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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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을 넘나드는 적과의 서신 교환!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난 이따금 곰곰이 궁리하곤 해. 너와 나, 우리 둘은 어쩌면 그렇게도 이 전쟁이라는 커다란 전체의 축소판일까 하는 생각을. 우리 둘 사이의 물리 법칙을. 한쪽의 작용, 그리고 크기는 똑같지만 방향은 정반대인 다른 쪽의 반작용을. (p.55)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2020년 전 세계 SF상을 휩쓴 화제의 소설이다. SF 모임에서 만난 두 작가, 아말 엘모흐타르와 맥스글래드스턴이 편지를 주고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독특한 형태의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레드와 블루, 두 주인공 각각의 시점을 보여주고, 서로 서신을 주고받는 형식의 소설. 함께 쓴 소설의 매력을 한껏 담아냈다. 각 파트마다 독특한 매력이 존재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있어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다.


이야기의 시작 즈음. 독자에게 주어진 정보는 별로 없다. 레드의 시선과 블루의 시선으로 번갈아 마주하는 사건들과,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서서히 이들이 겪고 있는 '시간 전쟁'에 대해 알아간다.

레드가 속한 진영은 '에이전시'. 기술의 발달과 관련 깊은 단체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SF'의 느낌이다. 블루가 속한 진영은 '가든'. 자연과 아날로그적 방식에 더 가치를 두는 듯하다. 둘은 대립한다. 둘은 정반대에 놓여 있다. 한 쪽이 이성적이라면 다른 쪽은 감성에 가깝다. 그런데 그들은 상부의 눈을 피해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젖어든다.


우리는 시간 여행으로서의 편지, 시간을 여행하는 편지를 써. 겉으로는 안 보이는 의미를 담아서.

난 네가 이 글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 (p.79)


그들은 다양한 시간에 머문다. 익숙한 이름과 낯선 이름들. 세계의 역사와 알려지지 않은 상상의 시대들이 펼쳐진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과 존재하지 않는 곳들을 넘나든다. 여러 시간선들에 남긴 편지들은 타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색다른 방식들로 전달된다.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까? 기대감은 매번 충분히 채워진다. 

그리고 레드와 블루, 둘의 시선이 떠난 후 편지의 잔해에 다가오는 '추적자'는 누구일까 하는 미스터리한 요소까지 품었다.

읽어가면서 조각조각 흩어진 이야기가 서서히 하나로 완성되는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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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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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대하는 작가들의 자세, 작가의 마감


『작가의 마감』의 출간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끌렸다. 책과 관련된 모든 주제는 언제나 마음을 붙잡는다.

부제는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저자가 무려 30명이다. 나쓰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처럼 익히 이름을 들어본 작가부터, 조금은 낯선 작가들, 거기에 편집부까지.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 직전의 상황과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말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을 쓸 수가 없다. 해도 되는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의 구별이, 이 작가는 잘 되지 않는다. (p.11, 작가의 초상, 다자이 오사무)

첫 시작은 『인간 실격』으로 유명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글이다. 일본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 자주 생각하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들의 작품과 에세이의 느낌이 다른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진 못했지만, 그간 그렸던 이미지와 『작가의 마감』 속 이미지에 차이가 있어서 신기했다.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은 그의 결말이 주는 인상과 거리가 있다.


무얼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느낀 바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p.96, 한밤중에 생각한 일, 모리 오가이)

마감을 앞두고 고뇌하는 내용들. 작가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글을 써야만 하는데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는다. 만족스러운 글이 써지지 않는다.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느낀 것을, 머릿속에 떠다니는 감상들을 언어로 표현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서평을 쓸 때 매번 느끼고 있으니까.


시간의 경과란 그때그때의 감정이다. 같은 시간이라도 때에 따라 굉장히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놀랄 만큼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p.197, 쓴다는 것, 이즈미 교카)

마감을 대하는 작가들의 각양각색 이야기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마감을 앞둔 다양한 풍경을 읽는 재미가 있다. 집필 환경에 대한 이야기나, 슬럼프, 편집자와의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관한 책이니만큼 읽고 싶어진 작품도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의 「공기남」이 읽어보고 싶다. 두 명의 탐정 작가의 이야기라는데, 간단한 소개만으로도 끌렸다. 「책장 식당」이란 일본 드라마도 궁금하다. 두 명의 만화가가 원고 마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책 속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이 펼쳐지는 드라마라고 한다. 음식 이야기를 좋아하는데다 그게 책 속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니! 완전 재미있을 것 같다.


마감을 앞둔 마음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누구나 마감 스트레스는 경험한다. 어린 시절 방학 마지막 날 일기를 몰아쓰던 것도 마감의 일종이니까.

지금 이 서평을 쓰는 것도 나에게 있어서는 마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마감』에서의 이야기들이 가까이 느껴지는 편이다.

아, 시간이 더 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마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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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낭만적 밥벌이 - 89년생 N잡러 김경희의
김경희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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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한 분위기의 에세이, 비낭만적 밥벌이


『비낭만적 밥벌이』는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 에세이다.

제목 그대로, 비낭만적인 이야기. 시종일관 덤덤한 분위기로 흐르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우울해지진 않았다. 중간 선에 적절하게 머물러 있다.


하지만 점차 깨달은 것은 '일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내게 일은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고, 나는 내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아야 하니까. (p.24~25)


글을 쓰는 전업 작가로 먹고 살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서점 직원으로 일하고, 강의를 다니기도 한다. 예전에 회사에서 일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터치감인데 무게 있는 이야기랄까? 모순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런 느낌이었다. 가독성이 좋은 편이라 가라앉지 않는 느낌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읽기 좋았던 건 책의 편집 디자인의 영향도 있다. 본문의 글 간격과 여백이 넉넉한 편이라서 답답하지 않다.


나의 동기 부여는 내 삶에 선택지를 늘려가는 것이다. (p.32~33)


일에 대한 태도들, 생각들. 그런 것들을 읽다보면 진지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게 된다. 외면하고 있었던, 혹은 놓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책인데 그 좋은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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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불편하게 - 지구를 지키는 일상 속 작은 실천들!
키만소리 외 지음 / 키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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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적당히 불편하게


『적당히 불편하게』는 지구를 위해 사는 생활 방식에 대한 에세이다.

6명의 일러스트 작가가 각각 일상 속에서 지구를 지키는 작은 실천들을 쌓아간 내용을 담았다.

제로 웨이스트, 비건, 환경론자와 관련된 작은 행동들을 실천한 내용이다.


표지는 빛을 받으면 무지개 빛이 은은하게 떠오른다. 초록빛 들판에 자리를 펴고 있는 모습이 편안함을 주는 일러스트와 어우러져 햇빛이 잔잔하게 비치는 날 같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행복을 떠오르게 한다.


일러스트 작가들이 쓴 책. 글만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쁜 일러스트와 4컷 만화들이 있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미지들이 있어서 말하고 싶은 내용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나도 조금씩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인 제로 웨이스트, 비건, 환경 보존,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러 번 접한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실천하는 습관을 들였다. '작은 실천의 중요성'에 대해서 깊게 인식하고 있다.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에 대해 알게 된다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건 비건이다.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채식을 선호한다. 자연스레 비건이라는 생활 방식을 알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 비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환경과 공존을 위해 비건을 선택한 경우를 알게 되었다. 배경 지식을 쌓으면서 완전한 비건으로 살아가진 못하더라도, 비건에 조금이나마 가까운 생활을 이어가자는 생각을 했다. 『적당히 불편하게』를 읽으면서, 그 마음을 다시 떠올렸다. 아주 불편한 일은 아니니까,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게 맞다.

제로 웨이스트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미디어를 통해 관련 프로그램들을 본 기억도 있다. 요리를 할 때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것.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 제로 웨이스트는 이건 코로나 시대가 이어지며 더 크게 인식한 부분이 있다. 쓰레기가 많아진게 확연히 보였기 때문이다.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배달 음식을 포장한 일회용품들. 그렇게 쌓이는 쓰레기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번거로워 들고 다니지 않던 텀블러를 챙겨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해 마신다. 배달음식보다는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어본다. 덕분에 요리 실력도 살짝 늘어난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이 실천들을 통해 느끼는 불편함보다 만족감의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이다.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만족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향상심. 그런 좋은 감정들이 있어서 실천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적당히 불편하게』로 환경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작은 실천을 조금씩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면 좋겠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로 평범하게 누려온 일상이 한 순간에 멀어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멀어지도록, 일상에서 작은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실천들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함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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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같이 걸을래요?
허혜영 지음 / 앤에이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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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볍게 숲속을 산책하는 즐거움! 숲길, 같이 걸을래요?

 

『숲길, 같이 걸을래요?』는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서울 속 숲길들을 소개한 책이다.

표지에 보이는 시원한 숲길 사진. 무더운 여름 날, 나무가 가득해 바람이 솔솔 부는 숲이 떠오른다.

 

서울은 대표적인 도시. 그 안에 숲길이 상당히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차를 이용해 다니는 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숲길들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생활 속에서 쉽게 가서 산책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현대적인 건물과 자연의 조화로운 풍경에 감탄한다고 한다는 내용이 떠오른다.

익숙해서, 굳이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 많다.

알고 있는 곳도 있지만, 모르는 이름의 서울 속 숲들이 가득하다.

 

책에서 소개한 마흔 두 곳의 서울 숲길 중에 가보고 싶은 곳이 몇 군데 있다.

먼저 길동 생태공원. 조류 관찰대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습지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저자가 찍은 새 사진을 보니, 더 가보고 싶어진다.

석파정은 얼마 전 지인이 미술관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던 기억이 난다. 멋진 자연 풍경을 감상하고 미술관의 전시까지 감상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듯하다.

숲길마다 다 다른 매력들이 있다. 각 이야기는 짧지만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잘 채워져 있다.

 

숲에서 걷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 어떤 고민이 들어올 새도 없이 현재의 기분과 감정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머리를 비울 수 있고 복잡한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걷기의 힘이 아닐까 싶다. (p.170)

 

숲길 산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좋았다. 요즘 종종 걷기는 하지만, 숲길을 걸은지는 꽤 오래되었다. 양옆에 늘어선 나무가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와, 발밑의 흙길의 내음을 맡으며 힐링하고 싶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여러 숲길을 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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