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 교양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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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혁명운동사에서 소비에트를, 그리고 스탈린주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전세계 인민들에게 유토피아와 악몽을 동시에 주었던 그 공과 과를 과연 누가 평가할 수 있을까..

 

스페인 내전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점은 프랑코의 칼이 공화국을 둘로 가르고 마침내 그 심장에 칼을 꽂기 전에 이미 공화국은 내분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무정부주의 vs. 공산주의.. 파시즘의 위협 앞에서 공화국을 수호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 어느 노선이 옳았는가에 대한 답을 앤터니 비버는 교묘히 피해간다. 패자에 대한 감정적 연대 속에서 공산당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심지어 혁명을 위해 함께 싸웠더 과거의 동지들로부터 무장해제를 당하거나 심지어 반역죄와 같은 무고죄로 처형당해야 했던 아나키스트들에게 좀 더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듯 하지만, 아나키스트의 낭만주의적 전술이 1930년대 당시의 현대전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았다는 점도 공정하게 기술하고 있다..

어쩌면 저자에게 역사란, 그가 인용하는 W. H. Auden의 말처럼, "패자에게 "아, 가엾어라!"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패자를 돕거나 용서할 수는 없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당연히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의 소위 '민주주의 국가'들의 불간섭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해둘 필요가 있다.. 물론 저자 역시 이 부분을 몇 차레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뭇솔리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병사들의 노골적인 개입, 그리고 스페인 내전에서 실질적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독일 콘도르 군단(비행대)와 같은 화려한 팀플레이에 비해, 서구의 '소위' 민주주의 국가들은 공화국의 운명에 철저히 무관심했다..

당시 그들이 진정 두려워했던 것은 <파시즘>이 아니라 <공산주의>였기 때문일까.. 아니, 프랑코적인 권위주의 체제가 그들의 자본주의적 이해관계에 더 들어맞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내전은, 그것도 이념의 충돌에 의해 빚어지는 내전은, -누가 승리하든-, 그 사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생채기를 낸다.. 스페인, 한국, 칠레.. 이 나라들은 모두 근대사에서 내전과 그에 버금가는 쿠데타를 겪었고, 그 상처는 민주주의로의 이행 이후에도 아물지 않은 채 계속해서 고통을 주고 있다.

몇 개월째 지속되는 촛불집회, 그리고 이를 저지하고자 나선 정체불명의 <반촛불집회>(태극기집회?)를 보며 그런 생각이 부쩍 들었다.. 얼마 전 심지어 군대에 <궐기?>를 호소하는-한 마디로 쿠데라를 권유하는 <반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무시무시한 선동을 보면서 그들의 행동을 단지 <광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들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레드 컴플렉스>, 그리고 그 공포를 밑바닥에서 만들어내는 감정의 구조에 대해 우리 사회가 깊이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러한 감정의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양자 사이의 이성적인/합리적인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절망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탄핵이 되든, 되지 않든 이 사회의 분열의 고랑은 당분간 메워질 수 없을 것 같다.. 따라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그 밑바닥의 감정의 구조를 밝혀내고, 이를 통해 이해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학문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선의>를 이야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물론 그 어려운 분석 작업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방법론조차도 떠오르지 않는다.. 공동작업이 아니면 불가능할텐데.. 과연 선입견을 버리고 선뜻 시작할 사람들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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