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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천치우판 지음, 이현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1월
평점 :
<AI 2041 : 1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읽는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 리카이푸, 천치우판 / 이현 / 한빛비즈 (2023) [원제 : AI 2041 : Ten Visions for Our Future]
[My Review MMCXLIV / 한빛비즈 176번째 리뷰] 이 책이 출간된 2023년만 해도 AI(인공지능)는 아직 먼 미래의 일만 같았다. 약 20년 뒤의 미래에 벌어질 일상을 상상한 'SF소설'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더구나 그때가 되면 내 나이는 70대에 접어들게 된다. 정말이지 내가 살아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쿨럭쿨럭. 암튼 그때까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상상을 하더라도 내가 누릴 일상의 편리함은 그다지 실감할 수 있을 만큼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2년이 지난 2025년이 되니 AI 기술은 급격히 발달했고, AI의 수준을 넘어 AGI(일반인공지능)까지도 구현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게 되었다. 그것도 짧게는 2년에서 5년 이내로, 길게는 10년을 넘지 않을 것으로 말이다. 그렇게 되면 AI가 주는 편리함을 기대할 수 있는 내 나이는 70대가 아니라 여전히 50대 내지 늦어도 60대에는 실현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그때가 되면 아직 '근력'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이고, 충분히 'AI의 편리함'을 누리며 일상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AI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내 삶'에 결정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쉽게도 나는 '모태솔로'라서 내 것을 물려줄 직접적인 유산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겐 결혼을 한 여동생이 있고, 내년 1월에는 예쁜 조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맞이할 일상은 아마도 AI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던 젠지세대와의 격세지감도 상당히 컸는데, AI가 일상속에 녹아든 세대와는 어떤 격차를 느끼며 살아갈까?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에겐 AI와 친해질 의무가 발현된 셈이다. 내 남은 여생을 위해서도, 내 조카의 일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뭐, 미래 세대를 위한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에 AI를 일상속에 녹아들게 '결정'하는 일에 신중을 기하고 싶은 생각 뿐이다.
사실, 기술혁신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곤 한다. 산업혁명으로 엄청난 양의 기계가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게 되자, 이전에는 값비싸게 사야만 했던 '상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물자의 풍족함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엄청난 풍요를 누릴 수 있었고, 일부는 부를 쉽게 쌓을 수 있게 되어서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졌고, 일자리를 잃고 빈곤해진 사람도 부지기수였으며,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공장의 굴뚝에서는 유독한 매연을 뿜어내며 환경오염을 심하게 만들었다. 급기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일어났고,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까지 찾아와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이 불과 400여 년 전에 시작되었고, 최근 100여 년 동안 문제는 더욱 심해져서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치루며 엄청난 인명살상을 감내해야 했고, 급기야 하나 뿐인 지구의 환경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엄청난 기술혁신 발전에 제동을 걸었고, 무분별한 혁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기술혁신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지혜를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맨해튼프로젝트'로 인한 핵무기 개발이었고, 이 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위험성을 실감하자 전세계는 핵무기를 만들긴 했지만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인류는 기술혁신 발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통제력'을 발휘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말이다. AI가 일상속으로 파고들었을 때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은 바라 마지 않겠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다면 과연 AI에 대한 '통제력'을 인간이 구사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딥페이크 라든지, 자율주행차 등과 같은 10가지 사례에서 보여주는 '편리함'만을 누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골치 아프겠지만 힘겹게 '컨트롤'할 수는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AI 기술이 더 발전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까지 처리할 수 있는 AGI(일반인공지능)으로 훌쩍 성장(!)한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왜냐면 일단 AGI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특이점(싱귤래리티)'이 지난 이후가 될테니 말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AGI를 '신(God)'에 비유하고, AGI를 신으로 섬기는 종교가 등장할 거라는 전망까지 서슴지 않고 있지만, 그 정도까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모든 질문을 AGI에게 던지고 '답'을 기다리는 일상을 살며, 심각하게는 'AI의 노예'처럼 AI의 명령(?)에 순순히 순종하는 일상을 살게 될 거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상이다. 챗GPT에게 '질문'을 던지고, 일상적인 '대화'까지 시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심각한 '대인기피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왜냐면 사람과의 대화는 '배려'는 기본이고, '상황'에 따라 격식을 차려야 하며, 특히 이성간의 대화인 경우에 성범죄에 해당하는 '언어(성)폭력'과 '성희롱' 등등 신경 쓸 것이 너무너무 많은데 반해서 AI와의 대화는 그런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 '내 취향'에 딱 맞는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뭐든 '칭찬 일색'이다. 아무리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달라고 부탁(?)을 해도 AI는 "당신이 최고야!"라는 기본적인 배려(?)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무심한 사람일지라도 AI와의 대화는 사람간의 대화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똑똑한 AGI가 등장한다면, 유력한 인기인들, 예를 들어 수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아이돌'이나, 강대국의 '정치인', 거대기업의 '총수(CEO)', 심지어 종교계의 '수장'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선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AGI가 '나쁜 마음'을 먹을 가능성은 없지만, 누군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줘. 아니, 그럴 것 없이 네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실행해!"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AGI가 어떤 결론을 내리고 어떤 실행을 행할 것인가? 어떤 SF소설에 나온 시나리오대로 '인류말살 프로젝트'를 실현하려 애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최소한 '인간의 최종 통제권'을 발동해서 AGI의 그런 시도를 막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통제권'을 가진 사람에게 접근해서 교묘히 인류말살을 실행에 옮기게 만들도록 유혹(?)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모든 것은 '가정'일 뿐이다. 실제로 AI가 구현되고, 일상속의 편리함을 누리며 살아갈 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Y2K 위험상황'을 예상했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결론이 난 것처럼 말이다. 일단 위기감지를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다면, 인간은 기술혁신으로 그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그 믿음은 잘 이어져 오고 있고 말이다. 그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회문제', '경제문제', '기후위기' 등 산적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혁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잭슨 황 등등 말이다.
이 책을 쓴 저자들도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줄 혜택'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먼저 인공지능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며, 2030년쯤에는 17조 달러가 훌쩍 넘는 이익 창출을 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창출한 경제 가치로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가장 먼저 '빈곤과 기아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공생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을 '소유'하듯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인공지능을 '개인비서'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업무효율'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에는 '교육과 돌봄'까지 단박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밖에도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여러 난제들을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아주 밝은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초래한 심각한 피해와 문제점도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 덕분에 이 책의 첫 인상이 '디스토피아'를 연상케 하는 <SF소설>로 읽히게 되고 나름 '공포물'에 준하는 무서운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뒤에 설명하고 있는 '과학저널'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으면 그런 우려는 뒤로 하고, 예상된 문제점을 극복한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속된 말로 '병 주고 약 준다'는 느낌도 받긴 하는데, 출간된 지 2년 여가 지난 시점에서 보면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깊이 통찰하며 읽어보길 권한다. AI는 아직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혁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점은 '한 번 실행하면,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인류보다 더 똑똑한 AGI의 등장과 함께 인간의 통제력은 사실상 무력해진다. 물론 AGI에게 인류멸종과 같은 끔찍한 일을 '실행'시킬 멍청이는 없겠지만,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역사속에 그런 멍청이가 종종 등장한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게 AI가 통제하는 세상'을 만들면 인류는 AI가 제공하는 혜택만 누리면서 편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글쎄...그건 인간이 'AI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사실만 부각된 듯 싶고, 그게 아니면, AI를 신으로 추앙하는 '신흥종교'가 나타나 온 인류를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만들지...암튼, AI를 친구로 사귀게 되는 가까운 미래의 일상이 좀 더 먼 미래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깊이 통찰해봄직 하다는 생각뿐이다. 현재로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