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3
제임스 조이스 지음, 진선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작년 이맘때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었었는데.. 1년여만에 <더블린 사람들>을 읽다..

 

한 선배는 도시인류학을 새롭게 해보겠다는 포부로 이 책을 읽었다고 했는데.. 과연.. 자신의 고향이자 "아름답고 더러운" 도시, 더블린에서 살아가는 온갖 계층의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그의 시선은 흡사 민족지학자의 시선을 방불케할 정도로 치밀하면서도 섬세하다.. 어디선가 조이스는 더블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세계 모든 도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지만, 이는 더블린의 소설가이자, 세계적 문학가였던 그의 문학관의 핵심을 잘 드러내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적 기교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어떻게 평할 수 없다.. 원서를 읽지 않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다만 젊은 시절 더블린을 떠나 죽을 때까지 더블린에 돌아오지 않은 채 바깥에서 생활했던 그의 문학적 공간/실험실이 일생토록 더블린이었다는 것.. 그리고 더블린이라는 도시 특유의 냄새, 혹은 정서에 집요하게 이끌리면서도 그의 문학이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인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는 것이다..

 

진부하긴 하지만, 여전히 설득력 있는 기어츠의 경구..

"인류학자는 마을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연구한다"

그렇다면 인류학적 민족지가 오늘날 독자들에게 아무런 흥미를 주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민족지가 다루는 사례가 특수해서가 아니라-자신 말고 누가 봉고봉고족에 관심을 갖겠는가는 인류학자들의 한탄-, 그 사회를 관찰하고 기술하는 인류학자의 눈이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일랜드의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조이스가 자신의 문장들 속에 숨겨놓은 상징들을 해독해내면서 더 큰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또 다른 독서법일테고.. -<마비>는 조이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분명히 중요한 키워드이긴 하겠지만, 지나치게 구애되면 조이스는 20세기 아일랜드의 민족주의자이자 계몽주의자가 되어버린다.. 조이스가 그런 역할을 자청했을지는 의문이다..

 

<이야기>라는 장르의 순수함을 중시하는 독자들에게도 조이스가 들려주는 더블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문득 김소진의 <장석조네 사람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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