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12 : 인간은 누구나 더없이 예술적이다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김현민 그림, 정재은 글, 정재승 기획, 이고은 자문 / 아울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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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2 : 인간은 누구나 더없이 예술적이다>  정재승 / 정재은, 이고은 / 아울북 (2023)

[My Review MMCXLVIII / 아울북 37번째 리뷰] 음악과 미술, 그리고 춤을 통틀어서 '예술'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런 아름다운 예술을 즐길 줄 아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차이가 드러나는 여러 것들 가운데 가장 특출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예술을 할 줄 안다고 볼 수 있다. 동물들도 각자 나름의 '노래'를 부르고, 특유의 '몸동작(춤)'을 추고 있으며, 자신의 몸을 직접 활용하여 아름답고 예술적인 '치장'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동물들이 이런 '예술적인 행동'을 하는 까닭은 생존에 유리하거나, '성선택'에 유리한 덕을 보아 종족 번식에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물론 인간도 '생존(밥벌이)'을 위해 예술행위를 하고, 이성을 '유혹(성선택)'하기 위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예술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순수하게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순수예술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차별을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왜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고, 한 폭의 그림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자신의 감정을 리듬에 담고, 자신의 생각을 멜로디에 담아 전달하게 되는 걸까? 이렇게 예술을 탐구하다보면 '뇌과학'과 만나는 지점이 생기게 된다. 한마디로 예술은 인간의 뇌를 활발하다 못해 폭발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인간의 뇌는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단편적인 일을 할 때의 뇌활동량은 비교적 적은데 반해서, 예술활동을 하는 인간의 뇌는 그야말로 폭발직전일 정도로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래를 부를 때에는 '음정', '박자'처럼 '두 가지 이상의 뇌활동'을 동시간에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악기'까지 연주를 하게 된다면 뇌는 손, 손가락, 어깨, 허리, 엉덩이, 다리, 발, 발가락, 발바닥 등등 온몸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부던히 '명령'을 내려야 한다. 미술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그리는 재료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와 다양한 '질감'을 조합해서 그릴 수 있는 방법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온몸'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뇌는 온몸 구석구석에, 세포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 춤을 출 때는 더 말을 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온몸을 컨트롤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뇌신경이 명령을 받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겠느냔 말이다. 그렇다! 예술활동은 인간의 뇌를 폭주하게 만든다. 그것도 아무렇게나 대충 폭주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히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국영수 선행학원'을 보낼 게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술 공부'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할 것이다. 꽉 막힌 책상과 단단히 고정된 의자에 앉아서 '주입식 교육'을 받아 달달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뇌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창의성'에 한해서 드리는 말씀이다. 하지만 앞으로 AI 시대가 펼쳐질 가까운 미래에는 '창의성'이 전부일 것이다. 그렇다고 국영수 공부에 등한시 하라는 말씀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창의력'이 부족한 아이는 결국 AI의 노예밖에 될 것이 없을 것이니, 조금이라도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로 키우고 싶다면 예술공부에 좀 더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예술 방면으로 '선천적인 재능'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테고 말이다.

이 책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2>에서 조용히 숨어 살고 싶은 외계인이 살고 있는 한적한 섬에 '축제'가 벌어졌다. 얼떨결에 지구에 남게 된 오로라와 라후드가 원해서 하는 축제는 아니지만, 섬 마을에서 해마다 전통축제를 벌이는데, 그 덕분에 섬 전체가 시끌벅적 떠들썩하다. 여기까지만이라면 그나마 견딜 수 있었겠지만, 아우린들의 평화로운 잠복(?) 생활에 파란을 일으킬 '뉴외계인'이 등장했다. 이름은 도됴리. 할머니가 남긴 유품을 찾기 위해 전 우주를 여행중이라고 한다. 그러다 지구에서 유독 강한 신호가 잡혔고, 그 때문에 도됴리는 지구에 착륙해서 유품 탐사를 하며 떠돌아(?) 다니고 있는 중이다. 대단한 실력을 감추고 있는 외계인 같은데, 조심성이 없다. 인간들에게 외계인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게 숨어 지내도 모자랄 판인데, '할머니의 유품'을 찾는답시고 '인간슈트'도 입지 않고 섬 전체를 싸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얼떨결에 아우린들은 도됴리를 자신들의 기지에 감금(?) 시키고, '인간슈트'를 대신할 '인간 의상'을 구하러 장을 봤다. 그리고 다시 기지로 돌아왔는데, 분명 있어야 할 도됴리가 기지 내에 없다. 정말 깜쪽같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과연 도됴리는 어디로 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해답은 책속에 있다.

그 와중에 라후드와 오로라, 그리고 새로 합류한 도됴리는 인간들이 참석한 축제에 동참하게 되는데, 꽤나 이성적인 아우린들과는 달리 도됴리는 원래 흥이 많은 편인지, 조심성이라고는 1도 없게 인간 축제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 덕분에 '외계인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기 위해 라후드와 오로라의 고생이 점점 더 심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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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11 : 인간을 울고 웃게 만드는 스트레스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김현민 그림, 정재은 글, 정재승 기획, 이고은 자문 / 아울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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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1 : 인간을 울고 웃게 만드는 스트레스>  정재은, 이고은 / 정재승 / 아울북 (2023)

[My Review MMCXLVII / 아울북 36번째 리뷰] 요즘 '심리학' 관련 책을 보고 있으면 '과학책'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심리학책은 형이상학적 연구 분야인 '철학책'과 유사해서 윤리도덕과 정신수양을 기르는 마음수련을 하기 위한 책이었다면, 요즘에는 '뇌과학'과 직접적인 연관 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 성과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심리학과' 교수진들도 자신들의 주전공이 대부분 '뇌과학'을 비롯한 과학분야 전공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요즘 '심리학' 관련 책들도 그런 트렌드를 따라서 과학의 연구 성과들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이 책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도 '어린이 뇌과학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에 인간의 행태과 심리를 '뇌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는 가상의 외계인을 등장시켜서 인간을 객관적으로 탐구하고자 밝히고 있다. 그리고 마침맞게 주제도 '스트레스'를 다루고 있었다. 요즘 심신 상태가 그야말로 '스트레스 가득'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내몸 건강'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어머니까지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안정이 되지 않아 '수술 취소'를 앞두고 겨우 안정을 찾고 '1차 수술'을 무사히 마쳤는데, 수술을 마치고 '안정기'를 찾아야 할 때 한밤중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변을 당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응급실까지 가서 정밀진단을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뇌진탕'이나 '고관절 골절' 같은 노인분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증상은 나오질 않아 한시름 놓았는데, 웬걸 갑작스런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원인이 '심각한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일종의 쇼크였단다. 혈압이 들쭉날쭉 하니 혈압이 치솟는 걸 잡겠다고 집에 계실 때 '물에 밥을 말아 드시는 것' 이외에 일절 먹은 게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니 기력도 없고, 소량이지만 꼭 필요한 영양성분들이 배뇨과정에서 다 나와버리니 심각한 영양불균형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뒤로 식사도 꼬박꼬박 드시게 하고, 잠자리도 한 방에서 자면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간병을 했더니, 이제는 거동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산책도 하시고 있다.

그런데 어머님이 건강을 회복하고 큰 고비를 넘겼다 싶으니 '긴장'이 풀렸던 모양이다. 이번엔 내 몸에 '이상증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머님이 침대에서 자리보전만 겨우 하시다 조금씩 거동이 가능해지니 '고비'를 넘겼다 싶은 마음에 조금 안심을 했더니, 바로 그 다음날 '몸살'로 내가 들어 눕고 만 것이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한 달 넘게 출근했다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을 도맡아서 했던 몸인데, 이제 조금씩 거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순간' 안심을 하니 그간의 피로가 한 번에 몰려 왔던 것이다. 그렇게 파김치가 된 몸으로 가까운 병원에 갔더니, 의사 왈 "아무 문제 없는데요. 건강하세요." 그래서 내가 왜 이렇게 아프냐고 물었다. 온몸이 천근만근이고 이도 시리고 아파서 치과에도 가야겠다고 얘기했더니, "음..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으셨나요?"라고 물은 것이다. 그래서 이만저만해서 몸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했더니,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려 버린 것이었다. 치과에도 갔더니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잇몸이 주저앉거나 한 것도 없는데 심한 통증을 호소하니, 십중팔구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살다살다 '스트레스' 때문에 이렇게 몸이 아팠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어떤 증세를 만들까?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리의 뇌에서는 '호르몬 파티'가 벌어진다고 한다. 갖가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이에 맞서 안정을 되찾기 위한 호르몬도 분비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서 변화를 맞은 우리 몸의 기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반대 효능'을 지닌 호르몬이 분비되어 균형을 다시 잡아주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스트레스 받을 때에는 각각의 위험상황에 빠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전두엽'이 갖고 있던 주도권을 '편도체'에게 넘겨준다고 한다. 이는 돌발적인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뇌에서 판단한 뒤에 행동을 따르게 하는' 느린 대처보다는 '뇌의 사고(전두엽의 주기능)'를 정지시키고, 오직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빠른 대처를 위한 자연스런 반응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편도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두엽이 주로 담당했던 '사고, 감정, 행동 조절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돌발 상황에서 스트레스로 받은 우리 몸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메커니즘(?)인 것이다.

그런데 일시적인 스트레스 증세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왕창 분비되었던 '호르몬 폭발'도 서로 상쇄시키며 안정을 되찾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만성 스트레스'다. 주도권을 '편도체'에게 넘겨 위기상황을 대처하겠다며 호르몬 폭주를 시켰던 뇌가 상황이 만성적이 되자 '이성적 사고'를 되찾기 위해 다시 '전두엽'이 되돌려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이 아직 해소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편도체로 넘기고, 전두엽이 돌려 받는 상황이 계속 반복 되면서 호르몬 대폭발 상황을 맞이 하다, 긴장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더는 반응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몸은 더욱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가 완수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피곤함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럼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피곤함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더 성대한 '호르몬 파티'를 끝없이 벌이게 된다. 그러다 상황이 안정되고 더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이 되면 콸콸 쏟아붓던 호르몬이 점점 줄어들게 되니, 그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던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온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여기저기 통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인가? 딱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저렇게 몸과 뇌를 혹사시켰는데 병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성 스트레스 해소법은 어떤 게 있나? 딱히 건강상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크게 개선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편안하고 즐거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해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을 자거나, 여행을 가거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내면서 피로도 풀고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소법인 셈이다. 뭐,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이지만 말이다. 근데 현대인들은 이런 해소법을 알고도 마땅히 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빈곤'으로 인한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절대적 빈곤 계층'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절대적 빈곤'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바로 '상대적 빈곤'이다. 남들은 '쇠고기 파티'를 즐기는데 나는 '쇠고기 라면'에 '소고기 김밥'을 먹고 있다면, 이것 자체로 또 스트레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소확행'으로 자기만족을 한다고 해도, 이는 실질적인 해소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 모은 '정신승리'로 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정신승리 밖에 할 도리가 없다면 '멍때리기'가 훨씬 더 좋은 해소법이 될 수 있다. 불멍, 물멍도 좋지만 퇴근 후에 샤워를 한 뒤에 TV 앞 소파에 기대거나 누워서 맥주 한 캔을 딱 들이키면서...에구머니 '어린이책'에다 무슨 이야기를..쿨럭쿨럭

암튼, 이번 책의 주제가 바로 '스트레스'였다. 아우린 탐사대가 원대복귀한 상황이었는데, 우주선 탑승 자리가 모자라서 라후드와 오로라가 지구에 남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우레 행성의 우주선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지구에서 아무도 몰래 숨어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이들을 감쪽같이 숨어 있게 해줄 만한 '장소'가 딱히 없었던 것이다. 지구 여기저기 '인간의 흔적'이 남지 않은 곳이 없었고, 라후드와 오로라는 어디를 가든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은 꽁꽁 숨겨야만 했다. 스트레스 수치가 저절로 올라갈만한 상황 아니겠는가. 이렇게 스트레스 가득 생기는 상황속에서 살아남은(?) 아우린들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고, 그 와중에도 아우린들을 괴롭히는(?) 인간들은 또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해소하고 지내는지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에휴...정녕 스트레스 없는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은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슬픈 존재인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한 삶을 해주는 축복인 셈일까? 과연 스트레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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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전학생과 다투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7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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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전학생과 다투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4)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New Girl(2023)]

[My Review MMCXLVI / 을파소 18번째 리뷰] 어린이들 가운데 유독 '낯선 환경', '낯선 사람'에 대해 낯을 가리는 경우가 있다. 나도 어릴 적에 꽤 심한 편에 속했는데 어른이 되어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도 낯을 심하게 가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와 친해진 뒤에 깜짝 놀라곤 한다. 첫 인상은 과묵한 편이고 때론 무서운 사람처럼 보이는데 말문이 트이고 나면 그렇게 '수다쟁이'일 수가 없다면서 말이다. 심지어 유머러스하고 애교도 많...쿨럭쿨럭

이번 에피소드는 이사도라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새로운 '전학생'이 온 것이다. 이사도라는 특히 반가웠다. 자신도 '뱀파이어 학교'와 '요정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인간 학교'에 와서 새 친구들과 어렵사리 친해졌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 온 전학생은 그런 어려움 없이 어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다가갔는데, 전학생은 가르릉거리며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냥냥펀치로 공격하는 고양이처럼 다가오는 모든 친구들을 향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반친구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면서 삐딱선을 타는 모양새가 너무 꼴보기 싫을 정도였다. 그렇게 전학생과 데면데면 굴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그 전학생과 '같은 모듬'으로 짜서 함께 과제를 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런데 전학생은 그 모둠에서마저 이사도라와 다른 친구에게 '싫은 소리'만 하면서 결국 과제는 '따로따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이사도라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이 '좋아하는 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며 반친구들에게도 자랑을 하는 자리에서 그 전학생은 차마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넌 어린애도 아닌데 아직도 인형을 갖고 다녀?"라고 말이다. 이사도라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 모두 '인형'을 좋아했고, 무척 애착을 갖고 스스럼없이 학교에서도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전학생에 의해서 졸지에 모두 인형이나 갖고 노는 철없는 어린애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사도라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분홍 토끼 인형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분홍 토끼 인형을 위로하기 위해서 '인형 파티'를 열기로 했다. 파티의 주인공이 '분홍 토끼'인 셈이다. 그리고 파티를 연다는 사실을 반친구들에게 알려주니 모두들 기뻐하며 자신의 인형을 데리고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 전학 온 '에이미'라는 전학생에게도 파티에 초대를 하려고 했는데, 에이미는 그 사이에도 친구들에게 미운 소리만 하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생각을 했다. '인형 파티'에 에이미를 초대하면 분명 파티 분위기를 망치게 만들고 말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초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모두 이야기를 했는데 에이미에게만 초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초대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에이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고, 파티에 초대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음에 또 만난 에이미는 못된 말만 골라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기분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한마디로 밉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인형 파티의 초대장을 결국 건내 주지 않고 말았다. 그런데 우연히 에이미가 자신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무척 서운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늘상 주머니에 깊숙이 두 손을 찔러 넣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더 깊숙이 찔러 넣은 듯이 보였다. 도대체 에이미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 비밀이 '전학을 오게 된 것'과 연관이 있다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비밀'은 아무도 모르는 게 좋다. 굳이 밝혀져서 부끄럽거나 비난을 받을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비밀'을 밝힐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에이미는 너무 못되게 굴고 있다. 에이미에게 예쁘다거나 신고 있는 신발이 세련되었다는 칭찬을 하는데도 툴툴거리며 내뱉는 말이 정말 싸가지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구나 친구가 하는 말을 무턱대고 믿지 못한다고 말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성격이 나쁜 아이처럼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전에 학교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반친구들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는 비난을 해대는 것은 너무 무례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과연 에이미에게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우리는 '받은 대로 되돌려 주는 것'을 공정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함무라비 법전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간단한 법을 정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무사함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나도 똑같이 '상처'를 내야 속이 시원하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물론 당장에 '복수'해줬다는 생각에 기분이 풀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픈 만큼 상대로 아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아파하고 있는 상대가 언제 또 다시 나에게 복수를 해올지 알 수 없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오직 용서뿐이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일단 용서를 하게 되면 상대가 복수할 거라는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용서를 한 나는 상대적으로 '선한 행동'을 한 셈이라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혹시라도 상대에게 용서를 했는데도 또다시 복수를 감행한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은 모두 의견을 모아 '나쁜 사람'을 응징하려 들고, 힘을 모아서 더는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섣불리 '복수'를 하기보다는 통 크게 '용서'를 하는 행동이 훨씬 더 이득이 되는 셈이다. 물론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힘의 불균형이 현저한 상황이라면 '강자'에게 당한 '약자'가 용서를 하는 행위는 아무런 효용이 없게 된다. 왜냐면 약자가 감히 강자에게 복수를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에이미의 '나쁜 행동'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자. 에이미는 왜 밑도 끝도 없이 반친구들의 호의를 무시하고 못된 말과 행동으로 반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가 말이다. 혹시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몹쓸짓'을 당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상처'를 이미 많이 받고 있는 불안한 상태였고, 새로 온 학교에서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채 툭하고 튀어나온 말과 행동이 '못되게 나온 것'은 아닐까? 자신이 받은 상처로 인해 아픈 상황인데, 그 아픔을 혼자서 감내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자신에게 실망하고 새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지만, 이전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새 친구들에 대한 믿음이 굳지 못해서 '무차별 공격'을 거두지 못하고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추론'을 하기엔 초등학생 수준으로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그저 직감적으로 눈치를 챘을 예리한 친구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친구의 속사정까지 빠삭하게 알아챌 도리는 없는 셈이니까 말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허심탄회한 대화'다. 자신의 허물까지 속시원히 말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말을 물가까지 끌고 올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에이미가 굳게 다문 입을 열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혜는 '강한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 사르르 녹여내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과연 굳게 닫아 건 전학생 에이미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할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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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인어와 헤엄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6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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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인어와 헤엄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3) [원제 : Isadora Moon Under The Sea(2022)]

[My Review MMCXLV / 을파소 17번째 리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번에도 '인어 마리나'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마리나가 이사도라를 초대해서 '바닷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에피소드를 진행하는데, 놀랍게도 '마리나'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또 다른 인어 '에메랄드 공주'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인어가 앞으로 <이사도라 문> 시리즈를 이어 <프린세스 에메랄드>라고 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은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또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바로 <마녀 요정 미라벨>도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해리엇 먼캐스터 작가의 소설은 '혼혈'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홈페이지 주소에 'uk'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영국 작가'인 듯 싶다. 다른 작품도 많은 것 같으니 기회가 닿으면 죄다 읽어볼 작정이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가 얼마 남지 않아서 후딱 읽고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는데, 혹 떼려다 혹을 더 붙이고 만 셈이 되었다. 내가 이래서 리뷰어 활동 20년 만에 '읽을 책 목록'만 산더미처럼 늘어나고 말았다. 암튼,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는데, 해리엇의 작품 세계 가운데 <이사도라 문> 시리즈에서 파생된 작품들은 뱀파이어요정이나 마녀요정과 같은 종족 간의 '혼혈'을 다루고 있거나, 인어 공주 델피나의 아빠와 에메랄드의 엄마가 '재혼'을 했기에 에메랄드도 평범한 인어였다가 새아빠가 인어 세계의 왕이었기 때문에 새로 공주가 된 것이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프린세스 에메랄드> 시리즈를 통해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이처럼 '혼혈'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은 것은 영국 사회가 '다인종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요즘 같은 세계화가 무르익은 시대에 어느 나라든 '다문화 사회'가 아닌 나라가 없겠지만,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제국주의 시절에 전세계에 식민지를 거르렸었고, 현재도 '영연방 국가(과거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독립하여 세운 국가)'들과 친목을 다지며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소설과의 유사점'을 착안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사도라 문> 시리즈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족들이 별다른 갈등도 없이 사이좋게 지내며, 심지어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도 잘 어울리며 지낸다는 설정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영국이 과거에 저지른 '나쁜 행위'를 무마하기 위해서 '과도한 설정'을 하고 허물을 애써 덮고 '포장'하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그런 비판을 할 정도로 '영국의 역사'를 세세히 알고 있지 못하고, 영연방국가들의 외교 관계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사도라 문> 이야기의 큰 장점은 '큰 갈등' 없이 밋밋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 같지만, 그 평화로움(?) 속에서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얻게 되는 장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 말이다. 별다른 일도 발생하지 않고, 사건이라고 해봐야 크게 문제 삼을 것도 없는 아주 작은 소동들이 벌어질 뿐이지만, 아직 작고 어린 '이사도라 문'에겐 심각한 문젯거리로 보일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오래된 성으로 견학을 갔는데 '꼬마 유령'을 만나서 즐겁게 놀았다는 이야기 말이다. 학생 신분으로 '체험학습'이라는 목적을 외면하고 '딴짓'을 하다가 작은 소동을 마주친 것인데, 그마저도 뱀파이어요정이기 때문에 유령을 보고도 인간처럼 놀라거나 기절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밋밋하고 싱겁기 그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은 소동에서 어린이독자들은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꼬마 유령이 늘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꼬마 유령은 간간히 찾아오는 인간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 '나타났을' 뿐인데, 인간들은 유령이 나타났다며 기절하고 도망가기 바빴다. 그런데 이런 사실 뒤에는 '꼬마 유령이 무척 외로웠다'는 사실이다. 놀래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그저 함께 놀고 싶었던 것 뿐이다. 이런 사실을 발견한 어린이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자신의 주변에 '꼬마 유령'처럼 홀로 외롭게 지내는 친구는 없는지 찾아보지는 않을까? 해리엇 먼캐스터 작가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쓴다. 아마도 '다문화 사회'가 일상으로 펼쳐지는 영국에서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자세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재혼 가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아빠의 딸 델피나 공주와 새엄마의 딸 에메랄드가 재혼을 해서 '새로운 가족'이 형성되었다. 더구나 새아빠가 인어 세계의 왕이기 때문에 이번 재혼으로 새엄마는 '왕비'가 되었고, 에메랄드도 '공주'라는 신분을 새로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에메랄드에게는 '친아빠'가 살고 있다. 그리고 친아빠의 새여자친구도 있고 말이다. 꽤나 복잡한 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이 해리엇 작가의 특색인 듯 싶지만, 그런 복잡한 구조가 '큰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바로 '에메랄드'와 '이사도라'의 갈등이 크게 부각 되었다. 에메랄드가 심한 장난을 치고 성격도 이상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델피나 공주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장면이 연출되었고, 델피나와 친한 마리나는 델피나를 위로하면서 에메랄드를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마리나가 초대한 이사도라도 영문도 모른 채 '이상한 행동'만 일삼는 에메랄드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 그저 '못된 아이'로 오해하고 말이다. 그러다 파티가 끝나고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에메랄드가 혼자 울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사도라는 에메랄드를 위로해주게 되고 둘은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깜깜한 바닷속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어린이에게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이혼과 재혼'이라는 제도는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올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뒤바뀌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분명 '아빠와 엄마'는 있는데, 더는 '함께 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첫 번째 충격을 준 것으로 모자라, 본 적도 없는 낯선 사람을 '새아빠와 새엄마'로 불러야 한다고 두 번째 충격을 준다. 그리고 세 번째 충격은 '본 적도 없는 형제자매'가 새가족이랍시고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천천히 진행되고 아이가 직접 '선택'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돌발상황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재빨리 처리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과정은 어린이에게 정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일 뿐이다. 에메랄드의 경우가 바로 이렇다. 엄마와 아빠가 왜 헤어지는 결정을 한 것인지 이해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엄마에게 새아빠라는 존재가 등장하고, 아빠에겐 새여자친구가 등장한다. 에메랄드는 졸지에 두 명의 아빠와 두 명의 엄마가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엄마가 낳지 않은 형제자매를 받아들여야 하고, 엄마가 낳은 형제자매라도 아빠는 다른 '씨 다른 형제자매'다. 또한 아빠쪽에서도 '본 적도 없는 형제자매'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고, 새엄마가 낳은 형제자매도 엄마가 다른 '배 다른 형제자매'를 인정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쯤 되면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지 않은가. 그런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에메랄드, 본인'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운데 어른들은 나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혼란 상태가 지속되면 어린 자녀는 어른들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해리엇 작가의 작품속에서는 '이런 복잡한 일련의 사건'은 싹 사라지고, '복잡한 구조'만 남아 혼란스러움을 전해주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평화와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것이 해리엇 작가만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이 독자들도 해리엇 작가의 이런 점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탈출해서 '아름다운 요정과 놀라운 뱀파이어가 함께 어울어져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에서 포근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감을 찾아내어 마음의 평안을 얻고 따뜻해진 마음을 만끽하게 해주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새삼 느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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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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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 천치우판 / 이현 / 한빛비즈 (2023) [원제 : AI 2041 : Ten Visions for Our Future]

[My Review MMCXLIV / 한빛비즈 176번째 리뷰] 이 책이 출간된 2023년만 해도 AI(인공지능)는 아직 먼 미래의 일만 같았다. 약 20년 뒤의 미래에 벌어질 일상을 상상한 'SF소설'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더구나 그때가 되면 내 나이는 70대에 접어들게 된다. 정말이지 내가 살아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쿨럭쿨럭. 암튼 그때까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상상을 하더라도 내가 누릴 일상의 편리함은 그다지 실감할 수 있을 만큼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2년이 지난 2025년이 되니 AI 기술은 급격히 발달했고, AI의 수준을 넘어 AGI(일반인공지능)까지도 구현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게 되었다. 그것도 짧게는 2년에서 5년 이내로, 길게는 10년을 넘지 않을 것으로 말이다. 그렇게 되면 AI가 주는 편리함을 기대할 수 있는 내 나이는 70대가 아니라 여전히 50대 내지 늦어도 60대에는 실현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그때가 되면 아직 '근력'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이고, 충분히 'AI의 편리함'을 누리며 일상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AI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내 삶'에 결정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나는 '모태솔로'라서 내 것을 물려줄 직접적인 유산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겐 결혼을 한 여동생이 있고, 내년 1월에는 예쁜 조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맞이할 일상은 아마도 AI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던 젠지세대와의 격세지감도 상당히 컸는데, AI가 일상속에 녹아든 세대와는 어떤 격차를 느끼며 살아갈까?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겐 AI와 친해질 의무가 발현된 셈이다. 내 남은 여생을 위해서도, 내 조카의 일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뭐, 미래 세대를 위한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에 AI를 일상속에 녹아들게 '결정'하는 일에 신중을 기하고 싶은 생각 뿐이다.

사실, 기술혁신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곤 한다. 산업혁명으로 엄청난 양의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게 되자, 이전에는 값비싸게 사야만 했던 '상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물자의 풍족함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엄청난 풍요를 누릴 수 있었고, 일부는 부를 쉽게 쌓을 수 있게 되어서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졌고, 일자리를 잃고 빈곤해진 사람도 부지기수였으며,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공장의 굴뚝에서는 유독한 매연을 뿜어내며 환경오염을 심하게 만들었다. 급기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일어났고,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까지 찾아와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이 불과 400여 년 전에 시작되었고, 최근 100여 년 동안 문제는 더욱 심해져서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치루며 엄청난 인명살상을 감내해야 했고, 급기야 하나 뿐인 지구의 환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엄청난 기술혁신 발전에 제동을 걸었고, 무분별한 혁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기술혁신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지혜를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맨해튼프로젝트'로 인한 핵무기 개발이었고, 이 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위험성을 실감하자 전세계는 핵무기를 만들긴 했지만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인류는 기술혁신 발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통제력'을 발휘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말이다. AI가 일상속으로 파고들었을 때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은 바라 마지 않겠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다면 과연 AI에 대한 '통제력'을 인간이 구사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딥페이크 라든지, 자율주행차 등과 같은 10가지 사례에서 보여주는 '편리함'만을 누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골치 아프겠지만 힘겹게 '컨트롤'할 수는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AI 기술이 더 발전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까지 처리할 수 있는 AGI(일반인공지능)으로 훌쩍 성장(!)한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왜냐면 일단 AGI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특이점(싱귤래리티)'이 지난 이후가 될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AGI를 '신(God)'에 비유하고, AGI를 신으로 섬기는 종교가 등장할 거라는 전망까지 서슴지 않고 있지만, 그 정도까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모든 질문을 AGI에게 던지고 '답'을 기다리는 일상을 살며, 심각하게는 'AI의 노예'처럼 AI의 명령(?)에 순순히 순종하는 일상을 살게 될 거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상이다. 챗GPT에게 '질문'을 던지고, 일상적인 '대화'까지 시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심각한 '대인기피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왜냐면 사람과의 대화는 '배려'는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 격식을 차려야 하며, 특히 이성간의 대화인 경우에 성범죄에 해당하는 '언어(성)폭력'과 '성희롱' 등등 신경 쓸 것이 너무너무 많은데 반해서 AI와의 대화는 그런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 '내 취향'에 딱 맞는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뭐든 '칭찬 일색'이다. 아무리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달라고 부탁(?)을 해도 AI는 "당신이 최고야!"라는 기본적인 배려(?)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무심한 사람일지라도 AI와의 대화는 사람간의 대화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똑똑한 AGI가 등장한다면, 유력한 인기인들, 예를 들어 수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아이돌'이나, 강대국의 '정치인', 거대기업의 '총수(CEO)', 심지어 종교계의 '수장'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AGI가 '나쁜 마음'을 먹을 가능성은 없지만, 누군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줘. 아니, 그럴 것 없이 네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실행해!"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AGI가 어떤 결론을 내리고 어떤 실행을 행할 것인가? 어떤 SF소설에 나온 시나리오대로 '인류말살 프로젝트'를 실현하려 애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최소한 '인간의 최종 통제권'을 발동해서 AGI의 그런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통제권'을 가진 사람에게 접근해서 교묘히 인류말살을 실행에 옮기게 만들도록 유혹(?)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모든 것은 '가정'일 뿐이다. 실제로 AI가 구현되고, 일상속의 편리함을 누리며 살아갈 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Y2K 위험상황'을 예상했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결론이 난 것처럼 말이다. 일단 위기감지를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다면, 인간은 기술혁신으로 그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그 믿음은 잘 이어져 오고 있고 말이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회문제', '경제문제', '기후위기' 등 산적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혁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잭슨 황 등등 말이다.

이 책을 쓴 저자들도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줄 혜택'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먼저 인공지능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며, 2030년쯤에는 17조 달러가 훌쩍 넘는 이익 창출을 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창출한 경제 가치로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가장 먼저 '빈곤과 기아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공생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을 '소유'하듯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인공지능을 '개인비서'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업무효율'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에는 '교육과 돌봄'까지 단박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밖에도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여러 난제들을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아주 밝은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초래한 심각한 피해와 문제점도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 덕분에 이 책의 첫 인상이 '디스토피아'를 연상케 하는 <SF소설>로 읽히게 되고 나름 '공포물'에 준하는 무서운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뒤에 설명하고 있는 '과학저널'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으면 그런 우려는 뒤로 하고, 예상된 문제점을 극복한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속된 말로 '병 주고 약 준다'는 느낌도 받긴 하는데, 출간된 지 2년 여가 지난 시점에서 보면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깊이 통찰하며 읽어보길 권한다. AI는 아직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혁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점은 '한 번 실행하면,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인류보다 더 똑똑한 AGI의 등장과 함께 인간의 통제력은 사실상 무력해진다. 물론 AGI에게 인류멸종과 같은 끔찍한 일을 '실행'시킬 멍청이는 없겠지만,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역사속에 그런 멍청이가 종종 등장한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게 AI가 통제하는 세상'을 만들면 인류는 AI가 제공하는 혜택만 누리면서 편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글쎄...그건 인간이 'AI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사실만 부각된 듯 싶고, 그게 아니면, AI를 신으로 추앙하는 '신흥종교'가 나타나 온 인류를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만들지...암튼, AI를 친구로 사귀게 되는 가까운 미래의 일상이 좀 더 먼 미래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깊이 통찰해봄직 하다는 생각뿐이다. 현재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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