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장바구니담기


글래드스턴은 스코틀랜드인 특유의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그가 15살에 쓰기 시작하여 85살에 백내장으로 눈이 먼 뒤에 중단했던 일기에는 하루가 대부분 15분 단위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의 말을 빌면 일기는 "가장 귀중한 선물인 시간의 회계 장부"였다. 동전 한 푼 낭비하지 않는 검소한 사업가였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글래드스턴은 1분도 절대로 낭비하지 않았다. 1840년대에 글래드스턴과 함께 내각에서 일했던 제임스 그레이엄은 그가 남들이 16시간에 할 일을 4시간에 해치우면서 하루16시간씩 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194쪽

나는 집이 없는 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어. 서점에는 모두 집 없는 책뿐이잖아. 역사가인 존 클라이브가 1990년에 돌아가신 뒤에 책을 우리 가게로 옮기기 위해 그의 집에 가 보았을 때 그 점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지. 나는 그 학기에 대영제국에 대한 클라이브의 강의를 들었어. 하지만 그는 번지르르하게 강의를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강의를 듣고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단ㄴ 느낌은 들지 않았지. 그의 서가를 보았을때에야 클라이브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는 느낌이 드었어. 서가에는 007제임스 본드 페이퍼백이 19세기 의회 속기록들과 나란히 꽃혀 있었지. 그의 책장을 통해 그의 강의로도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 셈이야. 우리는 그 책들을 가게로 가져가 주제에 따라 분류했어. 역사는 왼쪽 벽에, 문학은 오른쪽 벽에, 철학은 위쪽 골방에. 그랬는데 갑자기 그 책들이 이제는 존 클라이브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더라고. 장서를 흩어놓는 것이 꼭 시신을 화장해 바람에 뿌리는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무척 서글펐지. 그래서 나는 책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다른 책들과 공존할 때에만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 그 맥락을 잃어버리면 -207쪽

의미도 잃어버린다는 것을 깨달았지. -20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