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김수정 지음 / 달 / 2009년 8월
절판


너무 그렇게 실망하지 말아요. 진로를 고민하는 게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니까. 진로를 고민한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꿈을 꾸는 거잖아요...

저는 단 한번도 제 미래에 대한 걱정의 끈을 놓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제가 교육에 대해서 평생 고민하는 시간 동안, 스스로의 개발과 발전에 대해 늘 같은 무게로 고민해왔죠.-79쪽

편견을 줄이려면, 내 세상을 넓히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인정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인식을 넓혀간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게 교육의 본질 아닐까요.-82쪽

지금은 모르는 환자들이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도 "남자친구 있어요?"라고 불으면 바로 "저 레즈비언인데오. 여자 친구가 있어요"라고 답해버린다. 그랬을 때 누가 충격을 받거나 편견을 갖는다면 자신의 탓이 아니라 그 사람 소양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용기를 내고 당당해지니 세상이 좀 편안해졌다. 자신이 조금 다르다고 모든 상처를 떠안을 이유는 없다.-99쪽

세레나는 아홉 살 때 큰 병을 앓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청므으로 죽음을 맞닥뜨렸다. 그때 걱정하고 발을 동동 굴러봤자 소용없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럴 시간에 뭔가 도전하고 즐겁게 사는 게 좋다는 걸,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튈 수 있다는 걸 이미 그 나이에 알아버렸다. 그래서 세레나는 마음속에 뭔가 떠오르면 즉각 실천해버리는 화끈한 사람이 되었다.-139쪽

사미어는 나라와 인종이 정체성을 결정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런던같은 대도시에서는 말이다. 이미 국적이나 출신 지역이 혹은 조상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해주던 세월은 지나가고 그 대신 자기 정체성은 스스로 완성시켜야만 한다고 믿는 편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돈을 벌고 어떻게 쓰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이러한 것들이 한 개인의 정체성을 만드는 요소로 바뀐 세상이 된 것이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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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달 2009-11-03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게이예요?

Phantomlady 2009-11-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영국에 거주하시는 여성분이세요.
예전에 잠깐 일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게이다에는 잡히지 않던데요 ^^;

LAYLA 2009-11-0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친절하신 스노드랍님 말씀대로 레즈비언 나오는 부분은 인터뷰 내용입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절판


주변 도로에서는 공사가 흔해, 차들은 거의 가다 서다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평소에는 가정용 크기로 포장된 것만 보던 물건들이 산업용으로 엄청나게 크게 포장되어 스카이아나 이베코 트럭에 잔뜩 실린 채 조금씩 움직여가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초콜릿 바, 시리얼, 생수, 메트리스, 마가린이 어둠 속에서 북쪽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그 광경은 어떤 면에서는 강물처럼 위로를 주기도 한다. 끊이지 않고 움직이는 그림자의 흐름이 보는 사람의 마음에서 정체된 분위기를 걷어내기 때문이다. 그것은 흘러 지나가는 삶 자체다. -44쪽

...이 거대한 식량 창고는, 적어도 산업화된 세계에서는 우리 인간이 수천 년의 노력 끝에 마침내 다음 끼니를 어디서 찾아먹을까 안달하는 일로부터 벗어난 유일한 동물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 결과 우리는 황제펭귄과 아라비아의 오릭스라면 지금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시달리고 있는, 절실하기 짝이 없는 먹이 걱정에서 벗어나, 스웨덴어를 배우거나 미적분을 익히거나 우리 관계의 진정성을 걱정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와인이 바다처럼 넘실거리고 빵이 알프스처럼 잔뜩 쌓인 우리의 풍요로운 세계는 기근에 시달리던 중세의 조상들이 꿈꾸던 생기발랄한 곳과는 다르다.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정신들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기능들을 단순화하거나 가속화하는 데 삶의 대부분을 보낸다. -50쪽

밀가루 반죽으로 심리적 갈망에 응답을 하겠다는 계획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로렌스는 그런 계획이 노련한 브랜딩 전문가의 손에 들어가면 비스킷의 폭, 형태, 코팅, 포장, 이름 등으로 구체화되며, 이런 결정에 따라 비스킷도 위대한 소설의 주인공처럼 상황에 어울리는 기묘한 느낌을 발산하는 인격을 부여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렌스는 처음부터 자신의 비스킷이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ㄷ고 한다. 거의 모든 문화에서 원과 여성성과 전체성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쾌적한 탐닉의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 작은 건포도 조각과 초콜릿 칩이 들어가는 것도 필수였다. 그러나 노골적인 퇴폐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은 막아야 했기 때문에 크림은 넣지 않았다. -82쪽

제조업자는 자신의 일이 인류에게 의미 있는 기여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경박한 방식을 보면 그 주장의 빛이 약간 바랜다. 한 직원이 핌블수라고 부르는 만화 캐릭터들이 인쇄된 공짜 스티커 증정 행사를 골자로 한 슈퍼마켓 프로모션을 고안하는 데 3개월을 보냈다는 소식에 대한 합리적 반응은 슬픔뿐이다. 어른들은 왜 그렇게 치사하게 자신의 책임을 방기할까? 두건이 달린 검은 망토 차림의 죽음이 어깨에 낫을 둘러메고 지평선에 나타나기 전에 한번 이루어보고 시은 더 큰 야망은 없을까?-107쪽

이 얼마나 독특한 문명인가. 엄청나게 부유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작고 또 아주 작은 의미밖에 없는 것들을 팔아 부를 늘리는 문명. 돈은 쓸만한 가치 있는 묵적과 돈을 버는 매커니즘-종종 도덕적으로 경멸스럽고 또 파괴적인 메커니즘-사이에서 갈등을 일으켜 분별력 있게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문명.
교역,사치,개인 재산을 중심에 놓고 더 높은 목표의 추구에 관해서는 입에 발린 말밖에 하지 않는 상업적 사회의 역설과 승리를 경제학자와 정치 이론가들이 처음 의식한 것은 18세기였다. 이 사회의 관찰자들은 처음부터 두 가지 가장 두드러진 특징에 깜짝 놀랐다. 부와 영적 타락. 베네치아는 그 전성기에 바로 그런 사회였고,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였고, 18세기 영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그 예들을 쫓고 있다. 정신이 고결하고 도덕적인 야심이 있는 구성원들은 사회의 방종에 경악했다. 그들은 소비주의를 매도하면서 대신 아름다움과 자연, 예술과 우애를 찬양했다. 그러나 비스킷 회사는 초콜릿 비스킷의 효율적인 생산을 무시하고, 사회의 가장 유능한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마케팅 프로모션 기법을 개발하면서 인생을 보내는-111쪽

것을 막는 나라들이 너무 버거워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늘 직면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곳이다. 그런 나라들은 가난하다. 너무 가난해서 정치적 안정을 보장할 수도 없고,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는 국민을 돌보지도 못한다. 그 결과 이런 나라의 국민은 기근이나 전염병에 목숨을 빼앗긴다. 고상한 나라들은 국민이 굶주리게 놔두는 반면, 자기중심적이고 유치한 나라들은 도넛과 6천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 덕분에 산과병동과 두개골 스캐닝 기계에 투자할 자원을 갖추고 있다. -111쪽

어린 시절 개인의 형성은 마천루의 기초를 올바르게 잡는 작업만큼이나 민감하고 중요한 일이며, 이 기초 단계에서 약간이라도 불순한 것이 들어오면 죽는 날까지 인간이라는 동물의 균형을 흔들어놓을 만한 압제적인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증거는 많다. 유년의 학대가 눈에 두드러지지 않는다 해서 그 의미를 계속 부정하는 것은, 한때 우리 조상들이 핀 머리만 한 크기의 침 한 방울에 치명적인 미생물 군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경멸할 때 보여주었던, 강건하지만 아무래도 무모한 상식적태두롤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136쪽

나는 시먼스의 회사를 나오면서, 모두가 일과 사랑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부르주아적 자신감 안에 은밀하게 똬리를 틀고 이쓴 배려 없는 잔혹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 두가지에서 절대 충족감을 얻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충족감을 얻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뜻일 뿐이다. 예외가 규칙으로 잘못 표현될 때, 우리의 개인적 불행은 삶에 불가피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저주처럼 우리를 짓누라게 된다.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운명에서 갈망과 오류를 위해 마련된 자연스러운 자리를 부정하여, 우리가 경솔하게 결혼을 하고 야망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집단적인 위로를 받을 가능성을 부인해버린다. 그 결과 우리는 어떻게 해도 진정한 나 자신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 혼자만 박해와 수모를 당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142쪽

테일러의 집 2층 침실 옆에 붙은 작은 방을 스튜디오라고 부른다면 너무 거창할 것이다. 어쨌든 그 방은 1년의 여러 철, 하루의 여러 시간에 그린 떡갈나무 그림으로 덮여 있다. 크기는 작지만 아주 쾌적한 방이다. 사실 여러 해의 노동의 결과를 사방의 벽에 걸어놓고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 우리의 모든 지능과 감수성을 한 장소에 모아둘 기회는 더군다나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노력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물리적 상관물을 찾지 못한다. 우리는 거대하지만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집단적인 기획들 속에서 희석되고, 그러다 보면 작년에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해진다. 더 깊은 수준에서는 우리가 어디로 간 것이고, 도대체 무엇이 된 것인지 궁금해하다가 결국 퇴직 기념 파티 같은 분위기에 저어 우리의 사라진 에너지들을 바라보게 된다.-204쪽

그럼에도 테일러는 예술을 말로 요약하려는 모든 시소를 수상쩍게 여긴다. 그는훌륭한 그림이라면 자동적으로 모든 논평을 부적절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그림이 우리의 논리적 기능보다는 우리 감각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210쪽

회계가 세상을 보는 특수한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회계사는 나에게 책을 어떻게 또는 왜 쓰느냐고 묻지 않고, 어떤 책의 세금을 몇 년에 걸쳐 낼 수도 있느냐, 아니면 출판할 때 전부 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사람을 보면 먼저 신장부터 생각하는 신장 전문의와 비슷하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들에게 지속적인 유산으로 남을 만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성을 발휘할 때 누리는 내적 자유란 택시 운전사들이 길을 찾는 기술을 실행에 옮길 때와 비슷하다. 어디든 손님이 가라고 하는 방향으로 가는것이다. 그들은 이번 주에는 석유 시굴 회사의 재정 문제를 처리해달라느 ㄴ요청ㅇ르 받았다가. 다음 주에는 슈퍼마켓이나 광섬유케이블 공장의 조세 부담 문제를 처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수도 있다. 다급한 내부의 기획 또는 병이나 그로 인한 고통 때문에 그 일을 미룰 수는 없다. 그들은 낯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시으 야망도, 둔감하고 덧없는 미래를 위해 자신의 통찰을 기록해두고 싶은 야망도 없다. 그들은 망각을 순순히 받아들일 만큼 잘 조정이 되어 있다. 감사 업무에 불멸을 위한 기회는 거의 -270쪽

없다는 사실을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271쪽

사장은 또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는 권리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긴 인사이드와 와튼 졸업생들을 야단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에게 남은 한 가지 도구는 설득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제국 여러 곳에서 한달에 서너 번씩 연단을 올라가 재킷을 벗고 앞에 모인 회계사 3천 명을 건너다보며 파워ㅗ인트 구호들을 배경삼아, 그들이 존경할 만한 전문직업인이라고 먼저 이야기를 꺼낸 뒤에야 그들이 일하는 방법에서 개선할 점들을 교묘하게 제시할 수 있다. 마치 신앙이 쇠퇴하는 시대에 겸손하게 호소하는 설교자 같다. -282쪽

사무실 문명은 커피와 알코올 덕분에 가능한 가파른 이륙과 착륙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밤에는 자비로운 칠레산 카베르네, 그리고 전혀 괴롭지 않게 최면을 걸듯 오늘의 범죄와 변화를 이야기해주는 저녁 뉴스의 안내를 받아 착륙 지점을 향하여 다가가게 될 것이다. -298쪽

이 소식을 전한 사람은 그의 동료이자 과학자인 무함마드 쇼라비였다. 그의 고풍스러운 예의, 운율 잇는 영어, 트위드 양복은 오로지 근대 이전의 문학 작품을 매개로 영국과 접촉하는 사람의 경우가 아니라면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영국 애호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었다.-304쪽

그러나 현실적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 오를 가능성은 400년 전에 프랑스에서 귀족이 될 가능성보다 아주 약간 더 클 뿐이다. 외려 귀족 시대는 그 가능성에 관해 솔직했고, 그런 면에서 더 친절했다. 옛날 사회는 포테이토 칩에 미래를 한번 걸어보라는 식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을 무작정 강조하지 않았으먀, 따라서 평범한 삶은 실패한 삶과 똑같다는 식의 잔인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311쪽

현대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죽은 뒤에도 기술과 사회가 계속 혁명적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우리 노동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을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 우리 조상들은 시간이 흘러도 자신이 성취한 것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허리케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건물, 스타일에 대한 감각, 우리의 관념들, 이 모든 것은 곧 시대착오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크나큰 자부심을 갖는 기계들은 햄릿이 들고다니던 요릭의 두개골만크이나 진부해 보일 것이다.-360쪽

우리의 하찮음과 약함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뻔하고, 너무 잘 알려져 있고, 너무 지루해서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과제가 넓게 보면 분명히 말이 안 되는 것임에도, 확고한 결의와 진지함으로 그 과제에 다가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있는 일의 의미를 과장하고자 하는 충동은 지적인 오류이기는 커녕 사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이 좋으면 우리는 모든 나라의 모든 인간 경험과 동일시를 하고, 머나먼 땅에서 벌어진 살인에 한숨을 쉬고, 우리 자신의 수명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은 경제적 성장과 기술적 진보를 바란다. 우리가 악당 세포 몇 개만 거치면 바로 종말에 이르는 존재임을 잊어버리는 것이다.-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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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의 여행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신현승 옮김 / 터치아트 / 2007년 3월
품절


...그러나 나중에 우리는 모두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가능성에 대해 히스테릭한 패닉 상태에 빠져 들 수 있다. 혹시 내가 암에 걸리면 어떻게 할까? 직장이 위태로워지면 어쩔까? 아이들이 마약에 중독되면? 내가 대머리가 되면? 내 텐트 밖에 코끼리가 있으면? 대처 방법을 모르는 뭔가 끔찍한 것을 상대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까? 그러나 해답을 아는 바로 그 순간 히스테리는 눈 녹듯이 사라진다. 설령 그 해답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러고 나면 당면한 문제는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다소 불쾌한 상황이 이어진다 할지라도 해답을 알면 히스테리는 멈춘다. 히스테리는 실제 상황을 직시하지 않으려 할 때 일어난다. 우리는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을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순간 두려움은 말끔히 사라진다. -209쪽

포기하는 마음에는 전염성이 있다. 일단 포기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자신의 삶 전체로 번진다.-237쪽

"내 인생은 대부분 불행했어. 그러다 어느 날, 그냥 오늘을 위해서만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더군. 마음만 먹으면 오늘을 즐길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어. 당연히 난 즐기는 쪽을 선택했지."
그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그를 완전하고 확신에 찬 사람으로 만들었다. 한 마디로 평가하면, '진짜 실속 있는 사람'이었다. -262쪽

나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진정한 표현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310쪽

데이비드의 이론은, 페미니즘과 성적 혁명이 사실상 전통적인 성 역할을 반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보라고, 남자들은 죄다 결혼하여 정착하고 싶어하지. 하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아. 남자들은 아이를 원하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아. 남자들은 의미 있는 관계를 원하지. 하지만 여자들은 서둘러 섹스한 후 자신의 일터로 바로 돌아가고 싶어하거든."
이런 반전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데이비드는 안드레아 같은 여자들의 행동에 '여성마초'라는 명칭을 붙였다. 데이비드의 개념에 따르면, 여자들은 지난 세월을 남자처럼 행동하기 위한 기회로 간주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남자의 행동을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여자들은 ㅏ끔 숨겨진 의도를 깨닫지 못한 채 그 형태를 변화시켰다.
"자, 남자들은 하룻밤 정사를 위해 낭만적으로 행동하잖아. 그럴 때면 여자들은 그것이 위선이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여자들이 하룻밤 정사를 작정하면 그걸 상대방에게 알리거든. 바로 이거야! 여자들에겐 환상이 없어. 하지만 이런 태도는 남자들에게 솔직하다기보다 잔인한게 아닐까. 사실은 남자들은 낭만주의자인거야.남자들이야말로 낭만이 필요한 존재니까."-408쪽

...마찬가지로 성별에 관한 가장 바람직한 생각은 남녀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최상의 전략이다. 성별 사이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 성을 대상화하여 궁극적으로 무력하게 만드는 성향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남녀 모두 상대방 성에 이런 성향이 있었다. '그들'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존재했다. '그들'은 이런 성향이 있었다. '그들'이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여자들과 함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들의 행동에 대해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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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9-1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총잡이는 총을 쏘지 않으려 노력하는 법이다, 라고 말하던일화가 기억에 남았지요. LAYLA님이 밑줄 그으신 바로 그 지척에 있었던 기억이.
 
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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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드스턴은 스코틀랜드인 특유의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그가 15살에 쓰기 시작하여 85살에 백내장으로 눈이 먼 뒤에 중단했던 일기에는 하루가 대부분 15분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의 말을 빌면 일기는 "가장 귀중한 선물인 시간의 회계 장부"였다. 동전 한 푼 낭비하지 않는 검소한 사업가였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글래드스턴은 1분도 절대로 낭비하지 않았다. 1840년대에 글래드스턴과 함께 내각에서 일했던 제임스 그레이엄은 그가 남들이 16시간에 할 일을 4시간에 해치우면서 하루16시간씩 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194쪽

나는 집이 없는 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어. 서점에는 모두 집 없는 책뿐이잖아. 역사가인 존 클라이브가 1990년에 돌아가신 뒤에 책을 우리 가게로 옮기기 위해 그의 집에 가 보았을 때 그 점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지. 나는 그 학기에 대영제국에 대한 클라이브의 강의를 들었어. 하지만 그는 번지르르하게 강의를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강의를 듣고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단ㄴ 느낌은 들지 않았지. 그의 서가를 보았을때에야 클라이브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는 느낌이 드었어. 서가에는 007제임스 본드 페이퍼백이 19세기 의회 속기록들과 나란히 꽃혀 있었지. 그의 책장을 통해 그의 강의로도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 셈이야. 우리는 그 책들을 가게로 가져가 주제에 따라 분류했어. 역사는 왼쪽 벽에, 문학은 오른쪽 벽에, 철학은 위쪽 골방에. 그랬는데 갑자기 그 책들이 이제는 존 클라이브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더라고. 장서를 흩어놓는 것이 꼭 시신을 화장해 바람에 뿌리는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무척 서글펐지. 그래서 나는 책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다른 책들과 공존할 때에만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 그 맥락을 잃어버리면 -207쪽

의미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지.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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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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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떡, 정말 맛있어."
어머니가 떡을 씹으며 말한다. 게으른 삶을 사는 데 비해서 살이 찌지 않는 것만은 칭찬해 줄 만하다. 허영심이 식욕보다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218쪽

"가자. 뭔가 있어."
세 사람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야쿠자들을 스쳤지만 눈길만 한 번 던졌을 뿐이었다. 젊어서 다행이다. 청춘은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길거리를 달려도 너무 자연스러우니까.-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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