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그리고 엘지트윈스는 정말 징글징글한 첫사랑이다. 야생마 이상훈은 한 인터뷰에서 엘지의 찬란한 시기를 잊지 못하고 현재의 성적에 좌절하는 팬들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지 못하고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정말 여기까지다. 이젠 내 몸도 마음도 더 버틸 수가 없어. 지독한 몸살을 앓듯 사랑과 이별에온몸과 마음이 사무치던 청춘의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팬들은 긴 암흑기 동안 야구와 그리고 엘지트윈스와 셀 수 없이 많은이별을 했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다시 눈앞에 나타난 그 옛사랑에게 다시 기대하고 또 기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이 마지막임을 다짐하고 또다시 이별하곤 했다. - P131
우린 경기에 지는 날이면 매일 밤 이별한다. 다음 날 라인업이 뜨는 오후 5시 30분까지, 이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술꾼의 아침 반성처럼. 아, 그게 일요일이면 이별의 기간은 조금 더 길어지겠다. 월요일 건너 화요일까지니까. 김광석의 노래처럼, 우린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P133
어떤 스포츠건 선수가 된 듯한 느낌을 복장으로만 주려면 그 복장이 좀 번거롭고 복잡해야 한다. 아이스하키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그 두꺼운 장비를 차고 헬멧에 스틱을 들면 실력이 어떻든간에 그럴듯해 보인다. 구분하자면 야구도 그런 쪽인데 이게 야구 유니폼을 모두 갖춰 입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바람 좀 분다고바람막이, 날씨 좀 춥다고 풀오버, 유광이건 무광이건 잠바, 한국시리즈에서 선수들이 하고 있던 걸 보는 바람에 우리도 장만한 넥워머, 별로 쓰지도 않는 손목 아대, 그렇게 빠르지도 않은 타구 잡을 거면서 글러브 안에 수비 장갑, 해도 아직 안 떴는데 고글, 플라이볼은 어차피 놓칠 거지만 눈 밑에 검정색 스티커, 왜 하는지 몰 - P169
라도 무슨 음이온 나온다는 야구 목걸이. 아직 글러브는 나오지도않았고 타격 쪽은 들어가지도 않았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글러브를 포지션 별로 장만하고, 검투사 헬멧에 타격 장갑, 팔꿈치 보호대와 다리 보호대, 무게와 길이에 따른 배트들에 이 장비들을 모두담을 야구 가방까지. 기본적으로는 야구 선수들을 따라 하다 보니갖추게 되는 장비 목록들이다(포수는………). - P170
스포츠에 등번호가 도입되고 넓게 쓰이기 시작할 때 각 번호는선수들의 취향이나 선택과는 상관없는 자동 부여였다. 처음 등번호를 사용한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는 타순에 따라 그냥 번호를 매기는 바람에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이 3, 4번을 달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양키스의 한 자리 수 등번호가 모두 영구 결번되어 멸종한 결과로 이어졌다. - P173
한 선수의 업적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그 번호는 이제 아무도달 수 없는 번호가 되어버리는 ‘영구 결번‘, 이런 번호들은 적어도 - P174
그 팀에서는 무슨 수를 써도 달 수가 없다. 심지어 메이저리그 첫번째 아프리칸-아메리칸 선수인 재키 로빈슨의 번호 42번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어느 팀의 선수도 달 수 없게 되었다. 리그의 영구결번. 이런 건 참 멋있단 말이지. 번호가 가지는 상징성과 매력이다. 선수들은 정말 자신의 번호를 어떻게든 가지고 싶어 한다. 물론 다른 선수의 번호를 뺏어 달 수 있다고 해도 영화 〈The Fan〉에서처럼 선수를 살해하고 문신을 도려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P175
"선생님은 레드삭스를 정말 사랑하죠. 그런데 레드삭스도 선생님을 사랑해주던가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 Fever Pitch>에 나오는 그 학생의 대사에나를 포함해 잠시 멍했던 사람들이 분명 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 저편에 잠들어있는 친구로서의 야구를 꺼내 볼 수 있는 야구 영화를 여전히 만나고 싶다. 거창하고 위대한 야구 선수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아니, 사실 뭐라도 좋으니 야구가 나오는 영화를 계속 많이 만나고 싶다. - P1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