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말한다 5
제민일보4.3취재반 / 전예원 / 1998년 3월
평점 :
품절


일주일에 걸쳐 꼬박 <4.3은 말한다> 전 5권을 읽다..

1945년부터 49년에 걸친 제주의 현대사를 기록한 이 작업은 분량만으로도 압도적이다.

또한 여러 숨겨진 자료들을 발굴하고, 어마어마한 학살의 현장들을 찾아가 증언을 채취하면서, 조각조각난 기억들을 짜맞추고자 시도했던 저자들(제민일보 기자들)의 노고에 실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런 작업은, 지금이라면 아마 불가능할.. 87년 이후 한국사회의 어떤 거대한 에너지에 의해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떠밀려지듯이 이루어졌으리라..

2천여 페이지가 넘는 기록의 페이지페이지마다 기록되어 있는 처참한 학살의 풍경들은 독자들의 마음을 이지러지게 한다..

<비탄의 공화국>.

 비교적 동질적인 문화를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어마어마한 폭력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이 엄청난 폭력의 연쇄, 짐승의 시간들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은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한국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폭력에서 벗어나 그래도 조금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예전 최정운 선생님은 5.18일야말로 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실험실이라고 하신 적이 있었지만, 어쩌면 4.3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이런 4.3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서나 교양서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석범, 현기영 등 문학은 어찌됐건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해왔다. 하지만 역사는, 그리고 더욱 심하게도 사회과학은 여전히 그 전체상을, 4.3에 대한 구조적/사회문화적 이해를 제시하는데 뒤쳐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긴, 이 <멋진 신세계>에서 어느 누가, 과거의 학살의 기록들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4.3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라고 할 수 있는 이 책마저 현재 두 권을 제외하고는 절판된 상태가 아닌가..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면, 이렇게 힘들게 작업해서 나온 책들이나마 자유롭게 구해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크라우드 펀딩을 해서라도, 다시금 이 책의 재판이 나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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