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은 앞으로 축복을 받으리라는 것을
확고하게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이 미리 쌓는 가치에서 나옵니다. - P217

"그러니 축복을 받는 것은 사랑의 행위가
아니라 보는 행위에 따른다는 것이
보이겠지요. 사랑은 그 뒤를 잇습니다.

본다는 것은 이러한 가치가 있으니
선을 향한 의지와 은총으로 생겨나지요.
그렇게 단계를 이루며 나아간다오. - P248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이것을 저는 믿음의 본질로 생각합니다." - P207

작품 해설

『코메디아』는 문학의 본령을 세우는 문학 텍스트로 제 얼굴을 더 확연히 드러낸다. 그동안 코메디아」에 대한 신학적접근은 단테 학자들에게 정통의 길이었다. 그것은 구원이라는 개념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지 못했던 탓이었으리라. 신학적 차원에서 구원은 이루어지는 무엇이며 받는 무엇이다. 그런 피동의 개념은 자연스레 구원의 주체를 따로 두는 사고를형성한다. 그래서 구원의 주체는 절대자로 상정되며 구원은완성으로 이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구원을 추구하는 주체, 즉 필멸의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구원이란 늘 미완의 과제로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문학 텍스트로서 『코메디아는우리에게 구원의 길을 제시하기보다는 구원의 길에 동참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이때 문학은 『코메디아』를 끝없이 새로운얼굴로 나타나게 만들고 독자로서 우리는 구원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유한한 삶의 의미를 확장시켜 나간다. - P350

단테는 1300년 부활절 주간에 죽음 이후의 세계로 순례를 떠난다. 그의 순례는 금요일에 시작하여 지옥에서 사흘, 연옥에서 사흘, 천국에서 하루를 머문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의 사이클에 맞춰 단테 자신이 구원의 여정을 걷고 있는 것이다. 단테는 「지옥편」과 「연옥편」, 「천국편」의 첫머리에서 시간을 제시한다. 정확히 단테는 1300년 3월 25일 부활절 목요일 밤에 여행을 시작하여 4월 1일 목요일 아침에 마친다. 1300년은 보니파키우스 8세가 선포한 성년(聖年)이다. 또한한 해에서 이 시기는 태양이 양자리에 위치하고 그리스도의잉태와 부활이 이루어진 때이며 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한 때다. 구원을 향한 순례자의 소망이 가장 큰 화답을 얻는 때인것이다. - P355

지옥이 형벌의 영원성을 상징하듯 깔때기 모양으로 땅속에 내리꽂힌 모양임에 비해, 연옥은 바다 위로 솟아오른 하나의 산이다.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오르면 마침내 구원을 얻을수 있는 기회와 도전의 장소다. 연옥에 배치된 망령들은 저들이 받는 벌이 유한한 것을 알기에 그 끝에 올 달콤한 구원의순간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연옥의 망령들이 형벌을 받는 기간을 단축해 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바로 현실 세계에서 그들을 위해 진정으로 빌어 주는 기도다. 그렇기때문에 연옥도 죽음 이후의 세계이지만, 지옥과 천국에 비해현실 세계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단테는 연옥의 정상에서 베아트리체를 새로운 길잡이로삼고 베르길리우스를 떠나보낸다. 베아트리체는 레테 강과에우노에 강에서 몸을 씻은 단테를 데리고 천국으로 날아오른다. 천국의 순수한 기쁨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해하기에 너무나 부족한 단테는 오직 은총과 의지를 통해 천국의 여러 하늘들을 거쳐 최고의 하늘에 이른다. 천국에서 단테는 신학과철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그 자신과 그 밖에 역사와 세계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수행한다. 궁극에서 단테는 하느님의 빛으로 해체되는데, 그 자체가 바로 절대적 구원의 경지다. - P356

‘코메디아 (comedia)‘는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단어다. ‘코메디아‘는 현대 이탈리아어로 ‘콤메디아(commedia)‘로변했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희극‘을 의미한다. 그러나 ‘희극‘이라는 단어가 단테 시절에 지녔던 뜻을 그대로 함유하고있지는 않은 듯하다. 단테가 ‘코메디아‘ 라고 부른 것은 그가칸 그란데 델라 스칼라에게 보낸 서신에서 밝혔듯, 『코메디아는 슬픈 시작에서 시작하여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는 그렇다 치고, 그 밖에 ‘코메디아‘의 의미를 유추해 보는 방향은 여럿이다. 「지옥편」과 「연옥편」, 「천국편」은 완성되는 즉시 유포되었다. 그들을 읽으면서 당시독자들은 한판 잔치를 벌이는 기분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도그럴 것이 지옥에서 그 끔찍한 형벌의 현장을 둘러보면서 도덕적 긴장을 맛보고 연옥이라는 기회의 땅에서 도전 의식을키우며 천국의 완전성을 희구하며 희망을 갖는 동안 독자들은 그 세계들이 더 이상 죽음 이후의 세계가 아니며, 이 모든것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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