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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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대하는 작가들의 자세, 작가의 마감


『작가의 마감』의 출간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끌렸다. 책과 관련된 모든 주제는 언제나 마음을 붙잡는다.

부제는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저자가 무려 30명이다. 나쓰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처럼 익히 이름을 들어본 작가부터, 조금은 낯선 작가들, 거기에 편집부까지.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 직전의 상황과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말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을 쓸 수가 없다. 해도 되는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의 구별이, 이 작가는 잘 되지 않는다. (p.11, 작가의 초상, 다자이 오사무)

첫 시작은 『인간 실격』으로 유명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글이다. 일본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 자주 생각하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들의 작품과 에세이의 느낌이 다른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진 못했지만, 그간 그렸던 이미지와 『작가의 마감』 속 이미지에 차이가 있어서 신기했다.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은 그의 결말이 주는 인상과 거리가 있다.


무얼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느낀 바를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p.96, 한밤중에 생각한 일, 모리 오가이)

마감을 앞두고 고뇌하는 내용들. 작가들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글을 써야만 하는데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는다. 만족스러운 글이 써지지 않는다.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느낀 것을, 머릿속에 떠다니는 감상들을 언어로 표현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서평을 쓸 때 매번 느끼고 있으니까.


시간의 경과란 그때그때의 감정이다. 같은 시간이라도 때에 따라 굉장히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놀랄 만큼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p.197, 쓴다는 것, 이즈미 교카)

마감을 대하는 작가들의 각양각색 이야기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마감을 앞둔 다양한 풍경을 읽는 재미가 있다. 집필 환경에 대한 이야기나, 슬럼프, 편집자와의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관한 책이니만큼 읽고 싶어진 작품도 있었다. 에도가와 란포의 「공기남」이 읽어보고 싶다. 두 명의 탐정 작가의 이야기라는데, 간단한 소개만으로도 끌렸다. 「책장 식당」이란 일본 드라마도 궁금하다. 두 명의 만화가가 원고 마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책 속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이 펼쳐지는 드라마라고 한다. 음식 이야기를 좋아하는데다 그게 책 속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니! 완전 재미있을 것 같다.


마감을 앞둔 마음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누구나 마감 스트레스는 경험한다. 어린 시절 방학 마지막 날 일기를 몰아쓰던 것도 마감의 일종이니까.

지금 이 서평을 쓰는 것도 나에게 있어서는 마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마감』에서의 이야기들이 가까이 느껴지는 편이다.

아, 시간이 더 있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마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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