다. ㅋㅋㅋ

루쉰P 2010-10-2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이클 쉘던(?)인가 하는 사람이 쓴 평전을 말씀하시는거 아닌지요? 저도 그 평전이 있거든요. 예전에 헌책방에서 일하던 시절에 구입을 했었습니다. 하기사 잘못된 내용이 많다고 해도 내용의 정보가 참 많죠. 박홍교 교수님이 쓴 글은 거기에 비하면 그 양이 상당히 적죠^^ 그래도 지금 구할 수 있는 평전은 그것뿐이라는 사실 ㅋㅋ 저 역시 요즘 나온 조지 오웰의 책을 사면서 참으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혹시 <1984>의 번역본 중 가장 잘 된 것은 어느 것인지 혹시 아시나요? 지금 출판된 것 중에 민음사 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과연 가장 나은 번역일 지 의문이라서요. 다른 번역본도 사서 보고 싶지만, 왠지 같은 책을 다시 산다는 게 좀...망설여 지네요.
하기사 조지 오웰의 자서전은 당연히 없죠. ㅋㅋ 글을 잘 못 썼네요. 수정하겠습니다. ㅋㅋ

차좋아 2010-10-22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민음사 판으로만 읽었어요^^ 아무래도 최근에 나온게 시대의 문장을 잘 반영하니 수월하게 읽히겠죠? 전 쉬운게 좋아요 ㅋㅋㅋ 전 조지오웰 작품 중에 카탈로니아 찬가를 제일 좋아해요^^
1984 문학동네에서 나온 거 재밌어 보이던데 그거 한 번 읽어볼가 생각중입니다 ㅎㅎㅎ

루쉰P 2010-10-2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탈로니아 찬가'는 민음사판을 소유하고 있는데 아직도 읽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차좋아님 덕분에 그동안 어설프게 읽고 있던 조지 오웰님에 대해 아주 깊이 파보고 싶다는 의욕이 무지하게 샘솟네요. 전 사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하루키의 1큐84를 읽고 나서 사람들이 조지 오웰의 1984년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두 권 다 읽었지만 하루키의 책은 조지 오웰의 책과는 전혀 다르거든요.^^;;;
아마 하루키의 팬이 오웰님의 책을 읽는다면 놀랄거에요. 정말 조지 오웰에 대해 알고 싶은 것도 많으니 좋은 내용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저도 1984를 다른 책으로 사서 다시 한 번 읽을려구요. 차좋아님이 문학동네로 구입하신다니 전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겠네요. 그래야 번역을 좀 비교하면서 보니까요~차좋아님 덕분에 제 서재도 자꾸 애정을 가지고 오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난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는 작가들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소련의 공산주의제도 아래에서 신음하던 사람들... 좋아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현실에 의해 억압당하고 압박을 받던 부류들이다. 

그런 나의 편집증적인 집착 속에서 주목받은 작가가 있으니 바로 리처드 라이트다. 

리처드 라이트는 1908년 9월 4일 미국의 미시시피주의 내처즈에서 태어났다.( 흠 그러고 보니 1800년대부터 1950년 사이의 작가들을 나는 주로 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가난한 흑인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서 정규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라이트는 무려 15세에 나이에 사회에 입문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항상 이런 인생을 걷는다. 

1.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다. 

2. 일찍 사회 속으로 들어간다. 

나 역시 정규 교육과는 담을 쌓았고 사회 속으로 빨리 들어간 셈이라서 그런지 리처드 라이트의 이력에 한결 더 마음이 끌린다.  

그가 15세에 사회를 나가서 접하게 된 멤파스시는 미국의 남부 사회에 속하는 곳으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실로 극심한 지역이었다. 그곳에서 리처드 라이트가 꼭 지켜야 할 언어들로는 이런 것이 있다. 

1. 백인 아이들과 싸우지 말 것. 

2. 백인에게 말을 할 때는 반드시 '나리'를 붙일 것. 한마디로 존칭어를 써라는 뜻일 듯. 

3. 백인 여자에게는 말도 걸지 말 것. 

이상 '흑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윤리'를 배운 라이트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사회에서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근데 나 역시 '공고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윤리'가 나름대로 존재했음을 느낀다. 

1. 인문계 아이들과 싸우지 말 것. 

2. 인문계 여학생과는 말도 하지말 것. 

내가 지난 시절을 떠 올리면 흑백차별 속에서 라이트는 살아왔다면 나의 지난 날 인생은 학벌 차별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살아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흠... 

하여튼 라이트는 남부 사회를 탈출 해 북부의 사회인 시카코에 정착하게 된다. 이 시카코에 정착한 시기에 대한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이 바로 '아메리카의 굶주림'이다. 

이 소설이 읽고 무척이나 끌리는 이유는 이러하다.  

 라이트는 차별 받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겉으로는 겸손한 척을 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듯한 얼굴로 생활을 한다. 혹시나 그가 진보적인 정치 잡지를 읽으면 사람들은 놀란다. 그가 그런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머리가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자신을 위장한다. 자신의 힘을 의식하지 않은 채 사회의 시선 속에 자신을 맞춘다. 무능하고 저능하며 머리가 텅 빈 흑인으로 말이다. 

나는 이런 경험이 있다. 고 3 시절,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 시험 공부를 하러 간 적이 있다. 공고를 다니는 우리들은 학교가 끝나고 가는 길이라서 우리 고교를 상징하는 회색의 교복을 입고 갔었다. 교복의 바지는 회색이고 윗도리는 체크 무늬가 섞인 갈색과 검정색 조합의 마이였다. 나름대로 교복의 색깔은 왜 그럴까라는 진지한 토론을 친구들과 한 적이 있었다. 공고생이 기계를 다루기 때문에 교복색도 기계색과 비슷한 것으로 디자인하지 않았나란 결론과 함께 디자인 감각이 없는 학교 선생들을 한바탕 욕을 하며 토론이 마무리된 기억이 난다. 

아무튼 난생 처음 가보는 도서관이라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입장을 했었다. 그리고 공고생이란 티가 나지 않기 위해 숨소리조차 참아가며 앉아있었다. 보는 책도 넘기면 소리가 날까봐 정말 아주 조심스럽게 책을 넘겼었다. 왜 그렇게 주위의 눈치를 보며 앉아 있어야 했는지는 아마도 공부 못하는 공고생이란 이미지 때문에 우리 스스로의 내부 윤리 의식이 발동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다를까 입장한지 30분이 지나자 마자 어떤 남자가 오더니 우리보고 자리가 없으니 나가라는 말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를 입장시킨 사람은 아르바이트 여학생이었고 우리보고 나가란 사람은 그곳을 담당하는 공무원이었다. 

"야 너희들 나가야 겠다." 

"왜요? 저희는 떠들지도 앉고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요" 

"그런게 아니라 저기 밖에 학생들 보이지 고3 수험생들인데 자리가 없다고 하잖니. 너희들이 그렇게 중요한 공부가 아니면 좀 나가 줘야 겠다." 

"저희들도 시험이라서 그런거에요. 조용히 할테니 앉아 있게 해 주세요" 

"너희들이 공부해서 뭘할려고 그래. 집에 가서 해라. 기껏해야 기계나 만질텐데 설명서만 볼 줄 알면 되지"  

거기까지 들은 내 친구는 얼굴을 험하게 붉히며 드러워서 간다고 하며 나가버렸다. 나 역시 더 이상의 대화는 더 비참해질 것 같아 나와 버렸다. 

몇년이 지난 지금도 그 도서관은 분명 시에서 운영하지만 가지를 않는다. 

리처드 라이트의 소설 속에서 나와 공명하는 것은 분명 '차별'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인간은 아주 못된 습성이 있다. 차별하는 것.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같은 인간을 차별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도 삶의 순간 순간 마다 그런 차별을 경험하고 있지만 어린 시절에 받았던 그 상처는 깊숙하게 나의 기억 속에 아물지 않고 있다.  

라이트의 생애는 마지막에는 비참하였다. 그런 것이 이 책을 읽으며 받았던 감동을 약화시키는 역할도 했다. 라이트가 마지막까지 투쟁했다면 패배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한결 깊이 가는 그런 작품이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차좋아 2010-10-1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일화네요^^ 도서관 말입니다 ㅋㅋ

루신을 검색하다 타고오니 조지오웰도 좋아하시고 저랑 관심 작가가 비슷합니다.
종종 놀러 올게요^^

루쉰P 2010-10-1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루쉰 선생과 조지 오웰 선생은 저의 우상이시죠. 한 동안 서재를 방치하다가 글을 올리고 있는데 한 분이 오셨네요. 너무 반갑고 제가 좋아하는 분류와 같은 책을 좋아하시다니 많은 교류를 부탁드립니다.ㅋㅋ

차좋아 2010-10-1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오웰은 저의우상이기도 합니다. 루쉰은 좋아하는 정도^^ 아큐정전을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지요. 아큐의 정신승리법으로 살아가는 요즘, 제가 꼭 아큐가 된거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루쉰P 2010-10-2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박홍규 교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요. 게다가 저번에는 그 분 강연회 참석 후기를 썼는데 우연찮게 3만원 상품권도 받았어요. 그 분이 쓰신 조지 오웰과 루쉰 선생의 평전이 추천작입니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글을 쓴 작가 중 유일한 재야는 조지 오웰과 루쉰 선생 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큐정전'의 정신승리법은 결국 굴복하는 정신인 것 같습니다. '에이 난 할 수 없어'라든가 '해도 되지 않아' 근데 그것을 자기합리화 시키는 방법이라고 할까요. '직장이 개판이니까 내가 성장할 수 없어'라든가 '환경이 이 모양인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라든가. 그런 부분들이 중국 민족에게 강하기 때문에 루쉰 선생은 그것을 꼬집어 소설로 형상활 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지 오웰과 루쉰 선생 두 분의 공통점은 소설도 물론 뛰어나지만 정말 이 두 분의 글들에서 잡문이라 불리는 수필이야 말로 핵심인 것 같습니다. 루쉰 선생의 잡문과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등 잡문들을 보다 보면 블랙 유머와 번뜩이는 날카로움을 맛 볼 수 있어 글을 읽는 즐거움이 엄청납니다.

꼬마요정 2011-06-2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P님의 루쉰 선생에 대한 애모와 흠모가 절절합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한 작가에게 빠지고 싶은데 아직 정신적 소양이 부족해서 말이죠..ㅠㅠ 그 도서관.. 공무원.. 나쁩니다.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은 철저하게 선착순이죠. 떠들거나 방해하는 행동 하지 않는 이상 쫓아낼 권리 없어요.. 그 공무원 정말 나빠요. 화가 나네요!!!!

루쉰P 2011-06-22 14:07   좋아요 0 | URL
정신적 소양이 아니라 좀 스토커 적인 독서 습관이죠. 풉!
전 사실 항상 공무원과 정부는 신용하지 않아요. 근데 사람이라는 것이 항상 판단의 기준을 그의 환경을 보고 결정하기 마련이죠. 전 이런 일들을 계기로 절대 사람을 학력이나 그리고 재산이나 외모나 그런 것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됐어요. ^^ 어찌보면 인생에 도움이 된 셈이죠. ㅋ

아이리시스 2013-01-1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분이구나...................잘 생겼어요. 이 글 좋네요^^ 멍청한 도서관은 공무원이 아니라 그분 인성이 바보 같아요-_-
 

 성실하게 기자 시험을 합격하고 누구보다 정의를 위해 언론으로 투쟁하는 전사인 기자들(물론 몇 명 되지는 않겠지만^^)과 비교했을 때 나의 기자 생활은 거의 사기꾼에 가까웠다.

잡지의 광고를 따기 위해 글을 써서 광고를 구걸하러 여러 업체들을 다녔다. 그런 와중에 스스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더러움을 느끼고 직장 생활을 때려쳤다. 정말 내 인생에서 쓰레기 같은 직장 생활 베스트 3위에 들 정도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3개월 동안 핸드폰이 끊겨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자유의 시간을 보냈다. 나의 동지들은 내가 사라진 것에 대해 경제적 압박을 원인으로 보기 보다는 내면에 숨어 있는 아웃사이더의 본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고 평가했다. 담배를 피고 싶어 집 앞에 고물상에 애지중지 하던 책을 수레에 실어 150권을 단 돈 만원에 다 팔던 그 때 하늘은 어찌나 맑고 덥던지.. 욕 나올 뻔 했다. 웃긴건 그렇게 사서 핀 담배가 어찌나 달던지 울 뻔 한 것이다. 이건 뭐야...

노신 선생의 소설 중에 <고독한 사람>이란 작품이 있다. 한 구절 인용하자면

 - 그가 학교에서 해고된 지도 거의 석 달이 된 때였다. 그러나 그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날 큰 거리를 지나다가 헌책방 앞에서 걸음을 멈춘 나는 흠칫 놀랐다. 거기에 진열된 급고각 초판 <사기색은>이 바로 연수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장서가는 아니었다. 이런 책이라면 그에게는 귀중한 것이어서 부득이한 형편이 아니라면 쉽게 팔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업한 지 석 달도 될까말까 해서 이렇게까지 궁해졌단 말인가?-

나는 1920년대의 노신 선생이나 지금의 나와 별 차이를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읽고 집착하는 것일 지 모르지만 어쩜 그리 나의 상황을 쓰신 것 같을까...

주인공인 바라보는 위연수는 중국이 청의 영향아래 있을 적에 주인공과 함께 일본에서 유학을 하며 혁명을 바라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청년의 꿈을 현실의 비루함에 의해 퇴색해 버린채 결국 군벌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다가 스스로를 저주하며 죽어 버렸다. 그가 쓴 편지의 한 구절을 보면...

- 나는 실패했어. 전에 스스로 실패한 사람이라고 자처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그때에는 결코 실패한 게 아니었고, 틀림없이 지금은 실패하고 말았네. 전에는 나를 얼마 동안 더 살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었고 또 나 자신도 얼마 동안 더 살아보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살아갈 수 없어.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겠네.

나는 벌써 이전에 나 자신이 증오했고 반대했던 그 모든 것을 몸소 해보았네. 그리고 이전에 나 자신이 숭배했고 주장했던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지. 나는 정말 실패한 사람이야.-

마지막 편지의 독백은 그대로 비수가 돼 내 마음을 파해 쳤다. '나 자신이 증오하고 반대했던 그 모든 것을 몸소 해보았네'라는 것은 바로 나의 인생이다. 혁명을 주장하고 개혁하기를 원하던 나는 현실의 비루함에 사로 잡혀 현실에 수긍하고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넋 빠진 생활을 하고 있다니....

저 위에 있는 두 권은 그나마 숨 쉬어 볼려고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밤은 깊었는데 윗 집 개는 계속 짓고 있다.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개 짓는 소리는 스스로 고독을 만들고 또 그 고독을 스스로 씹어 삼키는 사람의 일생을 비웃는 듯 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08-10-1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렌트와 토크빌에 대해 소개한 한국학자들을 인정사정 없이 비판하는 책!!! 재미있습니다.아웃사이더는 콜린 윌슨 것인가요? 거기 나온 앙리 바르뷰스가 나중에 소련지지자가 되었는데 윌슨은 그 전의 작품만 거론하더군요.

루쉰P 2008-10-1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습니다. 아웃사이더는 콜린 윌슨의 것입니다. 근데 이 작가가 재미있는게 저 작품 이후로 SF로 빠지더니 4차원의 세계까지 탐구하더군요^^ 박홍규 교수님의 저작은 항상 너무나 재미있게 읽혀요. 요즘은 니체에 대한 책도 출간하셔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2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윌슨은 범죄의 역사라든가 그런 분야의 책도 쓰더군요.독서를 통한 독학으로 성공한 의지의 인물입니다.

꼬마요정 2011-06-2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잡문 카테고리는 무슨 책일까 싶어서 들어왔더니 이런 고뇌의 글이었군요. 제가 책을 판다고 했을 때 언급하신 일이 이 일이었군요. 단 돈 만원.. 가슴 아픕니다. 이 때의 저도.. 참 암울했답니다.ㅜㅜ 학원 강사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못 가르쳐서 짤렸죠.. 전 가르치는 일은 정말 못하겠어요..ㅠㅠ

루쉰P 2011-06-22 14:06   좋아요 0 | URL
오잉! 하하하 이렇게 여기까지 들어와서 보시다니 사실 책은 정말 팔아도 돈이 안돼요. 뼈져리게 느끼는 시간이었죠.
학원 강사 일을 하시다가 짤리시다니 원장 나뻐요! 그래도 암울함을 뚫고 나아가고 계시는 꼬마요정님이니 힘 내세요. 저도 힘 내고 있어요. ㅋ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