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암수의 다툼

원한다면 개구리에 대해 ‘성 1‘과 ‘성 2‘ 라는 등의 명칭을 제멋대로붙여서 성을 둘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동식물을 통하여 수컷을 수컷, 암컷을 암컷이라고 명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특징은 수컷의 성세포(즉, 배우자gamete)는 암컷에 비해 매우 작고 그 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점은 동식물 어느 것을 취급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형의 성세포를 가지고 있는 개체의 한 그룹을 편리하게 암컷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다른 그룹은 편리하게 수컷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그룹은소형의 성세포를 가지고 있다. 양쪽의 차이는 파충류와 조류에서 특히 뚜렷하다. 이들 동물에게는 난세포 하나가 충분히 커서 발육하는 새끼에게몇 주 동안에 걸쳐 충분한 먹이를 공급할 만하다. 알이 현미경에서 볼 수있는 크기밖에 안 되는 사람에게도 난세포는 정자보다 훨씬 크다. 나중에살펴보겠지만 다른 모든 성의 차이는 이 하나의 기본 차이에서 파생했다고해석할 수 있다. - P256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수컷은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 ‘종의 이익이라는 단순한 입장을 취하면 수컷은 암컷보다 수가 적어질 것으로 예상할 - P258

것이다. 이론적으로 한 마리의 수컷은 암컷 100마리 정도의 하렘을 상대할수 있을 만큼의 정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동물 집단 중에서 암컷의 수는수컷의 100배 정도가 있어도 합당하다는 것이 된다. 다른 각도에서 이것을표현하면 종에 따라 수컷은 더욱 ‘무가치적‘이고 암컷은 더욱 가치있는존재이다. 종 전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위의 견해는 완전히 타당한 것이다. - P259

포유류의 경우 성은 유전적으로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모든 난자는 암수어느 쪽으로도 발달할 수 있다.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는 정자로서 수컷이 만드는 정자의 반은 딸을 만드는 X정자이고 나머지 반은 아들을 만드는 Y정자이다. 어떤 정자도 같은 외양을 하고 있다. 다만 두 정자는 하나의 염색체만을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아비에게 딸만 만들게 하려는 유전자는 수컷이X정자만을 만들도록 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어미에게 딸만을 낳게 하려는 유전자는 어미가 정자를 선택적으로 죽이는 물질을 분비하게 하거나 아들이 될 태아를 유산하도록 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SS 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전략이란 표현은 공격을 다루었던 장에서와 같이 단순한 비유로 생각하기바란다. 개체가 문자 그대로 아이의 성별을 선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자가 한쪽 성별의 아이를 가지는 경향을 나타내도록 작용하는 것은가능하다. 그렇다면 가령 한쪽으로 기운 성비의 출현을 촉구하는 유전자가존재한다고 할 때 이 같은 유전자가 같은 성비의 출현을 촉구하는 대립 유전자보다 유전자 풀 속에서 다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 P260

그러므로 평균적인 유전자는 수많은 세대를 경과하는 사이에 경과 시간의 약 반을 수컷의 몸, 나머지 반을 암컷의 몸 속에서 지낸 셈이 된다. 유전자 효과 중에는 한쪽의 성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있는데, 이를 제한적인 성유전자 효과‘라고 한다. 페니스의 길이를 지배하는 유전자는 수컷의 몸에서만 이 효과가 발현된다. 그러나 그것은 암컷의 몸에도 있으며, 거기서는전혀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지도 모른다. 긴 페니스를 가진 성질이 어미로부터 유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 P262

그러므로 적어도 배우자가 아직 어린 시기에 자식을 내버릴 경우, 아비가 자식을 버리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어미가 자식을 버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와 같이 암컷은 처음뿐만 아니라 자식의 생장의 전기간에 걸쳐서 수컷 이상의 투자를 한다고 예상된다. 예컨대 포유류의 경우 자기 체 - P263

내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도 암컷이고, 태어난 자식에게 젖을 주는 것도 암컷이며, 자식의 양육과 보호의 부담을 지는 것도 암컷이다.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고 착취를 낳게 한 근본적인 진화적 기초는 난자가 정자보다크다는 데 있다. - P264

그러나 암컷이 그 배우자로부터 가해지는 착취의 정도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선수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암컷에게는 강력한 수단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교미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는 크고영양이 풍부한 난자라는 지참금을 암컷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교미에 성공한 수컷은 자식을 위한 귀중한 영양 공급원을 얻는다. 교미의 암컷이라면 잠재적으로 배짱 흥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일단 교미가 끝나면 수컷에게 이미 난자가 제공됐기 때문에 암컷은 최후의수단을 써 버린 셈이 된다. 수컷에게 배짱으로 흥정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배짱을 부리는 흥정에 대응할 만한 일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있는 것일까? 여기서 대표적인 두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 P268

10장 내 등을 긁어 다오, 나는 네 등을 타고 괴롭히겠다

사회성 곤충의 한 집단은 거대한 가족이고 모든 개체는 같은 어미에서유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벌레는 스스로 번식을 하는 일이 거의 또는 전혀 없고, 종종 몇 개의 분명한 계급으로 구별된다. 이들에게는 예컨대 작은일벌레, 큰 일벌레, 병정 그리고 꿀단지개미 같은 고도로 특수화된 계급이있다. 번식 능력을 나타내는 암놈을 여왕이라고 부른다. 번식 능력이 있는수놈을 수벌(수개미) 또는 왕벌(왕개미)이라고 부른다. 고도로 발달된 사회적인종에서의 번식 개체는 자식 생산 이외의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먹이와보호는 일벌레에 의해 이루어지고 애벌레의 시중도 일벌레의 몫이다. 개미와 흰개미의 몇몇 종에서 여왕은 토실토실하게 부풀어 오른 거대한 알 공장이 된다. 몸의 크기는 일개미의 수백 배에 달하고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이것이 곤충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여왕개미는 계속 일개미의 시중을 받는다. 일개미는 여왕의 몸을 돌보거나 먹이를 주기도 하고, 또한 여왕이 계속 출산하는 알을 공동의 보육원으로 운반하기도한다. 이 거대한 여왕이 왕실을 이동할 때에는 여왕을 그 상태 그대로 고되게 일하는 큰 무리의 일개미의 등에 업혀서 운반된다. - P304

사회성 곤충에서 개체는 애 낳는 자와 애 키우는 자의 두 주요 계급으로나뉘어져 있다. 애 낳기를 담당하는 자는 번식력이 있는 암컷과 수컷이고애 키우기를 맡는 자는 일벌레들이다. 일벌레 중에서 흰개미류의 경우는암수가 모두 불임인데 기타의 모든 사회성 곤충에서는 암놈이 불임이다. 애 낳기와 애 키우기의 어떤 형태의 개체도 자기의 일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서는 아주 효율적으로 임한다. 그러나 도대체 누구의 입장에서 효율이 좋은 것인가? 다윈 이론에 크게 반발하는 물음은 다음과 같다. "그런 짓을 해서 일벌레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가?" - P304

다른 종의 개체와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를 ‘상리 공생‘ 이라고 한다. 다른 종의 개체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협력할 수가 있으므로 때로는 서로 큰 이익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기본적 비대칭성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상호 협력 전략을 발생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을 흡입하기에 적합한 구기를 가지고 있으나 그와 같은 흡입용의 구기는 자기 방어에는 별로 적합하지 못하다. 한편 개미는 식물의 즙을 흡입하기에는 서툴지만 싸움에는 유리하다. 따라서 진딧물을 보호하고 시중드는 유전자가 개미의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게 됐고, 개미와 협력을 바라는 유전자가 진딧물의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게 됐다는것이다. - P317

상호 이익을 가져오는 상리 공생적 관계는 동식물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컨대 지의류는 언뜻 보면 하나의 개체 식물처럼 보이나 실제로 그것은 균류와 녹조류의 밀접한 상리 공생적 결합이다. 어느 쪽도 다른 쪽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들의 결합이 좀더 밀접했다면 지의류가 도저히 이중생물이라고는 판별 못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고 하면 아직도 우리들이 알지 못한 이중 생물 또는 다중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우리들자신까지도. - P3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