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몇년전 어떤 분이 칼의 노래를 읽어보라며 책을 주셨다
원래 책이란 것이 내 의지로 선택해 내 손으로 잡지 않은 책은
숙제아니고선 여간해 손에 들기 힘든법 - 나름의 논리대로 그저 사무실 책꽃이 한켠에
꽃혀지기만 했던 소설이었다

그후론 어떤가
현의 노래는 물론이요, 남한산성 역시
서점에서 쉽게 들추며 다시 덮었었지
그랬었다

소설은 에세이보다 좀더 집중을 요한다 생각하기에
그리고 줄거리가 책덮은 후 생각나지 않을지 모르기에
바쁜 세상사에 그저 내몫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은 쉬워보였던 '바다의 기별'로
사과를 대신할까한다

김훈작가의 필력에는 범접할 수 없는 기자 출신의 논리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어쩌면 공지영이나 김형경류의 글에 익숙한 멜랑꼴리 감성독자들은
헤어드라이기로 몇번이나 바짝 말린 물기 하나 없는 머릿결처럼
그렇게 서운할지 모르겠다

작가는 2004년 이상문학상을 받고는,
" 중생으로 살기 위하여, 생로병사에 밟히기 위하여,
시간이 몰고 오는 온갖수모를 견디기 위하여, 목마름을 목말라하기 위하여,
그리고 인간에게 허용된 말의 범위안에 머무르기 위하여 저는 기어이 한줄한줄의 글을 쓰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글은 아마도 좁고 가난한 영역안에 갇히게 될터인데,
저는 그 부자유를 수락할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 겨우 글쓰기를 시작한 신인이라 자칭한 작가의 겸손과
남은 생애를 아껴서 두어편의 글을 더 쓰다 가겠다는
하지만 소설가로서 당대나 후대에
기억될 수 있을지는 내 알바 아니라는 늘 신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그의 다짐이
뭐라말할까 한번도 뽑지 않은 크리넥스 화장지같았다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몇가지 사실과 그에 대한 의견을 첨부한다
-작가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말하라 외친다.

- 부모님
김훈의 아버진,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김구의 수발을 들면서 한 생애를 보낸
한국현대사의 황무지를 상징하는 울분의 인물로 생업은 신문기자 혹은 소설가였으며,
평생 억겁의 술을 마셨다고 함
어머닌, 서울토박이로 가난했지만 경우 바르고 깔끔한 여자
자, 됫박, 저울같은 도량형기를 존중하고 신성시함
어머니의 고향은 향토가 아니라 언어와 척도였다고 함 

 ...우리 아버지들은 왜 울분과 열정만이 그들을 지배했을까

...우리 어머니 들은 왜 늘 가난해도 바르고 깔끔했을까

...그리고 우리들은 왜 울분도, 열정도, 깔끔도 아닌,

...냉소로 가득차 있는지.. 



- 어린시절
부산 대신동 미군 병참부대에서의 미군이 던진 허쉬초코렛을
심청 아버지가 눈뜨듯 세상을 알게된 맛이라 기억함 

...크리스마스인지 생일인지 어린이날인지는 알수 없는 아주 어린 내 기억속 앨범엔,

...이른바 양과자라 칭하는 지금으로 말하면 진한 생크림 조각케잌과도 같은

...달디단 과자들을 선물상자에 사오시곤 곤히 잠든 나를 부러 깨워

...잠결에 먹여주던, 70년대 대신동 내 출생지 그때가 그립다

 
- 계기
영문학과 66학번인 작가는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영시를 배우고 외우고,
영국 낭만주의를 꿈꾸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난중일기를 접하곤
희망이나 행복이나 미래가 전혀 없는
절망만이 가득찬 현실을 기록한 이순신을 느끼며 영문학이 싫어졌다고 함
그렇게 스물둘에 읽었던 난중일기는 그후로 몇십년간 그를 지배하며
이순신에 대해 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말할수 밖에 없겠구나
그렇게 37년이 지난 어느날 돌연 연필을 들어 칼의 노래를 두달만에 집필했다고 함 

 
...젊은 시절 영혼을 지배하게된 문학은 반드시 생을 살아내면서

...한번은 그과 섞이고 물러져 다시

...꽃피워 질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 또한, 그또한 그랬으면 좋겠다...

...이 글이 절망속 희망을 과학적으로, 내게 전달해준것에

...이성적인 감사를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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