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 Mr. Know 세계문학 2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루시가 조지 에머슨을 사랑한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시의 입장에 선다면 그게 그렇게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정리하기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살기는 혼돈스러우며, 우리는 언제나 <신경>이라든가 다른 피상적인 말들로 내면의 욕망을 가려 덮으려고 한다. -175쪽

좋은 친구에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지금의 미숙함을 떨쳐 낼 겁니다. 나는 인생에 너무 잘 적응하는 젊은이들을 믿지 않습니다. -176쪽

아버지가 말씀하시기를...완전한 전망은 하나뿐이래요. 우리 머리 위로 올려다보이는 하늘의 전망 말이에요. 땅 위에서 보는 전망들은 다 그걸 어설프게 흉내 낸 거래요.-194쪽

진정한 기사도 정신- 남녀 사이에 오가는 낡은 기사도 정신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발휘하는 진정한 기사도 정신-246쪽

충격받았구려. 하지만 충격을 주려고 한 말이에요. 때로는 충격밖에 희망이 없으니까. 다른 방식으로는 아가씨한테 접근할 수가 없으니까. 아가씨는 결혼해야 햐요. 안 그러면 인생을 허송하는 거야. 이제 아가씨는 물러나기에는 너무 멀리 갔어요. 나한테는 이제 시간이 없어. 그래서 사랑이나 우정, 시같이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 아가씨가 결혼을 통해 얻는 것들을 누릴 수가 없어요. 분명한 건 조지하고 함께라면 아가씨가 그런 것들을 찾으리라는 것, 그리고 아가씨가 녀석을 사랑한다는 거에요. 그러니 아들놈하고 결혼해요. 벌써 아가씨 마음속 한 자리를 녀석이 차지하고 있지 않소? 아가씨가 그리스로 달아나도, 다시는 녀석을 안 봐도, 그 이름조차 잊어도 조지는 죽을 때까지 아가씨 마음속에 있을 거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헤어질 수 없어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요. 사랑을 비틀고 무시하고 혼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걸 떨쳐 버릴 수는 없어요. 경험을 통해서 나는 시인들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아요. 사랑은 영원합니다. 다만 시인들이 이걸 좀 말해 줬으면 좋겠어. 사랑은 몸에 속하는 일이라는 걸 말이야. 몸 자체는 아니지만, -248쪽

몸에 속하는 일이라는걸. 아! 우리가 그걸 인정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 세상의 고통이 줄어들까! 그런 작은 솔직함이 우리 영혼을 해방시킬 텐데!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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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구판절판


화가가 어느 쪽이었지? 둘을 나란히 견줘본다.
접니다, 히라노가 손을 들었다.
응, 열심히 해!
아, 예
평론가라는 건 어느 쪽이야?
접니다. 어쩔수 없이 히사오도 손을 들었다.
넌 안돼. / 엇, 왜 안돼요? 쓴웃음을 섞어 항의했다.
젊은 놈이 평론가 같은거 되어서 뭐해? 저기 객석에 앉아서 남이 하는일에 이러쿵 저러쿵 토를 다는 건 노인네들이나 하는 젃이다. 젊은 사람은 무대로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열심히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돼!
이 아저씨는 정말 못말리겠다. 히라노가 웃음을 씹어 삼기고 있었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근데 평론가라는 건 본인은 실패를 안 하는 일이잖아? 그러니 안 된다는 게야.
아. 예예. 둘이서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실패가 없는 일에는 성공도 없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야. 그야말로 살아있다는 실감이란 말이야. -137쪽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385쪽

남의 속마음을 들으면 어쩐지 나 자신까지 치유된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끼리 서로 통하면 용기가 솟구친다. 도쿄의 에너지는 분명 수많은 사람의 에너지다.-379쪽

"괜히 우울해져서 말이지."
"우울? 우울하다니 결혼이?"
"이래저래"
"이래저래라니? 똑똑히 설명해봐"
"얼마전에 기타하고 엠프하고 처분했어. 신혼집에 놓을 데가 없다고 해서. 별로 미련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어지고 나니까 아, 나는 이렇게 꿈을 포기하는구나 싶고"
오구라가 짧아진 머리를 쓸어올렸다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겸연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우스운 얘기지만 내가 아직도 어딘가에서 꿈을 꾸고 있었나봐 이카텐에 나가고 레코드 회사의 눈에 들어서 혹시 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다음 달이면 서른인데. 정말 바보 같은 소리다만"
"아냐 바보 같은건 없어 "
"악보도 다 처분하고 레코드는 어머니 집에 보내고 그런 주변정리를 하다 보니 뭔가 완전히 끝났다는 기분이 들더라고"
"그 기분, 나도 알 거 같아"
"이 머리도 장인 장모한테서 은근히 지적이 들어오더라고. 결혼식에 그 머리로 나올 거냐고.,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생각했는데 자, 그럼 왜 기르고 있냐고 자문을 해 봤더니 딱히 대답이 안나오더라고. 한마디로 이건 정신적인 모라토리움인거야. 이십대 내내 어른이 되기 싫다고 생각했었어."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마찬가지야"-373쪽

"대학졸업하고 기업에 취직한 녀석들은 주위에 어른들이 있으니까 저절로 사회나 세상에 동화되잖아? 하지만 우리는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계속 학생기분으로 이십대를 보내버렸나봐. 내일 결혼식은, 너희들 이제 어지간히 좀 나가라고 대학12학년생을 억지로 등떠밀어 졸업시키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친구들하고 함께 떠들고 웃고 할 마음이 안나더라. 마음 독하게 먹고 머리를 잘랐는데 너무 안 어울려서 얼굴 내밀기도 싫고.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신주쿠에서 나 혼자 술 한잔 했다. 어른이 되려고 깎았는데 괜히 더 어린애 같지?"
"데뷔 당시의 폴 메카트니를 닮았는데? 마지막 여자와 손을 끊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해주지"-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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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론리하트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이종인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10월
품절


쾌락주의란 말이야, 좀 속되게 말하면 '현금이 좋아, 외상은 싫어'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지.
자네는 이제 쾌락의 생활에 몰두해. 하지만 너무 탐닉하면 안 되니까 조심해야 하네. 아무튼 자네는 자네의 몸이 쾌락 기계라는 것을 깨닫고 그 몸에서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몸을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 술을 마시면서 골프를 치고, 스페인풍 춤을 추면서도 헬스에 나가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거야. 또 자네는 마음의 쾌락도 소홀히 하지 않아. 마티스와 피카소의 그림 아래에서 간통을 하고, 르네상스 은잔으로 술을 마시고 프루스트와 함께 벽난로 아에 앉아 저녁 한때를 보내며 사과를 깨물어 먹지. 하지만 이런 쾌락도 잠시뿐 곧 자네가 죽어야 할 날이 찾아와. 자네는 입술을 꼭 깨물면서 최후의 파티를 열기로 결정하지. 옛날의 정부, 헬스 지도자, 예술가, 술친구들을 모두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거야. 손님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고 웨이터들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어. 테이블은 에릭 길이 자네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관이야. 자네는 검은 캐비아, 블랙베리, 감초 캔디, 크림을 넣지 않은 커피를 대접하지. 무용단 여자애들이 무용을 마치고 나면 자네는 -83쪽

벌떡 일어나 주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자네의 인생 철학을 설명하는거야.
'인생이란.' 자네는 말해
'불평 불만을 받아주지 않는 클럽 같은 곳입니다. 카드 패는 딱 한번만 돌아가고 당신은 싫든 좋든 그 게임에 참가해야 합니다. 그 카드 패가 별 볼일 없고 운명의 손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신사처럼 씩씩하게 카드 게임을 해야 하는 겁니다. 자, 마음껏 취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을 마음 껏 드시고 이층에 있는 여자애들과 즐겁게 사귀십시오. 하지만 당신이 최고의 패를 잡은 그 순간에 게임을 끝내는 검은 휘장이 내려온다 해도, 절대 불평 불만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84쪽

사람들에게 이렇게 씩씩하게 말하란 말이야. 구두가 닳아 떨어졌고 얼굴에 여드름이 났고 이빨은 뻐드렁니이고 발은 평족이래도 자네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구. 왜냐하면 내일이면 카네기 홀에서 베토벤의 후기 사중주곡이 연주될 것이고 자네의 집에는 한 권 짜리 셰익스피어 전집이 있으니까 말이야-85쪽

인간은 늘 꿈을 가지고 자신의 비참함과 싸워왔다. 과거에 꿈은 아주 막강한 것이었지만 그 꿈은 이제 영화, 라디오, 신문 때문에 유치한 것이 되어버렸다. 인간의 꿈을 배신한 사례가 무수하게 많았지만 최근의 이런 매체들은 정말 최악이다.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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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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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의 다른 주민들만큼이나 젊고 잘생긴 금발 경찰관 두 명이 17세가량 되어 보이는 한 소년에게 부드럽고 상냥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소년은 달나라행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마약을 복용한게 틀림없었다.
..덴마크 사람들은 바보스러우리만치 법을 잘 지킨다. 덴마크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라야 자전거 절도다. 우연히 입수하게 된 1982년 자료에 의하면 그해 코펜하겐에서는 살인 사건이 6건뿐이었다고 한다. 유사한 규모의 도시인 암스테르담의 205건, 뉴욕시의 1688건과 크게 대조되는 수치다. 코펜하겐은 치안상태가 너무 좋아서 마르그레테 여왕은 아말리엔보르 궁에서 상점가까지 평범한 시민처럼 매일 아침 걸어서 꽃과 야채를 사곤 했다고 한다.-171쪽

...경관들은 소년이 일어서도록 부축한 후에 순찰차로 데려갔다. 모여 있던 사람들은 흩어졌지만, 나도 모르게 경관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토록 친절한 경찰을 본 일이 없다는 점을 빼면 내가 그들에게 왜 그렇게 매료됐는지는 모를 일이다. 나는 순찰차까지 가서 영어로 여자 경관에게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저 소년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집으로 데려갈 겁니다"
그녀는 그렇게만 말하고 눈썹을 약간 치켜 올리더니 말했다.
"애들은 자기 침대에서 자야 잘 자잖아요"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미국에서 경찰에게 잡혔을때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주차 위반 과태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들은 내게 벽을 향해 팔다리를 벌리고 서도록 한 다음 몸을 수색하더니 나를 경찰서로 연행해 갰다. 당시 내 나이가 열일곱 살 정도였다. 시립 공원 벤치에서 마약에 취해 누워 있었다면 경찰이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했을지 자뭇 궁금하다. 지금 이 나이쯤 돼서야 출감하지 않았을까?
"저 아이는 이 일로 곤란하게 될까요?"
"아버지한테는 혼 좀 나겠지요 그러나 우리하고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우린 모두 젊고, 때로는 제정신이 아니잖아요."-171쪽

"그게 바로 오스트리아의 문제야."
여행하는 내내 몇 번 입을 연 적이 없는 과묵한 토마스가 갑자기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인데, 망할 오스트리아 놈들로 가득하거든."-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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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구판절판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은 같지 않다. 외로움은 상실감을 내포한다. 지극히 친밀한 관계 속에 있다가 만남이 소원해졌을 때, 또는 사랑하던 여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외로움이 기습한다. 그 느낌은 혼자 있는 사람이 느끼는 인간 본연의 고독과는 정도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혼자 있을 땐 자신과 풍부한 대화를 하지만, 외로울 땐 자신을 전혀 돌보지 못한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면서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오지 않을 상대방의 연락을 기다리며 헛된 기대로 시간을 소모시킨다. 그러고 나서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에 화가나서 또 한 번 감정을 소모한다.-100쪽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질병은 천벌이나 저주였다. 어느 특정 질병에 특히 잘 걸리는 성격이 있다고 믿던 때도 있었다. 바로 19세기 서양인들이 그랬다. 이를테면, 폐결핵은 체내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병이기 때문에 감정을 지나치게 소모시키는 사람, 가령 연인을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라거나 몸을 쇠진시키며 시를 창작하는 낭만적인 시인이 잘 걸리는 병이라고 분류되었다. 그와는 반대로 암의 경우는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며 사는 사람에게 잘 찾앋온다고 믿었다. 억제된 부노 같은 것이 표출되지 않고 응어리져 있다가 점점 괴물조직 같은 암 덩어리로 자라난다는 것이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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