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학급살이 - 존중의 교실 안에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는
김연민 지음 / 푸른칠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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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부분부터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나는 교실에서 해 볼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부분은 넘기는 편이다. 교실에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보다는, 교사의 일관된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교사가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것이다. ‘왜 저도 똑같은 프로그램을 수행했는데, 저희 반은 바뀌지 않는거죠?’ 왜냐하면 교사의 철학이 프로그램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보지 않는다. 내가 교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철학을 가다듬을 뿐. 저자의 그런 철학이 조금 더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저자의 경험에 따른 사례들이, 프로그램의 자리를 차지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저자가 가진 ‘민주적 학급살이’에 대한 철학이 많이 드러난다. 더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다.

부차적인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나는 교실 내 규칙은 적으면 적을수록, 벌은 없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규칙은 간단하며, 어린이들과 교사에 의해 정해지는 벌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맡고 있는 학급은, 규칙 정하기를 하지 않는다. 교사의 경험에서 기인한 몇 가지 사례를 이야기 나눈 후, 이걸 규칙으로 삼아달라고 부탁한다. 학급 구성원들이 모두 찬성하면 - 이 행위는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년 내내 이야기나누며 다시 묻는다. 물론, 대부분은 설득을 위한 질문이지만, 가급적이면 모두를 납득시키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 그것을 규칙으로 정할 뿐, 대원칙만 정해놓는 편이다. 배려와 존중. 앞선 이야기와 비슷한 듯 하다. 저자의 철학을 조금 더 넓게, 깊이있게 펼쳐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나 더 아쉽다면, 교과에서 다루는 교과 지식적 측면의 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해제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6학년 담임을 오래 해 온 처지에서 생각하자면, 교과 배움을 통해 학생들에게 스스로 누려야 할 권리를 충분히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헌법 수업이 5학년으로 내려갔지만, 6학년에서 헌법을 배울 때, 다른 차시를 줄이더라도 헌법만큼은 오랜 시간 이야기나누면서 판례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배우는 시간을 가졌더랬다. 그리고는 항상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했다. 담임교사가 부당하면 항상 이야기하라고. 그것은 너희가 누리고 행사해야 할 마땅한 권리라고. 여러분들의 교사는 여러분들의 수업 태도를 가지고 여러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체육 시간을 하니 마니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쉬는 시간을 침해하지 않고 쉬는 시간 종이 치면 무조건 수업을 끝낼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물론, 어쩌다 쉬는 시간 종이 쳐도 흐름상 수업을 이어가야 하는 일이 1년에 서너차례 정도 있을 것이라는 양해를 미리 구했고, 쉬는 시간 종이 쳤는데도 수업을 이어가야 하는 경우에는 ‘미안하지만 선생님이 조금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말하고 1분 미만으로 수업한 후, 수업을 1분 늦게 시작하는 것을 당연하게 실천하였다.) 여러분의 담임인 나는, 여러분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 절대로 무시하거나 윽박지르거나 여러분들의 의견을 함부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우리 교과서에서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저자의 눈으로 이것을 풀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아쉬움에도, 이 책은 모든 교사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이만큼의 생각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교사들이 이야기 나눌 때, 너무나도 당연하게 학생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하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벌과 금지에 대한 것을 교사의 당연한 권리와 지도인양 행한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너희는 아직 어려서 몰라’라는 생각의 연장선상이다. 정말, 어린이들이 모를까? 경험이 앎의 근간을 이룬다는 생각이 고래로부터 이어져왔지만, 너희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앎도 부족하다는 식의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 열 세 살 짜리들도 당연히 안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슬쩍슬쩍 핸드폰을 만지면서 개인적인 일을 보면서도, 어린이들에게는 ‘수업에 집중해야지’라고 말하는 그 위선을. 민주적인 교실은, 교사와 어린이들이 한 교실에서 동등한 위치에서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철학이 실천되는 곳이어야 하며, 교사야말로 무엇보다 마땅하다고 생각한 ‘어른이자 교사로서’ 휘두르는 파쇼적인 권리를 내려놓을 때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교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제기에 대해 자신의 교실을 돌아보면서, 내 교실을 우리 교실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실천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움찔할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함부로 학생들에게 휘두른 파쇼적 권력 행사의 사례가 문득문득 생각나곤 했다. 정말 다행히, 그런 일들에 대해서 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사과하였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민주적 학급살이의 정신이야말로, 우리 교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실상 ‘교실의 민주적 태도’와 관련있음을 에둘러 꼬집고 있다. 많은 이들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고 애쓰지만, 나그네가 자신을 꽁꽁 감싸쥐고 있는 외투를 벗도록 돕는 것은 따뜻함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평등을 기저에 둔, 민주적 학급살이에 대한 교사의 철학일 것이다.

한 편, 잘 하고 있다 스스로를 평가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곱씹을 장면이 몇 군데 있기도 했다. 혹여 내가 학년 초에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몇 가지 규칙은 과연 민주 친화적인가에 대하여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철학이다. 이 책을 통해, 교사가 가진 학급살이에 대한 철학에 공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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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도 이 교실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다만, 교사는 이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그의
해결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 학생들은 이 교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충분한 사례를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는 이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학생들에게 사전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학생들의 학습권 및 휴식권을 빼앗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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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무가 발생한 까닭이 ‘권리 보장, 인권 존중‘을 위한 것임을 잊은 채, ‘준법’, 규칙 준수‘, ‘질서 유지‘ 그 자체에 매몰되어 있는 교실을 발견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후로 교실민주주의에서 의무와 책임을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 강조할 것임을 미리 밝혀 둔다.

"학생들이 엉뚱한 결정을 했을 때 난감합니다."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결정했으니 교사는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래서 애들은 강하게 통제해야 해요."
"그래서 이 방법(교실 민주주의)은 안 될 거 같아요."

(중략) 교사도 교실 민주주의의 중요한 일원이기 때문이다. - P61

그러나 의무가 발생한 까닭이 ‘권리 보장, 인권 존중‘을 위한 것임을 잊은 채, ‘준법’, 규칙 준수‘, ‘질서 유지‘ 그 자체에 매몰되어 있는 교실을 발견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후로 교실민주주의에서 의무와 책임을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 강조할 것임을 미리 밝혀 둔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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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책에서 만나는 한자에 대한 통찰력.

일본어는 고대의 이모티콘 - ‘한자‘라고도 한다 - 을 두 가지 음표문자와 잘 섞어놓았다. 아주 똑똑한 방법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다. 기술로서 한자는 대부분의 문자 체계보다 심오하고 아름답다. 단어들이 잘 작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내포된 서브루틴 nested subroutine으로부터 구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한 적은 요소로 무한한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자 체계를 단순하거나 우아하다고 말하기는 무리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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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고자질하고 싶은 게 있어 - 초등학교 교사의 지나치게 솔직한 학교 이야기
서성환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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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류의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다른 사람의 내밀한, 주관적 이야기에 가 닿는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공감하는 이야기보다는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것은, 저자를 알기 때문이다. 저자가 부지런히 굽는 고기를 낼름낼름 집어먹기만 했던 기억이 선연하기 때문이다. 비록 한 두 번이었지만, 저자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직접, 손수, 내 신용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내게도 가 닿을 곳이 의외로 많은 책이었다. 저자가 교사로서 겪고 느낀 것들에 의외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다. 초등학교 교사는 교실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공교육 시스템에 의해 무작위로 지정된 어린이들을 만나고 위탁 보호하며 키워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모두 사무적 태도 이상을 요구받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객이 어린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속깊은 각별함이 어린이들에게 가닿아 만들어진 이야기들이다. 나는, 이렇게까지 어린이들에게 가 닿을 자신은 없다. 그래서 우리 엄마한테 고자질 할 것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교실에서 저자가 가지는 어린이들에 대한 각별함은, 같은 마음가짐을 함께 가져야할 학부모에 대한 생각에까지 미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는 한 때 학부모였을, 아니, 어쩌면 지금도 자신의 아들을 어린이 보듯 바라보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까지 이르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의무감으로 읽은 책이었는데, 저자가 어린이들에게 갖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그 마음이 나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해서 저으기 안심이 되었다. 다음에 저자를 만나면, 조금 더 공명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아쉬움은, 엄마에게 건네드리는 이야기치고는 전개가 좀 빠르다. 아마 실제로는 엄마에게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 건네드릴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이야기의 분량을 2-3페이지로 맞추느라 그랬겠지만... 조금 더 풀어내었으면 어떨까 싶다. 같은 교사로서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인데... 급하게 쫒기듯이 읽은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교사 ‘감성’ 웹진 에듀콜라에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그 곳에서 연재하던 연재물에 살을 붙인 것이라 알고 있다. 연재물보다는 조금 더 가벼워지고 밝아진 듯 하지만, 사실 웹진 연재물이 더 좋았다. 그 우울감이. 책으로 엮느라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교실에서 어린이들에게 짖궂게 ‘너, 자꾸 그러면 우리 엄마한테 이를거야! 우리 엄마 나이 많아! 벌써 칠순이 훌쩍 지났어! 너희 부모님보다 나이 훨씬 많거든!’ 이라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엄마한테 학교 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은 우리 와이프에게도 학교에서의 일은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와 에세이가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여러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잘 읽었다.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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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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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시작과 함께 미스테리한 전개를 지나 공포스러운 위기를 거쳐, 특유의 이야기로 절정을 넘어, 여상한 대단원으로 마무리 짓는다.

특유의 이야기 부분에서, 티르 스트라이크가 일인이역(?)을 하는 지점에서 흐름을 놓쳤다. 이야기를 밀고 당기는 특유의 모습은 여전하나, 주제를 설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티르 스트라이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갖는 유쾌함을 묶어버렸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의 그런 시작이라면... 덕택에 전작에서 구축하여왔던 페어의 어우러짐이 아쉽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의 분위기는 오히려 최근작인 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타자 님의 책이니. 재미있게 읽었다. 브릿G에서 연재될 때도 읽었더랬는데, 그 때도 절정을 넘어서는 부분에서 계속 흐름을 놓쳐 멈추었었는데, 이번에도 그 지점 쯤이었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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