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조지프 핼리넌 지음, 김광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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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나이 들었다는 건 그 만큼 실수의 경험도 많다는 뜻일 터이다. 하지만 실수를 많이 했다고 해서 그것을 매번 수정하고 보완하며 살아왔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자신이 저지른 실수의 반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교정하긴 커녕 외려 같은 종류의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덮으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바로 우리가 실수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실수할 수밖에 없었구나 였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실수가 잦아지는 경험을 한다. 작게는 사람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것에서 시작해 돈 계산을 틀리게 하거나 크게는 주어 담을 수 없는 말을 하거나 운전 중에 차도로 뛰어드는 강아지를 보지 못하는 등의 실수까지, 실수는 아무리 조심하려해도 사라지지 않고 더 성화를 부리는 듯하다. 이제 기억력의 감퇴로 인한 단순실수나 순간의 착각으로 인한 판단착오는 하루에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생활 속 한 단면이다. 그런데 생명을 다루는 의사나 안전이 생명인 조종사,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판사처럼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비극으로 초래된다면 그때의 실수는 얼마나 치명적인가. 실수라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수(失手)이상의 참수(斬首)로 느껴진다. 어떤 실수는 어떻게든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을 불행한 과거이기에 기록되며 보관되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의료과실을 주제로 한 보도로 199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한 저널리스트의 저서이다. 20년 동안 사람들의 실수담을 모았더니 그 원인도 해결책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책이다. 인간이 가진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삶은 우리 모두의 희망사항일 것이다. 저자의 보도 경험과 저널리스트로서의 오랜 통찰력이 매끈한 번역과 함께 빛을 발했다. 실수하는 내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보시다 시피 이 책에서 말하는 실수는 무언가를 ‘잘못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잘못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고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사전적 의미로 실수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비중을 둔다. 누군가에게 조심하지 않아서 발생한 잘못, 다시 말하면 말이나 행동이 예의에 벗어난 행위로서 실례(失禮)에 가깝다. 실수에는 분명 중대한 실수가 있고 사소한 실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드러난 결과로서의 실수의 무게감을 구분 짓지 않고 인간이 사고하는 과정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실수를 말하고 있다. 우리 문화에서 실수는 사소한 착오로 빚어진 우발적인 결과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아 이 책에서의 실수와는 의미가 다른 듯하다. 사고의 결과가 아닌 그 시작과 전개과정을 따져볼 수 있는 기회로서 이 책은 유용한 의미를 지닌다. 실수를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일로 치부해버리면 같은 실수는 반복될 것이며 내가 저지른 실수는 나뿐만이 아니고 누군가의 불행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고과정에선 도대체 어떤 문제가 발생하여 실수를 하는 것인가.

 

 

편향은 실수의 지름길이다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이해한 것은 ‘편향’과 ‘과신’이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보통 이상은 된다고 믿는다. 특정 부분 열등감이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평균을 상회한다고 믿는다. 또 어느 정도 독서와 글쓰기가 생활태도로 자리 잡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무척 합리적이며 구사하는 논리는 매우 타당하며 개연성, 정합성, 객관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말하고 쓰는 것이 직업인 사람, 가방 끈이 긴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보고 듣고 아는 것이 많으면 아는 것 만큼 옳고 정확한 판단을 할 것이라 자타가 기대를 한다. 하지만 아는 것이 많은 것과 옳은 판단을 많이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많이 알아도 자신이 바라는 것만 보는 편향성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자기 과신은 늘면 늘었지 줄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내 자신이 많이 아는 사람이라는 자만과 그로 인한 판단에 대한 확고한 믿음만 커질 뿐. 외려 많이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똑바로 인정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잘 알려진 사회유명인사들 중엔 누가 보아도 뻔한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제2, 제3의 논리를 만들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저자가 첫 번째로 강조한 우리가 실수하는 이유는,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인간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을 보게 되는데 불행히도 그 일부를 판단의 근거로 사용한다. 사상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2012>에서 인간의 편향성 중 하나로 WYSIATI의 법칙을 주장했다. WYSIATI은 ‘What You See Is All There Is’의 약자이며, 당신에게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는 뜻이다. 인간은 좀처럼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의 직관을 벗어나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의 이성으로 사고하기가 힘든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본 것이 전부인 지극히 제한된 정보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심지어는 보고 들은 내용으로 사실을 재구성해 인과성을 부여하고 개연성은 물론 꽤 타당해 보이는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해당해 특별히 인간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쉬운 예로 뒤에서 하면 뒷담화 일 것이며 앞에서 하면 충고나 비판으로 포장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인간은 자신의 직관이 판단하는 대로 인상 좋고 착한 사람이 좋은 일을 할 것이라 생각하며 반대로 험악하게 생긴 못된 사람이 나쁜 일을 할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선시된 직관적 사고로 이루어지는 편향은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을 은밀하게 조종한다. 저자는 편향이 곧 실수의 지름길임을 지적했다.

 

 

일상에서 나는 잃어버리기 쉽다고 생각한 물건들을 자주 찾기 힘든 곳에 두는 바람에 물건을 찾느라 진땀을 뺀 적이 많다.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더 신경 써서 보관한다는 것이 꼭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나중에 찾고 보면 어이가 없어 무슨 생각을 하며 장소를 선택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험과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나처럼 ‘이해할 수 없는 장소’에서 물건을 찾는다고 한다. 특이한 장소라면 기억하기 쉬울 것이라는 착각이 화를 부르는 것이다. 특이한 장소는 반대로 기억하기 최악의 장소이며 가장 잊어버리기 쉬운 장소이다. 연구자들은 무언가를 숨기기에 알맞은 최적의 장소는 숨길 물건과 숨길 장소가 곧바로 연결되는 곳이라 말한다. 사람들의 머리는 의미의 연결 없이 단순한 문자만으로 기억이 가동될 만큼 지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엊그제도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들어오다가 아파트 현관에서 비밀번호 12자리 중 끝에 4자리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창피를 무릅쓰고 경비실을 호출한 적이 있다.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어렵게 구성하다보니 가끔씩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의미를 추구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한다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구성하는 논리에 의미를 붙이고자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실수를 거침없이 자행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편향 중에는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든 종류도 있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검정이나 빨간색 캡슐의 약이 흰색보다 약효가 강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어이없는 결과는 충격적이기 까지 했다.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약효라는 과학적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니 새삼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구나를 실감했다. 첫인상에 대한 집착도 인상 깊었다. 시험을 칠 때 처음 선택한 답에 집착하면 정답을 맞히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는 처음 택한 답을 고치는 학생이 정답을 맞힐 확률이 많은데 우린 답을 고쳐서 틀린 경우를 더 기억하기 때문에 여전히 처음 답이 정답일 것이라 믿는다. 나 역시 학창시절 처음 생각한 것이 답이니 절대로 고치지 말라는 선생님의 당부를 얼마나 들어왔던가. 후보자 선호도에서도 능력보다는 외모가 주는 첫인상이 결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입증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후보자의 정책이 더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사람은 쉽게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이는 행동하지 않았을 때보다 행동했을 때 더 큰 책임감을 느끼는 인간의 후회심리를 반영한다. 무언가를 실행하다가 실패할 바에야 차라리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지난 4.11 총선에서도 우린 야당으로 마음을 바꾸어 후회를 하느니 차라리 여당을 선택하는 편이 후회에 안전하다고 판단한 유권자를 보지 않았던가. 그러니 시험에서도 괜히 답을 바꿔서 틀리는 것보다는 내버려 두는 편이 덜 후회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애초 믿은 대로 변화하지 않으려는 습관. 역시 단순한 인간에겐 의심보다는 확신이 더 편하기 때문일까.

 

 

과신은 자신에 대한 무지이다

 

 

이처럼 편향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용하며 판단착오에 큰 영향을 준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편향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편향만큼이나 무책임한 또 하나의 요인은 자기 능력에 대한 과신이며 과신을 근거로 한 실수는 주식이나 기업 경영의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실제 자기 성적보다 더 부풀려 성적을 기억하고 자신의 얼굴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평가하며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을 더 중책으로 여긴다고 한다. 다이어트는 몇 개월 내로 성공할 것이며 헬스 이용권은 연중 적절히 활용할 것이며 대출금은 때가 되면 갚을 수 있다고 믿는다. 보통 여성보다는 남성이 자신의 통제력을 과대평가하고 지능이나 매력도 높게 여긴다.- 그래서 전쟁이나 금융쪽에 남성이 더 과감한 것이다 -  여성은 실수를 했을 때 보다 자신을 더 책망하고 남성은 여성에 비해 빨리 잊어버린다고 하는데 이는 남성이 좀 더 낙관적인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은 아닐까. 저자가 남성과 여성이 실수에 이르는 과정을 구분하는 덕에 나는 어떤 실수가 각각의 성별에 더 어울리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낙관적인 미래는 결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과거의 말이나 행동을 미화하려는 습관이 있는데 저자는 이를 두고 과거의 기억을 긍정적이고 자기만족적인 내용으로 재구성하는 ‘장밋빛 안경’ 이라 칭했다. 사건의 결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면 과거의 사건을 인지하고 기억하는 방식은 달라진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이미 결정이 나버린 일은 얼마든지 ‘사후해석’을 통해 필연적인 사건으로 포장할 수가 있다. 실연이나 실패는 마치 미래를 위한 초석쯤으로 보이게 된다. 상처가 지나간 뒤 과거를 모두 받아들인 후 그때 일을 좋았던 것으로 해석하면 현재 시점에서 미래는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인들이 한참 서로를 할퀴며 싸우고 난 뒤 시간이 흘러 그 일은 우리 관계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서로의 눈에 ‘장밋빛 안경’을 끼워 준채로 미래를 낙관했다면 그 연인은 반드시 비슷한 이유로 다시 싸우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평가 하는 데는 대부분 너그럽고 어떻든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 든다. 나 역시 사업이 망한 이유는 남은 내 인생의 성공의 재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다고 여기고 있다. 그땐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도 다 지나가고 나니 하나도 이해되지 않을 일이 없는 것이다. 사후해석 편향은 이렇듯 과거를 덮거나 묻는 익숙한 방편이 되어 왔다.

 

 

그 외 실수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대충 보고 간과하는 습관, 멀티태스킹의 신화에 사로잡혀 집중력을 잃게 되는 경향 등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잘 알고 익숙한 것은 자세히 쳐다보지 않는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지 15초 만에 과거의 문제를 망각하는 단순함도 지녔다.투자자들은 주 초반에 나온 소식은 꼼꼼하게 챙기면서 주 후반에 나온 소식은 대충 본다. 자기가 쓴 원고는 절대 자신이 교정볼 수가 없다. 회사에서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다가 전화 등의 방해를 받은 후 다시 본래의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이나 걸린다. 특히나 40대 이후부터는 집중력이 본격히 떨어지는 시기이기에 멀티태스킹은 실수를 부르는 자유路인 것이다. 운전하면서 네비게이션을 조작하거나 전화를 받는 것도 실수를 부르는 위험한 발상이다. TV를 보면서 뜨개질을 한 적이 있는데 다 뜨고 나서 펼쳐보니 특정 부분만 실의 조직이 더 엉성하게 짜여 진 적이 있다. 보통 여성들은 집안일을 하며 한 번에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실수를 유발할 환경을 스스로 조성해 놓고 또 실수했다고 자책하는 주부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했다.

 

 

더욱 씁쓸한 것은 편향은 편향사실을 공개하거나 인정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주장을 반박하는 명백한 근거나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도 자신이 옳았다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문가 일수록 무언가를 처리하는 그 한 가지 방식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자신은 부정하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일수록 이후의 잇따른 상황에서 부정한 행위를 반복한다고 한다. 자신은 편견이 없다고 당당히 선언한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노선을 확실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사실상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도 그 아는 것보다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인 것이다. 인간은 합리적, 이성적, 객관적이지 않다. 자기 이성은 자기 직관을 이기지 못한다.

 

 

실수는 행복을 위해 존재 한다

 

 

그렇다면 이토록 합리적이지 못하고 생각만큼 이성적이지 못한 인간이 실수 없이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과 비슷한 논점을 펼쳐낸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결론 내기를 끊임없이 자신의 직관을 이성으로 의심하라고 충고했다. 직관은 손 쓸 틈 없이 저만치 멀리 달아나지만 이성은 한참이나 느리고 게으르다. 느린 이성으로 빠른 직관을 제때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생각에 저자가 밝혀낸 실수의 원인 중 꼭 나쁘지만은 않은 습관도 있다고 여겨진다. 사람의 단점은 곧 장점과 연결되므로 똑같은 성격이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의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사건을 엉뚱하게 재구성하는 습관은 인간이기에 저지르는 사고의 오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영역은 아닐까.

 

 

파리주민은 지도에서 센 강을 곡선이 아닌 직선으로 인식한다는 예처럼 사람은 세상을 본능적으로 균형 잡힌 모양으로, 더 정돈된 형태로 바라보고자 한다는 사실이 희망적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 인식의 정확도로 보자면 분명 왜곡하는 습성이겠지만 이 부정확성과 비현실성이 외려 사람을 다시 살게도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다. 인간의 합리화 과정에는 반드시 그 사람만의 독특한 기질과 성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사람은 밤하늘의 별을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성하듯 하루 동안 겪은 사건 중에서도 자신에게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서열화하여 재구성한다. 모든 것이 내 중심이고 내가 사는 세상의 주인공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착각은 종종 위로의 일상이며 왜곡은 사고전환의 필수이다. 현재의 절망을 딛고 일어서기에 착각이나 왜곡만큼 도움닫기를 해줄 만한 것도 없지 않을까 싶다. 절망이 일어나기 전까지 착각은 현재를 버티는 유일한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인간은 무언가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존재이다. 그 방법을 빨리 배울수록 행복과 평화가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다. 언제나 일이 터진 후에는 자신의 결정이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위로를 할 줄도 안다. 남들은 다 틀렸다고 손가락질해도 그토록 맞고 싶어 했던 마음만은 오직 자신만이 이해해준다. 우리가 이야기의 원형을 파괴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무언가를 각색하는 일은 어쩌면 생존본능에 해당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사람은 애초부터 절망이 아닌 희망을 가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는 사실도 곧 사소한 이유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행복하면 실수도 줄어든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실수에 대한 결론은 무엇이 궁극에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가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양식부터 알아봐야 한다는 저자의 결론에 동의한다. 그러나 덧붙여 자신도 모르는 채 실수를 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첨언도 곁들이고 싶다.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인간은 애초부터 인간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니었다면 인간만큼 희망이나 미래도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실수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앞으로 더 행복해지기 위해 실수를 줄이는 삶을 살고 싶다. 실수 없는 인생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최소한의 실수로 최대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지나간 실수의 원인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실수하는 인간에게 더 매력을 느껴온 사실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남의 실수를 너그러이 포용하듯 누군가도 부디 나의 실수를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내 실수를 돌아보았기에 기꺼이 상대의 실수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가운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다함께 행복해지는 지도를 그려나가야 하지 않을까. 실수를 지금보다 줄여야 할 이유가 있다면 나뿐만이 아닌 당신도 행복해지길 바라는 선의가 공동체의 가치로 자리매김해야 하기 때문은 아닐까.

 

 

 

덧붙임)

 

 

 

 < 생각에 관한 생각 >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저/이진원 역 | 김영사 | 원서 : Thinking Fast and Slow


리뷰에 인용한 책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는 꼭

<생각에 관한 생각>의 축약본 같았달까요. 비슷한 논점이 반복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직관'과 '이성'을 두 인물로 내세워 인간의 사고체계가 가지는 허술점을

밝힌 책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직관이 주인공이고 노벨상을 탄 저자는

직관의 강력함을 주장했습니다. 살면서 직관은 본능에 가까운 예지력이나

무당이 점치는 것과 비슷한 생각이라 여겼는데 이 책을 읽고 직관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분량은 500p가 넘고 전문용어가 많은 편이지만

자세한 설명과 흥미로운 실험등으로 지루한지 모르고 파고들게 되는 책입니다.

평소 인간의 사고체계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면 유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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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5-02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과 '잘못'이란 있을 수 없어요.
그러나,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을 때에
내 '눈에 드리워진 들보' 때문에
스스로 이쪽 저쪽으로 편을 가르고 마니까,
마치 이것은 '잘'이고 저것은 '잘못'이라고
금을 긋고 말아요.

모든 일은 일어나야 하는 까닭이 있어요.
찬찬히 숨을 고르면서
생각을 기울이노라면,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가를 깨달을 수 있어요.
나한테 무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겨요.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한사람 님 삶과 마음에
이러저러하게 맺힌 앙금과 안개와 구름이
시나브로 걷힐 수 있기를 빌어요.

철수 2012-05-0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수..
어떤위치에서 누가하느냐....이를테면
의사, 판사, 고속버스 운전수, 비행기 조종사...
어떤상황에서,실수에 대해 용서를 빌고..용서를 받고 하는게 애매하겠죠.
사소한 실수일지라도..
그 실수로 인한 자신의 손해뿐아니라 타인의 손해의 크기가
쟁점이 될것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일어날수 있는 소소한 그야말로 '실수'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얼마든지 발생할수가 있겠죠.
실수가 없는 완벽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사람입니다.

가벼운 실수에 대해서
미소로 답하는 그런 사회를 꿈꿉니다.

리뷰 잘읽었습니다.

비연 2012-05-0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어요....^^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책인 듯.
리뷰 잘 읽었어요. 같은 책을 읽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친근감 게이지가 상승하니..
역시 알라딘 서재에 머무는 맛은 이런 거겠다 싶어요..^^

2012-05-02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3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3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9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9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