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
브루스 커밍스 지음, 조행복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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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커밍스의 관점을 절대화할 필요는 없다. 어쨌거나 그는 미국인이고, 미국 주류학계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조망하는 학자일 뿐. 문제는 그의 해석에 대한 과도한 열광과 뒤이은 정체불명의 냉소이다. 그나저나 왜 정작 그의 두 주저는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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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은 말한다 5
제민일보4.3취재반 / 전예원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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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걸쳐 꼬박 <4.3은 말한다> 전 5권을 읽다..

1945년부터 49년에 걸친 제주의 현대사를 기록한 이 작업은 분량만으로도 압도적이다.

또한 여러 숨겨진 자료들을 발굴하고, 어마어마한 학살의 현장들을 찾아가 증언을 채취하면서, 조각조각난 기억들을 짜맞추고자 시도했던 저자들(제민일보 기자들)의 노고에 실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런 작업은, 지금이라면 아마 불가능할.. 87년 이후 한국사회의 어떤 거대한 에너지에 의해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떠밀려지듯이 이루어졌으리라..

2천여 페이지가 넘는 기록의 페이지페이지마다 기록되어 있는 처참한 학살의 풍경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이지러지게 한다..

<비탄의 공화국>.

 비교적 동질적인 문화를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어마어마한 폭력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이 엄청난 폭력의 연쇄, 짐승의 시간들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은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한국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폭력에서 벗어나 그래도 조금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예전 최정운 선생님은 5.18일야말로 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실험실이라고 하신 적이 있었지만, 어쩌면 4.3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이런 4.3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서나 교양서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석범, 현기영 등 문학은 어찌됐건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해왔다. 하지만 역사는, 그리고 더욱 심하게도 사회과학은 여전히 그 전체상을, 4.3에 대한 구조적/사회문화적 이해를 제시하는데 뒤쳐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긴, 이 <멋진 신세계>에서 어느 누가, 과거의 학살의 기록들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4.3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이 책마저 현재 두 권을 제외하고는 절판된 상태가 아닌가..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면, 이렇게 힘들게 작업해서 나온 책들이나마 자유롭게 구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크라우드 펀딩을 해서라도, 다시금 이 책의 재판이 나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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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6
이문구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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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한국농촌사회에 대한 한 편의 민족지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근대화, 도시화로 인해 급격히 해체되어가던 농촌사회의 모습을 이토록 예리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시도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기록사적 가치가 있다.. 과연 한국농촌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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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와 타자성 - 감각의 독특한 역사
마이클 타우시크 지음, 신은실 외 옮김 / 길(도서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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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류학의 중요한 저자인 타우직의 책이 처음으로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번역자의 노고에 감사. 커다란 무리 없이 읽힌다. 벤야민의 성찰에 대한 인류학적 주석으로서 <포스트식민주의 시대의 미메시스의 과잉>이라는 문제의식은 엘리아스의 문명화과정에 대한 식민주의적 개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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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육군 - 제2차 세계대전을 주도한 일본 제국주의의 몸통
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정선태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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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본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본격적으로 '제국 일본'이 치러냈던 전쟁의 실체-전쟁의 구조, 그리고 실제 전쟁을 치러냈던 사람들의 경험-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썼던 것처럼..

메이지 이래 일본이라는 국가는 매 10년마다 전쟁을 치르면서, 사회체제를 바꿔갔다는 점에서..

근대 일본의 정수를 이해하는 중요한 하나의 틀이 '전쟁국가'라는 점은 분명하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그런 틀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참고도서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책들이 계속해서 발간되고, 문고판까지 만들어지는 것이야말로..

일본적 교양주의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일텐데..

실제로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르의 책인 것은 분명하다..

 

전문 역사가의 학문적 저작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사회에 유행하는 일련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교양' 시리즈와는 격 자체가 다른..

굉장히 치밀하고 깊이 있는 논픽션, 르포 장르라고 해야 할 듯한데..

 

사실, 이런 장르의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런 책을 읽어낼 수 있는 일정 수의 독서대중..

그리고 이런 책을 기획하고 출판할 수 있는 견실한 출판자본이 존재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것 하나 존재하지 않으니, 이런 책이 나오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긴 일본 사회 역시 신간에서 이런 책들을 발견하는 건 점점 힘들어지고 있으니..

교양주의의 몰락은 공통적인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책의 장점은..

쇼와 욱군이라는 15년전쟁 혹은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주도했던 한 집단의 내부를 최고 지휘층(작전참모를 포함하여)부터 일반 병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을 통해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위로부터의 시점이 아닌, 실제 전장을 경험했던 일반 병사들의 시점에서,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왜 일본 사회가 그러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는가를 여러 사례들을 검토하면서 집요하게 되묻는 그의 자세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물론 아주 깊이 있는 이론적 분석이 제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것은 이 책의 성격에도 맞지 않고, 또 저자의 의도도 아니었을 것이다..마루야마 마사오가 무책임의 구조라고 한 큐에 정리해버릴 이야기를 저자는 계속해서 자신이 발굴해낸 여러 텍스트들, 그리고 여러 증언자들을 통해 검증해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루야마와 같은 엘리트는 지나쳐버리는 당대 일본 사회의 많은 결들이 세세하게 복원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이 시대에 정통한 독자라면, 굳이 처음부터 읽을 필요 없이, 관심이 가는 사건이나 인물부터 골라 읽어도 무방할 듯.. 모든 장이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몇몇 장들은 논픽션의 정수를 보여줄 정도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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