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례가 귀납적 일반화인가? 수학은 사례를 모아 일반적인 규칙에 이르는 경험과학적 학문이 아니라, 엄밀성을 토대로 하나의 형식적 규칙을 찾아가는 학문인데…

이런 방식으로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접근한다면, 엄밀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귀납식 모델은 학생 중심의 접근 방식이며, 학생들이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더높은 차원의 사고로 일반화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략) 귀납적인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처음에 특정 예제를 가지고 작업한 것으로부터 일반화를 그리고 작성하는 것이다.

귀납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하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다음에 소개하고자 한다.

1. 다음 직각삼각형을 보고 각 측면의 정사각형의 넓이를 구한다. (학생들은 특정 수치를 가지고 예제를 다뤄본다.)

2. 세 변의 제곱 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떤 일반화를 할 수 있는가? (이제 학생들은 패턴을 찾아 일반화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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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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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시대를 ‘인류세‘로 일컫는 글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지구가 인류의 여러 행동 덕택에 많은 일들을 겪고 있는 지금, 이 명칭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여 드러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자들은, - 진화론적 관점의 -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총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빙하기 때문도 있고, 운석 때문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지구는 여섯 번째의 대멸종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인류에 의한 대멸종‘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간에 의한 직접적인 대멸종입니다. 인간이 발 디디는 곳마다, 많은 종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탐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해서 잡아다 혹은 뽑아다 쓴다. 오세아니아 대륙의 많은 동물들이 겪었던 일을 생각해보자면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의도치 않았지만, 인간이 야기한 대멸종입니다. 위 사례와는 다르게, 인간이 때로는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 만 년, 수 십 만 년 동안 자신의 속도에 맞춰 나서 자라고 성장하여 또 낳아간 많은 생물들이, 인간이라는 대상에 의한 작용에는 미처 적응하지 못한 까닭에 멸종을 앞두고 있기도, 혹은 이미 멸종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니면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작용도 있었습니다. 그저 움직였을 뿐인데, 인간끼리만 움직였다고 생각했었는데, 뭔가 달고 온 까닭에, 이에 충분히 적응할 기회와 시간을 갖지 못한 동식물의 멸종에 기여하게 된 것도 있었습니다.

혹은,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움직였을 뿐인데,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동식물들이 이에 대한 영향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보통 이를 ‘기후위기‘라고 일컫는 듯 합니다.

세 번째로, 저자는 ‘인류에 의한 인류의 멸종‘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언급하며 글을 맺고 있습니다. 인간이 야기한 전지구적 변화는 과연 인간에게 어떤 되먹임을 가지고 올 것인가.


책은 인간에 의해 사라지거나 혹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로 각 챕터를 열면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 자연환경과 개체 - 혹은 개체의 흔적 - 를 토대로 자신이 바라보는 ‘인류세‘ 혹은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해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끝은 암울합니다. 저자는 무언가를 촉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한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인류가 자연에 끼친 영향이 자연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담담하게 기술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류의 멸종‘에 대해 조망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화석연료, 기후위기, 온실효과 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진화해 온 자연의 모든 개체 가운데, 유독 인간만 진화 이상 - 적응을 뛰어넘은, 개발 - 을 해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계 위 모든 생명체들이 빠른 시간 내의 적응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 결론은 종의 멸종. 이제 그 적응에 대해, 자연이 인류에게 요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세, 라고 현재를 부르는 것이 어쩌면 타당해 보입니다. 언젠가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겠지요. 그 때, 지구 위에 인류는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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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에 관한 행동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
데이비드 무어 지음, 정지인 옮김 / 아몬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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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유전자 결정론적인 관점에서 발달을 이해하는 모습입니다. 타고난 유전자가 이미 우리가 살아가며 이루는 성취를 이미 다 결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탁월한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부모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같은. 간혹,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비해 자녀의 성취가 저조할 경우 또한, 가진 유전자가 탁월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다, 와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입니다. 성취가 탁월하든 저조하든, 모든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자면, 개인이 뭔가를 할 여지는 없어보입니다. 이미 유전적으로 다 결정이 되어 있는데, 노력은 해서 무엇할 것이며, 자기계발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물론, 자신의 유전적 가능성을 알 수 없으니 일단 뭔가를 해 봐야겠지만, 부모를 살펴보고, 뭔가를 조금 해 본 다음에,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뭔가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기를 멈출 뿐입니다.


난 재능을 물려받지 못했는걸.



후성유전학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유전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입니다.


아무리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우리 염기서열 속에 잠들어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스위치를 켜는 것. 그래서 잠든 유전자를 깨워서 내 속에서 발현되게 하는 것.


이렇게보자면, 유전적 요인 만큼이나 환경적 요인도 중요해 보입니다.



더 나아가서 후성유전학은, 우리가 쌓은 경험이 염기서열 속에 자리잡아 자손에게 유전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전적 결정론에 비하면, 우리가 처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셈입니다.


이 책은, 후성유전학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와 함께, 우리가 가진 유전적 요인을 발현시키기 위해 그 만큼의 경험과 자극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은 것은, 여타의 책들이 첫머리를 읽고 나면 계속 주장의 동어반복일 뿐인 반면에, 조금씩 조금씩 후성유전학에 대한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며, 따라서 사례도 다채롭고 다양하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시점 쯤 되면 시시하고 지루해질만도 한데, 독서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여겨집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자녀 혹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할 여지가 더더욱 생긴다는 점입니다.



후성유전학은, 탁월한 성취를 드러낸 부모 아래 자녀가, 그만큼의 성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을, 유전자 결정론적 관점보다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유전학의 발달과 함께 유전자 염기서열이 해독되고 있으며, 개중 어떤 것은 이미 어떤 현상의 원인임이 알려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어떤 유전자를 가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위치 온'을 하기 위해 다양한 자극과 경험을 투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의 탁월함에 미치지 못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과 경험이 필요한 셈입니다.


더 나아가, 부모와 자녀가 가진 유전적 요인이, 부모에게서도, 자녀에게서도 발현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물려주었으나, 부모도, 자녀도 이를 '스위치 온' 시킬 환경과 경험과 자극에 놓이지 않아 여전히 유전자 속에 묻혀 있는 것을 끄집어 낼 무언가를 자녀와 학생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후성유전학은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더 나아가, 내 경험을 나의 유전자에 새겨 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더 나은 경험을 위해 더 좋은 환경과 자극에 대한 고민도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유전자 결정론으로 설명하던 성장과 발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다양한 사례와 근거를 통해 새로운 유전적 이론을 정립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2023년도 최고의 독서가 되었다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좋은 환경과 경험과 자극을 위해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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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실험 - 복잡한 세상을 쪼개어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시도
조엘 레비 지음, 전현우 옮김 / 이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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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고실험들이 있지만, 유명한 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사고실험 말고도, 철학이나 심리학 등의 학문에서 이론 전개를 위해 실시하였던 사고실험들을 잔뜩 모아 두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사고실험 만큼 생각하는 힘을 드러내는 것이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위한 사고실험을 가만 보고 있노라면, 이만큼 명징하게 물리의 이치를 드러내는 것이 없다 싶습니다. 빛 만큼 빠른 우주선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해서 시간의 상대성을 영영 발견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그만큼의 세계를 살아갈 수 밖에 없겠죠.

따라서 이 책은, 여러 사고실험을 압축하여 소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인류의 역사에 있었던 주요한 ‘사유‘를 간단하게나마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쉽다면, 많은 이야기를 소개하다보니 너무 많이 줄여두어 따라가기 벅찰 때가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독서의 범위를 넓혀가면 그만이니 이 또한 다만 아쉬움이라고 하긴 어려울 듯 합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독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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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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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금 묘한 책입니다. 처음에는 집중력에서 시작합니다. 저자 스스로, 자신의 집중력을 갉아먹는 많은 것들로부터 도피(!)하면서 책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스마트폰과 SNS, 이메일과 메시지로부터 강화되는 우리의 집중력 저하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으나 우리가 이러한 것의 중요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다가, 이러한 문제로 인한 집중력이 다양한 디지털 기반 기업들의 전략 때문이라는 음모론(!)에 잠시 한 발 담구었다가, 문제의 해결은 개인에게서 찾기보다는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끝맺습니다.

이 괴랄한 흐름이, 올해의 독서가 될 뻔한 이 책을 용두사미로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되는 멀티태스킹,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들, 수면 질의 저하 및 끊임없는 딴 생각에 단문 중심의 읽기 경험들은,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랬다면 작가는, 왜 우리에게 집중력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책은 다른 방향을 선택합니다.

집중력은 왜 필요할까요.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이루고 성취해야할까요? 사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 성취의 이유에 대한 고찰입니다. 왜 성취하여야 하는가를 발견하지 못한 채,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지 모릅니다.

따라서, 이 책은 동기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작은 팁을 안겨줍니다. 예컨대, 집중력 저하의 문제는 개인의 노오오오오오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와 시스템의 문제 같은.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보다는, 사회의 인식 변화와 시스템의 변화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명확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은, 굳이 집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같은 이야기보다 필요한 것은,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가치론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알맹이가 빠져버린,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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