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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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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정원을 가진 2층짜리 주택앞마당 파라솔이 펼쳐진 야외테이블엔
세련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앉아계셔 앞치마를 두른 엄마는 음료와 과일을 내어오고,
그때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버지는 007가방을 들고 있으며,
조금 있다 현관에선 남자, 여자 아이 두 명이 뛰어나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안기고
때마침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어 대면 푸른 하늘 위에 무지개가 뜨고
모두 활짝 웃고있는 우리는 행복한 가족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행복한 가족'에 대한 모범답안을 아파트, 음료수, 보험, 자동차등의 수많은 광고와 드라마, 영화 속에서 지겹도록 교육받아온 덕에 어쩌면 가족이라는 의미자체에 필요이상으로 강요된 집단적 알레르기 를 무의식중에 키워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족이란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어딘가로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는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시원한 말처럼 2010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고령화가족'은(사실 제목에도 줄거리 이상의 시의성이 반영된)가끔은 내다 버리고픈 내 엄마의 가족이자, 내 오빠, 내 언니, 내 동생의 가족 그러므로 나의 가족 이기도한 불편하긴 해도 익히 알고 있었던 우리 모두의 가족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착잡한 심정이 들었었다.

 워낙 불륜 및 엽기, 출생의 비밀 등의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탓인걸까. 집안에 한명쯤은 있을법한 인물들을 한집안에 몰아 넣었기에 막장이 된 것이지 사실 예술한다고 집안경제와는 도통 거리가 먼 오빠나, 남자 때문에 그렇게 데이고도 또 결혼을 한다는 언니나, 학교자퇴하고 뒷골목을 전전하는 조카나, 그 옛날 다시 들춰낸다고 해서 별반 달라질 것도 없는 부모님 스캔들... 주인공 오감독의 표현처럼 '평생 달고 사는 오래된 지병' 과도 같은 우리네 가족의 치부를 오랜만에 미안함 없이 들춰보았다.

 이런 막장 패밀리의 등장에도 눈살 찌푸리지 않고 슬며시 박수를 건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 형, 언니 또는 남동생이 그 집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을까 하는알량한 우월감까.  
그래도 우리 부모님은 엄마와 아부지 합쳐 딱 두 명밖에 안된다는 태생적인 자부심때문일까.

 천명관 작가의 시나리오집필 및 영화판 경력때문인지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 도중 자연스레 영화<가족의 탄생>류의 궁극적으로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는 몇몇 장면들이 오버랩되어 왔다. 또한 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주로 희생의 역할을 담당해온 여성측인지라 5년 만에 나타나 스무살 연상의 여자(고두심)를 데려온 남동생(엄태웅)을 맞이하는 누나(문소리)도 생각나고, <우울한 세계>에서 자신은 비록 생계형 조폭이지만 물 건너간 아내와 아이들이 보내준 비디오를 보며 라면을 먹다가 그릇을 엎어버리는 슬픈 기러기 아빠(송강호)도 떠올라 내 머릿속은 같이 살거나 살지 않거나, 피가 섞였거나 그렇지 않은 다양한 식구들로 넘쳐나 읽는 내내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어깨만큼이나 피곤했다고 말하고 싶다. 

  

- 피보다 진한 동거, 식구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家族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부부, 부모, 자식으로 이루어진 혈연집단 혹은, 법적으로 동일한 호적 내에 있는 친족을 의미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혼증가, 국제결혼, 입양의 증가로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많아졌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오감독과 형인 오함마, 미연 삼남매의 부모는 두 분이 아니다. 오감독과 미연을 낳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형인 오함모는 두 살 때 생모를 잃었고, 중간에 오감독의 어머니가 바람을 피워 불륜으로 탄생한 미연의 아버지는 오함모와 오감독의 아버지와 다른 인물이다. 고로 삼남매에게는 엄마 두 명, 아버지도 두 명 인 것이다. 그러니까 주인공 오감독을 중심으로 형과는 배가 다르고, 동생 미연과는 씨가 다른 복잡한 가족구성인 것이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순수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家族보다 일상 속에서 부대끼는 식구食口의 개념이 우리에겐 더 실질적인 가족의 의미를 부여 한다고 피부로 마음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식구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다. 한 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칭할 때도 '한때 한솥밥을 먹었다'라는 표현을 하듯 우리문화에서 '밥', '끼니', '한솥'이 전해주는 반복과 일상의 파워는 굳이 혈연이 아닌 관계에서도 어색함을 뛰어넘는 끈끈한 '정'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어려울수록 잘 먹어야 한다'는 주인공 어머니 말씀에 위로를 받고, 뛰어난 솜씨는 아니지만 오감독이 이십년만에 어릴 적 맛을 느껴본 닭죽 두 그릇에 고개를 끄덕이고, 삼남매의 욕지거리를 쓰기다시 삼아 둘러앉아 구워먹는 삼겹살에 입맛을 다시고, 비록 전처소생이지만 어릴 적부터 아무거나 넙죽넙죽 잘 받아 먹었다는 오함마가 제일 편하다는 어머니의 솔직함이 어쩐지 더 짠해보이는 그래서 매일매일 같이 밥을 먹는 사이들로 이루어진 우리식구, 우리 밥상의 모습이 나도 모르게 오버랩되고 결국은 내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자동적으로 떠올랐던 식구들의 얼굴이 기억 나는 것이다. 
 


- 아무리 그래도 식구
  오감독이나 미연이 집에서 밥만 축내는 밥값 못하는 오함마를 비난할 때 어머니는 '그래도 한식군데...' 너무 몰아붙이지 말라는 옹호성 멘트를 자주 하신다.
  아직도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이 존재하는 우리들에게 가족이란 개인위주의 서구문명보다 '함께 살고 함께 죽어야 한다는 공동체 운명의식'이 더 많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나한테 한치의 득이 될 리 없는 가족의 스캔들이나 누가 되었건 가족구성원들의 사업, 학업, 결혼의 실패 혹은 형제들 간의 경쟁이나 질투, 열등감으로 인한 불화 등등 수많은 사연들로 우리의 가족은 오늘도 각자의 상처를 서로주고 받고 묻고 파헤쳐가며 서로를 견디고 있다.

  하지만 팔순의 치매 노모를 모시는 아버지의 주저앉은 어깨나, 공단에 다니며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벌어야 했던 우리들의 고모와 이모, 새벽부터 도시락을 몇 개나 싸셨던 우리들의 어머니를 보아온 우리이기에 생활고에 시달려 어린 두 아이를 먼저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가족의 뉴스보다는 사고로 부모를 잃은 열여섯 여학생이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와 희망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는 기사에 더 응원을 보내고 싶다.

  비록 부모님이 안계실 땐 동생을 부려먹고 꿀밤도 쥐어놓고 동생이 가진 물건도 빼앗는 형이지만 나한테 밉상인 그 동생이 동네 어디서 누구한테 맞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땐 오함마처럼 벽돌을 들고 쫓아가 시원하게 복수를 해주고 싶은 우리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식구인데 평소에 인식을 못하여서 그렇지 다 같이 한상에서 밥을 먹을 때가 인간이 가장 행복 하다고 느낀다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은 이렇게 한많은 고령화가족을 견디고 이겨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 헤밍웨이 따라하지 않기
   ...낡은 전집을 묶는 동안 나는 지난 여름을 함께했던 헤밍웨이와 긴 작별인사 를 나누었다

  주인공은 엄마 집에 처음 들어올 때 분리수거장에서 가져온 몇 권의 헤밍웨이 전집 을 읽으면서 더부살이를 시작했고, 엄마 집을 나오면서 비로소 낡은 전집을 다시 분리수거장에 갖다 놓는다. 때로는 <무기여 잘있거라>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영화 장면과 스토리를 떠올리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의 해답을 찾기도 하고, 영화 속 등장인물의 심리를 지금의 자신과 비교하며 상상해보기도 한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와 <노인과 바다> 에 등장하는 주인공, 인물, 배경을 언급하며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암시 하기도 한다.  

  즉, 헤밍웨이와 그의 작품은 고령화가족의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하나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헤밍웨이의 작품과 파란만장한 인생은 주인공인 오감독의 해석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고 결국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이 작품의 주제를 암시하게 된다. 이것은 인생막장 끝의 삼류 드라마 같은 콩가루 패밀리의 이야기 속에서도 노벨상을 받은 작가의 위대한 작품 속 주제를 끌어내는 인생의 묘미이자 보이지 않는 반전장치 인 것이다.

  또하나 오감독(작가의 대변인으로서의)은 작품의 마지막에 그렇다 하더라도 헤밍웨이처럼 자살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어쩌면 가족 구성원의 희생에 대한 수혜자였기에 헤밍웨이처럼 멋지게 살고는 싶지만 헤밍웨이처럼 인생을 끝내고 싶지는 않은 그래서 사실은 남부끄럽지 않은 자신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희망 을 엿본다. 초라하면 초라한대로 지질하면 지질한대로 자신의 삶을 피하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그 역시 가족의 힘을 바탕으로 생겨난 생존방식 은 아니었을까.

  그 보이지 않던 가족의 힘 을 소름돋게 느끼게 해준 가족들의 대사이다
오함마의 자랑 - 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양아치지만 그래도 언제나 네 형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잘있어라 오감독 나는 간다.
미연의 상처- 그 더러운 돈 벌어가지고 엄마 생활비 주고 아버지 약값댔어.  
                    오빠 양복도 해주고 근데 어떻게 나한테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어 ? 
엄마의 의리 - 느이 아버지하고 나 사이에 사랑은 없었어도 인간적인 정리는 있었다.
                     아무리 죽은지 십년이 넘었다지만 그 사람이 평생 나한테 모질게 한 적이 없는데 
                     말도 없이 가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마지막 하나 ,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 엄마를 그리워 했을지 모를 전파사 의붓아버지가 자신의 빛바랜 청춘처럼 낡아 버린 전축을 고쳐놓고 흘러나오는 패티김의 초우와 그 음악을 들으며 비로소 가족의 화해와 평화 를 느꼈던 오감독의 아침에 조용한 공감을 전한다.

                          일상은 가족보다 더 지독하고 고래힘줄보다 더 질기다.
          
고령화가족은 지독하지만 그래서 더 질겼었던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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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너무 좋아요~ 올해 읽은 소설이 거의 없는데 어쩌면 유일한 수확일지 모르겠어요
 
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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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저급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속어들 중 말빨, 글빨, 필빨, 끝발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이어령님을 말하고자 한다면.

작년 여름, 일 때문에 우연히 저자의 강연을 들은 적 있다.
그는 칠순이 넘은 노학자였지만 넘치는 에너지와 정확한 발음,
청중을 단숨에 휘어잡는 카리스마, 적확하고도 적절한 유머..
그 어느하나 빠지는 것은 없었다. 두 시간을 꼼짝 않고 귀 기울이며
고3 이후 근래 내가 이렇게 잡 생각없이 오랜 시간 펜들고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나 나 스스로 대견했다.

꼭 그 시절 서한샘의 '밑줄 쫘악'이라도 듣는 심정이었을까.
새벽에 일어나면 서재에 꽂힌 책들 중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른다며
기립박수를 받은 저자의 새로운 책은 하루배송 인터넷서점을 뒤로하고
언제나 단숨에 달려가 싸들고 안고 오고 싶은 책이다.
젊음이 가버린 것도 한참인 저자가 어딜 가나 당부하는 말들은
'젊은 사람들, 젊은이, 젊다면, 젊으니까'에 대한 강력한 조언이자 충고,  

필사의 가르침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리 되는지 아무리 답이 뻔해도 물어보고픈 그의 신간은 '주어진 답은 하나'라고 배워왔던 우리들에게 창조적 지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대절명의 시기인 젊음에 부탁하는 창조교과서라 말하고 싶다. 
 

물론 아주 들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젊음을 진화시키는 매직카드를 9개로 소개하고 있다.

up_1 뜨고 날고 / 天外有天 / Take off
Magic card_1 카니자 삼각형(Kanizsa Triangle)


up_2 묻고 느끼고 / 疑問驚歎 / Interrobang
Magic card_2 물음느낌표(Interrobang)


up_3 헤매고 찾고 / 暗中摸索 / Serendipity
Magic card_3 개미의 동선(Ant's Trace)


up_4 <나나>에서 <도도> / 端不落 / Win-Win
Magic card_4 오리-토끼(Duck-Rabbit Illusion)


up_5 섞고 버무리고 / 圓融會通 / Mash up
Magic card_5 매시 업(Mash up)


up_6 연필에서 벌집 / 圓-方-角 / Honeycomb core
Magic card_6 연필의 단면도(Hexagon)


up_7 <따로따로><서로서로> / 獨創性 / Only one
Magic card_7 빈칸 메우기(Blank)


up_8 앎에서 삶으로 / 知•好• / DIKW
Magic card_8 지(知)의 피라미드(Knowledge Pyramid)


up_9 고향살이 타향살이 / 世域化 / Glocalization
Magic card_9 둥근 별, 뿔난 별(Form of stars)


저자는 집필후기에서 바다야 말로 거대한 불멸의 초록색 지우개라 표현한다.  

'바다는 많은 파도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소멸시킨다'
'바다는 파도가 묻히는 거대한 무덤이고 침묵이다.'
'여름이 지나면 또 다시 시작하는 나의 작은 파도들을 달래기 위해 텅 빈 공간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 빈자리에 높은음자리표로 바람이 불면 어리고 싱싱한 초록색 파도들이 다시 생겨날 것이다.
젊음은 그렇게 탄생한다'

모든 알려진 정보와 이론들이 지난 50년 동안 쉼 없이 그리고 거침없이 쏟아낸 그의 지적 편력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통찰력, 거미줄과도 같은 상상력을 통해
전혀 새롭고도 의미있는  창조 지침서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즐겨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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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1-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저도 이 책 읽었어요. 명성에 비해서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몇년전 어떤 분이 칼의 노래를 읽어보라며 책을 주셨다
원래 책이란 것이 내 의지로 선택해 내 손으로 잡지 않은 책은
숙제아니고선 여간해 손에 들기 힘든법 - 나름의 논리대로 그저 사무실 책꽃이 한켠에
꽃혀지기만 했던 소설이었다

그후론 어떤가
현의 노래는 물론이요, 남한산성 역시
서점에서 쉽게 들추며 다시 덮었었지
그랬었다

소설은 에세이보다 좀더 집중을 요한다 생각하기에
그리고 줄거리가 책덮은 후 생각나지 않을지 모르기에
바쁜 세상사에 그저 내몫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은 쉬워보였던 '바다의 기별'로
사과를 대신할까한다

김훈작가의 필력에는 범접할 수 없는 기자 출신의 논리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어쩌면 공지영이나 김형경류의 글에 익숙한 멜랑꼴리 감성독자들은
헤어드라이기로 몇번이나 바짝 말린 물기 하나 없는 머릿결처럼
그렇게 서운할지 모르겠다

작가는 2004년 이상문학상을 받고는,
" 중생으로 살기 위하여, 생로병사에 밟히기 위하여,
시간이 몰고 오는 온갖수모를 견디기 위하여, 목마름을 목말라하기 위하여,
그리고 인간에게 허용된 말의 범위안에 머무르기 위하여 저는 기어이 한줄한줄의 글을 쓰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글은 아마도 좁고 가난한 영역안에 갇히게 될터인데,
저는 그 부자유를 수락할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겨우 글쓰기를 시작한 신인이라 자칭한 작가의 겸손과
남은 생애를 아껴서 두어편의 글을 더 쓰다 가겠다는
하지만 소설가로서 당대나 후대에
기억될 수 있을지는 내 알바 아니라는 늘 신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그의 다짐이
뭐라말할까 한번도 뽑지 않은 크리넥스 화장지같았다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몇가지 사실과 그에 대한 의견을 첨부한다
-작가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말하라 외친다.

- 부모님
김훈의 아버진,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김구의 수발을 들면서 한 생애를 보낸
한국현대사의 황무지를 상징하는 울분의 인물로 생업은 신문기자 혹은 소설가였으며,
평생 억겁의 술을 마셨다고 함
어머닌, 서울토박이로 가난했지만 경우 바르고 깔끔한 여자
자, 됫박, 저울같은 도량형기를 존중하고 신성시함
어머니의 고향은 향토가 아니라 언어와 척도였다고 함 

 ...우리 아버지들은 왜 울분과 열정만이 그들을 지배했을까

...우리 어머니 들은 왜 늘 가난해도 바르고 깔끔했을까

...그리고 우리들은 왜 울분도, 열정도, 깔끔도 아닌,

...냉소로 가득차 있는지.. 



- 어린시절
부산 대신동 미군 병참부대에서의 미군이 던진 허쉬초코렛을
심청 아버지가 눈뜨듯 세상을 알게된 맛이라 기억함 

...크리스마스인지 생일인지 어린이날인지는 알수 없는 아주 어린 내 기억속 앨범엔,

...이른바 양과자라 칭하는 지금으로 말하면 진한 생크림 조각케잌과도 같은

...달디단 과자들을 선물상자에 사오시곤 곤히 잠든 나를 부러 깨워

...잠결에 먹여주던, 70년대 대신동 내 출생지 그때가 그립다

 
- 계기
영문학과 66학번인 작가는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영시를 배우고 외우고,
영국 낭만주의를 꿈꾸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난중일기를 접하곤
희망이나 행복이나 미래가 전혀 없는
절망만이 가득찬 현실을 기록한 이순신을 느끼며 영문학이 싫어졌다고 함
그렇게 스물둘에 읽었던 난중일기는 그후로 몇십년간 그를 지배하며
이순신에 대해 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말할수 밖에 없겠구나
그렇게 37년이 지난 어느날 돌연 연필을 들어 칼의 노래를 두달만에 집필했다고 함 

 
...젊은 시절 영혼을 지배하게된 문학은 반드시 생을 살아내면서

...한번은 그과 섞이고 물러져 다시

...꽃피워 질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 또한, 그또한 그랬으면 좋겠다...

...이 글이 절망속 희망을 과학적으로, 내게 전달해준것에

...이성적인 감사를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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