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기념판 머리말 - 계속되는 도전, 또 다른 도전
페미니즘을 인식하고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운동이다. 더구나 신자유주의 시대의 빈부 양극화는 지성의 양극화로이어지고 있다. 또한 모든 양극화 현실 자체가 비가시화되어, 우리는 이 사실을 알기조차 어렵다. - P11
개정증보판 머리말 - 세상을 아는 방법, 인식론으로서 젠더
‘다른 목소리‘는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풍요롭게 해주며 자기중심주의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은 ‘다른 목소리‘의 잠재적 주인공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다. 여성주의는 양성 평등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사회 정의와 성찰적 지성을 위한 방법론이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여성주의를 공부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 P17
페미니즘은 지식의 형성 과정, 권력의 작동 지형과 역사를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이자 실천이다. - P18
젠더를 남녀 간 갈등이 아니라 여성(소수자, 타자・・・・・・)의 경험을 - P19
기반으로 한 사회 구성 원리나 재창조 원칙으로 인식한다면 젠더는 이슈나 소재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이 된다. 다만 마르크스주의처럼 ‘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체적 경계를 설정하기보다 모든 경계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유라는 점에서 더 ‘모호‘하고 맥락적이며 복잡하기 때문에 정의하기 어렵다. - P20
우리는 남녀노소 인류 모두를 괴롭히는 자본의 고속 질주나 환경 파괴, 경쟁 중심의 세계관, 장애인과 노인, 약자 비하, 기아와 질병을 보는 다른 관점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을 남녀에관한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삼라만상(인식의 모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사유 방식, 접근 방식, 논의 방식이라는 인식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도피하거나 현실 반대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alternative) 현실을 살 수 있다. 혁명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재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23
머리말 - 소통, 경합, 횡단의 정치, 페미니즘
그러나, 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수밖에 없는 일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이렇게 말한다. "과학 지식은 목격에 관한 것입니다. 특정한 것을 안다는 사실은, 설명 가능성의 의미를 변화시킵니다. 목격은 언제나 해석적인, 우발적인, 예약된, 속기 쉬운 참여입니다. 목격이란 증언하는 것이고, 서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본 것과 기술한 것을 해명하는 것이며, 자신이 본 것과 기술한 것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입니다." 때문에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는 없다. 다른(alternative) 렌즈를 착용했을 때 눈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 P29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한 해질녘 황혼과 동트는 여명이 아름다운 것은 경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대립은 서로를 소멸시킬 뿐이다.
정체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 모든 정체성은 차이를 가로질러 형성된다. - P37
그러나 남성들은 개인 혹은 인간으로 간주되지만, 여성들은 여성으로 여겨진다. 여성이나 페미니즘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자 내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억압이다. 여성들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여성해방이다. 여성을 여성으로 환원하는 것이 가부장제이기 때문이다. - P39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 속에서 자신을 당연한 주류 혹은 주변으로 동일시하지 말고, 자기 내부의 타자성을 찾아내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회운동은 부분 운동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각자의 처지(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연대이지, (남성 중심의) 단결이나 통합이 아니다. - P43
고통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권태다. 고통은 변형되어야 하되 잊혀서는 안 되고, 부정되어야 하되 지워져서는 안된다. 죽음이라는 사실(fact)은 육체적으로 우리를 파괴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idea)은 우리를 구원하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성차별을 당하는 것 사이의 필연적 연관성은 없다. 여성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열등감과 분노, ‘불평불만‘은 새로운 인식, 즉 실천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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