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쓰는 책상에 앉아 나를 버리고 떠난 오빠를 흉내 내면서 모르몬 사상의 한 분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보낸 그 긴긴 시간들 말이다.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참고 읽어 내는 그 끈기야말로 내가 익힌 기술의 핵심이었다. - P109

나는 아직도 오빠가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 내가 이해한 한 가지는 내가 나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것, 내 안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지자가 자기 안에 가지고 있던 그 무언가는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스스로 타고난 본연의 가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가치라는 사실 말이다. - P193

오빠가 일어서며 말했다. 「집 바깥의 세상은 넓어, 타라.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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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의 씨는 이미 뿌려졌다. 그 씨앗을 기르는 데는 시간과 지루함 말고는 다른 것이 필요 없었다. 라디에이터에서 구리를 빼내거나, 쇠뭉치를 한 500번째쯤 통에 던져 넣다가도 문득 타일러 오빠가 공부하고 있을 교실을 상상하곤 했다. 폐철 처리장에서 보내는 죽을 듯이 지루한 시간이 쌓일수록 내 관심은 점점 더 커졌고, 결국 어느 날 정말 괴상한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학교에 다녀야겠다는 기상천외한 생각 말이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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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던 책인데, 동생에게 빌려온 책이니 바로 시작!
내가 산 책이면 1년쯤 책장에서 묵혔겠지만..

그때까지 내 교육은 산의 리듬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리듬 속에서 변화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순환일 뿐이었다. 매일 아침이면 같은해가 다시 솟아올라 계곡을 가로질러 산꼭대기 뒤로 넘어가곤 했다. 겨울에 오는 눈은 언제나 봄이 되면 녹았다. 우리 생활도 순환에 따랐다. 매일의 순환, 계절의 순환,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듯했지만 순환의 원이 완성되고 난 뒤 돌아보면 아무것도 변화한 것이 없었다. 나는 우리 가족도 이 불멸의 패턴의 일부고,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도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영원함은 산에나 해당되는 개념이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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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메뉴는 중식이다!

조율 작업에는 무언가 소소한 것을 차츰차츰 나아지게 하는 기쁨이 있다. 그 ‘나아짐’이 소리로 곧장 느껴진다. - P31

피아노 조율은 현의 장력을 가감하여 음률을 맞추는 일로, 음악적, 수학적 과정을 통해 작업한다. 그 외에도 피아노의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기에 숙련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이 일을 하며 오랜 세월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고객과 인연 또한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존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무게감이 꽤 있어서 한 번 사면 오래 쓰기에, 조율사와의 인연도 자연히 그렇게 오래 간다. - P72

주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난 후 동그란 접시에, 동그란 모양으로 나온 볶음밥, 수분기를 잘 날린 볶음밥 위로 반숙 달걀프라이가 올려져 있으며 한켠에 짜장 소스도 적당한 양으로 자리한다. 국물은 뜨겁게 다시 끓여나온 짬뽕인데, 미지근한 국을 싫어하기에 반가웠다. 볶음밥에 딸려나오는 짬뽕 국물은 그 집의 짬뽕 맛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서참 좋다. 일거양득. 짜장 소스도 나오니 볶음밥은 일타삼피. 내가 처음방문하는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가장 먼저 맛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볶음밥을 대할 때 순서는 국물을 맛보고, 곧장 반숙 달걀프라이를 터뜨려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달걀은 식으면 비리기 때문에 밥이 뜨거울 때함께 먹어야 녹진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고슬고슬거리는 볶음밥. 센 불에 국자로 눌러가며 볶았으니 맛이 없을 수 없고, 볶음밥을 거의 주식으로 먹는 중국 사람이니 화교 중식당에서 실패할 확률이 적은편이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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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과 좋은 관계가 되고, 예전 같으면 허락하지 않았을 일을 허락하게 된다면, 나이를 먹는 것도 그다지 나쁠 것 같지 않다. - P179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실 하나만 얘기해줘요."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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