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속의 이야기를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시 안에 들어 있는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듯해요. 사물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인간이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형태가 하나이고, 제가 직접경험하고 만난 이야기 그대로를 시로 끌어 오는 형태가 그 하나인데, 전자는 상당히 정적인 자세에서 시를 만나는 것이겠고, 후자는굉장히 적극적인 자세로 일상의 현장에서 시를 추출해내는 형식이겠지요.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건, 역시 피血의 핑계를 댈 수밖에는없는데 그 다분한 방랑벽으로 혼자 떠난 곳에서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낯선 누군가를 만나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행하는 것이여행이라면 그 안에서 시를 생각하고 시의 실마리를 잡으려는시간이 ‘의식儀式이겠죠. 의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절대적으로 혼자 있음으로 해서 예민해져 있는 시간, 공간 속으로자연스럽게 시가 스며들기를 기다린다고 할까요. 잘 알려진 것처럼, 그리고 인류의 많은 시인에게 그러한 것처럼 시는 오는 거예요. 성큼 먼저 가 있어도 안 되는 것이고, 끌어당겨서도 안 되는것이에요. 그렇다면 기다리는 일일 겁니다. 마치 삶처럼 말이죠. 기다리다가 지치기도 하는 것이고 무언가가 와도 내가 온 것을모르면 그냥 놓치고 마는 것이겠지요. 그것 또한 삶처럼 말입니다. -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