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국 vs. 자이니치 - 대결의 역사 1945~2015 인문시간
이범준 지음 / 북콤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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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라는 존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입문이 되기에 충분한 책. 평이한 언어로 글을 쓰면서도 시종일관 진지함을 잃지 않는 보기 드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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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서의 질병 이후 오퍼스 9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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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병이라는 은유, 그리고 잘못된 의학정보들의 홍수 속에 도덕주의 담론만이 횡행하는 한국사회에서 <질병과 관련된 은유를 폭로하고, 비판하고, 물고늘어져, 완전히 쓸모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손택의 제안은 여전히 시기적절하다.. 그런데 손택에게 왜 <~의 여왕>의 호칭이 주어진 걸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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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최용우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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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혹은 한 사회는 승리에서보다 패배에서 훨씬 많은 교훈을 얻는다..

일본 사회는, 점점 옅어져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전후>라는 시대인식을 여전히 자신을 돌아보는 중요한 출발점으로 여기는 사회다..

그리고 일본 사회의 우경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쟁을 몸소 체험한 사람들의 감각은 여전히 어떤 균형점을 만들어내어 왔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이 책의 장점은 패전이 임박한 시기부터 패전 이후 무장해제에 이르기까지,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하급장교로서, 그리고 또 1년 반의 시간 동안 미군의 포로로서 일본 육군의 생리를 현장에서 체험했던 저자가 제국 육군이라는 괴물의 실체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한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겨눈 비판의 창 끝은 전후 풍요의 사회가 도래한 현재에도, 여전히 전전의 유산을 상당부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당대 일본 사회를 향해 있다..

 

전문적인 학자는 아니지만, <사고정지>, <정리하다>, <사물명령> 등등, 그가 전시기 일본 (육군) 사회의 병리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개념화한 표현은, 체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전문학자의 현학적 서술보다 더욱 생생하고 설득력이 있다.. 특히 당대 군부 파시즘을 지배하는 궁극의 원리로서 지적한 '죽음의 철학'에 대한 기술은, 전장에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돌아온 저자가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괴물과 정면으로 맞대면하면서 그 실체를 규명하고자 하는 처절한 시도라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군부 파시즘을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통수권, 전쟁비용, 실력자, 조직의 명예'의 기반에 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죽음의 철학'이었다. 제국 육군이란 살아 있으면서도 '물에 빠진 시체이자 유골'과 같은 존재로서 산 자를 지배하는 그런 세계였다. 그것은 언론의 지배가 아닌 죽음이라는 침묵에 의한 지배였기 때문에 '언어가 없는' 것이었다. ...

이렇듯 제국 육군의 어두운 지배력의 배후에는 '죽음의 지배력'이 존재했다. 이는 집단 자살조직과도 유사하며, 일단 조직에 흡수되면 자신을 죽음과 동일시하는 사람의 지배로부터 헤어날 수 없는 것과 매우 유사한 상태가 된다. 그것은 1억 옥쇄라는 슬로건에서 엿볼 수 있으며, 주민 7000명을 강제로 동반시켰다고 여겨지는 마닐라 방위대 2만 명의 최후에서도 나타나고, 오키나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통해 본토 결전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예측 가능했다.

그러나 예측이 분명해질수록 사람들은 이런 죽음의 지배자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 '죽음과의 동거를 통해 산 자를 지배'하는 세상에 자유는 없다. 인권이나 법 따위는 공문에 불과하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 역시, 죽음과 동거하며 산 자를 지배하는 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과의 동거'를 통해 산 자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사상은, 일본에서 제국 육군이 생기기 이전부터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으로 언제든지 일본적인 파시즘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예전, 일본 파시즘의 죽음의 미학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인용했던 부분인데, 번역본으로 다시 보니 새로운 느낌이 난다.. 야마모토는 그의 분석을 누군가 계승해주기를 바랐겠지만, 아직 본격적인 분석은 이루어지지 못한 듯 하다..

 

식민지, 그리고 3년전쟁을 경험했으면서도 한국 사회에서는 몇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무용담(백선엽 류의)을 제외하고는 전장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기묘한 침묵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식민지와 어마무시한 전쟁을 치렀으면서도 그 체험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어딘지 알 수 없는 심연으로 폭주하는 듯한 한국사회에서 야마모토와 같은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목소리는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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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2016-09-1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아주 잘 읽었는데 리뷰 반갑습니다. 오오카 쇼헤이의 <포로기>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르게 좋은 책입니다. 한국도 큰 전쟁을 치렀는데 이런 분석과 자성의 목소리가 전무하다는 사실에 의문을 느끼는 부분도 공감하구요.

생쥐스뜨 2016-09-1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하게 포인트를 잡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고보니 오오카와도 비교를 해볼 수 있겠네요.. 오오카와의 차이는 역시 사병과 하급장교의 차이, 그리고 전장인 뉴기니와 필리핀의 차이인 것일까요? 그리고 여기에 조선에서 군생활을 했던 마루야마 마사오 일등병의 체험을 또 겹쳐서 본다면 어떠한 차이들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 차이들과 한계들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전쟁에 대한 성찰의 정수겠죠.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전후민주주의>의 풍요로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버마 고산지대의 정치 체계 - 카친족의 사회구조 연구 황소걸음학술총서 1
에드먼드 리치 지음, 강대훈 옮김 / 황소걸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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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소개되는 정치인류학의 고전적 저작. 현지노트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론적 연구에 천착한 결과 오히려 더욱 빛나는 성과가 나온 역설적 사연을 가진 책. 세계의 전체상을 이해하고자 했던 영국 사회인류학의 야심에 새삼 놀라게된다. 지루할 수 있는 민족지적 사실의 바다를 헤엄쳐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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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0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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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6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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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0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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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6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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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6 0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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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4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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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뒤끝의 일요일 오후.. 책상 작업을 그만두고, 크게(아니 적당히 작게) 라디오를 켜고 의자에 앉아 타부키의 소설,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을 읽었다..

그리고, 정확히 세 시간 후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책을 읽는 세 시간 동안 다만 물 한 잔과 술 한 잔을 마셨다..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레퀴엠>에 이은 세 번째 소설..

역시..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87년 1월 한국 사회를 뜨겁게 했던 그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이 소설이 주는 먹먹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포르투칼의 한 조그만 도시 <포르투>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 공원 귀퉁이에 내버려진 한 목 잘린 시체를 한 집시 노인이 발견하는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소설은 그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리스본에서 파견된 한 젊은 기자와 그 사건의 범인으로 국가방위대 경관을 지목한 원고측 변호사가 암흑의 핵심으로 다가서는 과정을 작가 특유의 지성적인 목소리로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용기있게 증언에 나선 사람들..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면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 피르미누.. 그리고 마치 포르투의 미스 마플과 같은 도나 호자와 <역사에 대한 일종의 뒤늦은 참회>, 즉 <계급의식의 역설적 전복> 행위로서 지역 사회에서 힘없는 자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몰락 귀족 출신의 변호사 돈 페르난두.. 

처음엔 미궁에 빠져 있던 사건은 점차 국방경비대에 의한 고문치사사건임이 드러난다.. 그리고 항상 그러하듯, 소설의 마지막은 힘있는 자들에게는 한없이 약한 법정의 공방전으로 귀결된다.. 

 

Es ist eigentumlicher Apparat, 즉 이것은 정말 독특한 기계입니다. 그러니까, 오래전 1914년 프라하에서 한 유대인 무명작가가 독일어로 이렇게 썼는데 ... 아주 독특한 기계가 야만적인 법을 존속시키는 ... 죄수 유형지에 있는 기계일지, 혹은 유럽이 겪을 무시무시한 사건에 대한 끔찍한 예언일지? ... 기괴하고, 끔찍한, 근본규범 뒤에 숨어 있는 괴물, 흡혈귀 .... 프라하의 그 작가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쓰는 민족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습니다 ... 분명 살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 고문... 감금한 사람들 ... 살해하기 전에 고통을 주고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 인간의 육체를 고문할 필요가 ... 여러분은, 그리고 우리는 우리 중 누구도 그런 역사적인 잔인성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

 

... 동시대의 위대한 작가가 1914년의 그 예언적인 소설을 해석해 인본주의적 결론에 도달했고, 지금 저는 그 결론으로 변론을 시작했습니다 ... 사실이라면 그가 주장했듯이, 그 소설은 후회라는 환영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강조할 줄 알았던 겁니다 ... 그런데 그건 어떤 종류의 향수를 말하는 걸까요? 잃어버린 낙원, 인간이 아직 악에 물들지 않았던 때의 순수에 대한 향수일까요? 우리는 그걸 분명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혁명은 항상 형이상학적이라고 주장했던 카뮈와 같은 입장을 취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카뮈가 니체를 언급하며 주장했던, 중요한 문제들은 길거리에서 맞닥뜨린다는... 우리 앞에 있는 이 남자, 고문을 행하는 야비한 인간이라고 저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데, 어느 누구도 시신에 대고 담뱃불을 비벼 끌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 티타니우 실바 경위 같은 사람들이 일하는 우리 경찰서는 어떤 법률적 제재도 법률의 보호도 없이 ...

 

물론 판사는 실제적인 고문의 지휘자인 실바 경위의 증언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에게는 "근무 수행중 경찰서를 떠난 업무 태만의 책임이 인정되므로 정직 6개월, 그리고 살인에 대해서는 무죄를 언도하며, 시체를 유기한 부하대원들에게도 "공무원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시체를 은닉하고 공식 기록을 누락한 범법 행위를 저지른 데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는" 것으로 재판을 정리한다.. 우리 사회는 항상 고문에 대해 너무나 너그럽고, 개들은 항상 너그러이 살려준다.. 그것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재판의 결과들이 잘 보여주는 바이다..

 

물론 그러한 재판의 결과는 법제도나 법관의 타락이라기보다는 법이라는 장치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최근 법과 관련된 몇몇 저서들을 보면서 깨닫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거리와 언론, 또 아카데미를 포함해 거든 모든 전장을 잃어버린 이 사회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장이 법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마저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현실적으로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사회과학을 하는 인간들이 수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타부키가 던져준 숙제는 위에 인용한 돈 페르난두의 최후변론, 기자 피르미누가 녹음하고자 했지만, 녹음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린 문장들이 무수한 말줄임표로 덕지덕지 남아 있는 저 <띄엄띄엄한?> 글들을 복원하는 것, 그리고 그 문장들을 보존하고 끊임없이 주석을 다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죽음에 대항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겠는가..

 

철지난 옛날 이야기일까.. 그런데 왜 아직도 이리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흥미로운 문장을 기록해둔다.. 루카치에 대한 타부키적인 멋진 주석이다..

 

별이 참 많군요, 성운이 셀 수도 없이 많아요. 젠장, 성운이 셀 수도 없이 많은데 우리는 여기서 사람 생식기에 고문할 때 쓰는 전극 같은 것에나 골몰하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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