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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ㅣ 카프카 전집 3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성>에 이어 내친 김에 카프카의 <소송>을 다시 읽기로 한다..
2017년 1월을 카프카와 함께 보내기..
여러 종의 번역본이 있지만, 솔 출판사의 전집본을 읽는 단 하나의 이유는..
예전 (가난한 독자로서는) "좋았던 시절" 반값 할인의 유혹에 낚여 솔출판사의 카프카 소설전집을 구입했기 때문이다..(20년 전에 읽었던 <소송>의 판본은 <한권의 책>이라는 문고판본이었다.. 그 판본의 제목은 심판이었나.. 소송이었나..)
전집판 <성>의 번역은 그닥 가독성이 좋지 않았다.. 그에 비해 <소송>은 읽기가 한결 수월하다.. 그건 번역자의 차이 탓일까.. 그렇지 않으면 카프카의 문체에 변화가 일어난 때문일까..
들뢰즈+가타리는 자신들의 꽤 이단적인(?) 카프카론에서 카프카의 언어.. 즉 체코어에 영향받은 프라하 독일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물론 이 역시 바겐바흐라는 학자에 대한 인용이다)
전치사의 부정확한 용법, 대명사의 남용, 아무데나 쓰일 수 있는 동사의 사용('놓다, 위치짓다, 제출하다, 탈취하다' 등 일련의 의미로 사용되는 'Giben' 같은 동사가 그것인데, 그 결과 그것은 강렬도적인 것이 된다)과 부사의 다양화 및 연속 병치, 고통과 결부된 함축의 사용, 단어의 내적 긴장으로서 강세의 중요성, 내적인 부조화를 야기하는 자음과 모음의 분포 등이 그것이다. 바겐바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언어의 빈약성에 대한 이 모든 특질들이 카프카에게서 다시 발견된다. 그것이 새로운 간결성, 새로운 표현성, 새로운 유연성, 새로운 강렬성을 위해서 창조적인 용법을 취하고 있지만 말이다.
들뢰즈+가타리는 이러한 설명을 통해 카프카의 언어 사용을 강렬도적인 언어 내지 독일어의 강렬도적 용법이자, 우리를 사로잡을 것이 틀림없는 소수적 언어 내지 용법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던 것 같지만..
체코어에 영향받은 프라하 독일어는커녕, 독일어도 읽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신비로운 주석에 대해 그저 멍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지만.. 적어도 한글 번역본으로 읽고 있지만 소송의 간결한 문체가 훨씬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는 것만큼은 수긍할 수 있다..
들뢰즈+가타리.. 이 인간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우주관 속에 자신들이 사랑하는 작가들을 자기 마음대로 해체, 배치해버리는 탁월한 무공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 무공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굉장한 종교적 신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무공이든 그것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그 무공 자체에 대한 믿음이 수반될 수밖에 없지만, 들뢰즈+가타리의 무공은 가히 병적인 측면이 있어서, 굉장히 탁월하지만, 또 자칫 잘못하다가는 내상을 입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마치 서독의 합마공처럼 말이다..
어찌됐건 그들의 카프카론을 중반까지 읽다가, 다시 카프카의 <소송>으로 말을 갈아탄 것은 오늘 밤 가장 현명했던 행동인 것 같다..
이제 요제프 카는 첫 심문을 위해 일요일 오전 9시 집을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