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절판


정치사회학자 에이프릴 카터는 "대의제의 틀 바깥에서 이뤄지는 대중들의 직접행동은 민주주의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주장한다. 즉 시위, 농성, 파업 등의 직접행동은 혹자의 말처럼 "취약한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는 위협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강화요소라는 것이다. 그는 "직접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타락한다"고까지 단언한다. -232쪽

에이프릴 카터의 직접행동 옹호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9.11테러 이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것ㅊ처럼 민주주의사회에서도 군사적.안보적 압력은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향이 있다. 즉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자유제한의 빌미가 생겨날 수 있다는 논리다. 둘째, 선거와 입법과정에 끼어드는 압력단체의 로비는 부유층, 특히 대기업에게 유리한 정책만을 생산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정치적 접근성의 상대적 박탈에 따른 부분적 비합법 내지 불법적 요구행동은 정당하다는 논리다. 셋째, 대의민주주의가 아무리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 하더라도 부정과 부조리는 생겨날 수밖에 없다. 즉, 경제성과 효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대의제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도덕적 빈틈은 장외고발 및 투쟁을 통해서만 메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넷째, 개별 국민 국가의 영향력 범위를 넘어서는 국제적 금융. 무역기구와 다국적 기업들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각국 대중들이 연대하는 전지구적 직접행동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국경과 지역법을 무시하는 초국적 자본에는 역시 국경과 지역법을 초월하는 전지구적 -232쪽

저항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에이프릴 카터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자력화 효과'이다. "직접행동에 가담하는 이들은 공개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냄으로써 자보심과 존엄감을 얻을 수 있고,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으며, 타인과 연대감을 고양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진정 '민주적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직접행동만큼 효과적인 훈련법도 없다는 것이다. -233쪽

분배중심의 정책에서 성장중심의 정책으로 급선회한 대처 수상 집권 시절에 기초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10대들을 '대처세대'라고 부르는데, 대처리즘에 따른 저임금과 실업률 증가, 이혼률의 증가와 가족해체의 가속화 등 비인간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라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 흡연과 알코올 의존, 비합리적 경향 등 개인주의적이고 퇴폐적인 특성을 체화하고 있는 세대를 의미한다-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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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품절


여자라는 존재는 방으로 가득한 저택 같은 거예요. 거기에는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가 있고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도 있고 가족들이 함께하는 거실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들 너머에는 전혀 다른 방들이 있답니다. 누구도 문고리조차 잡아보지 않은, 아예 그런 방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안타 해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모르는 방들. 그리고 그 방들 중에서도 가장 깊은 방, 신성하고 신성한 그곳에 영혼이 홀로 앉아 끝내 오지 않을 어떤 발자국을 기다리는 것, 그게 바로 여자의 본성이예요.-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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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월
구판절판


그런 점도 좋다. 한때 같이 잔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는 쓰레기다. 요사노아키코의 노래에도 '남자 허물없이 다가올 날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것도 귀찮아지네'라는 구절이 있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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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남자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지세현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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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이란 생각하는 만큼 움직여요. 모두 가만히 있다가....갑자기 움직이면 움직이는 만큼 인간처럼 되고....-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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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구판절판


그 나자는 거의 매일 같이 부대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미군부대의 잡역부들은 일자무식으로부터 대학을 나온 사람까지 다양했지만 다들 어딘지 켕기는 데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병역 기피자가 많았다. 정식으로 허락된 건 아니지만 군복을 입을 수 있고,꼬부랑글씨로 된 신분증이 나오니까 요령만 좋으면 큰소리 쳐가면서 검문을 피할 수 있었다. 찌들고 떳떳치 못한 사람들은 군복이 썩 잘 어울리고 건강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미남자에 대해 이것저거 궁금해했다. 동생뻘되는 친척이라는 소리는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도 안 믿었다. 사지가 멀쩡한 상이군인이라는 신분은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었다.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우린 그런 것들을 즐겼다. 그런 것들은 우리의 행복감을 상승시켰다. 남이 쳐다보고 부러워하지 않는 비단옷과 보석이 무의미하듯이 남이 샘내지 않는 애인은 있으나마나 하지 않을까. 그가 멋있어 보일수록 나도 예뻐지고 싶었다. 나는 내 몸에 물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나를 구슬 같다고 했다. 애인한테보다는 막내 여동생한테나 어울릴 찬사였다. 성에 차지 않았지만 나도 곧 그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 구슬 같은 눈동자, 구슬 같은 -37쪽

이슬, 구슬 같은 물결....어디다 그걸 붙여도 그 말은 빛났다.
그해 겨울은 내 생애의 구슬 같은 겨울이었다. 안감냇가 말고 애인들이 갈 수 있는 데는 많지 않았다. 우리는 둘 다 대학생이 되고 고드악교 때의 금기의 장소에 미처익숙해지기도 전에 난리가 나고 서울은 폐허가 돼버린 것이다. 그나마 극장이 남아 있는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전시의 극장은 난방이 안됐다. 그는 내 옆에 꿇어앉아 자기 털장갑을 뒤집어서 내 발끝에 씌워주곤 했다. 손가락장갑을 바닥만 뒤집으면 그 안에 다섯 손가락이 뭉쳐 있게 되고 그걸 발끝에다 신으면 아무리 꽁꽁 언 발가락도 스르르 녹으면서 훈훈해진다. 그는 어떻게 그런 신통한 생각을 해낼 수가 있었을까. 그건 일석이조였다. 언 발가락이 따뜻해졌을 뿐 아니라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당하고 있다는 만족감까지 맛볼 수 있었으니까.-38쪽

앉은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여긴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 경양식도 같이 파는 찻집은 자리가 꽉 차 주로 쌍쌍인 젊은이들이 내가 앉은 테이블의 빈자리는 잠시 넘보다가 나가버리곤 했다. 주인의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었다. 연탄갈비집도 영업을 시작했을 시간이다. 그 가게 앞을 카바이트와 연탄불 냄새를 그리워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늙은이가 눈에 선하다. 그는 누구일까. 애무할 거라곤 추억밖에 없는 저 불쌍한 늙은이는.
나는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 쌍쌍이 붙어 앉아 서로를 진하게 애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늙으닝 하나가 들어가든 나가든 아랑곳없으련만 나는 그들이 그 옛날의 내 외설스러운 순결주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뒤통수가 머쓱했다. 온 세상이 저애들놀아나라고 깔아놓은 멍석인데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그래, 실컷 젊음을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 건 아니란다. -101쪽

나에게 그가 영원히 아름다운 청년인 것처럼 그에게 나도 영원히 구슬 같은 처녀일 것이다. 우리는 그때 플라토닉의 맹목적 신도였다. 우리가 신봉한 플라토닉은 실은 임신의 공포일 따름인 것을.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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