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도련님』의 시대 1~5 (완결) 세트 - 전5권 - 혹독한 근대 및 생기 넘치는 메이지인
다니구치 지로 그림, 세키카와 나쓰오 글,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학교 도서관에 주문을 했더니 2주만에 책이 왔다..

음.. 일단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아.. 굉장한 책이다..

역시 사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그러자니,

현암사에서 나오고 있는 소세키전집도 눈길이 가고(소세키의 소설들을 나올 때마다 한 권, 두 권 사모았더니 전집이 나오고 있다.. 이런..)

모리 오가이의 책도 <아베 일족> 한 권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시집은 아무래도 마땅히 떠오르는 번역본을 찾을 수 없지만, 역시 한 권쯤은 갖고 싶고..

고토쿠 슈스이 선집도 필요하다(아주 운좋게 어제 알라딘 헌책방에 나온 매물을 잽싸게 주문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스토리 만화라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에 대해 식견이 없는 내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글을 쓴 세키카와 나쓰오가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를 했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소세키, 오가이, 다쿠보쿠, 고토쿠 슈스이.. 그 이름만으로도 메이지를 대표하는 문사들이 자신의 길을 가면서 서로 만나고 엇갈리는 궤적을, 그는 그들이 남긴 일기, 그리고 편지 등을 꼼꼼히 읽어내면서 재구성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작업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많은 전기가 이미 출간되었기 때문에 2차 문헌들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래도 그 방대한 양을 다시 압축해서 한 권 한 권 만화라는 공간에 담아내는 것은 전혀 별개의 작업이다.. 경의를 표한다..

 

저자는 메이지라는 시기를 도련님(봇짱)의 시대로 규정한다.. 소세키의 <도련님/봇짱>이 골계미 가득한 유머러스한 작품이 아니라, 왠지모를 우수어린 작품으로 평가하는 저자의 시각에 120프로 동의.. 왜냐하면 소세키가 그 작품에서 그려내려고 했던 것은 메이지라는 시대의 격량에 깨어질 수밖에 없는 이상주의의 한 반짝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세키, 오가이, 다쿠보쿠, 고토쿠 슈스이는 모두 <도련님>들이다.. 메이지를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은 분명 이 시대를 그린 또 하나의 명작 <바람의 검심>과도 상통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세계관이 메이지에 대해 전후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신화의 반영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연이은 공습, 그리고 패전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보면서 일본인들이 느꼈던 공통된 물음.. 왜 우리는 이런 무의미한 전쟁에 빠져들어 조국을 잿더미로 만들고 말았을까.. 어디서 우리는 잘못된 길을 가게 된 것일까.. 누군가는 <진주만 기습>을, 또 누군가는 <만주사변>을 그 기점으로 삼을 지 모르지만, 저자는 고토쿠 슈스이 등 일련의 사회주의자들의 죽음을 가져온 <대역사건>을 그 기점으로 삼는다..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시대폐색>이라고 명명했던 그 시기를 거치면서 메이지 시대의 생기는 사라지고, 그들은 점차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생쥐스뜨라면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혁명이 동결되었다>고 부르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메이지 시대의 일본을 그만큼 신화적인 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욕망의 한 표현이기도 하다.. 유신지사들은, 메이지를 만든 이들은 거인들이었다.. 서세동점의 가혹한 시대 속에서 동양의 작은 소국인 일본은 독립을 위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러일전쟁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존속하기 위한 불가결한 싸움이었고, 동시에 백인종에 맞서 싸운 아시아인 전체의 승리이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전후 70주년 아베 담화와 그 인식에서 커다란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러일전쟁이 조선을 병합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는 것은 잊혀진다.. 아마 만화 1권에서 안중근이 그 정도의 비중으로밖에 그려지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인식의 한계일 것이다.. 물론 그 정도의 인식이라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역시 이 정도면 훌륭한 만화다.. 만화를 읽고 나니..

소세키의 <산시로>가 그리고 모리 오가이의 <무희>가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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