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통증의 위치

그래비티
어떤 의사는 자기 환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으세요. 나도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죽음을 바랍니다. 단, 내일 죽으세요. 내일 이후에는 또 그 내일…………." 견디고 버티라는 의미다. - P120

우리가 우울할 때 혹은 우울증을 앓는 환자(정말 죽을 만큼 아프다는 의미에서 ‘환자‘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모두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집에서, 침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일이죽을 만큼 힘들지만 이동과 운동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우울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견해가 다른데,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우주, 가장 먼 이동이다. ‘우울과 중력‘이라는주제에 대해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만 한 통찰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 같다. - P121

밀히언 달러 베이비
사랑은 상대(대상)와의 관계가 아니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나의‘ 사건이다. 흔히 말하는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행위,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결혼, 이성애주의, 로맨스 문화, 헌신, 희생 따위를 포함하는 제도와 문화적 각본(cultural script, 이데올로기)이 있다. 인간은 사람이든 절대자든 물화된 대상이든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존재다. 인간의 조건은 사회적 삶과 생명체로서 유한성 두 가지인데, 생명체로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사는 의미를 찾아야 하고 사랑은 가장 절실한 방도다. 사랑이 없다면 삶도 없다. 사랑 자체가 소중해서가 아니라 사는의미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특정한 개인/파트너와의 애정을 추구하는 이들이나 사회적 권력, 돈, 명예를 성취하려는 노력 역시 모두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 P125

가부장제 사회에서 출산은 여성의 자유가 아니라 성역할로 간주된다. 한국 여성들은 출산이라는 성역할을 거부함으로써(출산 파업), 기후 위기와 식량 문제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사 영역에 걸친 여성의 이중 노동, ‘독박 육아‘, 강제적 모성을 강요해 왔던 가부장제 사회 자신의 부메랑이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 방법-전쟁과 같은 남성 문화ㅡ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인구를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가 되었다.
낮은 출생률에 대한 남성 사회의 공포는 16~18세기 유럽의절대 왕정에 대한 저항으로서 근대 국가를 염원하는 이들이, 국가의 개념을 정립할 때 나온 국가의 3대 요소(주권, 영토, 국민)가 있다는 신화의 산물이다. 세 가지가 일치하지 않는 국가도많고, 인구가 적다고 무조건 ‘후진국‘도 아니다. 국민을 ‘총알받이‘, 병사, 소비자, 생산적인 노동자로 동원하지 않고 인간으로 존중하는 공동체에서 출생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인구는 근대에 이르러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자연적 현상이 아니다. - P169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 ‘세뇌‘ 때문이다. 에고가 공포를 가져온다. 가볍고 조용한 죽음. 인간의 존엄, 죽음의 철학에 관한 최고의 영화다. 역대 칸에서 상을 받은 영화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하는 이가 나뿐만은 아닐것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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