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개의 통장 -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 ㅣ 4개의 통장 1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09년 1월
평점 :
저는 대학 다닐 때, 경제/경영학에 관련된 수업은 단 하나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없습니다. 벌써 (대학 수업만) 19학기째인데, 명색이 문과생 처지에 좀 너무한다 싶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싫은 것은 싫은 것이죠.
그러다가, 2007학년도 대통령선거 와중에, 도대체 참여정부의 경제 실책이 뭐길래 저 난리들인가 싶어서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시작으로 해서 몇 권의 경제/경영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뭐, 읽어도 여전히 경영/경제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안 읽은 상태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테크 관련 서적에는 눈이 도통 가질 않더군요. 돈에 관심이 없는 인생도 아닐 뿐더러,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처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있으면 쓰고, 없어도 쓴다' 라는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살아온지 30여년이 되는지라, 굳이 돈에 대한 계획이 필요할지에 대한 생각도 들고 해서, 시중에 범람하는 재테크 쪽의 서적은 쳐다도 보질 않았고, 않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박경철 氏의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은 읽어 보았습니다. 책도 그랬지만, 저자에 대한 평판이 좋더군요. 책 읽으신 분들도 좋은 평이 많았고, 박경철 氏 본연에 대한 호평도 워낙 많아서, 저런 분이 이야기하는 '부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읽어보았더랬습니다. 꽤 재미나게 읽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투자에 대한 여러가지 작업들의 이니셜들은 외우지도, 외울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재테크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다름 없구나, 라는 생각을 독서를 통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주식관련 책을 쓰신 것도 사서 읽기 시작했지만 - 저는 주식을 하지 않습니다. 펀드를 하긴 하지만... 그건 그냥 적금들었다고 생각하고, 묻어두고 있은지 몇 년 될 뿐만 아니라, 금액도 정말 소소합니다 - 그건 관심사는 아니라서 일단 묻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위의 '4개의 통장'을 샀습니다. 많은 평이, 3장만 읽어라, 였지만, 그래도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서,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가, 역시나 재테크는 관심사가 아닌지라, 묻어두고 있다가, 읽지 않은 책이 너무 많이 쌓여가는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그냥 읽어 치워버렸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먼저 읽은 분들의 조언을 띄엄띄엄듣지 말자, 라고 말하면 너무 거칠겠죠? (하하) 그것 말고도,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과 많이 오버랩된다고 할까요? 어떻게 말하면 부자가 되는 正道가 거기서 거기인 까닭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동어반복이다 싶었습니다.
3장의 주 내용인 통장 돌려쓰기도, 뭔가 특별한 노하우가 아니라, 재테크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한 번 쯤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원래 이 책을 골랐던 본 목적이, 가정 살림을 관장하는 와이프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기 위해서였던 것인데, 뭐, 방법론적으로는 시행착오없이 바로 재테크에 도입할 수 있는 편리함이야 있겠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았을 때, 굳이 이런 책으로 그런 정보를 추려내야할만큼 현대인이라는 존재가 복잡다단한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네, 제가 그렇다는 거죠.
방법을 숙고하기 전에, 방법이 품고 있는 기본적인 정신에 천착해야 할 것인데, 워낙 우리네 인생사가 복잡다단한지라, 방법을 그냥 훑고 끝내버리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마치 이차방정식을 풀 때, 근의 공식을 유도해보는 과정을 배우지 못한 채, 단순하게 근의 공식을 암기/적용해서 이차방정식을 풀어버리는 우리네 인생들처럼 말이죠. 근의 공식을 유도해보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두어번의 연습만 있으면 언제나 근의 공식을 스스로의 힘으로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인데, 그것 마저도 귀찮아하는 작금의 현상이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근의 공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한 세상사 위의 복잡다단한 경제 활동에 대한 이야기인 것을요.
그래서 위의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인들의 재테크를 위한 필요악의 서적이겠지만, 저는 굳이 저런 책을 읽지 않고, 인류의 경제 활동이 인류에게, 사회에게, 가정에게, 혹은 제 개인에게 미치는 조금 더 거시적인 틀을 생각해봄으로써, 제 개인이 취해야 할 스탠스를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얼마 전까지 붐을 일으켰던 자기계발서 신드롬이,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고 다짐하는 개인의 역할을 대신해 줌으로써 현대인들을 도왔던(!!!) 것이라고 여기고는,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이 책을 읽으며 부자를 열망하는 재테크를 하는 것보다는, 저는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의롭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결국은 저희 네 식구를 풍족하게 누릴 수 없도록 만드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니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저는 집을 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제 목표는 장기전세주택, 혹은 시프트입니다. 집을 사기 위한 중간과정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늙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굳이 뭐, 집을 가져야 할 필요는 못 느끼겠네요. 그래서... 이 책에 대한 제 느낌이, 실은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마이너리티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나 재물에 대한 제 생각이 마이너리티한 것이기에, 거기에서 나오는 이 책에 대한 감상도 마이너리티한 것일도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아무튼, 앞으로 재테크 관련서적을 더 읽을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만약 읽더라도, (마치,주식이라는 것에 대해 지적 호기심 만족 차원에서 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에 대한 책을 샀던 것처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차원에서의 독서행위일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