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처음 읽는 철학
철학아카데미 엮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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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다가, 떡하니 눈에 띄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철학 관련 책은 그럭저럭 여러 권을 읽은 경험이 있지만, 주로 19세기 철학자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반적인 철학사 책들의 경우에는, 철학의 세 가지 주요한 이슈인, 존재론, 인식론, 정의론 중에서 일반적으로 존재론과 인식론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보통은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여, 데카르트, 칸트를 거쳐 헤겔과 키에르케고르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겠지요. 


그렇다고 그런 개괄적인 철학사 책을 읽는다고 철학자들의 사유에 다가서느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서머리된 철학자들의 주의, 주장을 아무리 눈여겨보고 머리에 담으려고 해도, 제 사유의 이해가 거기에 미치지 않는 까닭에, 늘 독서 이후에는 공염불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보니, 모던을 넘어선 다채로운 사유를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다가, 마침 눈에 띄는 책이 있어서, 뻔히 이해에 도달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욕심껏 책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가장 좋았던 부분은, 각 철학자의 사유 끝자락에, 읽어볼 책을 추천해 둔 부분이었습니다. 철학자의 저서를 직접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을 터, 강의를 한 분들 - 이 책은, 프랑스 현대철학에 대한 주제로 이루어진 강의를 책으로 옮겨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 철학자들의 저서 혹은 관련 도서 중에 서너권 정도의 책을 추천해 두었고, 책을 읽는 내내 그 책들을 알라딘의 장바구니에 담기 바빴습니다. 그 중 두 권 정도를 구매해서, 다음 주에는 받아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추천한 책 중, 상당수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여러 책들을 통해서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총 12명의 프랑스 철학자를 다룬 것 중에,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레비나스, 블랑쇼, 롤랑 바르트, 라캉 까지는 물 흐르듯이 읽어내려갔습니다. (물론, 누가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서머리 북의 한계일지, 제 사유의 한계일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한계를 채울 다수의 책을 스크랩해 두었으니 서서히 읽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알튀세르가 어려웠구요. 푸코는 무사히 지나, 들뢰즈와 데리다가 어려웠구요. 크리스테바는 패스했습니다. 도통... (쿨럭) 마지막인 바디우는 그냥저냥 통과. 


모던을 넘어선, 혹은 모던을 강화한 프랑스 현대 철학과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모던과 포스트모던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현대인'의 모습인지 '근대인'으로 현대에 부적응하고 있는지, 또는 현대라는 지금이 지금이기 때문에 현대라는 이름을 얻었을 뿐인지에 대한 것을 생각할 단초를 주었고, 그것을 사유하는 것이 재미날 것 같다는 기대감을 주었다는데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현대인으로 철학할 수 있을지, 이 책을 출발점 삼아, 프랑스의 여러 철학자들과 생각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래어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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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보
이광표 지음 / 컬처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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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의 교보문고에를 자주 갑니다. 잦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쯤 갈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가면 자기들이 보고싶은 책 - 주로 만화, 그림책류를 보죠 - 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책을 봅니다. 그러면 저는 눈에 들어오는 책이 뭐 있나 둘러보러가고, 와이프는 의자 같은 곳에 앉아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책을 보다가보면,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있습니다. 제게 사라고 손짓을 하는거죠. 그러면 책을 열어 목차를 봅니다. 무엇에 관한 책인지 주욱 보는 것이죠.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사기가 그러면 사진을 찍어서 스크랩해두고, 만약에 정말 확 꽂히면 사곤 합니다.


전에는 보통 스크랩만 하고, 막상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할인도 해주고, 적립금도 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그냥 사는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곧잘 사다보니까 지금 프라임 회원인데, 이게 꽤나 괜찮은게 책을 구매하지 않아도 1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합니다. 괜찮죠. 요즘같은 때에, 주차를 그래도 1시간이나마 그냥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가 아니겠습니까. 만 원 이상 책을 구매하면 2시간까지 무료로 주차를 하게 해 줍니다. 이러면 책도 좀 보고, 간식도 좀 사먹고, 아이쇼핑도 하고... 그래서, 주차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서 책을 그냥 구매하는 것이죠. 


이 책도, 일전에 드라이브삼아 광화문까지 갔다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스크랩해두었던 책을, 얼마 전에 교보문고 분당점을 가서 주차비 겸하여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실패한 책입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을 슬쩍 보았을 때에는 참 좋아 보였습니다. 국보 자체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 국보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서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슬쩍 본 부분이 익산 미륵사지 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일부가 허물어져 콘크리트로 거칠게 땜질해 둔 서탑을 얼마전부터 복원 중인데, 마침 이 책에서 복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잘 써두었고,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이 책을 꼭 사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스크랩해두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사서 읽어본 후에, 그게 전부였구나, 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판이 훌륭하지도 않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만 검색해보아도 찾을 수 있는 사진들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국보 자체에 대한 내용이 충실하지도 않습니다. 간단한 소개는 인터넷 검색으로만 검색해보아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소개입니다. 국보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을 소개한 부분은 세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자 자신의 의견에 깊이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가령 어떤 하나의 문화재를 둘러싼 보존과 활용의 논란 같은 것에서, 저자는 한쪽 편을 들고 있긴 하지만, 그것에 대한 근거나 까닭이 단편적입니다.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의견인 셈이죠. 꽤나 두꺼운 책에, 저자의 조금 더 세밀한 조사와, 논란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의 깊이 있는 청취 및 저자의 사려 깊은 의견을 기대하게 되었는데, 제가 서점에서 잠시 서서 읽어본 부분인 미륵사지 탑에 대한 부분 말고는, 그런 것을 잘 느끼기가 어려웠습니다. 


한 편, 저자의 욕심이 과한 부분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너무 많은 토끼를 잡으려고 했다는 생각 말이죠. 책의 말미에는 같은 듯 다른 국보들을 비교한 장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저자가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문화재에 대한 이해라기 보다는, 문화재에 대한 여러 이해들을 가져다두기만 함으로써 글 자체가 평면적이며, 표면적으로 느껴진다는 생각.



그래서, 요 근래에 보기 드물게, 이 책을 중고로 처분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알라딘에 팔기'까지 알아보았지만, 38,000원에 산 책을 9,000원에 팔 수는 없어서 - 9천원의 값어치는 하는 책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 그냥 일단 가지고 있기론 하였습니다. 다만... 서명도 하지 않았고 -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 표면 다음 장인 책의 첫 내지에 제 서명을 합니다 - 책도장도 찍지 않았습 - 책을 다 읽으면 책의 윗부분에 책도장을 찍고 읽기를 마친 날짜를 적어 둡니다 - 니다. 


혹은,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도했나, 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러나... 3만 8천원짜리 책에 대해서는 조금 과도하게 기대를 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함께 해 보게 됩니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갈수록 의무적인 읽기가 되어버린 듯하여 아쉬운 독서였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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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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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출간한 역사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느낌은 '민음사가?'였습니다. 아무리 이런저런 책들을 내고 있다고는 해도... 민음사까지 역사책을 낼 필요는 있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죠. 민음사라면, 우리나라 제일의 규모를 자랑하는 서점이라고 보아도 무방할만큼 꽤나 넓은 출판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처음에의 느낌은, 마치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에 뛰어든 듯 싶은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죠. 


조금 세세히 살펴보니, 민음사에서 저자를 '고용'하였다기보다는, '섭외'하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그런 형태의 역사서적 출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출간은 하지만 개입은 없는. 아마 처음에 가졌던 막연한 거부감은, 저자 주도의 역사서적이 아닌 출판사 주도의 역사서적이 아닌가라는 의심, 그리고 과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출판사에서 역사적 안목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일단, 조금 더 관심있게 들여다보니, 집필 집단이 있어서 그 곳에서 집필이 이루어지고, 민음사는 출간 쪽에만 신경을 쓰는 듯해서, 거부감이나 의심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침 역사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책의 느낌은, 논문집을 모아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각 전문 분야를 가진 집필진이 모여서, 자신들의 전문(관심) 분야에 대해서 세세하게 모아놓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의 역사 관련 서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국사 교과서 같은 경우를 예로 들자면, 우선 시대별로 - 조선 전기, 조선 후기 등 - 정치적 사건을 나열한 후에, 경제/사회/문화적인 변화를 뭉뚱그려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5세기]는 우선 시대를 세기별로 나누고 있습니다. 대표 저자의 말대로, 21세기에 걸맞는 평등을 기치로 한 새로운 사관의 정립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기존에 없었던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 구분에 따른 역사관의 서술은, 분절적인 느낌이 강하게 온다는 데에서 조금 생경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지만, 시대 안에서 주목할만한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밀도있는 서술에는 꽤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단은 더 두고봐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로 다루는 사건/현상은, 


태종의 왕권 강화

세종의 업적 중, 예악, 과학 기구, 훈민정음에 관련된 것

계유정난

경국대전


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현상을 중심으로하여, 조선 시대가 점차로 왕권을 강화시켜나가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이 하나 있어 언급하여 봅니다. 


민주주의 사태의 국민들이 왕정 시대의 지도자를 이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습은 기묘하다. 민주적 원리에 따라 수천만 명 중에서 뽑힌 지도자들보다 몇 명의 아들 중에서 선택된 세습 군주의 업적이 두드러진다면 민주주의 시대의 주권자인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왕정 시대의 유일한 주권자였던 군주가 최대한으로 발휘한 역량을 존경해야 하는가, 질투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와는 별도로 세종이 현대 한국인의 멘토로 군림하는 현상은 정작 세종의 시대를 역사적으로 보낸 데 어려움을 준다. (100~101쪽) 

아마도 시리즈를 시대순으로 출간하지 않고, 15세기를 처음을 엮은 것에는, 세종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비교불가능한 군주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유혹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종대왕 시절의 왕권 강화는 애민 정신과 함께였다고 할 수 있고, 그러한 애민 정신에 대한 서술이 세종대왕의 업적 속에 내내 강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하필이면 1400년에 태종이 즉위한다는 부분도, 왕권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서 조선 시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15세기라는 시대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국사 교과서나, 여러 통사류의 역사 관련 서적보다는, 초점을 분명하게 하여 세세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고, 동시대의 세계 다른 나라 - 특히 중국 - 의 현상과 사건과 비교하여 세계사적인 흐름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도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그래프, 사진, 도표 등을 통해 시각적인 자극을 많이 주고 있다는 점에도 특징을 둘 수 있습니다. 종이질도 훌륭합니다. 반면에 텍스트의 양은 적다고 할 수 있죠. 책을 사면 부록으로 따라오는 작은 핸드북은, 책의 텍스트 부분만 따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읽을 양은 그만큼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통사류의 역사책을 많이 접해본 분들에게는 유용한 부분이 있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바라보는데에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게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16세기]도 사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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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수학 -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수와 기하
EBS 문명과 수학 제작팀 지음, 박형주 감수 / 민음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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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세계의 여러 의미있는 문명이 수학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명의 5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이 되었던 것을, 다른 EBS 방영물처럼 역시나 책으로 묶어낸 것입니다.



처음에의 기대는, EBS의 다른 저작물들에게서 받았던 신선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는 지적 자극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EBS 시리즈는, 특히 '아이의-' 시리즈나, 교육 관련 시리즈는 여러가지로 볼거리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시리즈였고, TV를 보지 않는 제게는 특히 책으로 엮인 내용이 더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어서, 주로 믿고 사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명과 수학]은 조금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하여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다 아는 이야기라는 것이 제일 큰 이유이겠네요. 수학사 부분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에, 이 내용은 다 한 번쯤은 접하였을 그런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편, 수학이라는 학문이 그렇지만, 겉핥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두 극단 중에 하나에 머물러야하는 특성상,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은 겉핥는 내용으로 이루어집니다. 가령,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같은 경우에는, 당연하겠지만, 정리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정리를 해결해나가는 외적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뭐, 정리 본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용을 이렇게 구성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지금 함께 읽고 있는 책인 [위대한 수학문제들] 같은 경우, 수학의 여러 난제들을 관련 수학론에 대한 소개와 함께 조금은 더 - 일반 대중이 보기에 -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실은 도통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수학 실력 정도로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위대한 수학문제들] 같이 어렵거나, [문명과 수학] 같이 겉핥거나, 수학에 관련된 책은 양극단에 설 수 밖에 없나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학적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문명과 수학]을 읽게 될 경우에는, 아마도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혹여라도 방송으로 보게될 경우에는, 여러가지 시각적 자료들과 함께, 방송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성 때문에라도 재미나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텍스트는 그런 가능성을 줄여버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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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미국을 뒤흔든 세계 교육 강국 탐사 프로젝트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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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수학, 읽기/독해 능력,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 아이들을 따돌린 "공부 열심히 하는" 한국 학생들에 대한 기사는 많이 읽어 봤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거리낌 없이 자는'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는 읽어 본 적이 없다. 급우들의 행동을 보상이라도 하듯 애릭은 더 곳꼿이 앉고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다렸다. 

그러나 선생님은 전혀 동요 없이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10분밖에 되지 않는 쉬는 시간은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여학생들은 책상 위에 앉거나 뒤집어 놓은 쓰레기통 위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전화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남학생 몇몇은 연필로 책상을 드럼처럼 때리며 놀았다. 다들 교실에 자기 집 거실이나 되는 것처럼 묘하게 편안해 보였다. 

 다음 시간은 과학이었다. 다시 한 번 3분의 1은 잠을 잤다. 거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었다. 수업 시간에 저렇게 맨날 자면서 한국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기록적인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90쪽~91쪽) 

이 책은 알라딘 사이트의 '이 주의 신간'에 소개된 책을, 소개된 내용을 본 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 후 읽어본 책입니다.


그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한 부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처한 교육적 상황을 적은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꼭 읽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기대와는 달랐지만, 독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책은 '미국' 교육에 관한 책입니다. 그 단초는 PISA 시험입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시험은, OECD에서 개발한 국제시험으로, 2000년에 시작되어 지금도 그 공신력을 인정받으며 치루어지는 시험입니다. 주로 문제해결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물어보는 이 시험은, 지금까지의 유형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의 현재 실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세계 제 1의 강대국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몰락과, 핀란드, 한국의 탁월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로부터 시작하여, 언론인 신분의 저자는, 미국 교육의 문제점을, 미국에서 다른 나라 - 핀란드, 한국, 폴란드 - 로 교환 학생 신분을 가지고 공부하러 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조명하는 방식과 함께, 자신이 취재하고 조사한 이야기를 교차서술하면서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이야기하는 이상은 핀란드의 예입니다.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되기 위하여 높은 수준의 자격 요건이 필요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입학 점수가 필요하고, 예비교사로서 빠듯한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러한 교원의 자질은 학생들과 사회로 하여금 존경심을 가질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한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학문적 엄격함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과 사회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54쪽)


'엄격함'이란 단어는 바로 미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대간의, 인종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라고 합니다. 그런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교육에서는 역기능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세대간, 인종간의 다양성이 교육적 성취에 대한 다양성으로의 인정으로 전화되는 순간, 아이들은 조금 못해도 용인되어버리는 학교 문화가 조성되게 되고, 그것이 학생들의 성취를 더디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저자는 다양성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이해가, 교육의 측면에서는 배척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높은 성취를 가진 나라들이 드러내는 것처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통해서 학생 성취의 기준을 제시하고, 수준 높은 교사진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미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예는, 미국 사회의 빈부 격차가 학업 부진의 이유가 되지 않음을 설명하는 예로 여겨집니다. 동구권을 지배하던 이데올로기를 벗어버리면서 발생한 혼란으로 인해, 폴란드는 사회 전체적인 가난함 속에서 빈부격차도 벌어져 있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PISA에서 미국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격함에 대한 키워드를 개혁의 본질 속에 심은 폴란드를 통해, 미국 사회도 그런 엄격함을 다양성의 존중에 앞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의 예는, 핀란드가 가진 이상적인 모습도, 미국이 가진 문제 투성이의 모습도 아닌, 제 3의 영역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엄격함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것들이 다 좋은 길은 아니다. 한국의 '다람쥐 쳇바퀴'는 그것이 해결한 문제만큼이나 많은 문제를 만들어 냈다. 기쁨이 없는 배움은 좋은 시험 성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회복력이 좋은 '탄력 있는 세대'를 만들어 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 식의 끊임없는 공부는 오래갈 수 없다. 한국 아이들의 그 유명한 공부에 대한 열정은 대학 입학 후 극적으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쳇바퀴'와 미국의 다른 여러 나라의 '바운스하우스'를 고르라면 - 말할 것도 없이 말도 되지 않는 선택 조건이지만 - 망설이면서도 나는 결국 쳇바퀴를 선택할 것 같다. 맞다. 가차 없고 과도하긴 하지만 동시에 더 정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303쪽) 

저자는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이, 자유 경제 체제 아래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가장 극적인 예시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연 PISA의 탁월한 결과가 사교육 덕택인지에 대해서는 그 대답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자의 생각은, 미국이 핀란드의 길을 걸을 수 없다면 한국의 '쳇바퀴'도 나쁘지 않다, 정도로 정리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교육의 이상향은 아닌 셈이죠. 그 결과의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끌리지 않는...



책을 읽은 후에, 저자가 유보한 우리나라의 현상에 대한 판단을, 저는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핀란드의 예시처럼, 좋은 시설이 교육 환경을 도와주지는 않지만, 교사의 탁월한 역량을 통해 엄격함 속에서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학생들의 자유로움에 대하여 신뢰를 보내는 것이 성공적인 교육에의 결과로 드러나겠지만, 우리나라는 엄격함에 대한 면이 공교육에서는 중학교를 지나면서 점차로 축소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주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 교수-학습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움이 일어나야하는 학교에서 배움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핀란드와 우리나라는, 적어도 저자가 취재하고 조사한 것 만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왜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핀란드처럼 수준 높은 교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기준 아래에서 아이들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데, 핀란드와 같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배움을 자극하는 모습은 없는 것일까요?


저는, 학생들이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이 험하고 거친 사회에서 자녀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학부모에 의해서 사교육이 선투입되는 상황이, 공교육으로 하여금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부모의 그런 단정은, 끊임없는 자녀에의 의심으로 이어져,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과 자신의 꿈, 자신의 목표, 자신의 가치관을 끊임없이 어른들로부터 의심받게 됩니다. 아이의 선택을 신뢰하고 아이를 믿고 아이에게 스스로의 삶을 맡길 수 있는,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고 협상이 허용되지 않는 규칙을 정해 실행에 옮기'는 '권위형 부모'(181쪽)의 모습을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아이들이 혹시라도 지식이 주는 재미를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교육 바운더리 안에 있는 저는,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부모에게 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공교육도 문제가 있습니다. 다만, 실은, 세상 어디에도 문제 없는 공교육은 없습니다. 태생적으로, 공교육은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해답은, 공교육도, 부모도, 아이들에게 선택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발달과 성장의 여정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공교육은 학문적이며 지식에 대한 방향성에서 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엄격함으로, 부모는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라는 분명하고 불변하는 규칙으로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요. 



의도가 틀어진 독서가 되어버렸지만, 책을 잡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해보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장, 다음 주에 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지적이며 재미난 수업을 해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늘상, 학문적 구조를 매일매일 머릿속에 갖추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겠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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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ddus2chlrh 2019-12-1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기는 처음인거 같습니다.

하리야헌처크 2019-12-30 02:4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