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화성인인가? 토성인이면 어떻고, 명왕성인이라면 뭣이 문제란 말인가? 화성인만 두고 그토록 열심히 궁리하고 또 그토록 열렬히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언뜻 보기에 화성이 지구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화성은 지구에서 그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極冠이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 맹렬한 흙먼지의 광풍,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붉은 지표면의 패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인 것까지 지구를 닮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화성 생명을 상상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화성이 지구인의 희망과 두려움을 투사할 수 있는 신화神話의 공간으로 어느새 둔갑해 버린 것이다. 인간의 심리적 성향의 잘잘못을 떠나서,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엉뚱한 길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 증거이다. 그런데 그 증거가 아직 우리 손 안에 쥐어져 있지 않다. - P219
자연의 작품인 생물처럼 사람이 만든 기계도 진화한다. 로켓은 중국에서 발명됐는데, 처음에는 의전상의 목적과 심미적 용도로만 사용됐다. 로켓이 추진 동력을 화약에서 공급받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화약을 발명한 중국인에게 로켓 발명의 영광도 돌아가야 마땅하다. 어쨌든 이렇게 발명된 로켓이지만 14세기경에 유럽에 흘러 들어가면서전쟁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한 중등학교 교사 콘스탄틴 에두아르도비치 치올코프스키 Konstantin Eduardovich Tsiolkovsky가 행성까지의 교통 수단으로 로켓을 거론한 때가 19세기 후반이었다. -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