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의 미래 - 디지털 시대, 지적재산권의 운명
로런스 레식 지음, 이원기 옮김, 윤종수 감수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예시는 디즈니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디즈니 사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같은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큰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권리 없는 그 이야기들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는, 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입니다. 현대 사회가 이루어낸 혁신의 바탕에는, 마치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해아래 새 것은 없나니', 이전부터 존재하던 무언가가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바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루어낸 혁신에 대하여 저작권이라는 재갈을 물림으로써, 더 나은 혁신으로 나아갈 돌파구를, 우리는 막아버리고 있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려는 요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줄곧 이야기합니다. 저작권이라는 법적 권리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다만 혁신을 막아버릴 정도로 과다한 통제에 대하여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즉, 이것은 진보 대 보수의 논쟁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아니, 차라리 모든 규제에 대하여 자유로움을 주장하는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저작권이라는 굴레가 가지고 올 자유에 대한 제약을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가 결국은 조금 먼저 혁신에 도달한 댓가로 상업적인 권리를 모두 취하겠다는 이들에 대한 반대라고 보아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이해하기 쉬운 여러가지 예를 들고 있습니다. 우분투나 아파치 서버 같은 예시가 그것입니다. 처음부터 오픈소스로 개방된 소프트웨어가, 댓가 없이 소프트웨어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노력해 온 사람들에 의해서 얼마나 쓸모있는 것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댓가 없는 혁신은 창의성을 죽일 것이다, 라는 외침이 실은 아주 설득력있는 주장은 아니라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도심 속 녹지 공원 옆에 자리잡은 주택이 더 높은 댓가를 얻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인류의 많은 혁신이 바로 이런 도심 속 녹지 공원과 같은 '공유재'에 기반하여 그 나래를 활짝 펼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현재 저작권법의 효력 기간을 지속적으로 연장해가면서 저작물을 보호하는 추세는 공유재의 기반을 줄이는 것이고 따라서 혁신의 기반을 축소시키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자는 결코 저작권법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쓴 이 [아이디어의 미래]가 통째로 복사되어 여기저기 공유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저작물에 대한 보호는, 저작물이 일정 기간 이후에 공공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재로써 인류에게 제공되어야 인류가 그에 기반하여 새로운 혁신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저작물에 대한 강력한 보호가,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인류가 사용함으로써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더 강력하고 더 효율적인 혁신과 함께 성장하였음을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러한 혁신도 없었겠고, 이러한 보호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저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어마어마한 정보가 오고가는 사회 속에서, 냅스터 같은 도구가 어떻게 혁신을 이루어냈고, 이러한 혁신이 어떻게 철퇴를 맞았는지를 보여주면서, 과연 이러한 보호가 인간의 삶의 편리함을 높여주는 기제가 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피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는 인터넷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력에 비례하여 더욱더 강력해지고 세밀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조치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저작물을 보호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저자는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논지는 언제 어디서나 혁신과 창의성에는 자유 자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자유 자원이 없으면 창의성은 죽고 만다. 따라서 특히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핵심 질문이 '자원을 통제하는 주체가 정부냐, 시장이냐?'가 아니라 '자원이 과연 통제가 돼야 하느냐?'는 것이 돼야 마땅하다. (51쪽)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 강좌를 준비하던 중에, 저작권(지적재산권)에 대하여 한 번 쯤 생각해 볼 계기를 가지기 위해서였습니다. 학교에서는 매년 저작권 관련 수업을 몇 시간 이상씩 의무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2014학년까지는 한국저작권협회에서 나오는 강사들에게 저작권 관련 수업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이 수업이라는 것이, 저작권법 위반 사례 모음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남의 저작물을 댓가없이 함부로 사용하면 도둑질, 이 저작권 관련 수업의 전부라면, 어쨌든 이건 의미있는 교수-학습이라고 보기에는 무방하니까요. 그래서 조금 다른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기왕에 법학을 전공한 터에 전문성(이라는 것이 있다면)을 살려서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수업을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만든 수업용 자료도 저작권법 위반 사례 이상을 넘어서진 못하였지만, 이 책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 생각할 거리를 하나 정도는 던질 수 있는 계기를 얻었습니다. 


과연 저작권법이 인류를 혁신에 도달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작물을 석유나 기타 유형의 자원과 다르지 않은 하나의 자원으로 여긴다면, 이러한 비경쟁성 자원인 무형의 저작물에 대하여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과거의 혁신이 조금 덜 제한됨으로써 자유롭게 이용될 수 있는 자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어쨌든, 아인슈타인은 'E=mc2'에 대해서 저작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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