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권의 책을 팔고, 한 권의 책을 샀다.

예전에 반O가 참 중고 책값을 후하게 쳐주었었는데...

O는 이제 망했으니 중고책 시장은 알라딘이 아도를 치고야 말았다.

 

암튼 인터넷으로 알아 보고 갔는데, 매장에서 더 후하게 쳐줘서 400원 더 벌었다.

항상 현장에서 까였는데 이게 왠 일이고. 과자 사 먹어야 하나.

 



오르한 파묵의 코로나 책을 샀다.

사면서도 두께가 두꺼워서 이거 다 읽을 수 있나 싶더라.

밥 먹고 와서 다시.


==========


오래 전에는 책 읽을 전에 메모 하나 하지 않고 너무 깨끗하게

책을 보곤 했었다.

그런 책들을 팔아먹을 적에는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그냥 내다

팔면 되니까.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연필 혹은 심 굵은 샤프로 메모하고 밑줄

을 죽죽 긋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책을 팔려면 머리가 아파져

온다. 지우개로 깨끗하게 다 지우지 않으면 바로 검수 요원의 날

카로운 눈에 잡히기 때문에...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게, 한 번 메모하고 밑줄 긋기 시작하니

그만둘 수가 없더라는.

암튼 팔 책들은 메모는 좀 자제해야겠다고.

 

밥 묵고 커피까지 한 잔 때리고 들어왔더니 졸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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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9-06 1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요즘 4백원짜리 과자 있던가요?
보태셔야겠죠?
전 책을 언제 팔아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중고책 사서 밑줄긋기 쫙쫙하고 안 볼 책은 그냥
집앞에 내놓을까 봐요. 파는 거 의외로 일이더군요.
팔면 사고 싶어지는데 가급적 안 사기로 방침을 정한지라...ㅋ

레삭매냐 2022-09-06 13:13   좋아요 2 | URL
책 사진 올리다 보니
옆에 죠리퐁 과자가 들어가
있네요 ㅎㅎ 거에 보탠 것으로 -
400원 짜리 과자가 없다니,
역시 인플레이션 시절이네요.

전 밑줄 그은 책 지우느라 죽을
고생을 ㅋㅋㅋ 그래도 얼마라도
건져서 다행이라고 위로합니다.

맞습니다, 사질 말아야 하는데
팔고 사고의 무한개미지옥에 빠
져 사네요.

거리의화가 2022-09-06 1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은 책들은 팔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흔적들이 많이 남아서... 그 중 다시는 읽지 않을 책들이 꽤 많은데 이건 결국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지 않을까. 버리는 것도 일이 되네요ㅠㅠ
중고 상태 좋은 것들은 괜찮더라구요. 저도 상태 상 이상인 경우만 체크해서 삽니다~ㅎㅎㅎ

레삭매냐 2022-09-06 13:15   좋아요 1 | URL
아주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엄선해서
정리해야 하는데... 그전에는 지인
들에게 보따리로 싸서 보내기도
하고 그랬는데 엄혹한 코로나 시
절이라 사람들 만나기도 쉽지 않
아 쉽지 않네요.

저도 아무래도 돈이 좀 더 들더
라도 갠춘한 책으로 - 그래도 없는
책은 중하 가릴 수가 없더라구요.

새파랑 2022-09-06 1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두권을 파셨군요 ㅋ 산책의 사진은 없네요~ 저도 팔고 싶은 책이 많은데 밑줄을 그어서 팔수가 없다는 😅

레삭매냐 2022-09-06 13:17   좋아요 2 | URL
그리하야 저는 파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항상 4B 연필이나 두터운 샤
프심의 샤프로 밑줄을 긋는답니다.

근데 제법 긋다 보니 나중에 지우
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오늘
열심히 지워서 팔아서 커피값 벌었
답니다 헷

아, 산 책 사진 올렸습니다.

blanca 2022-09-06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재미없으면 팔 수도 있다, 그래서 접을 수도 줄을 그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으니 그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합니다.

레삭매냐 2022-09-06 13:37   좋아요 1 | URL
왠지 그 맘을 절절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읽고 나서
소장각이 아니라면 바로 팔아야
하는데, 메모도 하고 포스트잇도
붙였다가 나중에 팔라믄 -

그러했다고 합니다.

바람돌이 2022-09-06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게을러서 책 안파는..... 중고서점까지 가는 것도 귀찮고, 팔겟다고 포장하고 택배보내는 것도 귀찮고..... 그래서 팔겟다는 생각을 안하니까 그냥 막막 색연필로 줄처가면서 읽어요. 그래서 집이 점점 무거워지는중....ㅠ.ㅠ 그나저나 저 식초아가씨라는 제목 너무 재밌어서 무슨 책인가 찾아봤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9-06 15:49   좋아요 2 | URL
저도 귀차니즘의 신봉자랍니다.

그래도 책에 대해서만큼은 진심
인지라, 책팔이에 열심이지요.

그 돈으로 다시 책을 사서 본다
는...

<식초 아가씨>는 예전에 셰익스
피어 다시 쓰기 프로젝트 책 중
에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카스피 2022-09-07 0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 알라딘 중고서점에 파는것보다 느긋하게 온라인 거래를 하시는 것이 좋을듯 싶어요

레삭매냐 2022-09-07 09:07   좋아요 1 | URL
알라딘 온라인 거래를 하면
아마 수수료를 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입단가가 낮은데다 수수료
까정 뗀다면...

mini74 2022-09-07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줄 긋고 한거 지우다가 에라이 후에 지구대멸망시기에 불이라도 피우는 용도로 쓰자며 자포자기 ㅠㅠ저도 식초아가씨 내용 넘 궁금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9-07 21:49   좋아요 1 | URL
은근과 끈기의 후예를 자처
하는 저는 책의 모든 흔적을
지우길 마다하지 않습니다.

<식초 아가씨>는 셰익스피어
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현대판 다시쓰기라고 합니다.
 

한 종교의 영광이 다른 종교에겐 그만큼 치욕이며 불명예였다. 무슬림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대학살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도시에선 여전히 썩은 냄새가 났다. 그 기억은 이후 90년, 아니 900년 이상 지속될 것이었다. 이 기억은 살라딘의 마음과 영혼 속에서 불타올랐다. 기독교인들이 자행한 예루살렘 대학살의 기억은 이후 살라딘이 시행하는 교육의 핵심이 되었고, 생각만 해도 극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기억이 되었다. 이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라딘은 분노, 복수, 정의를 향한 욕망에서 있는 힘을 다 끌어내야 했다.
이제 살라딘에게 때가 온 것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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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때까지 평생 그는 우아함도 어색함도 모르고 살아왔다. 자신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제 손을 몹시 난감해하면서 그는 의자 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손은 어디에 두건 걸리적거렸다. 마틴은 방을 나가는 아서를 애원하는 눈빛으로 뒤쫓았다. 창백한 여인과 단둘이 방에 남아, 뭘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음료를 주문할 바텐더도, 길모퉁이에서 맥주 한 캔과 친목을 트게 해 주는 사교적 윤활유를 사 오라고 심부름 보낼 소년도 없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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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어색한 걸음걸이도 잊고 그림에 가까이, 아주 가까이다가갔다. 화폭에서 아름다움이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마구 떡칠 된 듯한 물감 반죽을 들여다본 다음물러섰다. 순식간에 모든 아름다움이 화폭에 되살아났다. ‘눈속임이군‘ 그는 생각했다. 그 그림에 정이 뚝 떨어졌다. 갖가지 인상을 받아들이는 와중에도 분노가 치솟았다. 한갓 속임수를 위해 그토록 많은아름다움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 화가 났다. 그는 그림을 몰랐다.
그가 자라며 본 것은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항상 분명하고 정확한 관화들이었다. 상점의 진열장에 전시된 유화들을 보기도 했지만, 유리때문에 그림을 가까이서 진지하게 살펴볼 수가 없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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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살라딘은 이슬람 세계의 가장 뛰어난 영웅으로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는 아랍 세계를 통일했고, 역사적 전쟁에서 십자군을 패퇴시켰으며, 예루살렘을 되찾았고, 유럽의 침략자들을 아랍에서 내몰았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랍의 기득권을 되찾으려고 끊임없이 투쟁하는 현대 아랍인들의 마음속에서 살라딘은 희망의 상징이자 신화적 존재로 살아 있다. 이 고대의 기억들은 아랍인의 감수성과 해방 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는지금도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이집트의 카이로, 요르단의 암만이나 동예루살렘에서 살라딘에 관해 말하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위대한 정복이후 살라딘이 검소하게 살았던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작은 방 창살에는
"알라, 무함마드, 살라딘" 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신, 예언자, 해방자. 이것이 살라딘과 이슬람 신앙과의 관계이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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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9-03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동 이슬람 문화를 배울때 빠지지 않는 인물 중의 하나가 살라딘 같아요.
저는 살라딘을 먼저 들었지만 요즘에는 살라흐딘 이라고 표시가 되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06 09:57   좋아요 1 | URL
언젠가 타임에서 선정한 지난
천 년 최고의 인물로 살라딘
이 선정된 바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영어식이
살라딘이고, 아랍식으로는
살라흐 앗 딘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