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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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모어 징크스.

서사가 개연성을 지닌다는 것은, 뜬금없이 등장하는 요소가 없다는 것일게다. 뜬금없다는 것은, 예컨대 일껏 주인공을 지구 위 타자로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 - 다미 외 무리들 - 의 쓰임을 뜬금없이 종료한다던지, 유니온 마스크가 가상세계의 벽을 갑작스레 뛰쳐 넘는다든지, 유니온피아의 유저들이 레벨도 낮은 두 어린이들에게 설득되어 강제 렙다운을 한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을 말한다.

작가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내러티브는 아이디어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지만, 차라리 서사에 끼어들 수 없는 몇 가지는 과감하게 버렸으면 어떨까 싶다.

군데군데 학교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들도, 주인공들은 5학년이지만, 위도와 경도는 아마 6학년 교육과정일 것이며, 체육 시간을 이용해 반별 피구대회를 하는 것은, 현장에서도 점차 꺼리는 아이디어이다. 피구가 5~6학년군의 교육과정도 아닐 뿐더러, 체육대회는 학생 참여를 소외시키는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구는 선발된 학생들이 아닌 경우, 참가자들이 소외되기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잔뜩 욕심내고 힘이 들어갔지만, 내러티브가 흘러가는 방향이 어딘지 모호하기만 하다. 전작을 재미나게 읽은 독자로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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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무늬 하나 없이 푸른 빛을 띠던 곳에 물결이 생겼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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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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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자면, 어린이 동화에서 이런 문장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어린이 동화는 서사를 발판삼아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문장의 힘을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그 만큼의 역량이 안 된다고, 그 만큼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5번 레인]은 문장의 힘이 있는 책이다. 우리는 문장이 주는 위력을 쉽게 간과하지만, [햄릿]을 생각하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떠올리는 것은, 문장이 서사를 압축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힘이 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나루의 이야기가, 다만 수영이 좋은 어린이에서 머물지 않는 것은, 주변에 촘촘하게 깔아둔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 버들, 그리고 초희는 각각의 순간에 나루를 명확하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스스로 빛나기까지 하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한강초등학교 6학년 수영부 친구들. 승남부터 모두가 자신의 삶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완성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6학년 교실의 현실감을 유지하는 디테일이, 적절하게 드러나는 것도 매력이다. 간혹 어린이 소설임을 과하게 드러내는 과장된 말투들과 비쭉 삐져나오는 맥락없는 에피소드에 눈살을 찌뿌리게 되는데, 이 책은 혹여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연애 이야기와 절도 이야기까지 설득력 있게 완결에 도달하는 탄탄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참 좋은 ‘이야기’를 읽었다.

다만, 띠지에 적힌 ‘건강하고 당당한 여성 아동 주체’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어줍잖은 단어로 이 책이 다루는 이야기의 범주를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남여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삶의 순간에 맞닥뜨리는 한계와, 이에 대한 제각기 다른 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을 6학년 수준에서, 의미있게 그려내었다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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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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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가 옛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만, 하인라인이니까. 이해하기로.

하인라인이라서, 이야기가 쉽게 흘러가진 않는다. 쉽게 읽히면서도, 쉽잖은 이야기로의 전화 덕택에, 지구 땅에 눕고 엎드려 읽을 뿐인데도 마치 토치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하는 양 어지럽다.

시공간의 결합을 넘어서는 텔레파시의 상상력도 놀랍고, 여상하게 흘러가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도 그저 놀랍다. 깜짝 놀랄 지점이 여러차례 있었는데, 하인라인이 세 번째라서 어느 정도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었던게 다행이었다.

이 책도, 슬픔이 있다. 중요한 스포일러라 두드릴 수 없지만, 에스에프로써 시도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상상이지만, 그 귀결은 슬프다. 글쎄. 영어사전 찾아 몇 날 며칠 간신히 번역해서 들고 갔더니, 영어 문서 구글 번역해서 단숨에 번역본 만들어내는 모습을 본다면. 내게 영어사전은, 영어사전과 함께 한 나날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옛 사람으로 새로운 것들을 만나서 적응해 갈 사람으로써, 이제 다가올 새로운 시대가 그저 반갑게만 느껴지진 않는달까.

하인라인 책은, 옛되지만, 지금도 읽힐만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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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4차 산업혁명 어쩌구로 시작하는 책은 의문하게 된다. 세상에 자기 분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관련 없다고 이야기하는 분야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도대체 뭐길래. 뭘 위한 것이길래. 다들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할까.

그 모호함은 뒤로 하고, 이 책은 21세기 주목하는 능력으로 ‘질문하는 능력’ 을 꼽고 있다. 그런데 누가, 왜 질문하는 능력을 21세기의 능력으로 꼽았는지는 알 수 없으며, 심지어 언급한 이는 19세기 말의 기린아였던 니체이다. 차라리, 온고이지신을 앞세우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의 내용에 기대하는 바이지만, 이런 시작은 좋지 않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차라리 담백하게 시작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을 찾는 이들이라면, 독서의 중요성, 교실 독서에 관심있는 이들일텐데, 이런 접근은 독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

(전략)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으로(중략) 의사소통 능역, 협업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 창의력 (중략) 과거의 학교교육이 이해력, 독해력, 수학적 능력에 집중했던 것과는 다르게 인간의 사고와 내면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중략) 누가 더 올바른 정보를 찾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중요 (중략) 철학자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무비판적이었던 당시 사회를 비판하면서 (중략)

‘현존재의 경이로운 불확실성과 애매성 한가운데에 머물며 물음을 던지지 않는 것 (중략)’

21세기 교육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능력은 질문하는 능력‘이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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