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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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약간의 불만이 있다. 왜 주요한 등장인물에게는 항상 결핍이 있을까. 아버지를 일찍 여윈 온조, 온조의 단짝인 재혼 가정의 난주, 그러면서 성숙하고 매력적인 그들. 작가는 평범한 이들을 주인공 삼겠다고 했는데, 실은 평범하지 않은 셈이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온조가 보여주는 성숙함은 오롯이 결핍을 이겨낸 때문으로 보인다. 과연 그것은 일상의 반추일까, 그저 환타지일까.

책을 한 번 놓았었다. 의무감에 다시 잡았고 끝까지 잘 읽었다. 내심 예상했던 글과는 달라서 재미나게 읽었고, 또 등장인물들끼리 연결되어가면서 생각보다 이야기의 흐름이 단단해져가는 것도 괜찮게 느껴졌다.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환타스틱하다. 그리고 모호하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궤를 형성하기보다는 등장인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것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러면 남는 것은 그저 인상 뿐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물론 그런 이야기도 필요하긴 하다. 그냥 커 가는 이야기. 그러나 이 이야기는 모두가 성장하는데, 주인공만 여전히 정체되고 있다. 슈퍼스타니까. 그래서는 이야기를 이야기 밖으로 풀어낼 수 없다. 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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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자 2021-09-0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부모 가정, 재혼 가정의 아이를 ‘결핍 있는 인물’이자 평범치 않은 인물로 보는 독자가 21세기에도 있다니…
 
헨리 슈거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3
로알드 달 지음, 허진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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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쓴 로얄드 달. 그러나 이 책은 성인 버전이다. 19금. 기묘한 느낌의 이야기로 전부 이루어져 있다.

로얄드 달의 시대였다면 놀라움의 대상이었겠지만, 지금에선 그것들이 누군가의 씨앗이 된 덕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감을 선사하는 작품을 고전이라 하지만... 과연 이 책은 그렇게 불리울 수 있을까? 기괴한 번뜩임에 한 두 번 소스라치지만, 대부분은 여상하게 흘리게 된다.

[찰리의 초콜릿 공장]의 로얄드 달만 보고, 자녀에게 읽히면 난감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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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볼 높은 학년 동화 34
이현 지음, 최민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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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미래의 삶을 위해, 어린이의 현재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야구를 좋아하기에, 야구선수로써 살아가는 동구를 보면서, 모든 야구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사는 것은 아닌데... 번뜩여 보이지는 않는 동구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야구선수로 더 이상 스스로의 빛을 내지 못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인생을 탐색해야 할 때, 힘들지는 않을까, 후회하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꼭 동구의 아빠처럼. 그러나 문득 들었던 생각. 무언가에 깊이 몰두하며 살아갔다면, 아마 새롭게 달려가기 시작할 때 누구보다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아빠로서 해야할 것은, 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섣부른 예측과 걱정 - 간섭 - 이 아니라, 내 아이들의 현재를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한 사람으로써 내 삶을 잘 살아가는 모습을 가지는 것일테다.

결국, 이 책은 어른의 동화이다.

어린이가 읽기에는 ‘너무 쓸데없는’ 정보가 많다. 작가가 야구에 가진 애정이 크게 드러나지만, 그것이 과연 어린이들에게는 어떻게 가 닿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러티브에 불필요한 요소가 많기도 하다. 아빠와 엄마가 따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이야기는 흘러갈텐데. 민구가 도벽이 없어도, 영민이가 엉덩이를 실룩거리지 않아도, 감독님이 야구의 재미를 승패로만 짓지 않아도. 동구는 충분히 푸른이와 서로 다른 길 위에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텐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동구의 꾸는 꿈을 과연 알아차릴 수 있을까? 솔직한 생각으론... 작가도 모를 듯 하다. 사실, 동구는 삶의 결론을 유예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보인다. 카르페디엠. 어른의 태도이다.

이 책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어른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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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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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모어 징크스.

서사가 개연성을 지닌다는 것은, 뜬금없이 등장하는 요소가 없다는 것일게다. 뜬금없다는 것은, 예컨대 일껏 주인공을 지구 위 타자로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 - 다미 외 무리들 - 의 쓰임을 뜬금없이 종료한다던지, 유니온 마스크가 가상세계의 벽을 갑작스레 뛰쳐 넘는다든지, 유니온피아의 유저들이 레벨도 낮은 두 어린이들에게 설득되어 강제 렙다운을 한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을 말한다.

작가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내러티브는 아이디어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지만, 차라리 서사에 끼어들 수 없는 몇 가지는 과감하게 버렸으면 어떨까 싶다.

군데군데 학교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들도, 주인공들은 5학년이지만, 위도와 경도는 아마 6학년 교육과정일 것이며, 체육 시간을 이용해 반별 피구대회를 하는 것은, 현장에서도 점차 꺼리는 아이디어이다. 피구가 5~6학년군의 교육과정도 아닐 뿐더러, 체육대회는 학생 참여를 소외시키는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피구는 선발된 학생들이 아닌 경우, 참가자들이 소외되기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잔뜩 욕심내고 힘이 들어갔지만, 내러티브가 흘러가는 방향이 어딘지 모호하기만 하다. 전작을 재미나게 읽은 독자로서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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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무늬 하나 없이 푸른 빛을 띠던 곳에 물결이 생겼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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