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다 >/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 10800 

울림이 큰 작가이다. 운명이나 사랑에 대한 기록은 두고두고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잔잔하게 밀려드는 위로의 손길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추억 하나, 이 가을에 꼭 만들고 싶다. 독서라는 것을 한다는 꽤 뿌듯한 보람을 가슴으로 기억하도록. 

 

< 판탈레온과 봉사대 > / 마리오 바르가사 요사  / 문학동네 / 10800 


이름과 작품 모두 생소했다. 상받은 후 집어드는 심리는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읽어보고 차후 스페인 문학으로 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개인적인 희망을 담아 본다. 

 

 
< 그냥 > / 박칼린 / 달 / 10800 


그녀가 TV에서 눈물을 보일 때 짧았지만 이방인으로서의 설움을 엿보았다. 거기엔 그것을 극복해 낸 강한 정신력도 덤으로 였다. 하지만 눈물 뒤엔 그녀만의 철학이 있어보였고 나는 그것을 쌓아올린 과정이 퍽이나 궁금했다. 

 

< 복어 > / 조경란 / 문학동네 / 9900 


복어의 독과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것들을 훌륭하게 직조해 내었을 것이다. 언제나 압도당하는 것에 관해서 쓴다는 그녀에게 한번더 압도당하고 싶다. 소설다운 소설을 쓴다고 여겨지는 몇 안되는 여성 작가이다. <혀> 이후, 과연 무엇을 고민하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구경꾼들 > 윤성희 / 문학동네 / 9000 


그녀의 문학상 수상작을 단편으로 많이 만나 보았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번에 첫 장편이니 그 호흡이 간단치 않을 터이다. 가끔 내 이야기 같은 소설이 그리울 때 처방전과도 같은 작가이다.  
기다렸다.  

 

 총합계: 51300 원  

 가을은 너무 짧다. 독서는 끝이 없고, 계절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겨감이 곧 겨울을 기다리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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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19: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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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2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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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09: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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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1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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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종료] 7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1.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2. 이슬람 정육점
3. 쓰리
4. 죽음 이외에는
5. 가미가제 독고다이
6. 바이퍼케이션
7. 카르마
8.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9. 독고준
10. 삼십년 뒤에 쓰는 반성문
11.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 막는가
12. 불안의 황홀
13.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문학 B조인 제가 평가를 담당했던 작품은 모두 13작품 이었습니다. 제일먼저 도착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상당했던 책 두께가 기억나는군요^^ <이슬람 정육점>, <삼십년 뒤에 쓰는 반성문>,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나름대로 완성도가 높았다고 생각됩니다. 여름엔 추리장르로 색다른 독서를 할 수 있었구요. 후반기에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 막는가>와 <불안의 황홀> 역시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서 색다른 주제와 형식에 독서의 만족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1. 신간평가단 활동 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그런데, 제 경운...그 중에서 불시에 선착순으로 모집하신 <바이퍼케이션>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덕분에 이우혁이라는 작가도 알게 되었고 책자체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고, 또 서평도 한여름의 열대야를 이겨가면서 끙끙 대었기에 많이 기억에 남네요...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한 제 서평중에서도 제일 공들여 썼던 것 같습니다. 그 세권을 독파하고 서평을 쓰고나니 여름이 물러 가 있었죠...
<바이퍼케이션>은 이번 여름을 견디게 해준 일등공신입니다. 우연이 필연을 능가하는 행운이 된 셈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 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삼십년 뒤에 쓰는 반성문

표절에 관한 추억이 많아서 그랬는지 저는 이 책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김도언 작가의 서정적 문체도 인상적이었구요.
어린시절 원고지와 손에 쥔 연필이 한참 동안 떠오르더군요
더불어 강원도 평창의 아름다운 겨울풍경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2. 이슬람 정육점 

장르는 청소년 문학에 가까운데 시종일관 진중한 주제를 배치시키는
작가의 능숙하면서 도 고집스런 문학적 성향을 엿보았습니다.
마지막 결말부의 감동까지 대단한 클라이막스가 없다는 것이
옥의 티만큼만 아쉬웠습니다.


 
3. 불안의 황홀
 
뜻밖의 수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기문학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었고
솔직하고 유려한 문장에 많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커피이든, 술이든 무엇이든 한잔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4. 바이퍼케이션
 
독서의 쾌감면에서는 최고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많은 부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제 자신에게도
얼마간은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반입니다.
(평가단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입니다^^*)

 


5. 가미가제 독고다이

작가의 천연덕스러운 문체와 걸쭉한 구절에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무거운 주제였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웅숭깊은 감동을 전해주었기에
오래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전작이 너무 관심을 받은 탓인지 평가는 야속하게 받은 것  
같더군요...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저로서는 문학사적인 의미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좋은책이라 하셨기에...제 주관이긴 하지만 문학적인 작품성과 문단 및 독자들의 평가를 완전히 배제하기 힘드네요^^
그러고 보니 모두 한국작가들의 작품이구요. 그래도 제 맘대로 베스트를 뽑으라는 운좋은 기회를 부여받았으니 저렇게 정리하겠습니다.


3.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소설가는 삶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게 아니고, 삶에 대한 자신의 오해를 정당화하려고 소설을 쓴다."

 

 

<불안의 황홀, 김도언> 에 나오는 한 구절 입니다. 김도언 작가는 일기에 시인과 소설가등 문학인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돌아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소설가의 한계와 자격에 대해 솔직한 시선을 남겨 두었습니다. 흔히들 작가가 세상의 이치와 도리를 훤히 꿰고 있어 그토록 격조높은 작품을 창작해 냈다고 생각하지만 통찰의 깊이는 작가의 자각의 결과가 아닌 작품의 자각의 결과 이며 그래서 대부분 작가는 훌륭한 작품보다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라는 그의 글이 너무나 뇌리에 남았습니다. 실제로 서평을 쓰면서도 실은 작품을 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쓰면서 이해하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한 적이 많았기에 저는 저 구절을 노트 한 귀퉁이에 적어 두었습니다. 작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오해를 정당화 하기 위해 무엇이든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서평단 역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오해를 이해하기 위해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평단을 하면서 평소 제 취향과는 전혀 다른 책들을 접해볼 수 있었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많은 성취감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좋은 책으로 다양한 기회를 골고루 나누어 주려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8기에선 더욱 발전 된 모습으로 활동하길 바랍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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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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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14: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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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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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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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 7기 신간도서 평가단 활동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마음님이 속한 B조의 도서들을 보니 정말 읽어볼 만한 책들이 많았네요ㅎㅎ
(한사람님은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활동도 7기 버금가는 독서와 멋진 글을 쓰실거라고 믿습니다^^ㅋ

한사람 2010-10-05 22:14   좋아요 0 | URL

수고는요~ 행운이었죠 뭐
도서는 다 좋았던거 같습니다..
다만..수급시기가 너무 들쑥 날쑥 해서..
이번엔 좀 체계적이었음 좋겠어요~
저도 cyrus님의 인문분야 활동을 기대합니다
 
8기 신간평가단 활동 안내
소설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 타 온라인 서점의 리뷰이벤트에 해당되는 작품들은 제외했습니다 
- 국내외적으로 너무 유명한(알아서 판매걱정없는 ?) 작가의 작품은 제외했습니다.   
- 장편과 단편모음집을 섞어서 선정했습니다

     
1. 그여자 전혜린 / 정도상 / 두리미디어
전혜린을 좋아했다.
정도상의 <낙타>는 인상적이었다.  
두사람이 썩 잘 어울려 보이진 않지만  
그 변주곡은 너무나도  기대된다. 

 

2. 내 정원의 붉은 열매 / 권여선 / 문학동네
권여선의 시선은 날카롭다.  
하지만 읽는 독자를 향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충분히 제공하는 그녀의 소설집은
후회없는 선택일 것이다.  

   

3. 도망자 / 오리하라 이치 / 현대문학
1982년 동료 호스티스를 살해한 후 도주했다가
공소시효가 성립되기 21일 전에 극적으로 체포되어 무기징역형을 받은
후쿠다 가즈코를 주인공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소개글이 
눈을 끌었다...같이 도망가는 꼴이 되고도 남을 듯하다.  

   

4. 여름의 마지막 장미 / 온다리쿠 / 재인
 환타스틱한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경험해 보고픈 장르이고, 온다리쿠의 명성을 확인해 보고자. 

 

 

5. 육식 이야기 / 베르나르 키리니  / 문학동네
그 상상력이 발칙하고, 능청맞고, 매력적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대충 짐작은 가지만... 놀라움도 기다려 진다

 

 

 

 7기 평가단 활동을 하며 느낀 것입니다. 
 서평단이 작성하는 리뷰가 각 온라인 서점의 직접적인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이용하는 독자로서는 먼저 접한 리뷰어의 글을 조금이라도 참고하게 됩니다. 
 알라딘 평가단 운영진측에서 책들을 모두 읽어보시고 선정하는지는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책에 서평을 쓰게 될 수가 있더군요
 될수 있으면 좋은 점을 찾아서 서평을 쓰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작품 선정은,
 아무래도 출판사의 영향(수급문제 등)에 많이 좌우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서평단의 리스트를 수렴하시는 것으로 운영을 하기로 했으니 
 리스트를 추천하는 서평단도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추천의 범위가 너무 막연해(그냥 앞선 달에 출간 된 소설...)제 나름의 제외상황만 서술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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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한마음님도 이번 알라딘 8기 신간평가단 소설 분야에 되셨는지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소설 분야가 이번 신간평가단에서 제일 경쟁률 치열했다고 들었는데,,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6개월동안의 신간평가단으로서의 활약과 멋진 글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ㅋ

한사람 2010-10-02 12:27   좋아요 0 | URL

이궁, 여기도 제 닉을 한마음님이라고 하시는 분이 ㅋㅋㅋ
가끔..닉을 한마음이나 한사랑으로 부르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다른분 처음 봤을때 눈으로 인식하지 않고 마음으로 읽은 단어를 부른적이 있거든요~~

소설분야가 치열한건 아무래도..가장 쉽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건 일종의 운이라 생각해요

cyrus님은 인문, 교양쪽으로 풍부한 독서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로선 그게 더 부러운걸요^^

cyrus 2010-10-0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죄송합니다,, 요즘 하도 열린책들 카페에 들락날락거리다보니 혼동을 해버렸네요;;;;
한사람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소설 읽는 분들이 제일 부럽더군요^^;;
특히 한국소설,,, 우리나라 문학도 즐길 줄 알아야하는데 말이죠-_-a
 
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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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행


벌써 오년 전인가...뉴욕 맨하튼에서 며칠 머무면서 높이 솟은 빌딩들 틈 사이로 칼바람이 날카롭던 초겨울, 마찬가지로 거대하던 센트럴 파크와 5번가의 쉬크한 매력에 짓눌려 타임스퀘어 광장에 빈번하던 우리나라 기업의 로고가 가슴 벅차게 반가웠던 기억.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세계최고라는 자부심만은 사라지지 않을 듯 보였고 세계 수많은 도시 가운데 뉴욕에서 살고 그곳에 일자리가 있다는 것은 거리의 청소부라도 성공한 것으로 생각될 만큼 도시의 도시다움이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네이선이 바로 뉴욕의 유명한 변호사로 등장하며 그의 아내는 보스턴의 보수적 백인가문의 딸로 등장한다. 물론, 네이선이 처음부터 뉴욕에 살면서 부모와 가정환경 모두 너그럽지는 않았다. 마치 우리의 7,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니시리즈 극본의 전형을 보는 것처럼 그의 어머니는 미래 그의 아내가 될 말로리의 집에 가정부로 일자리를 얻게 된 이탈리아계 빈민층이었기에 어린 시절부터 그의 야망은 남달랐을 것이며 오로지 투쟁적인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자신을 연마해온 꽤 똑똑한 매력남이었을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공식과도 같을지 모른다.

여기에 변호사로서의 성공과 장인으로부터의 인정이 자신이 말로리의 '한 남자'라는 가장 큰 필수적 정당요인이라 생각한 그는 일을 우선시한 우연의 실수로 몇 개월 되지 않은 아들을 잃게 되고 그 댓가로 인해 말로리와 이혼까지 하게 되며 이것은 네이선 인생의 위기의 출발점이 된다. 여기까지는 허리우드 식 로맨틱 코미디에 자주 등장하는 뉴욕에서 성공한 남자들의 외면적인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언제나 진정한 사랑을 되찾아야 할 것이고 그로인해 삶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윰 뮈소는 이야기의 방향을 결코 진부하게 전개시킬 작가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사실 이야기의 초반부도 차지 하지 않을 만큼의 상황적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여덟살 때 이미 물에 빠져 익사한 자신을 치료한 적이 있는 굿리치 박사와의 만남과 그로부터 전해들은 사람들의 죽음과 그것을 어쩔 수 없이 눈앞에서 목도해야 하는 장면들까지도 우리는 자극적인 상황에 이끌려 이야기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자꾸 잃어버리기 일쑤고 나만 따라오면 된다고 하여 따라가 보면 여지없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장소에 도착하고 마는 길잃은 어른처럼 어리둥절해지기만 한다.

작품 중반이후 네이선이 딸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아내와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성찰과 실천의 시간을 가지는 것에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는 기회를 선사하기도 하고 장인과 서로간의 과거 인간적인 비밀이 밝혀지고 극적인 화해가 이루어지는 부분에서 소설 읽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은 후반부로 가면서 속도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가속력의 호흡과 반전을 위해 그동안 달려온 만큼의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것, 막연히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에 와서 통렬한 깨달음으로 배신을 뛰어넘는 '믿음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것일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알고 그것을 알려주는 역할의 메신져는 어떻게든 죽음을 막아야 하는 운명이 아닌, 살아 있는 순간이라면 죽음의 문턱까지 기꺼이 동행해 주는 삶의 동반자였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미리 알고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어쩌면 따라서 죽는 일보다 더 힘겨울지 모른다. 이 작품은 사후세계나 임사체험, 혹은 죽음의 의미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행'에 관한 이야기 인 것이다.

즉, 죽음을 맞이한 당사자 입장에서의 고뇌나 깨우침을 중심에 놓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알고 바라보는 상대(가족이나 연인, 친구)의 입장에서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어떻게 현명하게 상대를 죽음의 길까지 인도할 것이며, 상대가 떠난 후엔 그렇다면 어떻게 生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관해 아주 영리하게 반대상황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입장이 어느 순간 바뀌게 될 때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알고 있는 절망에서 '내가 죽는 걸 바라볼 수도 있다' 는 모르고 있던 절망에 맞닥뜨리면서 '죽지 않는다는 희망'보다 '바라보아야 하는 절망'이 더 클 수 있는 이율배반적이고도 이타적인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나중에 다 가게 되는 곳'이라 함은 누가 먼저가 되었건 한번은 죽음의 당사자로서 또 한번은 죽음의 목격자로서 두 가지 역할을 모두 겪을 수 밖에 없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제공하며 작가가 제시한 반전에 더 열렬한 타당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덮고는 배경이 어디가 되었건 인간이 벌이는 일들과 그 유형이 아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익숙한 장치들은 '죽음의 메신져'라는 지극히 소설적인 장치를 무리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냉장고 속에 늘 있을법한 각종 야채들과도 같았고, 무당이나 예언자 같은 신과 접신한 사람들에게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던 메신져라는 존재를 설득력있게 만들어준 조연이었다. 대중성과 통속성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로 통속적인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라면 이 작품은 그 대중성을 이미 뛰어넘어 터무니 없는 소재들도 지극히 일상적인 것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超대중적인 일상적 환타지가 비로소 현실과 동일시 되는 작가만의 독창적인 일체화(Identification)로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이었다. 원제가 되었던 <완전한 죽음>이란 그렇게 죽음으로 가는 길을 같이 동행해주는 '바라보는 자' 와 죽음을 '맞이한 자'서로간의 합체된 마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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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온 철학씨 - 문득 되돌아보고픈 인생
마리에타 맥카티 지음, 한상석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책을 처음 받아보고 예상대로 묵직한 종이감에 전공 이론서적의 개론서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언급되는 철학자들도 절반정도만 들어보았을 뿐 일상에서 철학을 통해 행복해지는 것은 막연하고도 멀어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저자도 권유했듯이 소개된 10개의 챕터에 제시된 이론과 방법만으로도 매 시간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방법의 토론을 전개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유용했다. 각 주제들마다 철학자들의 배경과 이론을 소개한 후 정답없는 질문들을 답 없이 쏟아 내고 마지막 철학도구들(듣고 흥얼거리기, 낭독하고 쓰기, 읽고 말하기, 보고 생각하기, 몸으로 철학하기)을 통해 생활 속에서 행복해 질수 있는 방안들을 정리해준다. 특히, '창밖을 내다보라', '손에 흙을 묻혀보라'와 같은 실천지침을 머리로 생각하는 철학에서 발전해 몸으로 옮기는 철학으로 하나의 체크리스트처럼 친절하게 권유하는 디테일은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의 수확이자 즐거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1. 단순함 SIMPLICITY - 에피쿠로스와 샬럿 조코 백
쾌락주의로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나 몇 천년이 지난 후 불교의 가르침을 전달하려는 학자나 변하지 않도록 주장하는 것은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단순함'의 반대개념은 복잡한 것도 포함하지만 무엇보다 속도의 수위조절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빨리빨리 증후군에 시달리는 우리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새겨야 할 명제였다. 단순함은 '우리의 정신을 닦아주는 걸레'라는 정의 또한 정신이 깨끗해야 생활이 단순하다는 진리를 암시한다는 점에서 단순함은 '깨끗함'을 상징하며 이는 곧 '더러움'과도 반대되는 개념이라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나는 지난 일 년 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은 과감하게 버리라는 어느 교수님의 조언이나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古박경리 작가의 유고시집을 떠올렸다. 만약, '단순함'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면 나는 단연 무엇이든 자주 버리는 내 습관을 예로 들며 몸으로 철학하기를 주장 할 것이다. '한가함'을 참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니체의 질문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지침으로 답하고자 한다.

2. 의사소통 COMMUNICATION - 칼 야스퍼스와 글로리아 안잘두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자하는 독일 학자 칼 야스퍼스의 의사소통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수단으로서의 언어와 그를 통한 세상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 멕시코계 미국인 안잘두아 모두 궁극에는 '나'자신의 탄생과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화가 통한다는 기쁨은 아무리 최첨단 의사소통의 매체가 넘쳐나도 언제나 신제품의 탄생보다 설레인다. 그렇기에 소통이 단절되었을 경우 그 좌절감도 정비례할 것이며 그것은 결국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말이나 글 또는 침묵까지 그것을 소통시켜야 할 상대를 전제로 하는 것에 비해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결과들은 일방적일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듣고 베토벤에 맞추어 시를 한편 쓰라는 지침이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음식을 가져와 음악을 들으면서 시파티를 열어보라는 실천적 도구들이 더없이 반가웠다. 그전에 소통의 노력으로 인한 상처들까지 치유해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시각 PERSECTIVE- 버트런드 러셀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세상을 보는 관점을 시각이라 한다면 나는 어쩐지 망원경과 색안경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더불어 나이가 들면 다양하게 쌓여진 경험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치가 높아지고 더 깊이있는 시각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실제 나이를 먹으면서 실감 하는 것은 오히려 한번 굳어진 시각을 좀처럼 바꾸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여기 소개된 한명의 철학자는 '현실적인 인간'에서 벗어나 망원경을 꺼내어 시야를 확보하고 우주적 동반자가 되어 작은 자아를 벗어나라는 이상적인 주장을 펼쳐 보이고, 한명의 여성학자는 여성의 독립적인 삶을 위한 창의적 가치관을 주장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은 익숙하지 않은 장르와 예술가를 통해 고정된 시각을 좌우로 움직여 보라는 메시지였다. 지구의를 돌리고, 망원경을 이용해 하늘을 보고, 세계지도를 거꾸로 보고, 다른 나라의 뉴스를 들어보고, 악보를 음으로 느껴보라는 철학도구들은 입체적인 해결방안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우주적인 관점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새삼 들었던 항목이다.

4. 유연함 FLEXIBILITY-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앨런 와츠
바로 앞장에서 언급한 시각과 연관성이 깊은 항목으로 철학자들 모두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유연성을 이야기 할 때 소크라테스의 '질문'과 플라톤의 '동굴'을 상징적으로 강조하고 어두운 정신에 갇혀있지 않기 위해 와츠가 제시하는 삶은 한마디로 힘빼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파도가 오면 올라타서 자연스럽게 파도를 타는 것처럼 피하려는 고집에서 벗어나라는 가르침은 흡사 강한 정신력으로 경기에 나선 운동선수를 연상케 했다.
철학적 도구들은 어느 장보다도 더 구체적이었고 그리스 전통에 따라 디저트 시간과 그 후에 한 가지 철학적 주제를 논하는 방법과 여백의 미를 느껴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의 풍경화를 감상하라는 팁은 놀랍고 인상적이었다. 이미 정신과 감정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는 입장인 우리로선 고맙고 뿌듯한 일일 것이다.

5. 공감 EMPATHY - 달라이 라마와 마턴 루터 킹 2세
타인의 감정을 내 것처럼 느끼는 공감은 '겸손'이나 '배려', '위로'와 같은 말로 해석되었다. 세계평화를 위한 딜라이 라마가 표적으로 삼은 인간의 무기는 이기심, 분노, 적개심이었고 킹 박사는 증오와 분노를 없애기 위해 배양해야 할 것이 공감과 사랑이라 하였다. 즉 배려가 전제된다면 공감이 형성되고 용서를 할 수 있다는 논리는 다분히 종교적으로도 보였으나 공감을 가장 범세계적으로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분들이 종교인이라 볼 수 있으니 이 장에서의 공감은 개인적인 감정수용의 단계에서 보다 발전된 타자나 세계로 확장되는 개념의 공감의 효과까지를 그 범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철학적 도구에서는 공감의 출발이 될 수 있는 예술가들의 배경과 경력을 강조한다. 하나의 예술작품을 창작할 당시의 예술가의 처한 상황과 심경을 알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논리일 것이다. 가장 공감했던 항목은 어느 조용한 하루, 당신 자신을 용서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골라 실제로 용서를 하라는 지침이었다. 다른 사람을 공감하기 위해 먼저 나를 용서 해보는 것, 공감의 출발 역시 '나'에 대한 이해로 받아들여졌다.

6. 개성 INDIVIDUALITY - 장 폴 사르트르와 엘리자베스 스펠먼
나를 상징하는 어떤 독특한 성격이라기 보다 나 자신을 이루고 나의 인격을 만드는 모든 것에 더 가까운 '정체성'의 다른 말로 이해되었다. 사르트르는 반대개념으로 자기를 부정하는 자기기만과 편견을 개성의 도피처라 규정지었고, 스펠먼은 성이나 직업을 체크하는 네모상자와 권력을 상징하는 문의 열리고 닫히는 순서를 비유로 개인의 고유성에 따른 분류와 그로인해 굳어지는 편견은 경계와 관용으로 치유해야 한다 주장한다. 가장 놀라왔던 것은 편견이나 자기기만의 사례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토론하고 대화하는 모습들이었고 인종, 출생지, 성, 직업, 결혼유무 등 수많은 개성만큼의 같은 비율의 편견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이었다.
모든 예술매체를 통해 자신을 충실히 묘사하라는 항목이 가장 현실적으로 와 닿았고 그렇게 표현된 자신과 실제 자신 사이의 괴리를 통해 어느 정도 내가 알고 있는 '나'를 만들어 객관적으로 '나'의 개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7. 소속 BELONGING - 알베르 카뮈와 리타 메닝
소속이라하면 역할이나 책임 같은 집단적 부채감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 장에서는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공동체 의식'의 함양을 결론으로 전해준다. 카뮈의 문학작품을 통한 사회정의와 공동체, 형제애와 리타 매닝의 지구공동체 세계관은 익숙한 주장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오히려 공동체를 이루는 소속에서 인간이 엮어내는 관계들로부터 기인하는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아쉬웠다. 도입부에서의 내가 누구인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나 연결이 나를 정의한다는 주장이 결론부에 이르면 공동체 정신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 이 장에서의 철학도구들이 조금은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워 보였다. 아무래도 앞장들에서 이미 '나'에 관한 성찰들이 이루어졌다고 판단, 사회적 유대나 시민적 참여를 강조했다고 여겨진다.
아는 사람 중 외부인(outsider)으로서 고통받는 사람을 생각해내고 그 사람에게 조용하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라는 지침 정도가 '나'와 소속을 이룬 상대를 연결하는 상호보완적인 지침이 아니었을까 싶다.

8. 평온함 SERENITY - 에픽테토스와 노자
저자는 앞서 언급한 주제들인 단순함, 의사소통, 시각, 유연함, 공감, 개성, 소속감, 이 모든 것이 평온함의 무대를 마련해준다고 한다. 이성이 지배하는 우주를 강조한 고대철학자나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라는 노자의 <도덕경> 모두 통제된 감정조절과 생활양식, 그로얻은 여유를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로 말한다면 아마도 복잡한 세상에서 스트레스 없이 마음의 평정을 얻어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일관된 삶의 태도라 할 수 있겠다.
물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가져보고 손에 흙을 묻혀보라는, 무엇이든 움켜진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손의 힘을 천천히 풀어보라는 충고들이 피부에 먼저 와 닿았다.

9. 가능성 POSSIBILITY - 존 스튜어트밀과 시몬 드 보부와르
무엇을 시도 하기 전의 잠재적인 가능성 보다는 오히려 무언가를 실패 한 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나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이야기 한다. 그런 면에서 밀의 교육적인 주장들보다는 여성성의 자유를 상징하는 보부와르의 '현실 뛰어넘기' 개념이 더 매력적이었다. 그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들과 미래를 향한 열정들은 철학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능동적이고 육체적인 행위요소로 느껴지기도 했다.
내 경우엔 가능성을 논의할 때, 흔히 등장하는 오른팔 피아니스트 폴 비트겐슈타인이나 두 다리 없는 운동선수의 경험담과 그 업적 보다는 언제나 가깝게 존재하는 사람들의 성공이나 재능에 더 관심이 간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한 듯 보이는 사람들 보다는 조금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현실감이 아쉬웠다.

10 기쁨 JOY- 스즈키 순류와 제인 애담스
저자도 밝혔듯이 기쁨이란 앞장의 주제들과 달리 정의면에서 그 경계와 모호성이 두드러지는 항목이다. 행복이나 쾌락과도 비슷한 기쁨을 감사로 인해 충만해진 순수한 마음이라 말하며 철학의 실천적 방법의 하나로 기쁨을 제시하고 있다. 제시된 스즈키의 심호흡은 종교적으로 보이지 않고 신선했으며, 제인 애담스의 생각을 실천에 옮긴 사회사업과 봉사활동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제시된 방대한 주제의 결론과도 같이 느껴졌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감사의 생활은 결국 기쁨이 충만한 상태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귀결되고 그러한 행복한 삶이야말로 철학을 배우고 그것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이 마치 천천히 걷고 나니 주변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좋다!, 한번 더 살아보자!, 당신도 당신의 삶을 다시 살아 보고 싶은가?
니체의 기쁨의 찬가 <취해서 부르는 노래>의 한 구절이 아직은 제정신인 우리들을 기쁘게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찾아가 살폈다기 보다는 우연히 나를 찾아 온 것은 맞았다.  
'나를 찾아온 철학氏'는 어색한 손님이었지만 반가운 친구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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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7-0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