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몰러 오킨. 서론부터 모든 장에 계속 언급 되는.

6장. 영국의 베일 논쟁

전후 시대에 존재했던 상당한 정도의 인종차별은 결속의 방해 요소로작용하며 영국 사회 내 소수집단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 반면, 영국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다문화주의 통합 정책을 추진하고 차별 금지 법안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는 다문화주의 통합 정책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1966년 노동당 정부의 내무장관 로이 젱킨스(Roy Jenkins)는 "통합이란 동화라는 획일적 균등화의 과정이 아니라 상호 관용의 분위기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이 수반되는 동등한 기회"라고 정의함으로써 영국 이민자 통합의 방향을 제시했다(Jenkins, 1967: 267).
영국이 이처럼 이민자 통합 정책으로 다문화주의를 시행할 수 있었던것은 과거 대영제국 시기에 경험한 간접 통치의 효율성과 영국의 관습법적 전통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Joppke, 1999: 224).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고 자치를 인정한 영국의 식민지 통치 경험은 다문화주의적 통합이 수월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했으며, 유연성과 실용성이 큰 관습법과실용주의 노선의 적용으로 영국 법정은 문화적 다양성과 관련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판결을 내렸다. 엘리트 중심의 온정주의적사고방식 역시 이민자 통합 정책에 반영되었는데, 이민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인종관계법(Race Relations Acts)"은 대표적인 인 - P206

종차별 금지법이기도 하지만, 1965년 제정 당시 밝힌 법의 취지가 ‘공공질서유지‘로서 정치 엘리트들의 온정주의 산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정희라, 2007:8). 규제 영역이 매우 제한적이던 1965년 제정법에 비해 이후 개정법들은 인종차별에 대한 좀 더 강력한 대처를 포함하고 있어 다문화주의통합 정책을 보완하지만, 종교적 권리에 관한 조항을 배제해 무슬림들의8.0000,ESE종교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 P204

영국 사회 무슬림 집단의 가장 큰 불만은 인종차별을 다루는 인종관계법이 그들의 차별 문제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의 이민자 집단은 다양한 문화 · 종교·민족· 인종에 기초하고 있음에도 인종관계법은 피부색에 따른 인종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컨대 피부색을 문제 삼아 흑인을 차별하면 법적으로 처벌받지만, 종교적 이유로 무슬림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정희라, 2007: 19). 게다가 무슬림과 같이 종교적 성향으로 구분되는 이민자 집단들은 인종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반면, 시크교도와 유대인은 인종으로 구분되었다. 그 결과 유대인 남성의 모자와 시크교도의 터번은 종교적 상징이 아니라 인종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인정된 반면, 이슬람 여성의 베일은 순수하게 종교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되었다(염운옥, 2010: 16; Abbas, 2005:52). - P211

다문화 사회란 인종적·언어적·역사적·문화적 동질성에 근거한 다수의 문화 집단이 한 사회에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다문화주의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 조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부터 "차별없는 진정한 화합의 의미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하나의 형태만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통합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정의하기 어렵다(Modood, 2011: 3). 또한 서로 간 다름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상대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그리고 ‘상대에 의해 내가 어떻게 정의되는가‘와 같이 나와 타자 간 관계 속에서 위치 지어지며, 여기에는 인종, 민족, 종교, 문화, 국적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준다(Modood, 2011: 4).
그런데 실제로 다문화 사회 안에 공존하는 문화 집단들은 기존의 다수문화집단과 유입된 소수 문화 집단으로 나뉘어 위계질서를 형성한다(김남국, 2009: 270). 따라서 최근 유럽 사회에서 볼 수 있듯이 인종적 소수자의급속한 증가에 따른 다인종·다문화 사회에서 어떻게 다수와 소수가 공존할 수 있고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는 다문화주의의주된 쟁점이다(김남국, 2009: 274). 그런데 문화 간 다양성을 강조하는 다문화주의는 상대적으로 각각의 문화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인종 집단(ethnicity)‘과 ‘민족문화(ethnic - P212

culture)‘를 지원하는 다문화주의 정책에서 각각의 소수집단 공동체는 단일한 문화의 동질적 집단으로 취급되었고, 문화 간 차이가 강조되면서 소수문화 집단 내부의 역동성은 무시되는 경향이 발생했다(Malik, 2011). 그러나 집단은 그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구성원 개개인에게 있으며, 현재 상태로 고정불변이 아니라 역사와 상황에 의해 규정되는 개인들의 선택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현재 상태가 최종적 권위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김남국, 2009: 282). 또한 가부장적인 소수 문화에 속해 있는 여성의 경우, 반드시 자신이 속한 소수 문화 집단의 존속과 이해관계를 같이한다고보기 어렵다(염운옥, 2012: 103). 그런데도 젠더, 계급, 카스트 등 여러 요인에 따른 소수집단 내부의 차이는 동질적 집단 문화라는 이름 아래 묻히게되었고, 이러한 점은 페미니즘과의 갈등을 대두시켰다. - P213

베일에 대한 영국의 입장이 시기에 따라 변화한 것은 ‘다문화주의‘ 정책에서 ‘통합주의‘ 정책으로 영국의 이민자 정책이 변화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영국 사회의 다문화주의적 관용에 균열이생기기 시작했으며, 영국의 다문화주의가 도전과 재조정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음을 이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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