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4차 산업혁명 어쩌구로 시작하는 책은 의문하게 된다. 세상에 자기 분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관련 없다고 이야기하는 분야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도대체 뭐길래. 뭘 위한 것이길래. 다들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할까.

그 모호함은 뒤로 하고, 이 책은 21세기 주목하는 능력으로 ‘질문하는 능력’ 을 꼽고 있다. 그런데 누가, 왜 질문하는 능력을 21세기의 능력으로 꼽았는지는 알 수 없으며, 심지어 언급한 이는 19세기 말의 기린아였던 니체이다. 차라리, 온고이지신을 앞세우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의 내용에 기대하는 바이지만, 이런 시작은 좋지 않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차라리 담백하게 시작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을 찾는 이들이라면, 독서의 중요성, 교실 독서에 관심있는 이들일텐데, 이런 접근은 독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

(전략)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으로(중략) 의사소통 능역, 협업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 창의력 (중략) 과거의 학교교육이 이해력, 독해력, 수학적 능력에 집중했던 것과는 다르게 인간의 사고와 내면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중략) 누가 더 올바른 정보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중요 (중략) 철학자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무비판적이었던 당시 사회를 비판하면서 (중략)

‘현존재의 경이로운 불확실성과 애매성 한가운데에 머물며 물음을 던지지 않는 것 (중략)’

21세기 교육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능력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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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와 지방대 재학생의 차이로 저자는 접근하고 있으며, 이는 우열이라는 가치가 개입하는 차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 하다.

1953년생 사회학자이자 작가 정수복이 들려준 학문하게 된 이유다. "나에게는 세상이 온통 알 수 없는 혼돈이었고 그런 상태에서 사회에 나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인간, 사회, 역사, 자연, 우주가 무엇인지를 좀 더 투명하게 알고 싶었고, 그런 앎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나 나름의 답을 찾고 싶었다." 정수복은 좋은 삶에 관해 가치론적 질문을 던지고 삶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는 길을 찾고자 한다. 청년기이기에 아직 자신의 삶을 가치론적으로 안내할 특정의 가치이념도 그에 대한 신념도 갖추지 못했다. (중략)
정수복과 거의 40년 터울을 둔 지방대생도 가치론적 질문을 던지고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 떠날까? 안타깝게도 인터뷰한 여섯 명 중 누구도 이러한 강력한 가치론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지방대생도 청년 정수복과 마찬가지로 아직 자신이 믿을 가치이념이 없다. 그런 점에서 무한한 세상살이에서 어떤 것이 자신에게 가치의 차원에서 유관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아직 살아온 삶이 짧기에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20대 초반에 특정 가치 이념에 과잉되게 헌신하는 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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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52가지 방정식 -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IQ, 지구의 나이를 구하는 공식까지 수학으로 세상을 정리한 방정식 이야기
존 M. 헨쇼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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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an equation for every occasion’. 모든 경우를 위한 방정식, 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엄밀한 의미로, 방정식은 등호가 성립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을 가지는 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책에는 방정식이라기보다는 공식 혹은 법칙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만한 쉰 두 가지의 식들이 있다. 즉, 이 책의 식들은 수학적 의미보다는 공학적 의미를 가진 것들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따라서 ‘수학으로 세상을 정리한 방정식 이야기’라는 책의 설명은 적당하지 않아 보인다. 저자가 공학자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기대와는 다른 내용에 조금 의아함 - 수학과 방정식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 을 느꼈고 독서에 대한 실망이 따랐다. 그러나 조금씩 세상을 공학의 눈으로 설명하는 저자의 간결한 설명이, 세상의 여러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미처 알고 있던 것들보다 잘 모르는 것들이 조금 더 많았고, 저자가 그런 것들의 구체적 예시를 들어주는 것이 유익했다. 예컨대, 셰일가스나 복사,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입사/반사각 등. 이 책을 굳이 서가에 정렬하자면, 따라서 수학 분야 보다는 과학 분야 쪽에 놓는게
적절해 보인다. 재미나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독서를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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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쓰는 섭씨‘와 ‘화씨‘라는 명칭은 각각의 온도눈금을 고안한 스웨덴 천문학자 셀시우스 A, Celsius와 독일 물리학자 파렌하이트 G. D. Fahrenheit의 중국 음역어 ‘섭이사梅爾思‘와 ‘화륜해倫’에서 유래했다. -옮긴이)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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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학급살이 - 존중의 교실 안에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는
김연민 지음 / 푸른칠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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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부분부터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나는 교실에서 해 볼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부분은 넘기는 편이다. 교실에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보다는, 교사의 일관된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교사가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것이다. ‘왜 저도 똑같은 프로그램을 수행했는데, 저희 반은 바뀌지 않는거죠?’ 왜냐하면 교사의 철학이 프로그램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보지 않는다. 내가 교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철학을 가다듬을 뿐. 저자의 그런 철학이 조금 더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저자의 경험에 따른 사례들이, 프로그램의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저자가 가진 ‘민주적 학급살이’에 대한 철학이 많이 드러난다. 더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다.

부차적인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나는 교실 내 규칙은 적으면 적을수록, 벌은 없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규칙은 간단하며, 어린이들과 교사에 의해 정해지는 벌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맡고 있는 학급은, 규칙 정하기를 하지 않는다. 교사의 경험에서 기인한 몇 가지 사례를 이야기 나눈 후, 이걸 규칙으로 삼아달라고 부탁한다. 학급 구성원들이 모두 찬성하면 - 이 행위는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년 내내 이야기나누며 다시 묻는다. 물론, 대부분은 설득을 위한 질문이지만, 가급적이면 모두를 납득시키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 그것을 규칙으로 정할 뿐, 대원칙만 정해놓는 편이다. 배려와 존중. 앞선 이야기와 비슷한 듯 하다. 저자의 철학을 조금 더 넓게, 깊이있게 펼쳐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나 더 아쉽다면, 교과에서 다루는 교과 지식적 측면의 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해제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6학년 담임을 오래 해 온 처지에서 생각하자면, 교과 배움을 통해 학생들에게 스스로 누려야 할 권리를 충분히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헌법 수업이 5학년으로 내려갔지만, 6학년에서 헌법을 배울 때, 다른 차시를 줄이더라도 헌법만큼은 오랜 시간 이야기나누면서 판례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배우는 시간을 가졌더랬다. 그리고는 항상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했다. 담임교사가 부당하면 항상 이야기하라고. 그것은 너희가 누리고 행사해야 할 마땅한 권리라고. 여러분들의 교사는 여러분들의 수업 태도를 가지고 여러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체육 시간을 하니 마니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쉬는 시간을 침해하지 않고 쉬는 시간 종이 치면 무조건 수업을 끝낼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물론, 어쩌다 쉬는 시간 종이 쳐도 흐름상 수업을 이어가야 하는 일이 1년에 서너차례 정도 있을 것이라는 양해를 미리 구했고, 쉬는 시간 종이 쳤는데도 수업을 이어가야 하는 경우에는 ‘미안하지만 선생님이 조금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말하고 1분 미만으로 수업한 후, 수업을 1분 늦게 시작하는 것을 당연하게 실천하였다.) 여러분의 담임인 나는, 여러분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 절대로 무시하거나 윽박지르거나 여러분들의 의견을 함부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우리 교과서에서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저자의 눈으로 이것을 풀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아쉬움에도, 이 책은 모든 교사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이만큼의 생각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교사들이 이야기 나눌 때, 너무나도 당연하게 학생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하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벌과 금지에 대한 것을 교사의 당연한 권리와 지도인양 행한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너희는 아직 어려서 몰라’라는 생각의 연장선상이다. 정말, 어린이들이 모를까? 경험이 앎의 근간을 이룬다는 생각이 고래로부터 이어져왔지만, 너희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앎도 부족하다는 식의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 열 세 살 짜리들도 당연히 안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슬쩍슬쩍 핸드폰을 만지면서 개인적인 일을 보면서도, 어린이들에게는 ‘수업에 집중해야지’라고 말하는 그 위선을. 민주적인 교실은, 교사와 어린이들이 한 교실에서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철학이 실천되는 곳이어야 하며, 교사야말로 무엇보다 마땅하다고 생각한 ‘어른이자 교사로서’ 휘두르는 파쇼적인 권리를 내려놓을 때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교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제기에 대해 자신의 교실을 돌아보면서, 내 교실을 우리 교실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실천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움찔할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함부로 학생들에게 휘두른 파쇼적 권력 행사의 사례가 문득문득 생각나곤 했다. 정말 다행히, 그런 일들에 대해서 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사과하였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민주적 학급살이의 정신이야말로, 우리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실상 ‘교실의 민주적 태도’와 관련있음을 에둘러 꼬집고 있다. 많은 이들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고 애쓰지만, 나그네가 자신을 꽁꽁 감싸쥐고 있는 외투를 벗도록 돕는 것은 따뜻함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평등을 기저에 둔, 민주적 학급살이에 대한 교사의 철학일 것이다.

한 편, 잘 하고 있다 스스로를 평가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곱씹을 장면이 몇 군데 있기도 했다. 혹여 내가 학년 초에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몇 가지 규칙은 과연 민주 친화적인가에 대하여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철학이다. 이 책을 통해, 교사가 가진 학급살이에 대한 철학에 공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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