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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땅의 이방인들 - 미국 우파는 무엇에 분노하고 어째서 혐오하는가 ㅣ 이매진 컨텍스트 62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유강은 옮김 / 이매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병리적 현상으로 출현하고 있는 상호소통이 불가능한 '거대한 벽', 그리고 우파들의 분노와 혐오, 나아가 자신들의 이익과 무관한 정파에 기꺼이 몸을 바치는 거대한 역설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역작..
감정사회학의 권위자답게, 저자는 이러한 정치적 현상에서 감정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 모두 '감정 규칙'feeling rule이 작동한다. 우파는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에 관한 자유주의적 통념, 곧 게이 신혼부부를 보고 행복한 감정을, 시리아 난민의 곤경을 보고 슬픈 감정을, 세금을 내는 일에 관해 분노하지 않는 감정을 느껴야 하는 통념에서 벗어나려 한다. 좌파는 편견을 본다. 이런 규칙은 우파가 가진 신념의 정서적 핵심에 도전한다. 그리고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억만장자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 같은 자유분방한 후보가 운집한 지지자들을 응시하면서 '이 모든 열정'을 보라고 말할 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이런 핵심이다.
물론 내밀한 감정을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우파들이 느끼는 심정의 세계는 너무 복잡해서 객관적으로 추출해내기 어렵고 , 그리고 그들의 실제 이익과는 반하는 정치적 행동의 역설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는 흐릿하기만 하다.. 통계가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저자가 차용하는 방법은 심층 인터뷰를 통한 이해의 방법론이다. 이 방법은 밑도 끝도 없는 작업이어서, 언젠가는 핵심에 도달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 길은 너무 험난하다.. 그래도 이런 많은 품과 시간이 드는, 현재의 자본주의 합리성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간주되지 않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극소수의 공간이 학계academy라고 한다면, 세금으로 책을 읽고, 또 연구하는 연구자들이야말로 사회가 자신들에게 준 이 특권을 소중히 여기면서 자신의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세대간, 정파간, 또 불명료한 여러 전선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한 역설들을 이해하는 시도로서 감정사회학, 감정인류학적 연구가 조금이나마 이루어지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