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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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토포스의 나열. 정제되지 않은 문장. 이 작품이 편을 가르며, 이 세상을 그리도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허탈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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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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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눈이라는 관습법은 폭력의 연쇄를 부추기는 장치일까, 아니면 폭력의 연쇄를 깨기 위한 사람들의 지혜의 산물이었을까.

아니 폭력의 연쇄를 깨기 위한 장치였다 하더라도, 어느 우연한 계기로 폭력이 발생해버리고 말았다면-마치 베리샤가가 맞닥뜨려야 했던 불행한 사고/사건처럼-, 그 폭력이 야기시킨 끝없는 폭력의 연쇄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뿌려진 피에 대한 정당한 가치/가격은 어떻게 정해질 수 있을까..

 

'문명'이라는 것이 발생하는 그 시작점부터, '사회'가 맞닥뜨려야 했던 이 난제를..

이스마일 카다레는 자신의 조국이기도 한 알바니아의 한 고원이라는 실험실을 통해 실로 음울하게-음울은 그의 첫 작품인 <죽은 군대의 장군>부터 그의 전매 특허이다- 기록하고 있다.

그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갑고 음울한 3월의 고원에는, 운명의 여신의 저주로부터 벗어나고자 애쓰는 오레스테스를 도와주는 아테네 여신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관습법의 무거운 그림자, 고독, 그리고 죽음에 대한, 그 치명적인 전염성을 가지고 있는 공포만이 짙게 드리워져 있을 뿐이다-이것이 '숭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조르그는 죽는다.. 그것은 예정된 운명이었다..

아마 처음부터 작가는 그조르그가 살 수 있는 단 1%의 가능성도 남겨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

분쟁해결사인 알리 비낙을 따라다니는 어느 (전직) 의사의 말처럼 "피는 상품으로 변질됐다"는 추문을 퍼뜨리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역자의 말처럼 피에는 피라는 법칙은 누구의 피도 등가로 취급되기에 어느 헌법 체계보다 '민주적'이고 피를 일단 잃으면 회수되지 않는 법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유혈을 일으킬 수 없게 만들어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였을까..

 

어쩌면 둘 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지적 허영때문에 알바니아의 고원을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베시안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약혼녀를 잃어버린 그 에피소드를 기록하면서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판단은 결코 쉽게 해서는 안 되며, 또 함부로 퍼뜨려서도 안 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폭력의 연쇄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또 그래서 그러한 폭력을 함부로 이야기해서도 안 되며, 그 연환을 깊이 있게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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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8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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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읽었음을 안타까워하며. 다만, 신자유주의로 황폐화된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한 처방으로도 여전히 유효함을 절감. 지금의 문제는 자유방임 원리들을 완전하게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목소리는 변함이 없는데, 왜 인간은 두 차례 대전을 치르고도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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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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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호불호는 페소아에 대한 호불호와 이어질 것 같다. 그래도 가끔씩은 정말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기차를 타고 싶은 충동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그 충동에 대한 지적 이해의 시도라는 점에서 이 책은 평가의 가치가 있다. 다만 기차를 타더라도 한반도를 벗어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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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들
H.D.F. 키토 지음, 박재욱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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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그리스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문헌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 아닌 정말 '순수한' '아마추어' 인문학 애호가라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난감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아마추어는 지식의 정도가 낮다는 뜻의 비하나 폄훼가 결코 아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고대 그리스야말로 전문가 혹은 전문적 지식보다 삶의 전체성을 추구하는 아마추어적 자세를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던 시대가 아닌가.. 전문가들의 시대는 어쩌면 인간이라는 종족의 위대함이 쪼그라든 시대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극히 사소한 것이었다..

얼마 전 <일리아스>를 읽으면서,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는 아킬레우스의 '분노', 종잡을 수 없는 고대 그리스 신들의 변덕, 그리고 서사시라는 장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던 차에, 서가에 꽂혀 있는 이 책이 문득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반값 할인의 광채에 눈이 멀어 닥치는대로 쓸어담던, 그 좋았던 시절(belle epoque)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아마 당시 "1951년 펠리칸 총서로 출판된 후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판매된 고대 그리스에 관한 최고의 고전"이라는 출판사의 문구에 낚여 이 책을 샀던 기억이 난다..

 

볼륨이 두텁지 않다는 것.. 상대적으로 평이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읽을 필요 없이 관심이 가는 주제부터 골라서 읽어도 된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일 듯 싶다.. 당연히 나는 4장 그리스 정신의 정수 <일리아스>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나름 흥미로워서 첫 장으로 돌아가 계속 읽어내려갔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정치사, 특히 페르시아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5-7장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역자가 말한 것처럼, 1951년에 출간된 책이다보니 시대에 뒤떨어진 장도 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그리고 만약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정도는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마음 한 구석에 싹틀지도 모르겠다-여러 문제들이 있다는 말이 들려오긴 하지만 그래도 그리스어 원전의 감성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천병희 선생의 번역본은 고마운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원전들에 대한 지식 없음이 이 책을 읽는데 커다란 장애가 되거나 하는 그런 일은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꽤 평이하다.. 정말 한 분야에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를 계속해 온 노교수가-한국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존재들이지만-, 일반 대중이나 학부생들을 상대로 하는 개론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 읽었던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 문두스(Mundus), 그레고리우스가 강의를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분명 한 때 우리나라 독서계에 돌풍을 일으킨 <로마인이야기>보다는 훨씬 수준이 높은, '고급진' 이야기다.. 하지만 수준이 높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정말 우리는 그런 점에서는 고대 그리스보다 훨씬 퇴보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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