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네모북) / 2006년 2월
구판절판


...몸 전체에서 체취를 없애는 작업도 자주 이루어진다. 우리는 의학적 치료나 위생에 필요한 횟수보다 훨씬 더 자주 몸을 씻고 목욕을 한다. 체취는 사회적으로도 억압되어, 화학적으로 냄새를 없애는 체취 방지용 화장품이 대량으로 팔리고 있다. 이런 통제는 대부분 그것이 제한하는 현상을 좋지않다거나 버릇없는 짓 이라거나 교양없는 짓으로 몰아붙여 반박할 수 없게 하는 간단한 전략을 사용한다. 이런 제약의 참된 본질은 성적 신호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위적인 도덕규범이나 성에 관한 법률의 형태로 보다 공공연하게 통제하기도 한다. 이런 통제는 문화에 다라 다양하지만, 중요한 관심사는 모두 똑같다. 즉 낮선 사람을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것을 막고, 정해진 짝이 아닌 상대와 성적 상호작용을 갖는 것을 줄이는 것이 이런 통제의 목적이다. -111쪽

그러나 이런 통제는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과정을 돕기 위해 다양한 수법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스포츠와 격렬한 신체활동이 장려되는 것은 그것이 성적충동을 줄여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때문이다. 이런 생각과 그것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를 주의 깊게 조사해보면, 대부분 참담한 실패를 거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성적 활동성에서 다른 집단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대신 신체가 건강해지기 때문에, 잃고 얻는 것이 서로 상쇄된다. 성욕 억제에 도움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처벌과 보상이라는 해묵은 제도뿐인 것 같다. 성행위에 탐닉하면 벌을 주고, 성욕을 자제하면 상을 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충동을 줄이는 게 아니라 억압할 뿐이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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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범우문고 71
A.까뮈 지음 / 범우사 / 198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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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신념이란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 하나의 가치도 없다. 그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없다. 그러나 나는 빈손인 것처럼 보이나 확신이 있다. 나 자신에 대해서, 모든 것에 대해서, 내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다가올 그 죽음에 대해서 신부보다 더 확신이 있다. 그렇다, 내게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이 진리가 나를 붙잡고 있는 한 나도 이 진리를 붙잡고 있다. 나는 옳았고, 지금도 또 옳다. 그리고 영원히 옳을 것이다. -147쪽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나는 어머니가 생의 종말에서 왜 '약혼자'를 가졌었는지, 왜 생을 다시 시작하는 놀이를 생각하였는지 알 것 같았다. 저기, 저기 역시, 생명이 스러져가는 그 양로원 주위에서도 저녁은 우울한 휴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게도 죽음에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어머니는 거기에서 해방된 자신을 느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려는 준비를 했었던 게 틀림없다. 아무도, 그 아무도 어머니에 대해서 눈물을 흘릴 권리가 없는 것이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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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품절


아마 문제는 자신의 외모에 있을 터였다. 물론 그 남자들이 직접 입밖에 내어 말한 적은 없지만 그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태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생김새로 남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들은 느껴본 적도 없을 그런 쓸쓸함.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만큼도 남자들은 여자의 내면 따위는 돌아봐주지 않았다. -21쪽

"괴..굉장한 차네요"
다에코는 시트 끝을 움켜쥐고 기이치로 아버지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바케트 시트에 푹 파묻힌 채 기이치로의 아버지는 품에서 궐련을 꺼내 불을 붙였다. 다시 아까 역에서 맡았던 것과 똑같은 골풀 비슷한 냄새가 좁은 차안에 가득 찼다.
"응, 이거? 이 근방 농사꾼들은 죄다 밭에 나갈 때는 이 차를 타고 다니느만. 시골은 휑허니 넓어놔서 집에서 저 끄트머리 밭에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 이만큼 빠른 차가 아니면 밭에 가기도 전에 해가 떨어져 버린다니께."
자갈을 말아 들인 타이어에서 작은 돌이 튕기는 소리가 자동차 바닥에 크게 울려 퍼졌다. 옆 눈으로 속도계를 바라보니 바늘이 210km를 가르키고 있었다.
"아...아버님...이건 뭐라고 하는 차예요? 속도가 굉장하네요"
"아아 이거? 람보르기니라고 하는 차라더만, 모를꺼여. 도쿄 사람은. 시골 사람들만 타는 차니께. 요즘 세상에 이런 차는 한물갔지 뭐"-13쪽

그러시겠죠. 도회지 분들은 시골 농가에 대해 오해하는 게 많아요. 이건 미리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점인데 이곳에는 무엇이든 다 있어요. 말씀하셨듯이 아름다운 자연도 있죠. 그리고 우리 집에는 돈도 있습니다. 사들이지 못할 건 하나도 없어요. 건방진 소리겠지만 도쿄의 부르주아라고 하는 사람들하고는 비교가 안될 만큼 돈은 많아요. 하지만 유일하게 없는 것이 신부예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신부도 돈으로 살 수는 있죠. 우리 쪽의 경제력을 다 보여주고 느긋하게 시골 생활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면 얼마든지 상대는 찾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말에 솔깃해서 따라나서는 그런 여자들은 안됩니다. 그런 여자는 지금까지 남자들에게 응석을 부리며 자유롭게 연애를 즐겨운 여자들이에요. 콤플렉스로 성격이 비뚤어지는 일도 없었고 그저 거침없이 웃으며 성장해온 여자들. 결혼을 계기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생활을 해보겠다, 우아하고 따스한 가정을 만들겠다, 머릿속에 그런 생각밖에 없는 흔해빠지고 따분한 여자들이죠

어이없다는 얼굴로 기이치로는 말했다.

그게 왜 나쁘죠? 저는 그런 여자들이 부러운데요...

-28쪽

농가의 신부답지 않기 때문이에요. 농가의 신부다운 깊이가 없어요. 비애가 없어요. 농가에서는 무엇보다 양식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생활이 부유해도 농가다운 양식미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처럼, 어디서 보건 한 조각 틀림도 없이 농가의 여자다운 그 아름다움. 나는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겁니다. 그런 여자를 아름답다고 느껴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만큼 지쳐버린 등허리. 굴절과 자학이 꽃으로 피어난 듯 딱딱하게 웃는 얼굴. 행복을 남의 반절도 맛본 적이 없는 그런 풍정. 나는 그런 매력을 가진 여자와 살고 싶어요.

조그맣게 벌레 소리가 났다. 다에코는 눈을 내리뜨고 테이블의 나이테를 응시한 채였다.

다에코 씨, 저와 결혼해주지 않겠습니까?-28쪽

인생이란 자신의 죽음을 아름답게 채색하기 위해,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 '아아 좋은 한 평생이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장식품 같은 추억과 물질, 그런 것들에 둘러싸이기 위해 보내는 작업인 것이다.-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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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2007-11-09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보르기니 얘기 좀 웃긴데요..^^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구판절판


"인생은 시합이지. 맞아, 인생이란 규칙에 따라야 하는 운동경기와 같단다."
"예 선생님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시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시합은 무슨. 만약 잘난 놈들 측에 끼어 있게 된다면 그때는 시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측에 끼게 된다면, 잘난 놈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편에 서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시합이 되겠는가? 아니. 그런 시합은 있을 수 없다. -19쪽

생일 선물로 형이 링 라드너의 책을 준 적이 있다. 그 때가 내가 펜시로 오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아주 재미있고ㅡ 유쾌한 희곡 몇편이 실려 있었고ㅡ 교통 경찰이 늘 속도 위합능 ㄹ하는 귀여운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는 단편소설도 한 편 실려 있었다. 그 소설에서 경찰은 유부나미었기 때문에 그 아가씨와 결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 아가씨는 결국 사고로 죽고 만다. 늘 속도 위반을 일삼더니만. -32쪽

...그중에는 다리를 꼬고 있는 여자도 있었고, 꼬지 않고 있는 여자도 있었다. 보기 좋은 각선미를 가진 여자가 있는가 하면, 형편없이 못생긴 다리를 가진 여자도 있었다. 숙녀처럼 보이는 여자도 있었고ㅡ 창녀처럼 보이는 여자 등 각양각색이었다. ...아마 대부분은 멍청한 녀석들과 결혼을 하겠지. 언제나 자기 차가 휘발유 1갤런에 몇 마일이나 달릴 수 있다고 떠벌리곤 하는 녀석들이나, 탁구나 골프를 치다가 지기라도 하면 어린아이처럼 화를 내는 놈들이나.비열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과 짝이 되겠지. 또는 평생 가야 책 한장도 읽지 않는 놈들에, 정말 지겹기 짝이 없는 자식들과 말이다. -165쪽

...먼저 인간들의 행위에 대해 놀라고, 당황하고, 좌절한 인간이 네가 첫번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그런 점에서 보면 넌 혼자가 아닌거지.-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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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11-02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여러 부분에 공감이 갔어요.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그 소망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 때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없군요. 어른도 애도...

LAYLA 2007-11-0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읽으면서 무척 힘들었답니다. 공감을 못해서요 ^^; 토론할 책만 아니었다면 중간에 그만뒀을거에요. 사람마다 같은 책에서 느끼는게 다르겠지만 이 책은 호불호가 나뉘는 책인거 같아요. 감동했다는 사람도 있고 지루했다는 사람도 있고..^^

2007-11-08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품절


펑샤가 아이를 갖자 얼시는 그 애를 더 아껴줬다네. 여름이 되니 모기가 많아졌는데 그 애들 집엔 모기장이 없었어. 그래서 날이 저물면 얼시는 먼저 자기가 침대에 누워 모기들을 배불리 먹였지. 그동안 펑샤는 밖에서 시원하게 앉아 있으라 했고 말이야. 집 안의 모기들이 배가 불러 더 이상 물지 않게 되면, 그제야 제 처를 들어가 자게 했다네. 몇 번인가 펑샤가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얼시는 조바심을 내며 펑샤르 ㄹ밖으로 밀어냈다더군. 이런 이야기는 모두 얼시네 이웃집에서 들려준 거라네. 이웃집 여자들은 얼시한테 이렇게 말했대
"가서 모기장을 사오지 그래요?"
그러나 얼시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더라구. 한참 지난 뒤에야 나한테 조심스럽게 말했지
"아직 빚을 다 갚지 못해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
얼시는 모기한테 하도 듣겨서 몸 여기저기가 붉은 반점 투성이였지. 나도 마음이 아파 말했다네.
"그러지 말게나"
"저 혼자 몸이야 모기한테 몇 번 물려도 그리 불편할게 없지만 펑샤는 두 사람이잖아요."-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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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10-23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저 부부는 결혼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을게야, 장담하고 말고, 암~

LAYLA 2007-10-2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소설속에선 분명 신혼부부지만 ^^ 미즈행복님도 알콩달콩하시면서 뭘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