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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콘서트 - 통합교과수업을 위한 행복한 멘토링 교과서,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ㅣ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7
이경원 지음 / 행복한미래 / 2014년 3월
평점 :
1. 2009 개정 교육과정에는 다음 부분이 있습니다.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의 내용 배열은 반드시 학습의 순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예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에 지역의 특수성, 계절 및 학교의 실정과 학교의 요구, 교사의 필요에 따라 각 교과목의 학년별 목표에 대한 지도 내용의 순서와 비중, 방법 등을 조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점차로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한 재량권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라면 모두 다 가르쳐야 한다고 알고 있었고 그렇게 배우게 하였지만, 이제 학교와 교사의 재량에 많은 부분이 위임되었습니다. 학년별 목표를 지도하면서 순서나 비중, 방법 등을 조정하여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교사의 재량권이 너무 과도하다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교수-학습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문제가 있겠지요. 아직까지 성장과 발달의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행사되는 교사의 재량권 아래에서의 교수-학습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교사가 자신에 대하여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에 그런 교사라면, 삶의 다양함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며, 아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도외시하는 사람이며, 제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추종자를 만드는 것 밖에는 안 되겠지요. 따라서 교사의 재량권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안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교사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통하여, 교수-학습의 범위와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을 분석하고 알게 됩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교과목의 책은, 저명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핵심 성취기준에 맞추어 교수-학습의 내용이 이러면 좋겠다라고 제시하는 하나의 예입니다. 따라서 교사가 보기에 학생들이 핵심 성취기준에 도달하는데 더 좋은 방향과 방법이 있다면 교과서에 대한 비중 또는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 교사가 핵심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더 효과적인 교수-학습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으며, 위의 인용은 그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요즘은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용어가 교직 사회에서 조금씩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제통합수업'이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법적 측면이라고 볼 수 있겠구요. '프로젝트 접근법'에서 변형된 형태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이 때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한 주제통합수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핵심) 성취기준의 분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 성취기준이야말로 교수-학습을 통해서 학생들이 도달할 지식과 기능과 적용/확장 영역의 기준을 밝힌 것이며, 성취기준을 분석하는 것은 주제통합수업을 의욕하지 않더라도 교사에게는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교수-학습의 주체 중 '교수' 쪽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는, 각각의 교사가 자라온 배경과 환경, 배워온 지식과 삶의 방식이 다들 제각각입니다. 그러다보니 (핵심) 성취기준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더 핵심적인 부분과 덜 핵심적인 부분을 나누게 되는 듯 싶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핵심) 성취기준의 분석이 소그룹 단위에서 이루어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조정의 절차가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핵심) 성취기준의 분석을 통해 통합 주제를 선정하였다면, 주제를 실제 교수-학습 과정에서 구현할 방법을 찾게 될 것이고, 그 때 소그룹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성취기준을 병렬적으로 모으거나, 혹은 자신이 볼 때에는 크게 중요해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다른 교사에게는 중요한 부분을 수용함으로써, 하나의 주제별 통합 단원을 만들어냅니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주제통합수업에 관한 - 혹은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불편함의 원인이 위에 두드린 이유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책마다 여러 단원의 주제별 통합 단원 예와 실제 진행과정에 대한 기록들이 주어져있는데, 하나의 주제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활동이 과연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열 단원의 주제별 통합 단원 사례를 보면서, 단원 내의 각 소주제가, 결국은 각 교과의 단원을 그대로 끌어와서는 적절한 위치에 그냥 놓기만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하나의 통합 주제 속에서 모든 교과의 (핵심) 성취기준을 용해시켜 하나의 유기체로 만들려면, (핵심) 성취기준이라는 고정된 형태의 기준이 없어져야 합니다. (핵심) 성취기준은 양날의 검인 셈입니다. (핵심) 성취기준은 교사와 학생을 보호하는 새장입니다. 안전하게 보호하고 그 때 그 때 먹여주고 마시게 해주고, 편히 쉴 수 있게 해주는. 대신에 새장 밖으로는 나갈 수 없습니다.
결국 주제통합수업이 하나의 유기체로 녹여지려면, (핵심) 성취기준이 없어지거나, (핵심) 성취기준을 더욱더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교과라는 외피를 벗고 다른 교과로의 외피를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4. 결론이 이상한데... 그래서 교사는 많이 알고,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깨달아야 합니다.
교직에 몸담은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요즘들어 더 많이 실감합니다. 하나의 지식 - 또는 기능, 적용/확장 방식 - 을 제공하기 위하여 교사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지식 - 또는 기능, 적용/확장 방식 - 은 적어도 두 개 이상이어야겠구나, 라는 것 말입니다. 게다가 초등교사라면, 전 교과에 대하여 다 그렇게 알고, 배우고, 생각하고, 깨달아야겠지요.
이 책은 경기도에 근무하는 교사가 자신의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책으로 담아낸 것입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혁신학교는, 그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지만, 어쨌든 교육 현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하여 학생 중심의 배움을 실천해가려는 의지가 이 책의 곳곳에도 담겨져 있습니다.
결국 학생 중심이란 활동 중심이라고 요약해도 큰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함으로써, 배움이 일어나고,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체화되는 그것이 바로 활동 중심의 교육이 목적하는 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다른 교사에게도 동참할 것을 실제 사례를 통하여 설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위에서 이렇게 저렇게 두드렸지만, 짧은 교직 경력에, 혹은 교직 경력보다는 조금 긴 육아 경력으로 비추어보자면, 어쨌든 아이들은 활동하면 좋아하고 행복해합니다. 그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저는 활동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교사이자 아빠이지만, 그럼에도 활동이 주어지면 아이들에게는 활동 그 자체가 교육이 되고 학습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문제는 활동 속에 (핵심) 성취기준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목적 아래에서 구안된 10가지의 주제 통합 단원을 그 사례로써 제시하고 있고, 위에서 두드린대로 저는 조금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에 대해서 저 또한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른 책들처럼 교육과정 재구성 및 주제통합수업의 필요성을 쓴 앞부분은 조금 더 집중력있게 읽을 수 있었구요, 사례를 소개한 뒷부분은 간단간단하게 읽고 넘어갔습니다. 다만,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사례 중에서 몇 가지는 좋은 모티브를 주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몇 가지 주제통합수업을 준비해볼까 싶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