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
에스터 페렐 지음, 김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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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혼은 낙인을 남겼다. 하지만 요즘은 떠날 수 있는데도 곁에 남기로 선택하는 것이 새로운 수치다. - P37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바람피우는 남성의 비율은 1990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여성은 40퍼센트 증가했다. - P42

이전 세대에는 ‘감정적‘측면을 외도로 간주하는 일이 없었다. 과거의 결혼에는 서로의 감정을 독차지한다는 개념이 없었고, 지금도 없는 국가가 많다. 이 개념은 오늘날 커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을까? 결혼은 배우자 외에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이 있거나 다양한 감정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 더욱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친밀해지고 싶은 욕구를 한 사람에게 전부 쏟아부으면 관계는 더 취약해진다. - P55

역사가 스테파니 쿤츠는 결혼이 주로 경제 연합체였던 시기에 때로는 불륜이 사랑을 위한 공간이 되어 주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쿤츠는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사회에는 성욕과 열정, 파트너에 대한 이상화가 합쳐진 낭만적 사랑 개념이 있다. 하지만 대개 이런 것들은 결혼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는데, 결혼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이익을 따지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진정으로 순수한 사랑은 결혼 밖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 P63

"널 사랑해. 우리 결혼하자." 역사상 이 두 말은 함께 쓰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낭만주의가 대두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사회가 급변하면서 결혼의 의미가 재정립되었다. 결혼은 경제 단위에서 동반자 관계로 서서히 진화했다. 이제 결혼은 책임과 의무가 아니라 사랑과 애정을 토대로 한 두 개인 간의 자유로운 계약이 되었다.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삶의 터전이 바뀌면서 우리는 더 자유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외로워지기도 했다. 개인주의가 서구문명을 무자비하게 흔들었다. 현대의 삶에서 점점 더 커져가는 외로움과 맞서 싸우기 위해 배우자 선택에 낭만적 염원이 스며들었다. - P64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야심 찬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배우자와 섹스하려는 이유가 농장에서 일할 아이들 여섯 명이 필요해서도 아니고(사실 그러려면 여덟을 낳아야 한다. 두 명 정도는 일찍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의무여서도 아닌 때가 도래했다. 우리는 섹스가 ‘하고 싶기‘때문에 하려고 한다. 현대의 섹스는 욕망에서 비롯되며, 자유로운 선택을 보여주는 최고의 표현 방식이자 자기 자신의 표현이다. - P66

결혼에 기대하는 바가 이만큼 컷던 적은 없다. 우리는 과거에 가족이 제공했던 모든 것, 즉 안전과 자녀, 재산,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욕망하며 함께 있기를 ‘좋아하는‘파트너까지 원한다.부부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신뢰하는 동료ㅡ 더 나아가 열정 넘치는 연인이어야 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새로운 올림포스를 그려냈다. 이곳에서는 무조건적 사랑이 이어지고, 친밀함이 마음을 가득 채우며, 섹스는 늘 짜릿하다. 이 모든 것을 쭉 한 사람과 한다. 그리고 둘이 함께해야 할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 P68

작은 결혼반지에는 상당히 모순적인 꿈들이 담겨 있다. 우리는 내가 선택한 사람이 안정과 안전, 일관성, 믿음을 주길 바란다. 모두 정착과 관련된 경험이다. 한편 우리는 바로 그 사람이 경외와 미스터리, 모험과 위험도 주길 바란다. 내게 안락함과 강렬함을 줘. 내게 익숙함과 새로움을 줘. 내게 지속성과 놀라움을 줘. 오늘날 연인들은 아주 오랫동안 따로 떨어져 있던 욕망들을 한 지붕 아래 묶어 놓으려 애쓴다. - P68

외도는 그저 사랑의 상실이 아니라 자아의 상실이다. 질리언은 남편에게 이렇게 맗한다. "이제 난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 중 한 명이 됐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되든 이 사실은 변하지 않고 평생 날 따라다닐 거야. 당신이 날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어. 이젠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 P91

진실은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할 수도 있으며, 가학적 쾌락이 동반되면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 P161

외도는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삶"을 약속한다. - P189

가장 좋은 상태의 독점적 관계는 함께 죽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다는 바람이다. 가장 나쁜 상태의 독점적 관계는 살아 있다는 두려움에 대한 치료제다. 둘은 헷갈리기가 쉽다.

-애덤 필립스, 독점적 관계 - P203

욕망을 연구하는 나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빼놓지 않고 이 질문을 한다. 바로 "언제 파트너에게 가장 끌리나요?"다.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파트너에게 매력을 느낄 때"다. 제삼자의 시선은 상당히 에로틱하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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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모든 개 흄세 에세이 3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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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닷이 가고 코르넬리아가 오기까지 공백이 있었는데 그 사이 나는 자라서 결혼까지 했다. 아니, 내가 결혼과 관련해 크게 한 것이 없으니 결혼을 당했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내 말은 개인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P25

나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오래 혼자 있어서 용기가 잘 나지 않는 사람에게, 이야기할 대상이 없어서 밤만 되면 겁이 나는 사람에게, 불을 끄고 쓸쓸한 침실로 혼자 들어가기 싫은 사람에게, 애정은 넘쳐흐르는데 애정을 쏟아부을 대상이 없는 사람에게, 오래 사랑받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해러즈에 가서 개를 구해 오라고 권하고 싶다. 그곳에는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보호해주고 싶어 안달하는 친구들이 줄을 서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친구들은 실컷 베풀고도 보답으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무슨 일이 생겨도 불평하지 않고, 화를 내지 않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어떠한 죄를 저질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즉각적이고 기꺼운 마음으로 용서해줄 것이다. 실로 성자라 할 만하다. 그것도 활기찬 성자다. 또한 인간 성자들만큼 셀 수 없이 많고, 높이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훌륭한 개보다 더 완벽한 성자는 아마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 P75

사람의 감정은 우연과 기회의 놀음이다. - P79

안타깝게도 나이 많은 여자에게는 젊은 남자들이 해롭다. 그런 젊은 남자들은 항상 존재하고, 나이 든 여자들은 위험을 감수해가며 그들의 장단에 맞춰 춤을 준다. 감히 말하건데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그들도 내게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 정도로 나이가 많지가 않아서 그들의 헌신이 귀찮기만 했다. - P84

누가 해묵은 슬픔을 글로 쓰거나 생각하고 싶겠는가. 슬픔을 한구석으로 밀어내고 침묵으로 덮은 채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만 끄집어내 취한 다음, 등을 돌려 내게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행복을 마주해본다.

이것이 바로 남은 생 동안 비틀거리고 휘청거릴 때마다 나 자신에게 해주었던 충고였다. 그러나 슬픔은 들러붙으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슬픔은 오후에 산책하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옆으로 치워버린 뒤 다시 갈 길을 가면 되는 밤송이 같은 것이 아니다. 오직 세월이, 그것도 오랜 세월이 흘러야 마침내 사라진다. 그러나 그 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면 어떨까. - P113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날씨에 따라 신을 찬양하거나 불길할 정도로 조용히 지내게 된다. 과부가 되면서 앞으로 어디에서 살지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포메라니아에서 곧바로 빛과 온기와 색채와 향기가 가득한 이곳으로 왔다면 내 성질이 많이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랬다면 젊을 때부터 온화하고 유한 사람으로 서서히 나이 들지 않았을까. 절망하는 대신 흔들림 없이 평온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눈앞의 고요와 평화를 느끼지 않기는 힘드니까. 주변이 아름다움으로 넘쳐나면 반드시 영혼으로 스며들어 거기에 머물게 되는 법이다. 나는 아름답게 걷는다. 스스로 아름다운 바이런의 여인과는 달리 나는 빛과 온기와 색채와 향기의 도움을 받아 아름답게 걷는다. 여기에서는 ‘결연해지기‘가 쉽다. 식은 죽 먹기다. 그것이 일상적인 상태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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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나의 삶에서 내가 그대 삶 속의 그대에게 씁니다
이윤 리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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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산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비포 앤 애프터라는 글자 아래 확연한 변화를 보여주는 체중 감량 프로그램, 치아 미백 스트립, 탈모 치료, 혹은 성형 수술 광고를 보면 순간 들뜬다. 그 어떤 불만이나 불행에도 해결 방안이 있다고 확언하는 듯한 그 광고들에 혹하면서도 당혹스럽다.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시간을 분리할 수 있다고. 그러나 그 논리는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시도만큼이나 가당찮다. 새로운 풍경은 기껏해야 주의를 분산할 뿐, 결국에는 오랜 습관이 나타날 새로운 배경에 불과하다. 시간이 흘러도, 장소를 바꿔도,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일관성이 없는 사람도 일관적으로 자기 자신이다. - P12

우리의 기억은 과거보다 현재를 더 많이 드러낸다. 물론 과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사진, 일기, 편지, 오래된 여행 가방 등 증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 차고 넘치는 증거 중에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어울리는 것들을 고르고 나머지는 버린다. 과거를 짊어지는 법은 여럿이다. 미화해서 해석하거나, 없던 일로 치거나, 각색하거나 혹은 완전히 허구로 꾸밀 수 있다. 현재는 그처럼 쉽게 조작할 수 없다. - P13

무언가를 숨길 때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을 부끄럽게 여겨서 혹은 지키고 싶어서. - P16

나는 장래 면역학자로서 미국에 왔다. 면역학을 선택한 이유는, 중국을 떠날 핑계와 먹고 살 기술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면역계의 작동 원리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면역계는 비자기물질을 발견하고 공격해서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다. 면역 세포는 기억하는 능력을 지녔는데, 어떤 세포는 자신이 생성된 시점부터 모조리 기억한다. 때로는 오류가 생겨 선택저으로 기억하거나, 더 위험한 경우에는 무분별하게 기억해서, 면역계가 자기를 마치 제거돼야 할 비자기로 잘못 인식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Immune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단어 중 하나이다. 면역으로 방어하는 대상이 무엇이건, 질병이건 어리석음이건 사랑이건 외로움이건 괴로운 생각이건 사그라들지 않는 고통이건, 나는 면역을 원했고 내가 창조한 인물들에게도 면역을 주고 싶었는데, 헛된 바람이라는 사실은 내심 알았다. 생명이 있는 한, 삶에 면역이 될 수 없다. - P23

나는 늘 믿어왔다.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다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 그 순간에,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해하는 모종의 비밀이 있다고. 나도 그 비밀을 알고 싶다. - P67

우리는 타인이 겪은 불행의 깊이를 슬쩍 들여다보고 고통을 잴 수 있다는 희망에 매달린다. 더 슬픈 슬픔이 있고, 더 절망스러운 절망이 있다고. 타인의 고통을 알아보는 순간 자신의 고통을 마주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피하려고 고통을 잰다. 뭐, 적어도 이 점을 강조한다. 남을 위로하는 마음의 크기는 자신을 위로하는 마음의 크기를 넘지 못한다. - P75

체념을 습득하며 슈테판 츠바이크는 고통을 잴 수 있다는 믿음을 내려놓았다. 고통에는 등급이 없다. ... 자살하기 며칠 전에 리오의 축제에 다녀와서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이 폭탄에 죽어나가는 와중에 즐거움이 폭발하는 현장에 있자니 마음이 복잡했다"라고 말한 슈테판의 절망과, 중국의 한 마을에서 감옥에 갇힌 듯한 자기 삶을 비관하여 제초제를 먹고 자살한 열다섯 살 여자아이의 절망을 비교할 수 있을까? - P76

어떤 비평가들은 내 소설에 정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낭독 자리에서 한 젊은이는 내가 정치적 글에 무관심한 이유를 따졌다. 중국의 한 기자는 대부분 작가는 자기 시대에 역사적 책임 의식을 느낀다고 내게 말했다. 그들은 묻는다. 왜 당신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나요?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중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나는 주어진 각본에 맞추어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타인의 뜻에 내 삶을 맞추기를 거부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정치적 선언입니다. - P80

팬케이크와 맥피어슨의 우정은 서로 이해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에 결별하는 양상을 띠고, 이것이 나의 마음을 몹시 어지럽힌다. - P89

내가 병원에 있을 때 매일 전화한 친구는 내가 퇴원한 뒤에도 매일같이 전화해주었다. 때로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글을 써, 친구는 매번 말했다. 못 쓰겠어. 나는 말했다. 네 인물들은 살아갈 자격이 있어, 친구는 말했다. 이제 나는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 나는 말했다. 나는 아직 그들에게 관심이 있어. 친구는 말했다. - P106

"아, 친애하는 톨스토이, 내가 얼마나 막막하고 슬픈지 자네가 안다면! 삶을 시작하기도 전에 흘려보낸 듯한 기분을 자네는 부디 느끼지 않기를 바라네." 투르게네프가 편지에 썼다. 그는 마흔 살이었다. 그가 대표작들을 쓰기 전이고, 수십 년이나 지속될 톨스토이와의 다툼도 일어나기 전이다. 오 년 후에 그는 플로베르를 만나 친구가 되고, 아니 거의 가족처럼 친해지고, 플로베르가 죽기까지 십칠 년 동안 친분을 유지한다. - P108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과 살면서 후회나 갈망이나 미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파리코뮌이 파리를 점령했을 때 투르게네프는 플로베르에게 편지를 보냈다. "아 우리같은 사람들이 살기 힘든 시대네. 우리처럼 타고난 구경꾼들 말일세." 그러나 구경꾼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선택이다. 살고자 내리는 선택이다. - P111

"우리는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씁니다.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투르게네프가 젊은 작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조언했다. 나도 그것을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증명하는 일은 설사 실패하더라도 명확한 결론을 내줌으로써 안도감을 선사하는데, 안도감을 주는 것들을 우리는 습관적으로 또 중독적으로 찾는다. 나는 참으로 야심만만했다. 어쩌면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모든 미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또 내가 누군가에게 미련을 남기지 않도록 모두에게서 거리를 둔 채로 살 수 있다고 증명하려 했다. - P126

다음 날에 나는 대영박물관에 갔다. 살아 있는 사람들과 오래 전에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잊기에 좋은 곳이다. - P139

고독은 고귀하지만, 고독에서 빠져나올 힘이 없는 예술가에게는 치명적이다. 예술가는 반드시 자기 시대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요란하고 불순한 시대이더라도 말이다. 예술가는 끊임없이 주고받고, 주고 또 주고, 또 받아야 한다.

-로맹 롤랑, 장 크리스토프 - P193

인생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끝내 선택하였으며 돌아설 수 없는 방향이 우리라는 사람을 정의하듯이, 우리가 결국 선택하지 않은 길은 한때 고려된 가능성으로서 우리에 관한 무언가를 말한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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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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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인 제가 늘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카피라이팅이란 뭔가요?"입니다. 저는 늘 그에 대한 답으로 "카피라이팅은 아름다운 글쓰기보다 신경 쓰이는 글쓰기에 가깝습니다."라고 답합니다. - P20

최근에는 일하다 뵙게 된 개발자 한 분의 말에 반해 저도 다른 상대에게 써먹어 봤습니다. "이해가 안되는데요"라는 말 대신 "더 이해하고 싶어서 그러는데요"로 시작하는 말이었지요. - P25

그 인생-말하면 설교, 쓰면 문학.
그 일상-생각하면 평범, 쓰면 문학.
그 청춘-말하면 건방, 쓰면 문학.
그 불만-말하면 푸념, 쓰면 문학.
테마는 당신 안에.

-제12회 봇짱문학상 공모전 - P35

사랑에 피의 연결이 필요 없다는 것은 부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특별양자제도 - P119

인생은 겨울이 아니라 봄으로 끝내고 싶다.

-힐데모어.고령자 전용 주택 - P171

마음에, 모험을.

-신쵸샤 여름 추천 도서 100선 - P189

어떤 꿈이라도, 수첩에 접으면 계획이 된다.

-놀티, 시스템 다이어리 브랜드 - P193

미생의 윤태호 작가님께서 과거 한 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용산역 앞 감자탕집에서 직장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면, 보통 회사 뒷얘기를 해요. 어떤 뒷얘기인지 자세히 들어보면, 일하기 싫어서 욕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나는 그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고 싶은데, 왜 그 상사는 자기 마음대로 처리하려고 하느냐는 거예요. 오히려 일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 P249

옛날에는 값싼 술로 꿈 얘기만 했다.
지금은 값비싼 쑬로 돈 얘기만 한다.

- 카미야 Bar - P325

한 번의 여름, 평생의 기억

-제93회 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 대회 - P337

등을 밀어준 것은, 그때 도망가지 않았던 자신이었다.

-칼로리메이트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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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무들은 - 최승자의 아이오와 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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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피곤하지만 잠은 올 것 같지가 않다. 향수 따위는 없다. 내가 강한가? 그러나 경남이 집에서 경남이와 함께 잘 때 내가 자면서 엄마를 불렀던 것처럼 내가 모르는 내 무의식은 무언가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에 그게 내게는 생애 최초로 겪는 가장 큰 충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은 엄마 꿈 한번 꾸지 않았던 것처럼, 내 무의식이 스스로를 차단하고 있는 것 같다. 퓨즈처럼, 불이 나기 전에 스스로 끊어져버리는. - P25

‘펑키‘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단어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흑인 사회에서 나온 말이고, 원래의 뜻은 남녀 간의 정사로 인해 이불에서 나는 냄새라고 했다. 흑인 아이들이 (흑인들은 가난하니까 방이 많은 집에서는 살 수 없었을 테고 적은 숫자의 방에서 모여 살면서 부모의 정사에서 나오는 그 냄새를 더 많이 맡았을 것이다)이 빌어먹을 펑키 시트 좀 치울 수 없어요? 하고 항의하곤 했던 배경에서 나온 단어라고 했다. - P47

오늘은 메이플라워 맞은편 잔디밭을 가로질러 아이오와 강변으로 갔다. 잔디밭에 달맞이꽃들이 피어 있었다. 강변 벤치에 누워 오리들이 떠 있는 강물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시 한 구절이 떠오랐다. 그건 로드 맥퀸이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쓴 시집 중에 나오는 구절로 대학교 1학년 때 그의 시집을 읽다가 기억해둔 것인데, 이상하게도 몇십 년이 지나면서 그의 다른 시들은 다 잊어버렸으면서도 그 구절만큼은 잊히지 않고 내 기억의 서랍 속에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글쎄, 오늘은 좀 외로웠나, 아니면 나의 앞날이 불안해졌나. 그 구절은 이렇다.

"Lonely rivers going to the sea give themselves to many brooks."

이건 내가 슬며시 외로운 생각이 들 때마다 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다시 되살려보곤 하는 구절이다.

"바다로 가는 외로운 강물은 많은 여울에게 저를 내준다." - P49

어떤 나무들은 바다를, 바다의 소금기를 그리워하여 바다 쪽으로, 그 바다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바다 쪽으로 구부러져 자라난다고 한다. - P51

승자에 대해서는 "승자는 행복을 두려워한다."라고 쓰여 있었다는 게 기억날 뿐이다. 내가 보기엔 보이가 행복을 두려워하는(두려워한다기보다는 거부하는) 것 같은데, 바로 그 보이가 나에 대해 그런 말을 하다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나도 우거지상을 하고 다니는건가? - P99

나는 내 나이에 나보다 더 늙은 사람들을 보면 신경질이 난다. 내 나이를 생각나게 해주기 때문에. - P130

나는 마틴을 볼 때마다 젊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그는 이십대는 아니고 삼십대이긴 하지만. 내가 삼십대라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하지만 그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이라는 것도 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한다는 것이지 언제 시작하느냐가 아니니까. 이대로 살다가는 아마도 10년 후 오십대에 가서 나는 또 사십대만 되어도 뭐든 시작할 수 있을 텐데라고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이 삶의 염치없음. - P199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수가 갑자기 내게, 너 슬프니 아이오와를 떠나는 게?라고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슬프다라는 단어를 쓸 수 있었을까? 내가 슬픈 얼굴을 하고 다녔나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아라, 혼자 사는 여자에게는 가끔 그런 때가 찾아온다, 그것은 심리학적 생리와 같은 것이다라고 말했고, 그것으로 그들과 나 사이에, 특히 쇼나와 나 사이에 묘하게 드리워져 있던 안개 같은 감정이 청산된 것 같았다. - P206

내 생명선이 보통 사람들보다 아주 짧은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관해 집중적으로 물었더니,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고, 내 생명선이 끝나는 부분은 아직 오지 않았고, 아마 쉰쯤이 그 시기에 해당될 터인데 그러나 그때에 죽지는 않겠다는 이야기였다. - P263

나의 이상한 버릇 중의 하나: 이렇게 해야 되나 저렇게 해야 되나 결정해야만 할 때 얼마간 궁리를 해보다가 그래도 마음을 정하지 못할 땐 결정을 잠에 맡긴다.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하고 하룻밤 자고 나면 아침에 눈을 뜨면서 결정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아니 결정을 내린다기 보다는 잠을 자는 동안 내 무의식이(아마도 내 의식과 내 패배의식의 지배를 받지 않고서)결정을 이미 내려놓고서 내 의식이 깨어날 무렵 의식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최종 재가를 받기 위하여. 의식은 이미 어젯밤에 결정을 내리길 포기했으므로, 자기를 위해 대신 일해준 무의식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 서류에 얼른 사인을 해준다. - P332

나는 언제나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언제나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내가 다 늙어서 이제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무엇을 시작하기에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현재가 감옥이라고 생각했고, 미래도 닫힌, 출구 없는 감옥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시간이 감옥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제 나는 이 프로그램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나는 더이상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내가 나를 불행하다고 보지 않게 되었다. ...내가 나를 불행하다고 보지 않을 때, 내가 현재를, 미래를, 시간을 더 이상 감옥으로 보지 않게 될 때 나는 어떤 가능성의 입구 앞에 서 있는 것이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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