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라 문, 전학생과 다투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7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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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전학생과 다투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4)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New Girl(2023)]

[My Review MMCXLVI / 을파소 18번째 리뷰] 어린이들 가운데 유독 '낯선 환경', '낯선 사람'에 대해 낯을 가리는 경우가 있다. 나도 어릴 적에 꽤 심한 편에 속했는데 어른이 되어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도 낯을 심하게 가린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와 친해진 뒤에 깜짝 놀라곤 한다. 첫 인상은 과묵한 편이고 때론 무서운 사람처럼 보이는데 말문이 트이고 나면 그렇게 '수다쟁이'일 수가 없다면서 말이다. 심지어 유머러스하고 애교도 많...쿨럭쿨럭

이번 에피소드는 이사도라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새로운 '전학생'이 온 것이다. 이사도라는 특히 반가웠다. 자신도 '뱀파이어 학교'와 '요정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인간 학교'에 와서 새 친구들과 어렵사리 친해졌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 온 전학생은 그런 어려움 없이 어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다가갔는데, 전학생은 가르릉거리며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냥냥펀치로 공격하는 고양이처럼 다가오는 모든 친구들을 향해 날선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반친구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면서 삐딱선을 타는 모양새가 너무 꼴보기 싫을 정도였다. 그렇게 전학생과 데면데면 굴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그 전학생과 '같은 모듬'으로 짜서 함께 과제를 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런데 전학생은 그 모둠에서마저 이사도라와 다른 친구에게 '싫은 소리'만 하면서 결국 과제는 '따로따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이사도라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이 '좋아하는 인형'과 이야기를 나누며 반친구들에게도 자랑을 하는 자리에서 그 전학생은 차마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넌 어린애도 아닌데 아직도 인형을 갖고 다녀?"라고 말이다. 이사도라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 모두 '인형'을 좋아했고, 무척 애착을 갖고 스스럼없이 학교에서도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전학생에 의해서 졸지에 모두 인형이나 갖고 노는 철없는 어린애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사도라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분홍 토끼 인형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분홍 토끼 인형을 위로하기 위해서 '인형 파티'를 열기로 했다. 파티의 주인공이 '분홍 토끼'인 셈이다. 그리고 파티를 연다는 사실을 반친구들에게 알려주니 모두들 기뻐하며 자신의 인형을 데리고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로 전학 온 '에이미'라는 전학생에게도 파티에 초대를 하려고 했는데, 에이미는 그 사이에도 친구들에게 미운 소리만 하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생각을 했다. '인형 파티'에 에이미를 초대하면 분명 파티 분위기를 망치게 만들고 말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초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는 모두 이야기를 했는데 에이미에게만 초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초대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에이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고, 파티에 초대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음에 또 만난 에이미는 못된 말만 골라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기분 따윈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 한마디로 밉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인형 파티의 초대장을 결국 건내 주지 않고 말았다. 그런데 우연히 에이미가 자신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무척 서운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늘상 주머니에 깊숙이 두 손을 찔러 넣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더 깊숙이 찔러 넣은 듯이 보였다. 도대체 에이미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말 못할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 비밀이 '전학을 오게 된 것'과 연관이 있다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비밀'은 아무도 모르는 게 좋다. 굳이 밝혀져서 부끄럽거나 비난을 받을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비밀'을 밝힐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에이미는 너무 못되게 굴고 있다. 에이미에게 예쁘다거나 신고 있는 신발이 세련되었다는 칭찬을 하는데도 툴툴거리며 내뱉는 말이 정말 싸가지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구나 친구가 하는 말을 무턱대고 믿지 못한다고 말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성격이 나쁜 아이처럼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전에 학교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반친구들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는 비난을 해대는 것은 너무 무례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과연 에이미에게는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우리는 '받은 대로 되돌려 주는 것'을 공정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함무라비 법전에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간단한 법을 정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무사함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나도 똑같이 '상처'를 내야 속이 시원하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물론 당장에 '복수'해줬다는 생각에 기분이 풀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픈 만큼 상대로 아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아파하고 있는 상대가 언제 또 다시 나에게 복수를 해올지 알 수 없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오직 용서뿐이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일단 용서를 하게 되면 상대가 복수할 거라는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용서를 한 나는 상대적으로 '선한 행동'을 한 셈이라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혹시라도 상대에게 용서를 했는데도 또다시 복수를 감행한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은 모두 의견을 모아 '나쁜 사람'을 응징하려 들고, 힘을 모아서 더는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섣불리 '복수'를 하기보다는 통 크게 '용서'를 하는 행동이 훨씬 더 이득이 되는 셈이다. 물론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힘의 불균형이 현저한 상황이라면 '강자'에게 당한 '약자'가 용서를 하는 행위는 아무런 효용이 없게 된다. 왜냐면 약자가 감히 강자에게 복수를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에이미의 '나쁜 행동'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자. 에이미는 왜 밑도 끝도 없이 반친구들의 호의를 무시하고 못된 말과 행동으로 반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가 말이다. 혹시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몹쓸짓'을 당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상처'를 이미 많이 받고 있는 불안한 상태였고, 새로 온 학교에서 모든 게 '낯선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채 툭하고 튀어나온 말과 행동이 '못되게 나온 것'은 아닐까? 자신이 받은 상처로 인해 아픈 상황인데, 그 아픔을 혼자서 감내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자신에게 실망하고 새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지만, 이전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새 친구들에 대한 믿음이 굳지 못해서 '무차별 공격'을 거두지 못하고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추론'을 하기엔 초등학생 수준으로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그저 직감적으로 눈치를 챘을 예리한 친구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는 친구의 속사정까지 빠삭하게 알아챌 도리는 없는 셈이니까 말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허심탄회한 대화'다. 자신의 허물까지 속시원히 말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말을 물가까지 끌고 올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에이미가 굳게 다문 입을 열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혜는 '강한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 사르르 녹여내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과연 굳게 닫아 건 전학생 에이미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할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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