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국가 북한 -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
권헌익.정병호 지음 / 창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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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권력의 세습이라는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북한 체제 측의 시각/노력에 대해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베버, 기어츠에 대한 독해에 기초한 이론적 논의는 엉성하며, 북한을 ‘극장국가‘로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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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세계문학의 숲 2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태동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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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의 모던라이브러리 판 서문에서, V. 울프는 나는 삶과 죽음을, 정상과 광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쓴다. 이 소설은 광기와 죽음에 대한 연구, 온전한 정신과 광기에 휩쓸린 정신이 나란히 서서 보는 세계가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몇 차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였던, 그리고 결혼 후 심각한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다가 회복기를 거쳤던 그녀가 만 2년의 시간을 쏟아 부으며 정성을 들였던, 그리고 당대의 영국 여성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세상으로의 출구였던 문학/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무엇을 꿈꾸었던것일까. 그녀는 무엇을 되찾으려 했던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하나의 방법은 이 작품에서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죽음이라는 집요저음basso ostinato을 떠올리면서, 사형집행인의 시계처럼 어김없이 ~~” 시간을 통보해주는 빅벤 종소리에 맞춰 댈러웨이 부인 셉티머스 그리고 다시 댈러웨이 부인으로 이어지는 1926월 중순의 어느 하루를 해체하고 재구성해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에 쓰기로 하고, 일단,셉티머스의 죽음과 댈러웨이 부인의 교감/공감을 기록하고 있는 후반부의 문장 하나를 옮겨 적는다..

  

그 젊은 남자는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고 했다. 땅이 위로 솟구치는 듯하더니, 그의 몸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멍들다가 결국 담장에 박힌 녹슨 못에 꿰뚫린다. 바닥에 떨어진 그의 머릿속이 쾅, , 쾅 울린다. 그러고 나서 의식이 까맣게 되며 숨이 멎는다. 그녀는 그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젊은 남자는 자기 몸을 던졌다. 우리는 계속 살아가겠지(그녀는 다시 손님들에게 돌아가야 했다. 방들은 여전히 붐볐고, 새로운 손님도 계속 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는 하루 종일 부어턴을, 피터를, 샐리를 생각했었다) 계속 늙어가겠지. 그녀에게도 지켜내고 싶어 하는 중심의 무언가가 있었지만, 그것은 쓸데없이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잡담에 파묻히고 거짓말에 더렵혀지기도 하며 녹아 없어졌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 중심을 지켜냈다. 죽음은 그것을 지켜내려는 저항이었다. 죽음은 그 중심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소통의 시도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신비하고도 자꾸만 손에서 빠져나가는 삶의 중심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기며, 점점 더 그 중심에서 멀어져가, 거기에 접근하면서 느꼈던 황홀감도 잊어버린다. 그렇게 황폐해져가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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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과 영광 - 오이코노미아와 통치의 신학적 계보학을 향하여 What's Up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진우.정문영 옮김 / 새물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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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고고학적 방법론을 취하지만, 푸코가 이야기꾼이라면, 아감벤은 주석가이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중세 스콜라 철학에 이르는 어마무시한 장벽에 박힌 돌들을 하나씩 꺼내 두드리는 노고를 거치면서 저자는 ‘통치성‘의 작동방식의 비밀을 밝혀낸다. 휘몰아치는 듯한 결론부는 실로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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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론
하스미 시게히코 지음, 박창학 옮김 / 이모션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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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를 이런 독창적인 방식으로 읽어내는 인간이 있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여러 관습화된 문학비평론을 걷어내고 자신이 읽어낸 소세키의 언어만으로 소세키‘s 월드를 구축해가는 거장의 솜씨. 더구나 번역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은 읽는 재미가 있다. 소오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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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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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읽었던 <명암>과 40대로 들어선 후 다시 읽은 <명암>에 대한 느낌의 차이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소세키의 작품 중 유독 명암 만큼은 예전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토리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그 (무)기억, 혹은 망각이야말로 과거와 지금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소세키론을 읽다 발견한 구절들을 적어놓는다..

 

1. 사람들이 소세키를 반복해서 읽는 것은, 그 '작품'이 언어의 여백 또는 그 함몰점이란 지점에 사람들을 유혹해 끌어들이면서 거기에서 명(明)이 포함하는 암(暗)과 암이 포함하는 명을 의미와 언어를 넘어서서 읽으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2. 실제로 문자 그대로 <명암>이라고 제목이 붙은 한 편을 미결정 상태로 한 채 소멸해버린다는 솜씨는 소세키에게만 가능한 광기의 몸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놀라운 주석이다.. <명암>이 결말 없이 끝났다는 것이 지극히 소세키적일 수 있겠다는 모호한 느낌을 이토록 명징한 언어로 표현한 이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경복할 뿐..

 

그림자의 영역에 구애되면서도 밝음을 잃지 않으려 했던 한 일본 문학가의 작업에서 이토록 감동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근대문학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명암의 두갈래 선이 교차하는 모습을 끝까지 주시하고자 하는 그 자세 때문이다.. 소세키에게 있고, 루쉰에게 있지만, 이광수에게는 없는 것.. 그 결여를 성찰하는 자리에서 동아시아적 근대성이라고 하는 영역이 새로이 떠오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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