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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0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평점 :
왜 이들은 A급의 고전이 되지 못했나 고찰하는 재미가 있는 휴머니스트 문학전집. 이번 책은 산업혁명기에 몰락한 가문을 다루고 있다. 책 소개를 보면 부잣집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와 썸녀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연인이었음을 알게 되며 갈등이 생긴다고 적혀있고, 그러니까 그 갈등과 막장 뒤에 몰락이 온다는 것일텐데. 도파민 터지게 하는 소재모음에 당장 책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독서를 이어나가는 과정은 무척 느렸는데, 그러니까 사실 도파민이 그다지 싹 돌지 않았던 것.
A급 문학에서 몰락은 인간의 욕망으로 스스로 자초한 것이어야 한다. 돌이킬 수 없어야 하고 도망갈 수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인간의 몰락은 표면적으로는 부잣집 도련님의 오만함 때문인것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몰락은 산업혁명기 시대의 변화 때문이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문은 말에서 자동차로 빨리 갈아타지 않은 탓에 가세가 기울어간다.
일론 머스크를 신으로 모시는 이들이 존재하는 21세기를 사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건 주인공의 사랑이나 갈등이 아니라 이 책에서 그리는 시대였다. 정확히 150년쯤 전에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고, 테슬라 주주들은 자신들이 포드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지만 과연 그럴지? 그리고 그 것이 이 책의 패착요인이었다. 어느 독자가 문학을 읽으며 이런 감상을 느끼고 싶겠는가?
몰락한 부잣집 아들의 바닥을 생생히 그려냄으로서 그 시대 독자들이 원하던 권선징악을 잘 구현한 것이 인기의 요인 아니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서 그린 작품은 시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A급 고전은 되지 못한다는 그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